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유물론

암흑 유물론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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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기후 변화와 기후 재난, 생태계 파괴, 자원 고갈, 전쟁 위기, 에너지 위기, 경제 위기, 기계-기술 문화의 초고도화, 그리고 신흥 파시즘의 급증, 보편적 정의에서 개체적 이기주의로의 퇴화….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구적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보다 디스토피아적 상상, 정동, 비전이 우세하다. 현재 지구는 ‘인류의 황혼’을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최후의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최후의 인간이 어떻게 세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믿게 되고, 어떻게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저자는 우리 동시대인을 머리를 잃은 ‘무두인’(無頭人)으로 가정한다.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비전을 잃었다는 의미다. 그것은 인간이 추구했던 정신과 의지가 지구에서 그 유효성을 상실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 〈암흑 유물론〉은 소설처럼 시작해 프랑스의 사상가, 초현실주의자, 포르노 소설 작가인 조르주 바타유를 중심으로 탄트라 밀교 철학, 샤논 벨의 유체 페미니즘, 객체 지향의 철학, 바바라 글로우체프스키, 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팀 잉골드 등의 현대 애니미즘 사상, 고딕 예술, 장 보드리야르의 기호론,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주체의 연금술적 발명 이론, 안토니오 네그리 등의 자본주의 비판 이론 등을 현란하게, 정신없이 넘나든다.

만약 우리가 최후의 인간이라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이 책이 신화, 예술, 유물론, 애니미즘, 연금술적 헤르메스주의, 정치경제학 이론 등등을 넘나들며 질문을 확장하면서 시종일관 답하려고 애쓰는 것은 바로 이 질문이다. 우리가 만약 최후의 인간이라면, 무두인을 긍정하고(모든 질서와 체계, 원리가 무너진 세상의 밑바닥에 있는 암흑 물질을 상상하면서) 우리의 마지막 가능성을 실험하고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인간의 실패를 인정하고 스스로가 만든 이 거대한 쓰레기더미 위에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최후의 행동을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기도를 위한, 최후의 인간을 위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저자

채희철

소설가이자철학에세이를비롯해인문비평을쓰고있다.
소설〈풀밭위의식사〉(1997),〈어반왈츠〉(2023)
에세이〈눈밖에난철학귀속에든철학〉(2005),〈고양이왕〉(2023)을출간했다.
기획한책으로,폴B.프레시아도의〈대항성선언〉(2022)이있다.

목차

머리없는기사3
메두사,처녀성21
헤드리스원29
사라진사람들38
체액들49
의식67
사정하는여성주체81
암흑유물론의여명1-기저유물론의출현96
가능성의우주115
초현실적,투기적,점성학124
암흑유물론의여명2-밀교주의146
주체성의지도제작법162
유령과괴물180
기생하는주체199
암흑유물론을찾아서1216
암흑유물론을찾아서2-선물242
고딕세계261
고딕주체281
두더지296
들뢰즈와가타리의자본주의비판316
성의정치경제학345
게임하는소녀와늙어가는사람들365
중독자,잉여인간390
행위주체성,계약적주체411
거시정치와미시정치433
보편적기본소득454
후기478
인명찾아보기489
주요용어찾아보기493

출판사 서평

“사유한다는것은언제나마법의선을따라가는것이다.”(들뢰즈와가타리)

기후위기와생태계파괴,지구종말이운위되는한편,그것의증상처럼한편에서는전쟁위기,경제시스템의붕괴,민주주의붕괴등체제의몰락현상을목도하고있다.이런현실에서신흥종교가등장하거나종교가정치와경제에더깊숙하게개입하려하는현상이발생하거나,대안적삶을강구하기위해생태철학이나인간과비인간을모두아우르는새로운존재론등의신사상이출현하는것은매우자연스러운것같다.이책〈암흑유물론〉도그흐름에참가하는책이라고볼수있다.

새로운사상이건대안적사상이건그것은둘중의하나다.하나는기존세계에불만을갖고그체제의붕괴를가속화하는데가담하되전전의가치나체제로되돌아가고자하는강력한보수적경향을가진다.가령,신봉건주의와같은것이나남성의강력한리더십을당연하게생각하는지배체제로회귀하고자하는사상과같은것이있다.다른하나는소위말하는진보적경향이다.기존세계에불만을갖는것은동일하지만,위기와붕괴를막아낼수있는사상을만들어가는것이다.현시대는이두경향이어지럽게경쟁,병존하고있다.굳이〈암흑유물론〉을분류하자면후자에속할것이다.

