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왕 (철학에세이 고양이로 살아가기)

고양이 왕 (철학에세이 고양이로 살아가기)

$16.00
Description
“다르게 살기 그 자체가 생의 논리다. 혁명이건 예술이건 그것은 무슨 목적성을 갖는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생리다.”

“푸코는 누구와 어떻게 성교할 것인가의 문제가 정치와 권력의 핵심을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누구와 무엇을 낳을 것인가의 문제가 정치와 권력의 핵심을 이뤘다고 생각해야 한다. 생명정치는 사회 재생산을 타깃으로 하는 정치다. 그러므로 대항 섹슈얼리티를 사회 재생산으로부터 단순히 분리시키는 것, 그것과 선을 긋는 것, 재생산의 맥락과 문맥으로부터 기호를 탈구시키는 것으로는 더이상 충분치 않다.”

“인간을 넘어선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는 것에 현재의 인간이 지닌 가능성 모두를 소진시켜야 한다. 인간의 죽음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지구의 생태적 회복의 중심 문제다.”


이 책은 한 편의 우화와 두 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서 고양이는 인간에 대한 은유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는 다르게 살기를 적극 실천하는 주체성이다. 고양이 사회는 주류 사회인 인간 사회, 국가 사회 내에서 암암리에 지속되고 확대되고 번성하는 소수 민족, 마이너리티 사회다. 이 책은 고양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국가’라면, 고양이 사회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고양이 ‘왕’이다. 여기서 왕은 국가도 아니고 체계도 아니다. 고양이 왕은 생(生)의 논리의 극한이다. 생의 논리란 고양이의 DNA에 새겨진 기계적 코드와 그것이 환경과 충돌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조응, 대결, 변이의 논리를 말한다.

조르주 바타이유는 인간 삶을 지배하는 최고의 힘을 주권(Souveraineté)으로 정의했다. 여기서 주권은 더 큰 지식을 얻기 위해 지식을 버리는 상태인 비지(非知), 죽음도 불사하며 자기 자신을 내던지는 제의적 행위, 모든 힘과 의미가 소진되어 마침내 무의미, 비존재에 도달할 때까지 에너지의 전력 투구, 위반의 논리와 같은 것이다.

바타이유 자신은 물론, 그를 연구하는 많은 이는 그것을 죽음의 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그것은 생의 논리다. 삶을 지배하는 최고의 힘으로서의 주권은 생의 논리다. 생의 논리는 기계적이므로 비지이고, 불가항력적이다. 생의 논리는 유전자가 환경과의 대결에서 취하는 집단적 과정이므로 초개체적이며, 섹스와 감염을 통한 변이의 전파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위반이다. 그리고 이것은 생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된다. 우리의 힘이 비존재의 에너지가 될 때까지. 비국가로서의 왕은 바로 이 주권으로서의 생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고양이 왕은 고양이들의 생의 논리, 주권을 상징한다.

이 책 전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가 있다면 바로 생의 논리다. 모든 지식은 생의 논리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 생의 논리야말로 삶을 지배하는 최고권이 되어야 한다. 이 주권은 진화 외에 다른 것을 알지 못한다. 혁명은 진보를 겨냥하지 않고 진화를 겨냥하며, 혁명의 근본 문제는 국가가 아니라 국가 안에 도사리고 있는 삶의 왕이다.
저자

채희철

소설가,에세이작가.1997년사이버문학계간지『버전업』여름호에장편소설『풀밭위의식사』를발표하며소설가로데뷔했다.이성문이라는필명으로주로서평과문화비평글을썼고,깨철이라는ID와활동명으로사회비평,정치철학글을썼다.

