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언어로다시읽고
삶으로다시나아가기
《위로II》는일상에서마주하는수많은말과이미정해져있는의미들사이에서잠시멈춰서라고제안한다.바깥에서들려오는목소리로부터한걸음물러나오래도록돌보지못했던마음속말에귀기울이라고말한다.그길에먼저들어서는사람이저자데이비드화이트다.그는《위로II》를통해‘사랑’과‘죽음’처럼삶의깊은곳과맞닿은단어부터‘배경’,‘달’,‘그(the)’처럼일상적인단어들을통해자신의인식과사유를한올한올펼쳐보인다.
이책의특이한점은저자의삶에서일어난구체적인사건이나주변인물이거의등장하지않는다는것이다.그런데도이기록이놀라울만큼개인적인느낌을주는이유는,한사람이자신과타인,세상을이해하고판단하는방식과사고과정을숨김없이드러내기때문이다.저자는익숙한말에덧씌워진관습적인의미를걷어내고,그말이자신의삶에서무엇을의미해왔는지집요하게추적한다.몸이기억하는감각과오래전풍경을불러내고,미처이해하지못했던마음의깊은곳으로천천히내려가오직자신의경험을통과한의미를찾아나선다.그리고지금,여기에서우리가삶을제대로마주할것을요구한다.
지평선은수동적인존재가아니다.의식적으로나무의식적으로나지평선은저멀리서언제나우리를부르고끌어당긴다.여름해안에서끝없이밀려나간대양의파도가그려놓은소금선은해변에서의휴가라는생각을멀리뛰어넘는매력적인선이고,멀리보이는산맥능선은직접찾아가지못한다해도늘우리를유혹한다.(……)지평선은나라는존재가결국보고듣고감각하는모든가능성이라는점을알려준다.지평선은내가도달하든않든끊임없이나를부른다.아무리멀다해도지평선은나를부르며다른방식으로살라고한다.(133쪽,‘20.Horizons지평선’중에서)
하나의단어는
한사람의세계를품고있다
·불평(Nagging):양쪽모두에게경청되지못하는사랑
·브랜드(Brand):진정한예술가들이모두거부하는것
·죽음(Death):다시살고,다시상상할기회
·부끄러움(Shame):우리의숨은욕망을가리키는교사
·사랑(Love):때로우리에게자비가없고,우리를불사르는것
52편의글은저자가단어를바탕으로자신의내면과세상을탐색해온사유의아카이브처럼읽힌다.서로연결되지않던기억과관계,감각과시간은한단어아래모여새로운맥락을이루고,그이면에숨어있던낯선감정이드러난다.그렇게일상의표면에만머물며겉돌던단어는저자의사유를통과하며삶의구체적인감각을다시얻는다.
단어하나하나를향한해석을천천히따라가다보면독자역시자연스럽게자신의삶을돌아보게된다.‘나는왜이단어를이렇게생각하게됐지?’,‘아,그때이런마음이었지.’같은생각이떠오르는동안,잊었다고생각했지만우리삶의저변에서영향을미치던감정과관계의순간들이하나둘모습을드러낸다.미처알아보지못했던우리마음의윤곽과삶의반경이더욱선명해지는것이다.이는마음속에서표류하던진짜목소리를되찾고,우리가아는것보다더촘촘한감각과기억으로이루어진자신을더깊이받아들이고긍정하는시간이될것이다.
책속으로
숨은우리가이세상에처음으로주는것이자마지막으로가져가도록허락받는것이다.숨쉬기는세상에대해무엇하나알기전부터행하는일이자,힘겹게얻은모든지혜와무관하게마지막으로행하는일이다.태어나처음쉬는숨,그리고그로부터한시간후든수십년후든죽기전에마지막으로쉬는숨은종교나신념과상관없이모두순수하게성스럽다.두숨사이의삶이성스럽든아니든말이다.숨은이렇듯삶을끝맺을뿐아니라우리삶의매순간과함께한다.
---p.61「‘8.Breath숨’」중에서
고유성과야성이라는우리의독특한내면은언제나매일같이세상으로나아갈통로,길,연결선을요구한다.세상으로나아가인정받는훌륭함의형태를갖추고자하는것이다.이훌륭함은자신의삶,나아가이를지켜보는남들의삶까지더생기있게만들어준다.
---p.90「‘11.Crazy정신나간’」중에서
인간은환상을통해,본래자기것이아니었던것을계속떠나보내야하는경험을통해단단하고도필요한유머감각을배운다.유머감각은개인적인수치심이주는관대한통찰이바로다음모퉁이에서늘우리를기다린다는삐딱한이해를통해길러진다.환상이사라질때나는가장관대한교훈,즉남들이나를두고웃을때그순간동시에함께웃는것이성숙함의가장영광스러운징표임을학습한다.
---p.146「‘22.Illusion환상’」중에서
친밀하고낭만적인관계에서우리는활기와온전한존재감을얻지만동시에자기가지닌결함과방어의중심부로끌려들어간다.우리는새로운관계에서곧바로거부당할지모른다는취약성을느낀다.악기지판위에서자신없이떨리는손에서긴장감을느낀다.있어서는안되는피부의혹을처음으로만지게되었을때기이하고도유익한친밀함을느낀다.친밀함은접촉하기와접촉받기를꺼려하는마음에아랑곳않고우리에게접촉하려뻗은손이다.
---pp.165~166「‘25.Intimacy친밀함’」중에서
‘지금’을살아야한다는조언은늘청교도주의의엄격함을동반한다.온전히현재를살아야한다고말하는이들은‘지금’에대한자신들의특별한이해에동참하고그특권의대가를치를것을요구한다.‘지금’은우리가있어야할유일한곳이고‘지금’을살지않는다면특별한천국에들어갈자격이박탈당한다면서우리를‘지금’으로불러들인다.이렇게협소하게정의된‘지금’이라는단어에는실질적인,거칠고통제불가능한,전복적이고정의되지않는경험이숨어있다.그렇다.‘지금’은단일한의미에갇히기를원치않는단어다.단호하게사용하면할수록,파생적인의미를통제하면할수록‘지금’은우리의이해를벗어나고자한다.
---p.208「‘31.Now지금’」중에서
우리는부끄러움을부끄러워하지말아야한다.부끄러워해야할것은우리의주저함,자격이없어포기해버린모든행태에도불구하고영원히포기하지말아야하는삶의과업을그토록조심스럽게가르치고자하는부끄러움의관대하고영원한희망을선선히따르지않는우리의주저함인지도모른다.
---p.262「‘39.Shame부끄러움’」중에서
시간을통제하려고헤아리는일을멈추면,시간에이름을붙이고그시간에어떤일이일어나야만한다고보는강박이멈춘다.평야를가로지르는하나뿐이었던길이갑자기백개가넘는,아무도가보지않은갈래로나뉜다.아들이나딸과온전히보내는30분은몇년동안이나소중한기억으로남는다.
---p.299「‘45.Time시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