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브, 막이 오른다

슬라브, 막이 오른다

$17.00
Description
슬라브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책.
슬라브 문화권의 나라들은 오랜 세월 굴곡 많은 역사를 겪었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자리하다 보니 양쪽에서 수많은 침략을 받았고,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권의 경계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덕분에 국경이 수도 없이 바뀌고, 몇몇 나라들은 아예 국가가 사라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강하고 뜨거운 슬라브족 특유의 기질이 더해져, 수많은 갈등과 내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굵직한 전쟁만 추려 봐도 제1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 암살과 제2차 세계 대전의 시발점이 된 나치의 폴란드 점령, 20세기 최악의 전쟁으로 손꼽히는 보스니아 내전 등이 다 이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피와 눈물의 역사로 점철된 지역이지만, 슬라브는 또한 그 어느 지역보다 이야기와 예술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민족주의 음악가들, 20세기 연극과 영화를 주름잡은 거장 등, 이 지역은 동유럽 문화예술을 찬란하게 꽃피웠다. 인간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을 갈망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슬라브 지역의 예술이, 특히 이야기가 그토록 발달한 이유는 이들이 그것 없이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역사와 현실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슬라브의 수많은 이야기에는 언제나 웃음 뒤에 눈물과 한숨이 뒤섞여 있다.

이 책은 광활한 대지의 여러 나라로 이루어진 슬라브 문화권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슬라브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책이다. 특히 연극을 전공한 저자의 특성을 살려 희곡과 무대화된 이야기들, 스크린으로 옮겨 간 이야기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동슬라브, 서슬라브, 남슬라브로 이루어진 21개의 챕터들은 개별적인 한 나라 혹은 한 작품을 소개한다기보다는, 하나의 도시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그에 대한 기억할 만한 이야기들을 함께 엮어서 들려준다. 이 모든 것이 이어져 책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하나의 ‘막이 오르듯’ 슬라브 예술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저자

김주연

대학과대학원에서러시아문학을전공하고,공연예술전문지인월간『객석』에서6년간연극기자로일했다.이후연극학으로박사학위를마치고,남산예술센터에서국내최초의극장드라마터그를역임했다.현재연극평론가와드라마터그,그리고연극연구자로활동중이며,러시아예술과슬라브문화에대한다양한글쓰기와강의를병행하고있다.저서로『페테르부르크,막이오른다』가있다.

목차

〈프롤로그:피와이야기의땅,슬라브〉
슬라브,유럽의3분의1_우리와가장가깝고도먼유럽
슬라브3형제의전설_동슬라브,서슬라브,남슬라브
슬라브무곡과슬라브서사시_가장슬라브적인것을향하여

〈동슬라브:하필이면러시아옆이라〉
가장비옥한땅에서굶어죽은사람들_우크라이나홀로도모르
체르노빌다크투어와스토커_폐허의땅을찾는사람들
비텝스크와바비야르_샤갈의마을과죽음의계곡
오데사의계단_혁명에불을지핀항구도시

〈서슬라브:죽도록죽도록아름다운〉
블타바강을따라걷는프라하_하벨과카프카,흐라발의흔적들
프라하유대인지구의전설_골렘이로봇이되기까지
바츨라프광장의불꽃_프라하의봄과체코민주화운동
리디체를기억하라_새벽의7인이남긴비극
‘피아니스트’의도시바르샤바_골목골목만나는쇼팽의선율
브로츠와프의난쟁이와거인_그로토프스키의연극적유산
크라쿠프의쉰들러공장_독일인,유대인,그리고폴란드인

〈남슬라브:슬픔과눈물의‘빵빠레’〉
하얀도시베오그라드_유고슬라비아와세르비아의수도
비셰그라드와드리나강의다리_발칸400년역사의대서사시
사라예보의장미_20세기최악의전쟁,보스니아내전
모스타르의십자가_무슬림박해와스레브레니차학살
달마티아해안의도시들_황제와영웅,그리고요정이사는곳
노비자그레브와스코페_유고슬라비아도시계획이남긴풍경

〈에필로그〉
핏자국과수레국화

출판사 서평

우리는‘슬라브’를잘모른다.슬라브하면우선떠오르는것은슬프게도아우슈비츠학살,프라하의봄,체르노빌참사,보스니아내전,우크라이나침공등모두어두운핏빛의단어들이다.저자김주연은이처럼핏빛으로얼룩진역사를보듬으며그속에서도‘수레국화’와같은아름다운꽃을피우는슬라브인들의문화에관해이야기해준다.오스만제국,히틀러의독일,그리고소비에트와현재의러시아처럼너무도강력하고전제적인이웃을둔이유로항상신음해야했던민족의경험이기에,우리독자들에게는남의이야기같지않게다가올것이다.
『페테르부르크,막이오른다』에서처럼작가는『슬라브,막이오른다』에서역사를문화예술과함께소개한다.전쟁의포화속에서도우리에게드보르자크,스메타나,무하를들려주고,학살의이야기속에서도정치와예술을아우르는거인하벨의행보,체코의국민작가흐라발의맥줏집,미래를내다본선구적극작가차페크의‘로봇’을전한다.그리고갈등과분쟁의역사속에서도쿠스트리차의‘지하실사람들’,안드리치의‘드리나강의다리’를이야기한다.
슬라브문화권에서찾아낸보석같은이야기들이다.이곳에서피어난슬프고아름다운이야기들은그어둠을밝히고위로하는꽃송이고,덕분에우리도위로받게된다.우리앞에그렇게우리가알지못했던,그러나우리를닮은세계의‘막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