그런데이책의출발점은진보적경향과조금다르다.〈암흑유물론〉은우리의종말이예정되어있으며,그필연적붕괴를오히려받아들일것을촉구하는것처럼보이기때문이다.말하자면,인간은끝난듯하고,우리는최후의인간으로서대지위에서있다는인식에서이책은출발한다.최후의인간이할일은무엇일까?저자는인간이후에전개될세계의가능성을우리가믿어야할것을주장하며,우리가잘붕괴되고잘사라지기위한마지막시도를생각한다.그시도는아마도진보보다는,인간보다더나은존재의진화를위한예비적돌연변이의길이될것이다.

〈암흑유물론〉은밀교적사유,원시의례,고딕예술,애니미즘등기존의유물론적철학에서도외시해왔던것들을탐구하면서현대유물론을재구성한다.저자는‘머리없는기사’를중심모티프로삼아세계와인간의비전을잃어버린존재가어떻게세계에대한‘믿음’을얻고다시세계와교섭하고계약할수있는지에대해암흑유물론의전개를통해드러낸다.

저자채희철은조르주바타유의기저유물론을시조로하여물질과정신,생명과비생명,유기체와무기물등의구분을해체함과동시에물질성과물질적관계성전부를‘계약’으로규정한다.‘계약’은끈적하게들러붙음,묶기,매듭등의연결-행위를의미함과동시에전략과계략등환경적응력으로서의물질의적극적행위주체성을내포하는개념이다.즉,암흑유물론에따르면계략과고뇌,그에따르는속박과매듭이없는물질이나관계성은없다.이는동물이나무기물,사물,기후,에너지,인공물까지도그관계성을물질의적극적행위로,환경적응력을위한계약의일종으로볼것을요청하는사유다.또한고딕과사도마조히즘을국가-금융자본주의사회에서만들어진삶일반을구속하는계약의일종으로분석한다.

더나아가〈암흑유물론〉은우리의존재가전체환경에서기생충적인존재임을오히려적극긍정하면서,암흑물질에서태어나결국분해되고소멸되어다시암흑물질로돌아가는엔트로피의압박을받는존재일뿐임을주장한다.바타유의소모의경제,선물,희생제의,축제등의개념은이분해되는암흑물질의존재론을구성하는원리로써긍정된다.모든물질은완전히소모되어우주생성의희생물즉,암흑물질이될때신성함을획득한다.

〈암흑유물론〉의자본주의비판도그점에착안한다.자본주의는불멸의영구화와자동화를추구하며계급사회를만들고빈부격차를만들고노예를만들어내고있지만,축적된것의완전한소모를통해붕괴,분해,소멸되는암흑물질로의전환이이루어지지않으면더이상생성도창조도일어나지않으며사회적결속,자연적결속,우주적결속은해체된다.자본주의는축적을지속하고체제를지속하며특정주체가세계를여전히지배하기위해전쟁,공황,화폐조작에의한파산을관리할것이다.자본주의는반선물이고,반축제이며,반희생시스템이다.저자는희생제의,선물경제의유물론적현재성과삶의감각적·영성적전환가능성을제안한다.썩지않는화폐대신썩고부패되고암흑물질로돌아가는것을받아들이는경제원리가필요하며,그것의일례가이책에서제시하는보편적기본소득이다.

〈암흑유물론〉의장점중하나는,사유의변화를촉구하고대안사상을구축하려는기획들이대체로유물론을표방하지만자본주의분석을건너뛰거나일반론적비판으로대체하는경향이있는것에반해자본주의체제의변화를추적하려노력한다는점이다.즉,이책은최근의유물론을주장하는이들과달리‘돈’의문제를간과하지않는다.또한저항운동과현실정치의흐름을비껴가지도않는다.이책의미덕은존재론적·윤리적차원의실천과객관적실재적현실차원의정치를구분하고양자간의교합을시도한다는점이다.

이책에서는비록안토니오네그리와마이클하트의구상과비전에비판적이지만,그비판은양의적이다.저자는그들이충분히무정부주의적이지않으며,또한충분히사회민주주의적이지도않다고지적한다.또한뒤늦게반자본주의결벽증과사회주의정치에서대안을찾으려는경향에대해서도비판적이다.저자는커먼즈공동체의창조와사회민주주의적시장사회주의를촉구한다.쿠데타,파시즘,그리고‘남태령’과‘키세스’에대해서도다루고있다.특히,‘남태령’과‘키세스’는가능성의우주와실존적영토를구성하는새로운주체의등장으로분석한다.

이책은유령과괴물중유령보다괴물의편을든다.좌파의멜랑콜리가소환하는유령학을완전히소거하지는않지만,연금술의본질은괴물의생성에더친화적이라주장한다.
〈암흑유물론〉은암흑물질,기생충,사도마조히스트,변태성욕자,돌연변이,괴물들이만들어가는미래신화다.저자는썩고부패되는것이최고원리로작동하는즉,주권을갖는우주를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