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6, 529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

2146, 529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

$11.00
Description
산재사고의 장면들 속으로 들어가 그 현장감을 직접 느끼기란 쉽지 않다. 다만 이 사고가 특정의 노동자가 겪은 ‘타인의 비극’이 아님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사고는 “어떤 이에게 어쩔 수 없이 일어난 단편적인 비극”(190면)이 아니다. 이 사회가 시민 각각에게 안정된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누구든 언제든 삶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고들은 바로 나 자신과 내 가족이 당장 내일 겪을 수 있는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사고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선을 저 먼 곳이 아닌 나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 이런 시각을 갖출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슬픔에 공감하면서도 절망보다는 희망의 편에 설 수 있고, 결국에는 ‘사회적 기억’을 완성할 수 있다.

이 책을 이루는 건조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슬픔을 느끼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그이의 감성이 특별히 풍부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2146, 529’라는 숫자에 담긴 한국의 노동 현실과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경로에 그이가 들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슬퍼하면서도 우리는 ‘2146, 529’라는 숫자에 담긴 일들이 사회적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이 책에 보관하기로 한다. 숫자로 가려진 숱한 이야기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곳에 두기로 한다. 애도는 절망보다 희망과 나란히 있으려는 관성을 따른다.
저자

노동건강연대

목차

책머리에_이상윤

2021년1월1일~12월31일

해설_사람이해야할일을한권의책이대신할수는없겠지만
양경언

해설_산재사고전후의장면들속에서
박희정

출처

출판사 서평

2018년12월김용균의죽음은한국사회를얼마만큼바꿔놓았나
이질문에대한하나의답변,『2146,529』


‘2146,529.’무슨뜻을담은숫자일까.2,146은2021년한해동안산업재해(질병,사고등)로세상을떠난노동자들의숫자를가리킨다.그리고529는그들중에서사고로사망한이들의숫자다.
‘한해2,000명,매일대여섯명의노동자가일을하다퇴근하지못하는산재공화국.’한국은오래전부터산업재해를근절하지못하는노동후진국으로불려왔다.왜우리는똑같은사고를반복하고있는것일까.왠지이질문에는단하나의해답만있는것같지않다.
이책『2146,529:아무도기억하지않는,노동자의죽음』은2021년한해동안재해사고로세상을떠난노동자들의부고를담은책이다.책속에서는숨진노동자들의소식이짧은문장의부고로그저나열된다.

2021년12월1일
안양시안양동안양여고인근도로에서전기통신관로매설작업에투입된ㄱ씨(62)등노동자3명이롤러에깔려사망했다.(169면)

부고라고적긴했지만부고(訃告)란‘누군가의죽음을알리는글’을가리키는말로,본래에는누군가자신의가까운지인의죽음을알리면서그를애도하고추모하는장으로모시고자쓰는글이다.그추모의장소에서우리는세상을떠난이의삶을추억하며그죽음의무게를실감한다.그에비하면이책의소식들은부고라할수없는단신(短信)기사의나열이다.그렇다면왜우리는이기사들을되풀이해읽어야하는가.
이책의출발은2021년1월1일(정확히는2020년12월30일)부터12월31일까지트위터‘오늘일하다죽은노동자들’계정이그날재해로사망한노동자의소식을올리면서부터였다.그계정의팔로워들(2022년1월18일기준으로7,744명)은매일같이그트윗이알려주는단한줄의단신기사를통해,한국어딘가에서얼마전까지우리와함께살아온누군가의죽음을접해왔다.
이책속사망사고소식에무감각한이들은‘왜우리가노동자들의부고를하나씩확인해야하는가’라고물을수있다.이질문앞에서우리는,무척새삼스러운말일수있지만,2018년12월김용균씨가컨베이어벨트에끼여사망한지3년여가지난지금도여전히똑같은사고가발생하고있다는사실을떠올릴필요가있다.김용균의죽음은당시한국사회에상당히큰충격이었다.그충격과고통의와중에그의죽음이단순과실로인한것이아니라‘위험이외주화되고죽음이하청화된’구조적문제임이속속들이드러났다.이는전사회적공분을일으켰고중대재해처벌법의제정으로까지이어졌다.

노동자들을완전한익명성의존재로만드는,
무감각의사회에던지는일침

2022년1월27일은중대재해처벌법이처음시행되는날이다.우리는이법이만들어지기까지수많은산재사망노동자의유가족들,동료들,시민들이풍찬노숙을하며법제정을위해싸워왔음을알고있다.그랬기에그법이지닌여러한계에도불구하고그법의시행을기다려왔다.다만우리가진정잊지말아야할것은,그법만으로는‘매일대여섯명의노동자가일을하다퇴근하지못하는산재공화국’의오명을씻어주진못할것이란사실이다.
이제우리는그법너머의풍경을차분히돌아봐야한다.자극적인뉴스만을좇는세태는어느새노동자들의죽음을한낱단신기사로만접하게끔만들었다.이같은무감각의사회는노동자들을완전한익명성의존재로만들어버렸다.이제그존재들에게숫자가아닌새로운이야기를부여해줘야하지않을까.

그러니이글을부고로읽고자한다면,우리는죽은이가누구인지찾아나서야한다.이야기로이루어진이세계에서그가마땅히가져야할시민권을보장해야한다.그가얼마나죽기에아까운사람이었는가한탄하고자함이아니다.(…)죽은이를찾아나서야하는이유는깊이슬퍼하기위해서다.애도란깊은슬픔에서출발한다.오롯이슬퍼하기위해알아야한다.그가왜죽었는가.그를사랑하는사람들이,우리가,잃은것은무엇인가.그의죽음으로세계의어디쯤이,어떻게부서졌는가.(197면)

산재사고의장면들속으로들어가그현장감을직접느끼기란쉽지않다.다만이사고가특정의노동자가겪은‘타인의비극’이아님은분명히인식할필요가있다.이사고는“어떤이에게어쩔수없이일어난단편적인비극”(190면)이아니다.이사회가시민각각에게안정된삶을보장하지않는다는점에서,누구든언제든삶의나락으로떨어질수있다는점에서,이사고들은바로나자신과내가족이당장내일겪을수있는일반적이고도보편적인사고다.그러므로우리는시선을저먼곳이아닌나자신에게돌려야한다.이런시각을갖출때에야비로소우리는슬픔에공감하면서도절망보다는희망의편에설수있고,결국에는‘사회적기억’을완성할수있다.

이책을이루는건조한문장을읽을때마다슬픔을느끼는이가있다면그것은그이의감성이특별히풍부해서가아니다.그보다는‘2146,529’라는숫자에담긴한국의노동현실과일하는사람들의삶이자신과무관하지않다는사실을체감하는경로에그이가들어섰기때문일것이다.슬퍼하면서도우리는‘2146,529’라는숫자에담긴일들이사회적기억에서지워지지않도록이책에보관하기로한다.숫자로가려진숱한이야기들이있다는사실을이곳에두기로한다.애도는절망보다희망과나란히있으려는관성을따른다.(19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