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비탄의 거래 (마크 트웨인 산문선)

웃음과 비탄의 거래 (마크 트웨인 산문선)

$16.00
Description
유머를 길어올리는 근원은 슬픔과 비탄
미국 자본주의의 태동과 그 절망을 목격하며 내놓은,
어느 노 작가의 매혹적이고 명쾌한 풍자
마크 트웨인은 한국인들에게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 등을 쓴 아동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마크 트웨인’ 하면 한국인들의 머릿속에는 미시시피 강변을 자유로이 여행하는 천진난만한 소년 톰 소여와 헉 핀이 떠오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마크 트웨인의 문학을 들여다보면 그의 진가가 당대 미국사회의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유머로 비틀어낸 데서 발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소설, 스케치(요즘 식으론 ‘콩트’), 연설문, 여행기 등 다양한 지면을 통해 미국의 인종차별, 기독교의 위선을 비판해온 전방위적 지식인이기도 하다.
『웃음과 비탄의 거래』에서 번역가 정소영은 마크 트웨인의 여러 산문들 중에서 그의 선구적인 풍자, 명료한 주제의식 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엮어냈다. 마크 트웨인은 “우스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뭐가 우스운지 전혀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화자를 전면에 내세운다. 글 속의 주인공은 10대 소년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하며 그들은 가벼운 신변잡기에서부터 중차대한 정치적 쟁점까지를 두루 이야기한다. 이때 주인공들은 “특정한 상황을 익숙한 맥락에서 떼어냄으로써 일반적으로 당연시하는 사회적 관습이나 통념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고 그 허점이나 모순”(6~7면)을 폭로한다. 이 같은 트웨인의 서사는 미국의 삶과 정신의 뼈대를 이루는 ‘신랄한 풍자’의 기반이자, 트웨인 사후 100년이 훨씬 넘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인종·여성·빈부격차 등의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미국식 유머의 토대가 되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그를 가리켜 “전무후무한 미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렀던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저자

마크트웨인

1835년미국미주리에서태어났다.본명은새뮤얼랭혼클레멘스(SamuelLanghorneClemens).한국에는『톰소여의모험』『허클베리핀』등을쓴아동소설작가로알려져있지만,그의진가는당대미국사회의문제에대해날카로운유머로비틀어낸데서발휘된다.미국의인종차별,기독교의위선에대한비판은현대에도깊은울림을준다.이선구적인풍자,명료한주제등은그에게‘전무후무한미국현대문학의아버지’(어니스트헤밍웨이)라는칭호를붙여주었다.

목차

엮은이의말/세상을이해하고살아내는방식,유머

1부나의문학조선소
내인생의전환점
나의문학조선소
어린시절
이야기하는법
페니모어쿠퍼의문학적과오

2부인간이란무엇인가
나의첫번째거짓말,그리고어떻게발각되지않았나
린치의왕국미국
모로학살에대하여
인간이란무엇인가
지구에서온편지
아담의독백

3부조언들
고벤자민프랭클린
대통령출마선언
담배와관련하여
저작권에대한의견
젊은이에게주는조언
어린여자아이들에게주는조언
못된남자아이이야기
착한남자아이이야기
끔찍한독일어

원문정보

출판사 서평

저는대통령선거에출마하기로어지간히마음을먹었습니다.이나라가원하는후보는과거사를아무리파헤쳐도해를입지않을후보입니다.상대후보가아무도들어본적없는일들을마구들쑤셔도흠집하나낼수없는그런후보말이죠.그렇다면아예처음부터최악의면을다알리면뜻밖의일로상대를공격하려는시도를성공적으로차단할수있을겁니다.그래서전선거판에나가기에앞서저를있는대로다까발리고자합니다.제가과거에저질렀던모든사악한행위를다털어놓겠습니다.(261면)

트웨인이미국문학의시초로서각광받아온이유는그가“소설의언어를획기적으로바꿔놓았다”(5면)라는사실에서도찾을수있다.19세기말미국의문학은아직까지낭만주의문학이주를이루었고,점차그시절의생활을생생히담아내는사실주의문학이늘어나고있었다.그는당시주류문학이문어체를주로쓰면서보통사람들의삶과멀어지는것을경계했다.그는19세기문학의언어감각이“특이하도록무디다”(107면)라고지적하며,당시작가들이선호하던문어체에서벗어나지역의다양한방언들을생생히재현해낸구어체를적극구사했다.
트웨인이그시절사람들의삶을생생하게되살려낼수있었던것은그가시대적편견에서벗어나흑인들과거리낌없이어울린덕택이기도하다.그는흑인에대한집단적폭행과살인이만연하던19세기미국남부에서매우용기있게흑인인권을옹호한지식인이었다.이같은인종차별반대는그가어린시절맺은흑인들과의깊은유대에서비롯되었다.

