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일 : 동물권 에세이

살리는 일 : 동물권 에세이

$13.50
Description
길고양이부터 사육곰, 실험실의 토끼, 소외된 사람들까지
품어 안는 대상을 확장해나가는 이야기
밤새 어두운 장막 속에서 조용히 숨쉬는 동물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작가 박소영의 첫 번째 동물권 에세이 『살리는 일』. 이 책은 그녀가 직접 거리의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구조하며 겪은 일과 그에 따른 감정을 또박또박 적어낸 책이다. 발로 뛰면서 직접 맞닥뜨린 장애물들과 사회의 허점들을 언급하며 어두운 골목 끝 막다른 길의 생명들을 변호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녀의 또다른 관심사인 영화와 연극, 소설 등을 통해 동물권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기도 한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에게 존엄이라는 단어가 기울어진 저울은 아닌지, ‘비인간 동물’이 존엄의 말을 달기엔 너무 가벼운 존재이고, 과분하다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이 책이 품어 안는 존엄의 대상엔 한계가 없다. 길고양이에서 쓸개즙을 채취당하는 곰으로, 화장품 실험대상이 된 토끼에서 소외된 사람들로 이어진다. 동물권에 눈뜨고 나서 자주 괴로워했다는 작가는 그렇게 아파한 만큼 넉넉한 품을 지니게 되었다. 이 책이 ‘살리는 일’의 의미를 다각도로 보여줄 수 있는 이유다. 이 책은 크게 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 캣맘이 있다〉에선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며 겪는 일화를, 〈나는 동물권 옹호자입니다〉와 〈살리는 예술〉에선 고양이를 보살피는 일이 다른 동물을 구조하는 일로, 먹고 입고, 읽고 듣는 일로 확장됨을 보여준다. 〈여름날의 개들〉과 〈다시, 동물권〉에선 주유소에 방치된 개를 돌본 이야기에서 시작해 ‘미디어의 동물 착취’ ‘동물의 위계’를 날카롭게 드러내고 지적한다.
저자는 동물권이라는 말을 독자의 생활로 강하게 밀어 넣는다. 일상의 정물 속에서 한때 살아 있던 동물의 맥박을 느끼게 한다. 그 사실을 아는 게 우리에게 생경하고 때로 참혹하게 느껴지더라도 우리는 기꺼이 자각하는 의무를 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똑같이 호흡하는 존재로 태어나 안락함과 불편함이 뭔지 알고, 질병의 고통과 회복의 위안을 아는 동등한 ‘동물’로서 말이다.

저자

박소영

12년째기자생활을하고있다.고양이와함께살면서동물권과비거니즘에눈을떴고,2017년부터비건지향인으로살고있다.친동생과함께10여군데의길고양이급식소를운영하는중이며,도움이필요한동물을구호하는개인활동가이기도하다.모든동물이안전하고자유롭기를바라며,곧그런날이올거라믿고있다.지은책으로《살리는일》(2020)이있다.

목차

여는글

여기캣맘이있다
‘석수’
겨울
캣맘1
캣맘2
후디이야기
타투
당신의가방을보여주세요
여기캣맘이있다
이사
홍콩,안녕히

“나는동물권옹호자입니다”
빨간애
채식을하며알게된것1
“그냥먹을게요”
채식을하며알게된것2
너구리와개미
변신
사육곰
머리냄새
세미나

살리는예술
오웰과네루다
오멜라스로돌아가는사람들
피아졸라와풀벌레
반지하
실격당한사회를위하여
보니것은알고있다
뛰는작가
SecondReformed

여름날의개들
주유소의개들1
주유소의개들2
B아저씨
플라
2차접종

다시,동물권
동물과언어
미디어의동물착취에대하여
동물병원
동물전성시대
어떤동물은더평등하다
겨울을좋아하세요?

맺는글
추천사-김금희,정세랑,박정민

출판사 서평

“꾸준히작은존재들을살리는일”그녀는자신만의방식으로사랑하기를멈추지않는다
박소영작가는새벽녘의칼바람속에서,식용견농장주앞에서,희망이아득한작금의현실안에서
꾸준히작은존재들을살린다.그순수한사랑이냉철한시선과어우러져독자들로하여금순간의
동정보다는묵혔던위기감을느끼게한다.아직은소수의싸움이지만끝내는모두가맞들어야하는‘생명’의문제를작가는자신의경험을토대로담담하게이야기한다.때로도움의손길이필요한존재들과혼자서는해낼수없는현실이그녀를좌절하게도만들지만,그녀는자신만의방식으로사랑하기를멈추지않는다.좌절과불행을상쇄할만큼의사랑을언제나
동물들에게서돌려받기에.
“누군가를사랑하는일은‘살리는일’이라고생각한다.밥을먹이고,고통으로부터보호하고,마음의상처를보듬는일.새힘을주고앞으로나아가게하는일.작은힘이나마누군가를위할
수있다는것에감사하며,앞으로도‘살리는삶’을살고싶다.”-본문중에서-