[저서]
장편소설『풀밭위의식사』(토마토출판사,1997)
철학에세이『눈밖에난철학귀속에든철학』(랜덤하우스중앙,2005)
단편소설집『어반왈츠』(2023년출간예정)

[기획편집]
폴B.프레시아도,『대항성선언』(이승준,정유진옮김,포이에시스,2022)

목차

들어가는말
생의논리ㆍ7

1부고양이왕_우화
등록된고양이ㆍ19/
공평ㆍ28/왕의귀환ㆍ37

2부나와고양이_개념들
초롬ㆍ43/밤비ㆍ54/삶-권력ㆍ70/
안티엘렉트라ㆍ77/태양ㆍ100
대지에의욕망ㆍ104/지도제작ㆍ112

3부고양이되기_기호행동
사냥ㆍ131/유머ㆍ134/타자ㆍ139/
기호행동ㆍ146/코드화,유전자전달ㆍ155/
코드-섹스,번식과되기ㆍ163/
낳는행위의문제ㆍ169/
나는이성애자이지만또한ㆍ183

나가는말
먹는존재,먹히는존재ㆍ193


출판사 서평

인간,그이후의생의논리!



이책의구성은독특하다.우선‘고양이왕‘이라는아주매혹적인이야기로부터시작하는데이이야기가허구인지사실인지혹은형이상학에속하는지헷갈린다.그런다음이책의어조는급격히바뀌면서앞선‘고양이왕’이야기에등장하는개념들을설명한다.주로들뢰즈ㆍ가타리의개념들에기대고있지만조르주바타이유,빅터터너,찰스샌더스퍼스,에두아르도콘,엘리자베스삼소노프,데이비드워나로위츠등의사상가,인류학자,예술가들을동원해저자가관찰한고양이사회를설명한다.그런다음책의어조는또바뀌어고양이사회를설명한개념을가지고이번에는현대사회의첨예하고본질적인쟁점이될수있는주제들에대한이야기로전환한다.그래서이책은점증법적이다.혹은하나의주제악장과두개의변주곡으로이뤄진소나타처럼구성되었다고할수있다.

이책의주제는두개로요약될수있다.‘생(삶)의논리’와‘되기’다.고양이왕이암시하듯이이책에서말하는생의논리는인간적삶의논리즉,휴머니즘의논리를벗어난다.저자는인간이아니라고양이사회를통해생의논리를추적한다.그를통해인간의삶을상대화시키고인간을넘어선혹은,인간의죽음이후에도래할생의논리를개념화한다.인간이후에탄생할새로운야생-인간의본능으로서고양이들의생의논리를사회변화를위한것으로전략화하는저자의의도는최근인문학계의관심사가되고있는포스트휴먼적생의논리를개발하는것처럼보인다.

이책에등장하는개념들은모두형이상학적개념처럼보이지만철저하게탈형이상학적이기도하다.특히들뢰즈ㆍ가타리의그유명한‘되기’는이책에서어떤은유나비유로도쓰이지않는다.이책은‘되기’를철저하게지구적진화혹은행성생명체의진화적맥락으로다루기때문이다.저자는혁명의근본문제는돌연변이적진화라고주장한다.‘되기’를‘진화’로이해시키기위해저자는인간의언어중심주의를비판하고상징인류학과기호학을전면에내세운다.기호론을통해유전적코드화에돌연변이를만드는것으로써섹스와번식문제를다룬다.여기서섹스와번식은모두물질의지층에침투하여영향을주고받아코드변이를일으킬수있는대표적인기호적행위이자실천이다.

저자는인간의소명은‘되기’=진화를위해즉,인간이후의가능성을위해창의성과가능성모두를소진하는것이라주장한다.그것이야말로범지구적차원의생의논리이자혁명이라는것이다.결국이책은고양이사회를통해인간너머의삶을위한이종섹스,전염,변이,번식을투시하고예견하는것을목표로하고있다.그에따르면인구소멸은인간이후를향하는지구라는행성의전적응과정이다.한편,인공지능과결합한복합생물체의등장은인간이먹기만하는존재에서드디어먹히는존재가되는인간의죽음시대에도달하고있는징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