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라니 (도시 시인과 시골 농부의 생태일기)

고라니라니 (도시 시인과 시골 농부의 생태일기)

$14.00
Description
출판사 마저의 '라니'시리즈 첫 번째 책은 이소연 시인과 주영태 농부가 주고 받은 사진과 에세이를 묶은 책이랍니다. 떨어진 알을 주워 둥지 안에 넣어 주듯이 이 책도 잘 태어나라고 정세랑 소설가님께서 추천사를 보내 주셨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에세이는 오랜만이다."라는 문장을 읽고 또 읽습니다. 둥지의 알처럼 따뜻합니다.

2020년 한국 문학의 얼굴 이소연 시인과 쌀농사의 단독자 농부 주영태가 공동 집필한 산문집입니다.

우정과 용기와 유머와 생명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

“눈을 뜨자마자 한 사람의 손바닥이 생각났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 책은 고창에 사는 나의 농부 친구가 보내 온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의 왼손바닥을 찍은 사진이었다. 손바닥 위에는 도정된 흰 쌀이 있었다. 우리가 매일같이 씻어 안치는 쌀이 저토록 눈부시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나는 내가 잃어버린 세계가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마음은 뭘까? 생각하다가 그냥, 손바닥에 대해서 시를 써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못 썼다. 박사 논문도 써야하고 시도 써야 하는데 자꾸 그 손바닥만 생각났다. 손바닥은 무엇 하나 움켜쥐지도 않은 채 나를 사로잡아 버렸다.

프롤로그 중에서 농부가 보내온 여러 사진 중에서도 농부가 새끼 고라니를 손 위에 올려놓고 찍은 사진은 시인에게 가장 신선하고 놀라운 순간을 선물하는데요.

"세상에! 손 위에 고라니라니!"

손 위에 올려진 고라니는 순하고 순한 생명들의 함축이며, 포악하고 사나운 손이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세계의 표상이라 할 수 있죠. 고창 농부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유기농법을 고집하며 게으른 농사꾼이란 오해를 받지만 시인은 그런 농부를 누구보다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매일같이 자기 논에 찾아오는 황새를 좋아하고 자라나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농부의 마음을 닮고 싶어집니다. 농부가 습관처럼 찍어 온 사진은 그리 놀라울 것이 없지만 거기에 깃든 삶의 이력은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뭉클함을 선사할 거예요.

"농사도 짓고 시도 짓고" 中
시인 동생이 잘했다 하믄 진짜로 잘하는 줄 알고 기가 살아서 농형제들에게 “여봐, 시 썻
응게 읽어 줄게.” 하면 “시인 납셨네.” 하고 놀려 댄다.
“니미, 성들이 시에 대해서 뭇을 안가? 서울 사는 시인 동생이 잘 쓴다고 뙤약볕에서 일하지 말고 글을 배와서 쓰면 대박 나것다고 했는디.” 항변하면 “인자는 글 써서 쪽박 차불라고 그냐? 밥이나 묵자 배고픈게. 시가 밥 안 멕여 준다.” 하고 낄낄댄다. 농형제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시인 동생은 항시 진지하다. 많이 배와서 근가 달라도 겁나게 다르다. 문어체가 어떻고 구어체가 어떻고 은유가 어떻고 오빠는 천재 같다고 그런다. 그런 말을 듣는 날은 ‘아이구! 이 무식한 성들아, 나는 천재라여!’ 속말을 한다. 그리고 더 신이 나서 동생이 일러 준 대로 농촌 사는 우리 모습을 솔직하게 쓰다 보면 가끔 내 착각 아닌 진심 어린 칭찬을 듣기도 한다. 그래도 “왜 잘 썼다고 하는지 알겠어?”라는 동생의 질문은 항시 어렵다.
“긍게, 근디 모르것어.” 인정한다.
그럼 동생이 뭐라뭐라 설명을 하는데 알아 먹기가 힘들고 그냥 좋다는 것만 알겠다. 못 알아먹어도 좋다. 여기가 좋고 저기가 좋다며 구절구절 짚어 주는 동생의 말에 점점점 신뢰를 느낀다. '참말인가?'
솔직하고 엉뚱하고,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는 농부의 글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소연 시인이 왜 농부 친구를 그렇게나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저자

이소연

시인이소연프로필
2014년한국경제신문신춘문예로등단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나는천천히죽어갈소녀가필요하다〉가있다.현재켬동인으로활동중이다.

