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정사십년 (양장본 Hardcover)

명정사십년 (양장본 Hardcover)

$22.00
Description
술의 맛과 멋이 느껴지는 진정한 술꾼의 유쾌하고 낭만 가득한 술주정 이야기
명정酩酊. 술 취할 명, 술 취할 정.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함’

《명정사십년》은 수주 변영로가 서슬 퍼렇던 일제 강점기, 술에 취한 채 살아온 40년 인생을 가감 없이 유쾌하게 담아낸 수필 모음이다. 수주는 수필 외에 교과서에 실린 〈논개〉라는 시로 친숙한 인물이다. 1949년 《신천지》에 연재됐고, 1953년 단행본 《명정사십년(酩酊四十年)/서울신문사》으로 발간됐다.

작가는 타고난 술꾼이다. 그의 술사랑은 유년에 시작된다. 대여섯 살에 술을 훔쳐 마시려고 술독에 기어오르다 떨어지는 바람에 온 가족을 놀라게 했다. 울고불고 떼를 써 기어이 어머니에게 한 잔 얻어 마신 이야기가 그의 명정기 시작이다. 아무리 술을 즐겨도 다음날 일어나지 못한 적이 없다고 큰소리치는 수주. “이 어인 광태(狂態)인고!”를 연발하는 술과 얽힌 이야기가 별처럼 쏟아진다.

시인이자 수필가, 영문학자인 변영로는 1898년에 태어나 이화여전과 성균관대학교 교수를 역임, 동아일보 기자에 이르기까지 사회 중심 계층에 속한 지식인이었다. 덕분에 글에는 한자어가 많고, 문체는 현대인에게 조금 낯설 수도 있다. 《명정사십년》은 형식에 얽매인 글쓰기가 아니다. 술로 빚어진 이야기들로, 구성진 운율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번에 발간한 《명정사십년》은 작가와 민충환님(전 부천대 교수)의 주석에 본 출판사의 해석과 주석을 더해 독자들이 더욱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했다.

팬데믹과 불황으로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수주 변영로 선생은 뭐라고 하실까?
“걱정이 많지? 우선 한잔하면서 얘기 나누세”
저자

변영로

수주(樹州)변영로(卞榮魯)는1898년태어났다.본명은영복(榮福)이다.영로(榮魯)는22세부터쓴필명으로1958년개명했다.1912년체육교사와생긴마찰로학교를그만두고만주안동현을유람하다같은해이흥순씨와결혼했다.1934년부인이세상을떠나고이듬해양창희씨와재혼했다.부천에서어린시절을보낸작가의호‘수주’는고려시대부천지명이었다.원래큰형의호였는데변영로가요청해서본인의호로삼았다고한다.열세살부터오언절구와칠언절구의한시를짓고열여섯살에영시를지어주위를놀라게한천재문인이었다.수주의영민함은집안내력이다.아버지변정상씨는19세에과거에급제했다.큰형변영만은법률가이자한학과영문학에정통했고,작은형변영태는외무장관과국무총리를지냈다.

목차

1부명정酩酊40년
서설序說
등옹도주登甕盜酒
부자대작父子對酌
분연축석憤然蹴席
출결상반出缺相半
안하무인眼下無人의교동驕童
훼가출동毁家黜洞의실행失行
상경제일야上京第一夜
일금8원야八圓也의「원우猿又」
말못할창성동추태
어린신랑의이행색行色
을축년표류기
취유패성醉遊浿城
백주白晝에소를타고
「창평궁昌平宮전하」의사주賜酒로
「조은朝銀」전前묵극?劇
명예롭지못한상흔
효가대행호孝可代行乎?
담재淡齋의관인寬忍
인촌仁村의인자성仁慈性
칙참하행호勅參何行乎?
『오이가,난다』
동대문경찰서
오호,석봉石峰이여
금주패禁酒牌와금주단행론
사기결혼의오명
수구문水口門내광장극廣場劇
청송관귀로
이치대계以雉大鷄
악희일장一場
월강주越江酒
야반夜半화장장행
착각의척도일속一束
사死의도약
철원주점담酒店譚
근구일명僅救一命
애주의심도深度
실화기失靴記
실모기失帽記일절
초지능적절도
나의음주변飮酒辯
도락倒落단애
속고續稿의사辭
「신음가愼飮家」일당
호號도음상사音相似는금물
공초空超와의소광騷狂이태二態
윤尹빠와황보추탕黃甫鰍湯
가두진출의무성과
졸한무예보래猝寒無豫報來!

2부명정酩酊낙수초落穗?
기인고사奇人高士대불핍절代不乏絶
주장酒場이냐?목장牧場이냐?
미하졸下卒보다도열악
교실내에로이드극劇

3부남표南漂
현대출애급出埃及판
한양아,잘있거라
남으로,남으로
이경離京9일만에
부산제일야第一夜
심인尋人광고
우련友蓮에게
몽조夢兆의탓인지
하나의전환
부공부수婦功夫守와기외其外

4부명정酩酊남빈南濱
서언緖言
계엄주의범람
「하꼬방」순음巡飮
부질없는간섭
생의하극?隙
○○헌병눈에띄어
환희실망의교착상
연파객산宴罷客散과기후其後
일대전기래一大轉機來
중평衆評구구區區
명정酩酊의「피날레」

출판사 서평

술에취해보낸40년,그러나단한줄의친일문장도쓰지않았던일제치하의문인

‘천하의술주정뱅이’,‘주장을꺾지않는과격한고집쟁이’,‘십대때부터영시를쓴천재문인’.그리고‘단한번도일제에변절하지않았던지식인’.
수주변영로에대한평가의시작과끝은민족을사랑하는마음이다.평가의표현이달라져도그바탕은변함없었다.금주선언을한것도여러번이다.그러나이내다시술잔을든다.소설가월탄박종화는‘술을마시지않고는배겨낼수없었던겨레의운명때문’이라고그의마음을이해했다.술에취해몸은비틀대도민족을생각하는마음은흔들린적이없었던작가는3.1운동때는독립선언서를영문으로번역해서해외로보냈다.1924년민족의울분을노래한시집《조선의마음》을내놓았지만발간직후일제에압수되어판매금지당했다.

