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의 사랑 (나와 당신을 감싼 여러 겹의 흔적들)

연중무휴의 사랑 (나와 당신을 감싼 여러 겹의 흔적들)

$15.00
Description
나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반하면서 시야를 넓혔고 그래야만 성숙해질 수 있는 유類의 인간이니까
『연중무휴의 사랑』은 1990년생 백말띠 여성 임지은의 산문집이다. 그가 여기에 쓴 33편의 글엔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연민이 배어있고, 그 톤은 서늘한 동시에 유쾌하다. 무엇보다도, 터무니없을 만큼 솔직하다. 이 산문집은 어느 딸의 책이며, 어느 장녀의 책이다. 누군가의 언니가 쓴 책이자, 누군가의 연인이 쓴 책이다. 그리고 어느 페미니스트의 책이다. 페미니즘의 언어가 식당에서 새벽까지 일하는 엄마를 와락 껴안아줄 수 있길 바라는, 페미니스트의 책이다. 때때로 엄마가 여성의 편을 들지 않더라도, 그녀를 끊임없이 기다려주고 같이 몸 부딪치며 걸어가려는 페미니스트의 책이다.

임지은은 이 기울어진 남성중심사회에 만연한 개수작들을 밝히며 통렬하게 분노한다. 그는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곤죽이 되기 쉬운 일이었는지를 낱낱이 복기한다. 동시에 그는 거기 살아오며 직면했던 마음속 복잡함과 들쭉날쭉함, 자기 경험의 얼룩진 흔적들도 외면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흔적들이 지닌 엉성함과 모호함을 숨기지 않고 모조리 기록해두었다. 지긋지긋한 가난, 부모의 이혼이 남긴 상처, 아름다움에의 탐닉, 남자들과의 관계, 섹스와 결혼과 임신에 관한 고뇌, 내면의 은밀한 상승 욕구, 그리고 그 모든 걸 뛰어넘은 우정과 연대의 가치에 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연중무휴의 사랑』은 바로 그 길고 긴 성찰의 기록이다.
저자

임지은

1990년서울에서태어났다.
두꺼운책이나긴드라마와함께방에갇히는일을좋아한다.
위악이나냉소,무성의한해결,
냉장고속의반찬이상하는것을싫어한다.
현재여러일을잡다하게병행하면서글쓰기를계속하고있다.

목차

제1부여자셋만살았던집에는

1.나의페미니즘은왜엄마를밀어내는가10
2.이혼한부모를가진이에게18
3.이혼시고추없어구여자셋만살아동만만한번지25
4.자영업자의딸33
5.한여름밤의꿈39
6.달려라,효원44
7.비혼을말하면서결혼을생각하는건51
8.페미니스트가남자를사랑하는일이가능할까(상)56
9.페미니스트가남자를사랑하는일이가능할까(하)63

제2부머뭇거리는순간들

1.소화되지않는말과기왕의다정함
2.약자‘도’상처를준다
3.K가김희철에게했어야하는건
4.숏컷그리고탈코르셋소회
5.탈코르셋과페미니스트의조건
6.바디포지티브대실패
7.뜨거운굴과프로준비러
8.우리는사랑보다미움에소질있는지몰라
9.죽은사람은말이없지만

제3부무해함에관하여

1.균형감각
2.성당에서의사춘기
3.교수님과개수작(상)
4.교수님과개수작(하)
5.H는힙스터의H
6.N번방을대하는당신의정확한언어
7.거기무해하려고죽은사람이있었다

제4부엉성한사람

1.어느날의성형외과
2.사랑에무능했던20대후반의초상
3.전연인의결혼소식
4.내친구김진희
5.나의게이친구슈에무라
6.승객과택시
7.도전,비건!
8.윗집아저씨께

출판사 서평

슬픔과다정함으로단단해진
어느페미니스트의분노와자기반성,성찰적인고백
‘끝끝내누군가를연민하고포옹하는일에관하여’

임지은은SNS를중심으로활발히글을쓰면서〈언유주얼매거진〉과〈빅이슈〉,〈슬로우뉴스〉등의매체에글을기고해온1990년생작가다.자신의내면을솔직하고섬세하게기록하며한국사회에서여성으로살아가는일을전하는그의글쓰기는몇년동안많은이들의사랑을받아왔다.그의출발은언제나자신의경험이다.그의경험이곧그의재산이자재능이며,그의경험이그의글쓰기를지탱하는무기다.그는자기경험과복잡다단한내면을숨기지않을용기를지녔다.그는이를바탕으로자신만이쓸수있는페미니즘적인글쓰기를이어왔다.
소년도아닌남성권력자들이소년처럼자신의방종을즐겼던세상,N번방을비롯한디지털성범죄사건이지긋지긋하게계속되는세상이다.많은여성이성폭력에노출되어있고,여성연예인들이스스로목숨을끊으며,여전히남성들은“모든남성이다그런건아니야”라는말을기계적으로되뇌는세상이다.그는이런세상에끔찍이분개하는페미니스트이다.또이를뛰어넘기위해선여성스스로를얽어매고있는내면의매듭역시아주명민하고주의깊게풀어내야한다고믿는페미니스트이다.이러한믿음이그의이번책『연중무휴의사랑』에차곡히담겨있다.