목차

1부물들지않고는가까이할수없는세계
오래된동그라미12p/백만원짜리금속탐지기15p/
들꽃이좋더라17p/내가아는의미19p/삼순이
22p/사랑이영원하다는말24p/삐비껍딱17p/질
투,나는후회하지않는다29p/시인동생과오배이
골31p/그가내게가르쳐준것들34p/담배와할매
37p/커피와담배40p/손의일기43p/농부랑친한시
인45p/고창농부의매력47p/물들지않고는가까
이할수없는세계50p/아서라,아서53p/고라니라
니55p/고양이일까?57p
2부농사도짓고시도짓고
삶에진기분63p/농사도짓고시도짓고65p/전라도모
기68p/마음은근육71p/물어보고마는일73p/다맽겨인
력76p/미련한버꾸79p/청개구리와무당개구리82p/벌
쏘일폭잡고85p/긴꼬리짐상88p/자수성가농법91p/
안맞네,안맞어94p/약을쳐부러야97p/나도촌놈너
도촌놈99p/나자신에대한징그러움102p/이것이시
맞당가?104p/집찾아간다는말107p/둠벙의추억110p/
8p67
3부아,새참먹고싶다
모두의시작은4월,나의시작은5월114p/김
제할매네껄막대추나무116p/안보이던스패
너가코앞에있다120p/나락비는날122p/옹졸
한마음은콩처럼구워먹어버리고125p/히히
히127p/얌마,딱새어쨌냐?130p/아빠나키워
132p/동상,이것이뭇인종안가?135p/내더는
안먹을란다138p/아,새참먹고싶다140p/돈
걱정시간걱정안할날있을까?143p/니들동
심다어디갔니?145p/
4부장작패는사람
낚시한다는말150p/“외롭냐?”하는간단한질문들
153p/할매잘있는가?155p/울어매이뿐손157p/육
지나섬이나똑같은신세160p/밥먹기전에줬어야
하는데163p/백은언제다세지는것이여?167p/그
리워지는세계를향한농담170p/겉멋든도끼질/장
작패는사람176p/겨울을졸졸졸흘려보내고178p/
감각의천연한믿음181p/고창김이아니야곱창김
이야183p/고만히야186p/지붕이없지만지붕이가
장큰집189p/옥매미192p/이붉은빛은어디서왔
을까?194p/복숭아와생색196p/칭찬에초연해지기
싫어201p/
에필로그
대담
고창군건동리1220번지
텃굴밭에출몰하는
고라니에대하여206p

출판사 서평

'고라니라니-농사도짓고시도짓고'中
시인동생이잘했다하믄진짜로잘하는줄알고기가살아서농형제들에게“여봐,시썻응게읽어줄게.”하면“시인납셨네.”하고놀려댄다.
“니미,성들이시에대해서뭇을안가?서울사는시인동생이잘쓴다고뙤약볕에서일하지말고글을배와서쓰면대박나것다고했는디.”항변하면“인자는글써서쪽박차불라고그냐?밥이나묵자배고픈게.시가밥안멕여준다.”하고낄낄댄다.농형제들이그러거나말거나시인동생은항시진지하다.많이배와서근가달라도겁나게다르다.문어체가어떻고구어체가어떻고은유가어떻고오빠는천재같다고그런다.그런말을듣는날은‘아이구!이무식한성들아,나는천재라여!’속말을한다.그리고더신이나서동생이일러준대로농촌사는우리모습을솔직하게쓰다보면가끔내착각아닌진심어린칭찬을듣기도한다.그래도“왜잘썼다고하는지알겠어?”라는동생의질문은항시어렵다.
“긍게,근디모르것어.”인정한다.
그럼동생이뭐라뭐라설명을하는데알아먹기가힘들고그냥좋다는것만알겠다.못알아먹어도좋다.여기가좋고저기가좋다며구절구절짚어주는동생의말에점점점신뢰를느낀다.'참말인가?'
출판사마저가에세이'고라니라니'를1일출간했다.이책은서울에사는이소연시인이전북고창에서쌀농사를짓는주영태농부에게받은사진한장을계기로집필됐다.사진에는논을헤집고다니다농부의손에붙들린새끼고라니모습이담겼다.

에세이에는농촌이낯선도시시인과글쓰기가낯선농부의시각이투박하게담겼다.특히전라도사투리가가감없이담겨독자들에시골의정서와현장감을고스란히전하고있다.

이책은고창에사는나의농부친구가보내온한장의사진으로부터시작되었다.자신의왼손바닥을찍은사진이었다.손바닥위에는도정된흰쌀이있었다.우리가매일같이씻어안치는쌀이저토록눈부시다는사실이새삼스러웠다.
나는내가잃어버린세계가그의손바닥위에있는것만같았다.이런마음은뭘까?생각하다가그냥,손바닥에대해서시를써야지생각했다.그리고아직못썼다.박사논문도써야하고시도써야하는데자꾸그손바닥만생각났다.손바닥은무엇하나움켜쥐지도않은채나를사로잡아버렸다.-프롤로그중에서
농부가보내온여러사진중에서도농부가새끼고라니를손위에올려놓고찍은사진은시인에게가장신선하고놀라운순간을선물한다.
"세상에!손위에고라니라니!"
손위에올려진고라니는순하고순한생명들의함축이며,포악하고사나운손이함부로다가갈수없는세계의표상이다.고창농부는마을에서유일하게유기농법을고집하며게으른농사꾼이란오해를받지만시인은그런농부를누구보다응원한다.매일같이자기논에찾아오는황새를좋아하고자라나는모든생명을소중히여기는농부의마음을닮고싶어진다.
이책은농부가습관처럼찍어온사진은그리놀라울것이없지만거기에깃든삶의이력은지금껏느껴본적없는뭉클함을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