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 영원해!

수 - 영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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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수, 영원해』는 수잔에게 보낸 디킨슨의 시들 가운데서 골라 번역한 시를 묶은 시집이다. 총 77편의 시를 8개의 장으로 나누어 실었다. 여기에는 시인의 수잔에 대한 그리움, 찬사, 정념, 애틋함을 담아 표현한 시가 다수를 이룬다. 수잔은 디킨슨의 오랜 친구이자 오빠의 아내였지만, 이 이름을 훌쩍 뛰어넘는 누군가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디킨슨을 퀴어라 부를 수 있을까. 기성의 관습과 통념, 상징체계 바깥으로 스스럼없이 건너가는 이가 퀴어라면 디킨슨 역시 그러고도 남는 존재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수잔과 디킨슨, 이 두 사람 사이를 채웠던 정동에 완전히 부합하는 단어는 그리 쉽게 찾을 수 없다. 시 속의 문장은 언제나 이미 반쯤은 숨어 있는 문장이며, 무언가를 숨기는 문장이므로. 진술을 유예하며, 읽는 눈을 유인하는 시적 단서에 불과하므로.
어쩌면 디킨슨은 시의 한 모퉁이에 투명한 글씨로 독자의 주소를 써 넣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시집 전체가 반쯤 열린 채 독자를 향해 무한히 생성되고 영원히 배달되는 편지 같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수 - 영원해!』는 이제 그렇게 수 혹은 수잔이 아닌, 바로 그곳의 당신을 기다린다.

본문에는 번역과 함께 원문인 영문 시를 함께 실었다. 원문 텍스트는 에밀리 디킨슨 아카이브에 올라와 있는 시인의 필사 원고가 바탕이 되었다. 번역자이자 파시클 대표인 박혜란이 필사 원고를 훑으며 직접 선별, 구성해 편집하고 번역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은 제목이 없어서 차례에는 각 시의 첫 행을 두었다. 가급적 시인의 단어 선택, 시행 구분, 연 구조를 그대로 반영해 원문 텍스트를 구성했다. 디킨슨의 필사 원고를 텍스트로 번역했기에 20세기에 출간된 디킨슨 전집들에 기반한 기존 번역들과는 시의 구성과 내용이 다르다. 디킨슨만의 고유하고도 고전적인 시 세계 및 문체를 더 가깝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에밀리디킨슨