군색한형편에도서울의일류양복점에서옷을맞춰입었다.구두는중국상하이나홍콩에서인편으로주문해신을만큼멋쟁이였다.돈키호테를닮고싶어하는뛰어난이야기꾼이었다.1955년제27차비엔나국제펜클럽대회에한국대표로참석했을당시세계문인들에게‘동양의버나드쇼’라는별명을얻었다.수주는53세되던1951년8월20일,40여년마시던술을끊었다고적고있다.향년63세에타계해고향인부천에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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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맛,술맛그득한음주예찬기
당나라시인이백은〈월하독작月下獨酌〉에서“但得醉中趣(다만취하여느끼는즐거움이니)勿謂醒者傳(깨어있는자에게는전하지말라)”이라고했다.술을찬양하고취중열락(醉中悅樂)을노래하며그흥취는마셔본자만이안다는취지다.‘주덕송(酒德頌)’의바탕에는이백자신의처지에대한짙은근심이깔려있다.일제강점기40여년을술에취해온갖기행을펼치고다닌수주(樹州)의마음도다르지않았을듯하다.월탄박종화는“(수주가)겨레의운명을생각하면술을마시지않고는견딜수없었을것”이라고이야기했다.

잔뜩취해집에와서홀딱벗고덩실덩실춤을추고,상경첫날밤을다리위에서노숙하고,일본서귀국첫날전라의상태로김치광에오줌싸고,결혼식날신방에도들지않고요릿집에서대취해처가에비틀대며들어가고,빗길에실족,급류에휩쓸려혜화동다리밑모래톱에방치되고……
수주의수많은명정일화는‘이래도되나’싶을정도다.그런일화에등장하는술친구는공초오상순,횡보염상섭,성재이관구등이름만들어도알법한이들이다.

개가똥을끊지,수주가술을끊어?
일제강점기,술에기대어가까스로견뎌냈을작가의삶은고되고처연할듯하다.글은그런기대를보기좋게저버린다.혀를끌끌차고웃음이터지는일화의향연이다.실제사건만으로도충분히재미가있다.여기에더해진작가특유의풍자와해학은웃음을참기어렵게만든다.흔히들자신의잘못을이야기할때슬쩍얹는치장이나교훈이변영로의〈명정기〉에는없다.술로빚은만행을자책하지만,호음(豪飮)·쾌음(快飮)·강음(强飮)하는음주철학에는한없이당당하고자부심넘친다.

옛향취가싣고온낭만
과거의감성을탐하는트랜드가있다.모든것이속도경쟁을하며앞으로만내달리는데벌어지는역주행이다.옛것에대한그리움은신선한감흥으로다가온다.더불어지친현실에서벗어나는정서적돌파구가되기도한다.

취중에술병과신선로가날아다녀도눈물로화해의포옹을나누고다시술을마신다.친구부인과아버지에게불한당같은무례를저질러절교를당하고도이내함께술잔을기울인다.서로를주국대통령,음주의지성이라부르며술잔을나누기위해서는너나할것없이주머니를털고뒷일걱정따위는묻어둔다.잔뜩취해발가벗은몸으로소를훔쳐타고혜화동로터리까지진출한에피소드는독자들을아연실색케한다.그들은불우한식민지시대를살았지만낭만과호연지기는잃지않았다.술과벗만있으면행복할수있는계산없는우정이부러울따름이다.

옛말과옛문체가주는감칠맛은낭만의깊이를한층더한다.글을읽으면읽을수록구성지고익살넘치는판소리처럼리듬감이있다.70여년전글이어렵고고리타분할것이란우려는순식간에사라지고책장을넘기며어느덧같이취해가는자신을발견하리라.

술맛떨어지는세상,술에도꺾이지않는신념
수주는YMCA의구석진방에서3.1운동〈독립선언문〉을영역해해외언론에발송하고,《신가정》표지에손기정선수의다리만게재하며‘조선의건각’이라고제목을붙였다.풍자와재치넘치는수주는자기의방식으로양심과신념을지켰다.자신을모럴리스트라고칭하며그는“모럴리즘은남이야나의말을믿든말든나의생활의신조였다”고했다.그에게술은행복이자저항이었다.서문에실린박종화선생의말처럼옥같은됨됨이와난초같은바탕때문에나이를가릴것없이주변사람들모두그를아꼈다.

수주가통음으로필름이끊기는일은셀수없을정도다.한겨울,한여름에길에서눈을뜨는일도다반사다.술에얽힌‘광태(狂態)’,‘추태(醜態)’를읽다보면노상에서변을당하지않은것이신기할지경이다.세상과주신(酒神)은비운의시대를살아간유쾌하면서도강직했던천재를지켜주고싶었는지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