“인간박소영,캣맘박소영”
생명을돌보는일이왜편견과위험을무릅써야하는일인가

“캣맘이된다는것은어쩌면매일다른수수께끼와마주하는일일지도모른다”는작가의말처럼,이책엔이해하기힘든사건들이등장한다.길고양이급식소에서누군가의‘대변’을발견하거나(의도적으로캣맘들을저격하듯이전시된)‘남성팬티’를목격한일,젊은여성과캣맘이합쳐졌을때겪게되는무섭고불편한일들말이다.길고양이를돌보는일은여성과사회적약자(노숙인,장애인등)에대한편견과오지랖을맨몸으로마주하는일이기도하다.저자가길고양이에게밥을주고있을때“그렇게고양이들챙길시간있으면집에가서부모님이나좀챙겨”라는중년남성의핀잔은,“부모를챙기는것은중요하고,고양이를챙기는것은하찮은가?(혈연이아닌길위의존재를돌보는일은하찮은가?)고양이밥을주는사람은모두부모와관계가소원한가?”라는불편한질문을떠올리게만든다.
밥을놓으러갈때마다심장을부여잡아야하는일들이계속생기지만,저자는그러면서도자신이‘캣맘’이라는사실을자각하고자기검열한다.작정하고되받을경우,누군가가고양이들을해코지하거나밥그릇을없애버릴지도모르기때문이다.최소한의생존권을위해최소한의방어를하는게,도리어나자신이나내가돌보는생명체를위협하는일로이어질지모른다는두려움을안고살아야하는세상.그런세상앞에서저자는말한다.“페미니스트로서정체성은캣맘으로서정체성앞에서번번이꺾일수밖에없다.나는힘없이그말을인정할수밖에없다.그렇게오늘도,인간박소영은캣맘박소영앞에무릎을꿇었다.”

“불편함을아는채,그리고안은채남은삶을살겠다”
누군가의불행을대가로지불하는행복은영위의대상이아니니까

관용의스펙트럼이넓지않은사회에서소수자(의취향과가치를지닌자)로산다는건,불편을생활화하는일이다.채식을하고,동물친화적인물건을사려는저자도여러편리를포기한다.세세한에피소드들이때론재미난입담으로‘웃프게’,때론번뜩이는검처럼강렬하게전개된다.지성두피를가진저자는남자친구가머리냄새를맡고기겁한이후,두피냄새를없애기위해모회사의제품을쓰면서애정을회복(?)한다.그러나악명높은동물실험을한다는사실을알고는다시기꺼이‘냄새’를지니고사는걸택한다.또한저자는마스카라(여성용화장품)가토끼의죽음으로만들어짐을이야기하며“누군가의목숨을담보로얻는것을아름다움이라부를수도없지만,설사그렇다해도그아름다움과수천수만마리토끼의목숨을바꿀수는없다.여기까지쓰고나니,아름다움이대체무엇인지묻고싶어진다”고지적한다.
‘살리는일’은예술로도이어진다.“예술은작고약한생명을위한옹호이자지지여야한다.목적지까지가는과정에서누군가가다치고지워져야한다면,거기엔예술이라는말이들어갈자리가없다”는저자는,비인간동물의처참한삶과감정을외면하지않은작품을하나하나톺아본다.어슐러르귄의작품≪오멜라스를떠나는사람들≫을읽으며일생을지저분한우리에갇혀꼼짝못하는동물들을떠올리고,작은생명들의애수를연상케하는피아졸라의음악을들으면서가슴께에달라붙은풀벌레를안전한곳까지데려다준다.생명의무게를귀하게여기는마음은사람에게로귀결된다.‘기호’가아닌단순히‘옆사람’으로간주되길바라는장애인의소망과집이없는이들의사계절을헤아려보는마음으로말이다.

“약자를위하는마음은또다른약자를생각하는마음과연결되고,확장된다.”
-본문중에서-

온기로가득한이때묻지않은문장들속에서작가가전하려는메시지는명료하다.‘사랑의가치가시대를막론하고무엇보다위대하며,누군가를살리는일이그가치를실현하는일이다.’막다른길위의생명을사회의허점과장애물로부터변호하는사람,몸이젖은솜처럼고단해도누구보다섬세한눈빛으로웅크린숨결을찾아나서는사람.박소영작가는오늘도또다른생명에게손을내밀기위해집을나선다.