(EmilyDickinson)
1830년12월10일매사추세츠(Massachusetts)의애머스트(Amherst)에서변호사이자정치가,대학이사였던아버지에드워드디킨슨(EdwardDickinson)과어머니에밀리노크로스(EmilyNorcross)의사이에서세남매중둘째로태어났다.그녀는세상을떠날때까지생애의대부분을애머스트에서살았다.
또한그녀는외출을극도로자제하는은둔생활을했는데,1872년이후로는의사도집으로찾아와약간열린문틈으로걸어다니는그녀를보며진찰을해야했을정도로과도한대인기피증세를보이기도했다.디킨슨이은둔생활을하게된것은그녀의악화된시력은물론,심한신경통으로고생하던병약한어머니를돌보아야하는딸로서의책임감,종교문제,아버지와의사고방식차이,식구들사이에서의경쟁의식,그리고주의원으로활동하던아버지로인해끊임없이드나들던손님들을맞이해야만하는것에대한일종의무의식적인거부감등에서기인된것으로볼수도있다.하지만이보다더큰이유로,그녀의생애에걸쳐몇번있었던정신적이고정서적인위기를들수있다.말하자면,그녀는사랑하는사람들과의이별을경험하면서스스로바깥세상과점점담을쌓게된것이다.특히디킨슨을“북극광처럼빛나는”존재로여기던로드판사가1884년에죽자실의에빠져헤어나지못하다가,그녀자신의건강까지악화되어그녀조차1886년5월15일에세상을떠남으로써,그녀는55년5개월5일간의생애를마치게된다.
디킨슨은초등교육과정을거친후,애머스트아카데미(AmherstAcademy)에서희망하는강좌를선택해중·고등학교수준의교육과문예창작훈련을받았으며,약1년간의신학교교육을받기도했지만,이밖의정규학교교육을받은적은없었다.하지만성서보다는문학작품에더많은흥미를가졌던그녀는독서를통해자신의문학적소양을기르는것과창작에대한열의와영감을얻었다.그녀는책을많이읽지는않았지만,책을깊이탐독하는습성이있었다.그녀의삶과자아탐색정신이세상과단절된것으로만생각하는독자들이많지만,사실그녀는실제로만나접촉을하지는않았어도,서신을통해당대최고의지성과사상을가진지식인들과시를교류하며부단한교우관계를가졌다.그녀는또한자선단체와어린시절의절친한친구이자당시유명한작가이던헬렌헌트잭슨(HelenHuntJackson)에게출판을권유받기도했지만,생전에출판자체를인정할수없었던그녀는이를거부했다.
그녀는종교의반항아로서청교도신앙에대해회의를품었으며,구원의희망에대해강한반발심을가지고있었다.이는친한친구를비롯한많은가까운사람들의죽음으로인해,일찍부터기독교의신에대해근본적으로강한회의감을가졌기때문이다.이러한생각은그녀로하여금전통의사고방식과기존종교에대한불신과전통적인시형식에대한반발로나아가도록했고,이러한사고는거기서한걸음더나아가,그녀의시에혁신적인요소를불러오며시의내용과형식에있어일찍이선구자적위치를차지하도록했다.
그녀생전에는그녀의요구에의해그녀의시가익명으로일곱편밖에출간되지못했지만,그녀사후에44개의시꾸러미가여동생러비니아노크로스디킨슨에의해발견되었다.그리고평생에걸쳐그녀의문학상담역할을해왔던비평가이자저널리스트,작가인토머스웬트워스히긴슨(ThomasWentworthHigginson)과토드부인(Mrs.Todd)의주선으로1775편의시가세권의시집으로1890년,1891년,1896년에연속출간되고,두권의서간집이1894년에출간되었다.시인으로서별로인정을받지못하던디킨슨은1920년대에이르러서야시인으로인정받기시작했으며,1955년토머스존슨(ThomasH.Johnson)에의해그녀의시선집이출판됨으로써그녀는오늘날위대한시인으로자리매김하게되었다.

목차

서로는서로에게-봉인된교회-
EachWasToEach-TheSealedChurch-

당신과의결혼을받아들였으니
여름가득한-어느하루가왔다-
에센셜오일을쥐어짜냈다-
아이가보여줄수있는사랑은-낮은것이라-
오늘아침나와함께우리마음속교회로오렴
손님이있는영혼은
구세주여!내겐달리말할사람이없습니다-
영혼은언제나조금열려있어야한다

수-영원해!
Sue-Forevermore!

나는종종그마을을지나
천국이각각에게입혀준
자매하나우리집에있고-
나만의수잔을갖는다는건
내게영원을보여줘,그러면네게추억을보여줄게-
그녀의가슴에는진주가잘어울리지만
방금잃었어,내가구원받았을때!
네가먼저맛을본다음에야,수
서쪽에서-내신분을-차지하기위해-
사랑하는수,정말이야?
수,널그리워하는게힘이야

써,친구야,쓰라고!
Write,Comrade,Write!

경이로운이바다위를
수지,힌트를기억해!
모든것을놓친덕분에-
감사는-어떤다정한
일단들어가면문을닫아버리는마음에대해
설화석고실안에서안전하게

웅웅대던벌소리는멈췄으나
TheMurmuringOfBeesHasCeased

한칼의파랑-
쥐는가장간결한소작인
미래가절대말하지않았고-
더작은크기를제외하면
패배가-승리를벼린다-고그들이말한다
외로움이또있는데
어느누구도소유하지않으려한광산이있다
웅웅대던벌소리는멈췄으나
봄이면내게새한마리가있어
그길은골목을거치고-가시나무를거쳐-
나의바퀴가어둠에묻혀있어
야망은그를찾을수없다!
모습에서린격통이-
진적없는이들은준비가안되어있다
내문제에고개숙이면-
파수꾼들이동쪽을배회하듯