나의페미니즘은왜엄마를밀어내는가
동시에그녀를얼마나더사랑하게하는가

임지은은부모의이혼으로‘여자셋만사는’낡은빌라와반지하주택에서10년넘게살아왔다.그는매일새벽까지식당일을하는어머니와여동생을둔그집의장녀였으며,그래서일찍부터대한민국이얼마나여성이살기에형편없는지를절감했다.그는자신들이여자라무시하는집주인에맞서고래고래소리를질러싸웠고,한가정에남자가없으면당연히위험을감수해야한다는세간의인식에분노했다.이책의1부‘여자셋만살았던집에는’에는바로그런내용들이담겨있다.
그는페미니즘의언어에반감을드러내던‘무지한’엄마와오래도록갈등했다.그는자신이맏딸의권위를내세우는동시에,엄마보다많이배운페미니스트로서‘세련된말을구사하며’엄마에게폭력적으로굴었음을알고있다.엄마는왜‘옳은말’로더낫게바뀌지않았는가?그녀를바꾸는것은왜그토록힘든일인가?가난이죄인이세상에서,엄마는발바닥에박인굳은살을아파하며자신을키워냈다.임지은은엄마의실금같은흰머리를뽑아주면서,자신의페미니즘이그녀가오랫동안보여준사랑의언어를좀더닮게되길바란다.누군가가실수하는일을가만히지켜봐주고,실수혹은실패가누군가를키울때까지그의옆에있어주는사랑의언어를.
더불어임지은은이제명절에나만날수있는아빠를그리워하며,‘언니’의책임감과무게감을놓아버리고동생의고유성을지켜주기위해노력한다.그는누군가가지닌고유성을사랑한다.누군가의고유한인격을사랑하고존중하기에,아티스트니키리가이책에부친추천사처럼,그는끊임없이‘애매한마음’을견지할수밖에없는것이다.그는비혼을권할수밖에없는이불평등한세상속에서한남성과사랑에빠진자신을스스로를바라본다.그사랑은물론쉽지않지만,쉽지않을수록더가치있고고귀하다는명제는여기서도예외가아니다.

다정하고성실하게누군가를포옹하기위하여
우리가성찰해야하는것들이있다면

틀린것은틀린것이다.틀린사람을향해서‘당신은틀렸다’라고말하는것에도중요한의의가있다.그렇지만책의2부‘머뭇거리는순간들’에는,당신이틀렸다고말하는‘방식’또한틀림의지적자체만큼이나중요하다는메시지가담겨있다.이사회는형편없이기울어져있는게분명하다.허나작가는이미기울어진곳에서중심을잡지못한채어딘가구겨지고망가진이들을뿌리치지않고다정하게손을내민다.그는오랫동안그런다정함을갖추려노력했다.자신과타인을둘러싼여러겹의흔적들을미워하지않으려노력했던것이다.
임지은은누구든서로에게상처를주면서살며,우리모두상처를주는데서자유롭지않다는것을안다.그는과거페미니스트들로부터격렬한비난을받았던자신의경험을털어놓는다.그는여자가여자에게얼마나잔인하게굴수있는지,약자또는소수자가타인에게얼마나권위적으로굴수있는지,지성의언어가때때로얼마나폭력과닮을수있는지를담담하게풀어낸다.강자는약자에게,남자는여자에게상처를준다.약자도종종누군가에게상처를준다.간혹페미니스트도서로에게상처를준다.임지은은그사실을아프게인정한다.
책의3부‘무해함에관하여’에서임지은은그처럼자신을무해한존재로인식하는것이얼마나부정확한일인지를날카롭게파헤친다.세상은헤아릴수없이복잡하고,타인과의구체적인관계-맺기는언제나어렵다.여기서우리가자신을무해한존재로단정해버리면놓치게되는것이너무나도많다.그런‘무해한사람’의언어는이사회의반복되는폭력과많은이들의고통을설명할수있는정확한언어가아니다.우리는누구에게나상처를줄수있으며,바로그러한인식만이진정다정하고성실하게누군가를포옹하게하는일을가능하게한다.작가를더나은사람으로만든것은그러한다정함이었다.

서로에게무해해야한다는편견너머로
기어이무언가를무릅쓰는일에관하여

임지은은과거중요한결정앞에서머뭇거리며,수없이실수하고실패했다.그는자신이엉성하기그지없는사람이라는것을알고있다.책의4부‘엉성한사람’에잔잔히펼쳐지듯,그는성형외과에서견적을받아보았고,여러남자들과의미없는관계를맺어보았으며,자신의특별함에취하기도했었다.그렇지만그는엉성하면서도자신의엉성함에대해깊이생각하고,또다시생각하는사람이었다.언제나무언가를무릅쓰면서더나은존재가되기위해노력했던사람이었다.그런그의곁에지금단단하고아름다운마음이남아있다.
그는한사람의여성으로서누려야마땅한독립적인삶의지평을아끼고사랑한다.동시에그는자신을위해밥을차리고설거지하고쓰레기를버리는엄마,하루12시간이넘게노동하는택시기사,청각장애와지체장애때문에층간소음을유발하는윗집아저씨에게서눈을돌리지못한다.그는세상의개수작들을복기하고독설을퍼부으면서도,예의지식인의‘세련된언변’에서소외된,‘세련되지않은’이들에관해말하는걸멈추지못한다.그는세련됨의가치를알고있고,기울어진세상을알고있고,엉성하면서도들쭉날쭉한스스로를알고있으며,끝끝내다른이들과이세상을향한애정과윤리의가치를알고있다.또믿고있다.
그러므로이책의제목‘연중무휴의사랑’은,연중무휴쉬지않고자기가얼마나‘복잡하고유해한’존재인지를정직하게인식하려는그의다짐과도같다.작가의말처럼,잘안되는상황에서도자꾸자꾸사랑을생각하면정말로더나은길이열릴지도모르니까.우리가서로에게무해하다는손쉬운편견너머에는윤슬처럼반짝이는사랑이기다리고있을지도모르니까.‘연중무휴의사랑’이란표현에는다른이들의고유성을충분히존중하면서도그들과함께더아름다운세상으로나아가려는작가의의지가담겨있다.이책『연중무휴의사랑』은지극히성실했던그존중의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