추천사

여기에는캣맘으로서사회부기자로서책을읽고쓰는작가이자배우들의다정한친구로서살고있는한사람의삶이오롯이담겨있다.우리가무심히지나치는풍경속에엄연히자리하는약자들을더이상모른척하지않기로결정한사람의용기가읽는내내마음을흔든다.자신이벌이는분투들의무게를과장하지않고최대한작고겸손한언어로기록해‘비인간동물’에대한존중과사랑이식물의홀씨처럼세상에멀리날려가기를바라는마음.그곡진한태도와성찰은욕심과물신주의에물든일상의패턴을바꾸고생명을지닌존재들이누려야할세상의정당한지분을마련하기위한소중한출발점이다.저자가추운날새벽에도어김없이일어나길위의존재들을위해마련해놓는따뜻한물한그릇처럼,황망한마음으로거리를서성이는날들을통과해겨우어른이된모두에게이책이반가운온기로남으리라믿는다.
김금희작가


몇달동안밥을챙겨주었던고양이가있었다.시계가없이도시간약속을지킬줄아는친구였다.어느날그고양이가영원히돌아오지않았을때마음속에작은무덤이생겼다.자매와함께열다섯곳이넘는길고양이밥자리를챙기고있는박소영작가에겐얼마나많은생채기가있을지상상할수가없다.작가의눈길은길고양이에서주유소에묶여방치된개에게로,더운겨울때문에겨울잠에들지못한너구리에게로,쓸개즙을채취당하다버려진곰들에게로점점멀리가닿는다.인간이아닌생명들에게,그생명들을위해슬퍼하는사람들에게세계는참혹하기만하지만이압도적인슬픔은어쩌면변화의촉매제가될지도모르겠다.정치학자에리카체노웨스는비폭력적저항을하는인구의3.5퍼센트로도기존시스템을바꿀수있다는연구를내놓았는데,박소영작가야말로그3.5퍼센트에속하겠구나확신하게되었다.아물지않는마음을안고도가보지않았던방향으로걷는이들을있는힘껏응원한다.
정세랑작가


박소영기자를알게된건10년이조금안된어느봄날이었다.당시그녀의관심사는보통책과영화그리고공연과배우였던것으로기억한다.가슴속깊이품어온아티스트를인터뷰하는날이면전날부터아이처럼설레어했고,의도치않게좋은사람을만나게되면역시나아이처럼그이의칭찬을늘어놓기도했다.그렇게친구가되었고,그녀는가끔씩삶에아파하는나에게책과영화,무엇보다열린귀로위로를선물하는사람이되어주었다.그리고난어느순간부터소독약처럼이기자를찾았다.박소영과의연락이그전보다뜸해졌을무렵,나는또한번어떤상처로그녀를불러냈다.메신저의친구목록을훑어내려그녀의이름을찾았고,프로필은그사이고양이사진으로바뀌어있었다.고양이들을구하고있다고했다.그저‘길고양이에게밥을주는사람이되었구나’정도로생각했는데,그녀의분위기는그전과사뭇달라져있었다.흡사진이모조리빠진사람의그것이었다.좋아하는감독을만나러간다며설레하던박소영기자는온데간데없었다.그녀의지금이궁금했다.과연어떤하루를뒤로보내며살고있는지듣고싶었다.지금껏내가해오던궁상맞은이야기들말고,당신의지금이궁금해서몇꼭지의글을부탁했다.글속의삶은예상보다전투적이었다.그녀의속은늘시끄러웠고,자주절망했다.이이야기를좀더많은이에게들려주고싶다는생각이들었고,책을만들어보자는조심스러운제안을건넸다.박소영작가는보통마감이늦었다.동물구조와글을동시에진행하기어렵다는게이유였다.원고가모아지고나서야그말을이해할수있었다.그녀는동물을구조하고보살피는데모든것을쏟아붓고있었다.진심을다했고,많은것을포기했다.한겨울새벽같은이작가의고단함에가끔은내가슴이조이는것같았다.당신의삶에당신은어디있느냐고묻고싶었다.왜그렇게까지하느냐고다그치고도싶었다.결국,
“박작가님,행복해?”라고물었고,“아니.”라는답이돌아왔다.행복하지않은일을꾸준히해나가는데는분명그것을상쇄할만한무언가가있기마련이고,난그것이그녀의사명감이라고생각한다.기자가된것도,동물들을구조하는것도,이렇게글로써그들의권리를주장하는것도비록작은목소리일지언정우렁차게질러보겠다는사명감.내가왜그녀를소독약처럼찾았는지알것같았다.자신을내어주고남을구하며얻는그작은안도가그녀에겐소중했을는지모른다.작지만밝게빛나는그녀의진심과행동을난사람들에게알려주고싶었다.그녀의진심과행동에남김없는지지를보낸다.여태껏오만했던인간들이이제는갚아야할시기가왔고,박소영작가와같은사람들이그빚을먼저갚고있는것이라고생각한다.이작은실천은결국인간들이해내야만할숙제고,언제나그랬듯우리는숙제를잘해결할것이라는걸박소영작가를보며위안한다.
이름을찾지못해‘제목없음’의‘무제’로이름지은출판사의첫책이박소영작가인것에감사한다.그녀로인해‘무제’는이사회에서소외된무언가를찾아내기위해꼼꼼히눈을돌릴것이다.남몰래쓸쓸히아파하는존재들을위하는마음.그소중한마음을깨우쳐준작가의글에도감사를
보낸다.끝으로‘무제’를여는데용기를주신열린책들의홍유진이사님과책과밤,낮의곽지훈사장,그리고이책≪살리는일≫을펴내는데기여해주신이현숙선생님과석윤이디자이너님께도진심으로감사의말씀을올리는바다.
박정민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