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일(큰글자도서)

살리는 일(큰글자도서)

$37.00
Description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살리는 일’이다”
길고양이부터 사육곰, 실험실의 토끼, 소외된 사람들까지
품어 안는 대상을 확장해나가는 이야기
‘고양이 수제간식’, ‘애견 유치원’.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에 달하는 한국에서 낯설지 않게 된 단어들이다. 동물의 안락과 안위를 생각하는 문화가 생긴 건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반려동물 소비시장은 급격히 커지는데 동물보호법은 얼마나 진일보하고 있나’, ‘극진한 돌봄 서비스를 누리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아스팔트 위에서 차갑게 식어 3일을 내리 있어도 아무도 몰라주는 죽음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2019년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학대범에게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동물보호법이 제정되고 28년 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실형이었다. 『살리는 일』은 소비시장에서의 동물과 동물보호법 속의 동물이 같은 생명의 무게로 다뤄지지 않는 사회에, 오롯이 작가의 체험기만으로 명석한 질문을 던지는 ‘동물권 에세이’이다. 10여 군데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 박소영 작가는, 밤새 어둠 속에 몸을 숨긴 동물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직접 거리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조하고 그에 따른 감정을 또박또박 적어내며,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를 성실하게 보여준다. 독자들은 동물을 사랑하는 데 본인의 삶 전부를 내던진 이의 하루를 고스란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저자

박소영

동물권리론자이자동물구호활동가.문화부기자로일하며,책『살리는일』과『청소년비건의세계』를썼다.

12년째기자생활을하고있다.고양이와함께살면서동물권과비거니즘에눈을떴고,2017년부터비건지향인으로살고있다.친동생과함께10여군데의길고양이급식소를운영하는중이며,도움이필요한동물을구호하는개인활동가이기도하다.모든동물이안전하고자유롭기를바라며,곧그런날이올거라믿고있다.지은책으로《살리는일》(2020)이있다.

목차

여기캣맘이있다
‘석수’
겨울
캣맘1
캣맘2
후디이야기
타투
당신의가방을보여주세요
여기캣맘이있다
이사
홍콩,안녕히

“나는동물권옹호자입니다”
빨간애
채식을하며알게된것1
“그냥먹을게요”
채식을하며알게된것2
너구리와개미
변신
사육곰
머리냄새
세미나

살리는예술
오웰과네루다
오멜라스로돌아가는사람들
피아졸라와풀벌레
반지하
실격당한사회를위하여
보니것은알고있다
뛰는작가
SecondReformed

여름날의개들
주유소의개들1
주유소의개들2
B아저씨
플라
2차접종

다시,동물권
동물과언어
미디어의동물착취에대하여
동물병원
동물전성시대
어떤동물은더평등하다
겨울을좋아하세요?

맺는글
추천사-김금희,정세랑,박정민

출판사 서평

리더스원의큰글자도서는글자가작아독서에어려움을겪는모든분들에게편안한독서환경을제공하기위해‘글자크기’와‘줄간격’을일반단행본보다‘120%~150%’확대한책입니다.시력이좋지않거나글자가작아답답함을느끼는분들에게책읽기의즐거움을되찾아드리고자합니다.


생명의무게가어떻게다른지묻다

작가는묻는다.우리에게존엄이라는단어가기울어진저울은아닌지,‘비인간동물’이존엄의말을달기엔너무가벼운존재이고,과분하다고생각하는지말이다.『살리는일』이품어안는존엄의대상엔한계가없다.길고양이에서쓸개즙을채취당하는곰으로,화장품실험대상이된토끼에서소외된사람들로이어진다.동물권에눈뜨고나서자주괴로워했다는작가는그렇게아파한만큼넉넉한품을지니게되었다.이책이‘살리는일’의의미를다각도로보여줄수있는이유다.이책은크게5개의파트로구성되어있다.「여기캣맘이있다」에선길고양이급식소를운영하며겪는일화를,「나는동물권옹호자입니다」와「살리는예술」에선고양이를보살피는일이다른동물을구조하는일로,먹고입고,읽고듣는일로확장됨을보여준다.「여름날의개들」과「다시,동물권」에선주유소에방치된개를돌본이야기에서시작해‘미디어의동물착취’‘동물의위계’를날카롭게드러내고지적한다.
결국『살리는일』은동물권이라는말을독자의생활로강하게밀어넣는다.일상의정물속에서한때살아있던동물의맥박을느끼게한다.그사실을아는게우리에게생경하고때로참혹하게느껴지더라도우리는기꺼이자각하는의무를져야하는지도모른다.똑같이호흡하는존재로태어나안락함과불편함이뭔지알고,질병의고통과회복의위안을아는동등한‘동물’로서말이다.

