≪모든것은선을만든다≫는사회인류학을비롯한근대사회과학이부딪히는근본적인한계를지적하고대안을모색했던인류학자팀잉골드가60세에이르러30년간의연구를집대성한3부작중하나다.
덩이와블록,체인,컨테이너로보았을때설명할수없던것과드러나지않았던것들을선과매듭으로읽어내며벽,산과마천루,지면……존재와생명을이야기한다.나아가우리를둘러싸고있는날씨와대기를선으로풀어내면서매질로서의공기와빛,소리의감각을가져온다.그리고마지막으로선의관점에서인간의의미에대해묻고동사로서의인간,선으로서의삶과교육에대해논한다.
방랑자의걷기를닮은이책은인류학을바탕으로생태학,건축학,기상학,미학,사회학등의방법론적융합을통해지구주민의존재론을이야기하는책이다.
선과매듭
선과매듭으로생각했을때보이는것이있고설명할수있는것들이있다.저자는학문의정의와범주부터재검토한다.생태학은유기체와환경에관한연구로정의해왔고그속에서유기체는껍질과피부에에워싼덩이를전제로한다.그러나덩이만으로살아갈수없다.실제로생명은덩이와선의조합이며선이있어야,그선이다른선과만나야생명이시작된다.저자는군집과같은초유기체를모델로하는사회개념을비판하면서덩이의원리에기초하는한생태학과마찬가지로사회학은살아가는존재들간의관계라는진정한의미를밝힐수없으며선의관점에서사회적삶이란서로활기를불어넣는생명활동임을말한다.
그에따르면우리눈에선들이엮어가는그물망의세계가보이지않는이유는블록,체인,컨테이너등분절된덩이의메타포가세계를압도해왔기때문이다.단절과파편으로귀결되는것들은기억이없다.낱개의체인고리가풀리면체인이어디에서어떻게걸려있었는지를기억하지못하지만선은매듭에서풀려도매듭의형상을기억한다.선들은과거의연결기억을형상으로남겨두며그상태에서더욱새롭게다음을기약한다.또다른선들과엮이고풀리기를반복하면나아가는선.우리는그렇게연결되고관계를맺는다.그리고이관계는고정되거나불변한것이아니라엮였다가풀리기를반복하며삶의자취를남긴다.모든것을기억하며흔적을남기는선의행적은보이지않는비물질적인것을포괄한다.
출발점과도착점이정해져있는직선이아니라감각을동원해서실과흔적을찾아가는삶.방랑자의걷기처럼저자는벽,산과마천루.지면.지식사이를걸으며선과매듭을읽고인류학,건축학,철학,심리학을연결하고엮어낸다.
날씨,대기,빛,소리,색
유기체를덩이로규정할때생명의활동성을해명할수없듯이생태학을환경이라는베이스보드에고형물이어수선하게널려있는것으로간주하면그역동성을잃는다.현실세계는공기,빛,소리,색등의다양한매질로넘쳐나며그것들의끊임없는흐름은날씨로나타난다.우리는그런날씨의영향을받고있고그매질속선을따라상호침투하고있다.
하지만우리는세계인식에서날씨를제거했다.저자에따르면날씨없는세계는근대유럽에서일어난전도의결과이다.근대이전날씨의경험은공기라는매질과그속에서생활하는우리의정서를통합해왔다.그러나기상학이성립되면서대기는정서를배제한산소와질소가스로다뤄지고미학의분위기는공기가아닌에테르의감각적인경험만을,진공상태에놓인감수성만을보여준다.
물고기의움직임이바닷속에있음을가리키듯이우리의움직임은공기속에있음을가리킨다.움직임의호흡은공기가생성하고유동한다는것을드러내고날씨세계는신체의정신적인참여를유도하면서감각의경로를따라선을만들어낸다.무엇보다이선이엮는매듭과그물망은공감을만들어낸다.이는고고학자가석조기념물을쓰다듬을때자기손에돌의손길을느끼는것이고북서태평양연안의툴링깃족의빙하가들을수있다고생각하는것과같다.그것은빙하가귀가있어서가아니라우레같이갈라지는얼음소리와눈뜰수없을정도의하얀빛으로꽉찬대기속에자신의소리선이공감을일으킨다고보기때문이다.공기와빛과소리에완전히에워싸이는공감의경험이야말로근대가지운대기일것이다.
우주적인것과정동적인것의융합과분열로서대기의날씨세계는시각적,청각적,촉각적지각을통해선이생성되는삶의현장이다.잉골드는깁슨의지각심리학과메를로퐁티의현상학을거쳐날씨-세계를우리지각의영역으로가져온다.매질로서의공기를,밤하늘의별빛속에서나를떠난내가우주와통합하는시각적의식을포착하고자했던고흐의그림등을이야기하며빛과소리.색의감각을다시새롭게가져온다.
동사로서의인간
그렇다면선의관점에서인간이란무엇일까.저자는스페인철학자호세오르테가의인간론을가져와인간적삶의문법적형태는동명사라고말한다.이것은인간의실존이선험적으로주어지지않고생산적으로성취된다는것을의미한다.인간의정신에인간성을호소하는것은도달할수없는결말을기원에놓는것과같다.잉골드는인간발생론의동명사는주어도목적어도아닌선으로서존재한다고말한다.선의문법적형태는동사이다.이관점에서인간은능동의의지적주어로서가아니라수동의경험적행위에서성장한다.그는수동에대한능동의우위를주장하는근대유럽의인간관을뒤집고복종의인간화를이야기한다.
다양한존재의선들이엮이는세계에서삶은의도한대로진행되지않는다는것을우리는알고있다.그럼에도근대인의주체신화는다양한존재의세계를정복하듯이타자화하고인간자신을고립시켜왔다.저자는실행과제작의의지적주체를전복하고그저다른이들이시도한선을계속이어받는것,자취를찾아내고그선을연장해서이용하는것이삶이라고말한다.그것은주어와목적어의관계가아니라선들의동사적조응으로서의실천이다.
잉골드는의도와주의,미로와미궁,하기와겪기,만들기와성장하기,사이와사이-안등다양한이항비교대조속에서교육으로나아간다.그에따르면교육은근대적주체가재현한세계에대한지식을주입하는것이아니라반대로재현의세계밖으로존재를끌어내고대기의공감세계에그선을풀어내는것이다.방랑속에서찾아가는것,선들의끊임없는엮임과풀림의도정에서다른선들에조응하는것,삶의궤적이그물망으로짜이듯이그위를서성이는것,교육이란이모든방랑에뛰어드는용기를북돋는것이라고말한다.
*역자후기를참고로정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