나는무릎꿇고있어-조용히-
I'mKneeling-Still-

거리距離는-여우의영역도
절망과공포
영혼은스스로에게
아,테너리프!
“자연”은우리가보는것-
돈주고산어떤로맨스로도
죽음을성취한
꿀의가치를빚는-
살아있는건-힘-
그러니당신안에태양을품으세요

그녀에겐우아함이전부인데
HerGraceIsAllSheHas

내가그녀에게언덕을보여줬다
그녀에겐우아함이전부인데
우리는지나가고-그녀는-머물고-
아름다움의정의는
귀뚜라미노래하고
천국이아니라면-그녀는아무것도아니다
여름이다지나-

수잔의숭배자가수잔을신전에모십니다
Susan'sIdolaterKeepsaShrineforSusan

수잔의숭배자가
죽음의서리가유리창에서렸다-
거미가바느질했다
최고의마녀마법은
바람이풀밭을반죽하기시작했다
의심할것없어
신용은
널만나는게
재빠르고-실행력좋은새가어치야-
우리자신의소유물-

이런아침이면-우린헤어졌다
MornsLikeThese-WeParted

이런아침이면-우린헤어졌다
죽음의일격이-어떤이들에게는-인생의일격이다-
두길이에는매일의하루가있다-
내생각에바람의뿌리는물이야
불쌍한-찢겨나간마음-너덜너덜해진마음
이웃과태양을
내가소망했을때나는두려웠다-
죽음의아주예리한기능은
추가유언은-다

옮긴이후기

에밀리디킨슨에대한몇가지

시원문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디킨슨의편지를가장많이받은사람,수잔!
에밀리디킨슨의오랜친구이자오빠의부인이었던수잔헌팅턴길버트디킨슨(SusanHuntingtonGilbertDickinson,1830-1913)은디킨슨의시를가장많이받았고가장먼저읽었던독자이기도했다.둘은어린시절부터지척에살면서친분관계를유지해왔고,10대후반에이르러서는꾸준히편지를주고받았다.
번역자박혜란에따르면,에밀리디킨슨은수잔이여행중일때면어김없이애머스트의날씨와주변풍경을전하고가족의안부와사랑을나누는매우다정하고일상적인안부편지를보냈고,평소에도자주편지와쪽지로수잔에대한그리움과애정을표현했다.

수,널그리워하는게힘이야.아무리많은걸소유해도상실의자극탓에다하잘것없구나.삶은언제나지속되지만사랑은삶보다단단하다.상처받은마음은오직불멸을넘어계속나아갈뿐이야.

나무들이온종일널위해집을지키고풀들은한풀꺾인듯하다.조용한암탉하나가미신에잘속는병아리들과그자리에자주나타나고-수탉하나가네바깥문을두드려.바라보는자체가로맨스야.

수잔과의실뜨기로빚어진시의버전들
디킨슨은자신이쓴시를보내고수잔의감상을들은뒤기존시를대폭수정해거의새로운시로발전시켜나가기도했다.즉두사람은누구보다서로를신뢰하는문학적동료관계였다고도할수있다.『수-영원해!』는시한편에서파생된여러버전의시를모두실음으로써,에밀리디킨슨이수잔을통해어떻게시를변형하고발전시키는지에대한과정또한담았다.
번역자박혜란은이과정을시를수정해가는과정이라기보다는,하나의이야기에서파생되어각기다른흐름과정서를가지게된여러이야기로본다.놀이를통해태어나는이야기로본다.그렇다면두사람은시인이쓴첫번째시라는실을가지고신나는공동의실뜨기를하고,그시간을유영하는과정속에서함께새로운버전의시를빚어냈다고도볼수있겠다.