“다른생명의목숨줄을밟고그위에서서숨쉬는것은멈춰야한다.
어디서시작해야할까.바로잡을수있는사람은당신과나뿐이다.”
-본문중에서-

“꾸준히작은존재들을살리는일”
그녀는자신만의방식으로사랑하기를멈추지않는다

박소영작가는새벽녘의칼바람속에서,식용견농장주앞에서,희망이아득한작금의현실안에서꾸준히작은존재들을살린다.그순수한사랑이냉철한시선과어우러져독자들로하여금순간의동정보다는묵혔던위기감을느끼게한다.아직은소수의싸움이지만끝내는모두가맞들어야하는‘생명’의문제를작가는자신의경험을토대로담담하게이야기한다.
때로도움의손길이필요한존재들과혼자서는해낼수없는현실이그녀를좌절하게도만들지만,그녀는자신만의방식으로사랑하기를멈추지않는다.좌절과불행을상쇄할만큼의사랑을언제나동물들에게서돌려받기에.

“누군가를사랑하는일은‘살리는일’이라고생각한다.밥을먹이고,고통으로부터보호하고,마음의상처를보듬는일.새힘을주고앞으로나아가게하는일.작은힘이나마누군가를위할수있다는것에감사하며,앞으로도‘살리는삶’을살고싶다.”
-본문중에서-

“인간박소영,캣맘박소영”
생명을돌보는일이왜편견과위험을무릅써야하는일인가

“캣맘이된다는것은어쩌면매일다른수수께끼와마주하는일일지도모른다”는작가의말처럼,이책엔이해하기힘든사건들이등장한다.길고양이급식소에서누군가의‘대변’을발견하거나(의도적으로캣맘들을저격하듯이전시된)‘남성팬티’를목격한일,젊은여성과캣맘이합쳐졌을때겪게되는무섭고불편한일들말이다.길고양이를돌보는일은여성과사회적약자(노숙인,장애인등)에대한편견과오지랖을맨몸으로마주하는일이기도하다.저자가길고양이에게밥을주고있을때“그렇게고양이들챙길시간있으면집에가서부모님이나좀챙겨”라는중년남성의핀잔은,“부모를챙기는것은중요하고,고양이를챙기는것은하찮은가?(혈연이아닌길위의존재를돌보는일은하찮은가?)고양이밥을주는사람은모두부모와관계가소원한가?”라는불편한질문을떠올리게만든다.
밥을놓으러갈때마다심장을부여잡아야하는일들이계속생기지만,저자는그러면서도자신이‘캣맘’이라는사실을자각하고자기검열한다.작정하고되받을경우,누군가가고양이들을해코지하거나밥그릇을없애버릴지도모르기때문이다.최소한의생존권을위해최소한의방어를하는게,도리어나자신이나내가돌보는생명체를위협하는일로이어질지모른다는두려움을안고살아야하는세상.그런세상앞에서저자는말한다.“페미니스트로서정체성은캣맘으로서정체성앞에서번번이꺾일수밖에없다.나는힘없이그말을인정할수밖에없다.그렇게오늘도,인간박소영은캣맘박소영앞에무릎을꿇었다.”

“불편함을아는채,그리고안은채남은삶을살겠다”
누군가의불행을대가로지불하는행복은영위의대상이아니니까

관용의스펙트럼이넓지않은사회에서소수자(의취향과가치를지닌자)로산다는건,불편을생활화하는일이다.채식을하고,동물친화적인물건을사려는저자도여러편리를포기한다.세세한에피소드들이때론재미난입담으로‘웃프게’,때론번뜩이는검처럼강렬하게전개된다.지성두피를가진저자는남자친구가머리냄새를맡고기겁한이후,두피냄새를없애기위해모회사의제품을쓰면서애정을회복(?)한다.그러나악명높은동물실험을한다는사실을알고는다시기꺼이‘냄새’를지니고사는걸택한다.또한저자는마스카라(여성용화장품)가토끼의죽음으로만들어짐을이야기하며“누군가의목숨을담보로얻는것을아름다움이라부를수도없지만,설사그렇다해도그아름다움과수천수만마리토끼의목숨을바꿀수는없다.여기까지쓰고나니,아름다움이대체무엇인지묻고싶어진다”고지적한다.
‘살리는일’은예술로도이어진다.“예술은작고약한생명을위한옹호이자지지여야한다.목적지까지가는과정에서누군가가다치고지워져야한다면,거기엔예술이라는말이들어갈자리가없다”는저자는,비인간동물의처참한삶과감정을외면하지않은작품을하나하나톺아본다.어슐러르귄의작품≪오멜라스를떠나는사람들≫을읽으며일생을지저분한우리에갇혀꼼짝못하는동물들을떠올리고,작은생명들의애수를연상케하는피아졸라의음악을들으면서가슴께에달라붙은풀벌레를안전한곳까지데려다준다.생명의무게를귀하게여기는마음은사람에게로귀결된다.‘기호’가아닌단순히‘옆사람’으로간주되길바라는장애인의소망과집이없는이들의사계절을헤아려보는마음으로말이다.

“약자를위하는마음은또다른약자를생각하는마음과연결되고,확장된다.”
-본문중에서-

온기로가득한이때묻지않은문장들속에서작가가전하려는메시지는명료하다.‘사랑의가치가시대를막론하고무엇보다위대하며,누군가를살리는일이그가치를실현하는일이다.’막다른길위의생명을사회의허점과장애물로부터변호하는사람,몸이젖은솜처럼고단해도누구보다섬세한눈빛으로웅크린숨결을찾아나서는사람.박소영작가는오늘도또다른생명에게손을내밀기위해집을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