삼촌은흑인노예구역에서가장머리가좋은중년의흑인이었다.마음이아주넉넉하고따뜻했으며,성품은정직하고순박해서얕은꾀라고는부릴줄몰랐다.지금까지긴긴세월동안난그를정말잘써먹었다.그를그의본래이름혹은‘짐’이라는이름으로여러책에등장시키고여기저기데리고다녔다.뗏목에태워미시시피강을내려가고,심지어풍선에실어사하라사막을건너기도했다.그는타고난참을성과다정함과신의로그모든일을견뎌냈다.난흑인을무척좋아했고,그훌륭한자질의진가를알아볼수있었다.그러한판단은60년이상의세월이지나도록전혀손상되지않고그대로이어졌다.검은피부는그때그랬듯이지금도내게는반갑기만하다.(66~67면)

트웨인은미국인들의실제삶에서미국문학의정수를찾고자했다.그자신의회고록「어린시절」은가히미국의삶과정신을온전히구현해냈다고평할수있는수작이다.「어린시절」은본래트웨인이나중에자서전을출간할생각으로미리집필해둔글로서,이글에서트웨인은19세기초반의미남부백인들이어떻게살아왔는지를감동적으로그려낸다.생기있는언어와매혹적인묘사는이책의압권이다.

장엄한석양과깊은숲의신비,땅에서피어나는흙내음과옅은야생화향기,비에씻겨반짝거리는이파리,바람이나뭇가지를흔들때마다요란스럽게후두둑떨어져내리는빗방울,저멀리딱따구리가나무쪼는소리와숲속멀리로먹먹하게들려오는꿩의퍼드득날갯짓소리,놀라서풀위를종종거리며지나가는야생동물의모습이잠깐씩눈에띄던일을다시그대로불러낼수있다.그모두를다시불러내서그때처럼생생하게,그때처럼행복하게펼쳐보일수있다.평원을,그고독함과평온함을,그리고저높은허공의한지점에가만히떠있는거대한매를다시불러올수있다.(77~78면)

자연의경이에대한이같은찬탄은어쩌면인간에대한환멸과맞닿아있는지도모른다(실제로말년의트웨인이인간혐오주의,염세주의에빠졌다는평도있다).이책에실린「인간이란무엇인가」는트웨인의세계관이응축된글로서,트웨인은그저인간에대한냉소만을반복하는것이아니라인간이자기자신을정확히이해하는것에중점을둔다.그에따르면인간은본래자기만족을추구하는존재이기때문에이타심은인류가지어낸덕목에불과하다.그렇다면인간의착한일은어떻게봐야할까.트웨인이보기에인간의선행은남을위한것이아니라자기자신을위한것이다.우리는그점을분명히인식해야하고,그래야만위선에서벗어나생각의건강함을유지할수있다.
결국마크트웨인에게인간이란‘선하다’‘악하다’식으로한가지로재단할수없는복잡한존재였다.그는인간이란여러다양한상황에서그때그때다른면모를보이는존재라고보았고,우선자기자신이이같은위태로운존재임을직시하고인간이라는주제에평생매진했다.“그렇기때문에그에겐자신을대변하는1인칭화자까지조롱의대상으로아우르는유머러스한풍자가필요했을것이다.또한그렇기때문에그의풍자는불의를저지르는권력자에게는가차없을지언정대부분민중에게는동료의식과연민을보였다.‘연민은살아있는자에게,질투는죽은자에게.’결국트웨인은죽은자를부러워할만큼인간세상에환멸을느꼈지만여전히개개인간을향한따뜻한마음을잃지않았던것이다.”(12~13면)
마크트웨인은당대미국의비탄으로부터웃음을건져올렸다.그는미국의아시아침탈,당대기독교의위선,인종차별속의비참함을명민한눈으로포착해냈고,이비극들을특유의직설로고발해냈다.다른한편,유머와풍자를곳곳에배치하되스스로를엄격히객관화하며타인에게너그러운어투를시종일관유지했다.이처럼부단히자신과타인,사회를탐구하며웃음을선사하는자세는2020년대지금부조리한삶에휘둘려고단한삶을살아가는이들에게매우긴요한덕목이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