반쯤열린채독자를향해영원히배달되는편지
수잔과의지적이고도낭만적인실뜨기와,오로지수잔만을바라보며써내려간사랑과찬사의시.이같은장면에기댄다면우리는디킨슨을퀴어라부를수있을까.기성의관습과통념,상징체계바깥으로스스럼없이건너가는이가퀴어라면디킨슨역시그러고도남는존재임에분명할것이다.그러나수잔과디킨슨,두사람의사이를채웠던정동에완전히부합하는단어는쉽게찾을수없다.시속의문장은언제나이미반쯤은숨어있는문장이며,무언가를숨기는문장이므로.진술을유예하며,읽는눈을유인하는시적단서에불과하므로.
번역자박혜란역시시를고르고옮기고또역자후기를쓰는동안,시에대한감상이시인의전기적사실을캐내는데소비되지는않을까하는걱정이된다고했다.그리하여시인의문장을무엇하나로정의내리는대신“틈새의언어”이자“골방에서다친상처를내보이며깔깔댈수있는속삭임”이자“산책길에옷깃에묻혀온우엉가시”라고했다.
그렇다.이처럼이번시집은반쯤열린채독자를향해무한히생성되고영원히배달되는편지같은것인지도모른다.『수-영원해!』는이제그렇게수혹은수잔이아닌,바로그곳의당신을기다리고있을것이다.

파시클과번역
‘파시클’은에밀리디킨슨이필사한자신의시를모아손수제본한각각의책자체를가리킨다.이이름을딴출판사파시클은번역문학가박혜란이에밀리디킨슨의시를고르고번역해한권,한권의시집으로엮기위해만들어졌다.박혜란은연세대학교와서울대학교에서영문학을전공하며내러티브이론을연구하다가내러티브와는전혀다른글쓰기인에밀리디킨슨의시에매료된이후론페미니즘시학으로전공을바꿔연구해왔다.
파시클은앞서에밀리디킨슨시선집시리즈로첫권『절대돌아올수없는것들』을시작으로시선시리즈를펴내고있다.지금까지그림시집『멜로디의섬광』,『어떤비스듬빛하나』,『바람의술꾼』,『장전된총』,『아니면마자린블루를입은-정오를?』을펴냈다.

에밀리디킨슨을보는다양한해석과시각,새로운접근들
19세기당시미국휘그당을이끌었던가문에서태어나결혼하지않고외부세계와도교류없이살았던에밀리디킨슨.생전공개하지않았던1,800편이넘는시가침대와옷장에서발견되었다.평생흰옷만입고살았다는이야기들은일화를넘어시인을묘사하는데늘따라다니는그림자와같아서,그를더욱궁금하고신비롭고특별한존재로만들기도했지만,한편으론그를이상하고사교성없는사람으로여겨지도록만들기도했다.
병원기록에의하면,오래도록신경쇠약으로고생했고1830년태어나1886년세상을떠날때까지평생비혼으로아버지의저택에서살았다.10대를보낸애머스트아카데미에서는건강탓에학교를쉬는기간이많았음에도매우총명하고뛰어난학생으로,영어와고전문학,식물학,기하학,수학,역사,철학등학업에열심이었다.학교에서수잔헌팅턴길버트를비롯해평생의친구들을사귀게되었는데친구들에게위트와유머가넘치는수수께끼를담은시들을보내거나시쓰기에대한애정과열망을고백하기도했다.가까운이들에게는상실과아픔에대한격려와위로를담은쪽지들을보냈다.
은둔에들어간것으로여겨지는30대중반이후평생병석에있던어머니를돌보고가사를책임지느라고되었을테지만,56세에세상을떠날때까지내내시쓰기에충실했다.한편디킨슨의호밀빵은유기농레시피로유명하고시인의정원은정원연구의중요한자료로,식물표본집도식물학자들에게중요한자료로남아있다는점이흥미롭다.
남북전쟁이일어나고개인적으로는소중한이들과사별하며겪은상실과변화가시인의언어와사상의흔적이되어후대독자들에게숙제를남겼다.시대에따라문학이론,비평방식이바뀌고에밀리디킨슨의시에대한평가도달라지고있다.최근에는에밀리디킨슨에관한다양한해석과시각을담은영화나드라마도활발히제작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