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양장)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양장)

$22.00
Description
평생의 연인이 떠난 후 시작된 이야기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
그가 50년을 함께해온 연인의 죽음 이후 써 내려간, 보낼 수 없는 편지들.
저자 피에르 베르제는 세계적인 패션 회사 ‘이브 생 로랑’을 이끈 기업가였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예술가들의 후원자이자 예술품 수집가이기도 했으며 국립 파리 오페라단의 회장에 오르는 등 문화계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한편 동성 간의 결합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PACS(시민연대계약)법을 적극 지지하는가 하면 2010년에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프랑스의 일간지 「르 몽드」를 인수하며 편집권의 완전 독립을 명문화하는 등 사회운동가로서의 행보도 인상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깊은 울림으로 남는 것은, 그가 패션사에 길이 남을 한 천재의 영감이 제대로 구현되게끔 평생을 애썼다는 사실이다. 패션 외에는 무엇에도 관심이 없었던 이브 생 로랑이 패션에 관한 일 말고는 무엇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의 곁에서 발로 뛰며 곁을 지킨 인물이 다름 아닌 피에르 베르제였다. 이는 그가 본래 지니고 있었던 예술에 대한 존경심, 이브 생 로랑의 천재성에 대한 확신이 뒷받침된 행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천재의 이면에 드리운 어둠들, 알코올과 약물 중독, 우울과 히스테리까지도 끌어안게 한 강력한 원동력은 다름 아닌 이브 생 로랑에 대한 사랑이었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는 이브 생 로랑의 장례식장에서 피에르 베르제가 낭독한 추도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죽은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쓰인 이 글은 장례식에서 6개월이 지난 크리스마스에 다시 시작된다. 평생의 연인이 떠난 뒤 홀로 남은 78세의 피에르 베르제는 수신 불가능한 편지들을 써 내려가며 늘 함께했던 자신들의 일생을 회고하고 삶과 사랑을 되짚어나간다. 편지는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의 1주기에 낭독한 추도문으로 끝을 맺는다.
저자

피에르베르제

저자:피에르베르제(PierreBerge)
1930년11월14일프랑스올레옹섬에서태어났다.일찍이문학에흥미를느꼈던그는장지오노,장콕토와의만남으로인생의큰전환점을맞이한다.그는죽을때까지두사람의친구로남았으며작품에도지속적으로관심을기울였다.피에르베르제는장콕토작품의저작인격권자이기도했다.
1958년이브생로랑과의만남이후,1961년패션회사를함께설립하여1999년까지운영했다.이후‘피에르베르제-이브생로랑재단’의대표로취임했다.아테네-루이주베극장을운영하며이오네스코의「에쿠스」와몰리에르,마르그리트뒤라스의작품등을연극으로제작했고,필립글래스,존케이지의콘서트를기획하는한편로버트윌슨,피터브룩의작업을지원하기도했다.1993년유네스코친선대사로임명되었으며,1988년부터1994년까지국립파리오페라단의회장을역임,이후명예회장직에올랐다.
2017년9월8일생레미드프로방스에서눈을감았다.

역자:김유진
1981년서울출생.명지대학교문예창작과와동대학원석사과정을졸업했다.2004년문학동네신인상에단편소설「늑대의문장」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2015년아이오와국제창작프로그램에참가했다.

목차

나의이브생로랑에게
옮긴이의말_불멸의연인으로남은남자

출판사 서평

세기의경매,사랑의증거

이번경매에온통시간을뺏기고있어.끝없이같은질문에답변을하고있지.소장품을어떻게모은것인지,우리가소장한첫작품은무엇인지,왜이경매를하려는것인지,네가가장좋아했던미술품은무엇이었으며나는또어떤지에대해줄곧같은대답을반복해.(37쪽)

한편으론우리가취향을두고맞선적이전혀없었다는것이놀랍기도하고.사실은,서로에게건넨가장큰사랑의증거가바로이컬렉션과집이아닐까.(53쪽)

2008년이브생로랑이사망한뒤,피에르베르제는이브생로랑과함께구입한소장품들과집을모두경매에내놓는다.책은피에르베르제가소장품을경매에내놓기로결심하고이를진행하는과정을따라간다.소장품에얽힌사소하지만애틋한추억들,경매과정의난관들,곳곳에서죽은연인에대한기억을발견하고이를담백하게적어내린문장들을통해,경매가단지재산을처분하는과정이아닌그들의삶과사랑을정리하는과정이기도하다는사실을담담하게보여준다.아일린그레이,피카소,마티스등비밀에싸여있던그들의소장품들은2009년,일명‘세기의경매’를통해세상에공개되었다.한화로7000억원이넘는경매수익금은이후에이즈치료재단을비롯한사회각계로전부환원되었다.

우리가처음만났을때,너는스물한살이었고남자와살아본적이없었지.쉬운일은아니었지만,나는너에게그러한삶이존재할수있고그럴때필요한건솔직함뿐이라는점을보여주고싶었어.(113쪽)

1958년,이브생로랑과피에르베르제는저녁식사자리에서처음만난다.아직수줍음이채가시지않은이브생로랑은막디오르의수석디자이너로서세상에얼굴을알린참이었고,27세의피에르베르제는구상회화의왕자로불리던화가베르나르뷔페와7년간연애를이어오고있었다.단번에사랑에빠진둘은이후1961년함께패션회사를설립하고피에르베르제가경영을맡게되면서강력한결속력을갖게된다.흥미로운지점은이들의관계가공과사를구분하기어렵다는점이며,더욱흥미로운것은그러한관계가평생지속되었다는사실이다.패션계에서첫손에꼽히는샤넬의경영자자리를제안받았음에도불구하고이브생로랑을위해일고의여지없이거절하는대목에서알수있듯이,피에르베르제가보인행보의많은부분은연인에의해,혹은연인을위해결정되었다.그들은자신들의성적지향성을처음부터숨기지않았고,성소수자를위한입법운동에도적극적으로참여하여,1999년PACS법이통과되자마자PACS에서명하는등,개인적관계를사회적영역으로넓히는일에주저하지않았다.이러한맥락에서피에르베르제는죽은연인에게보내는연서를세상에내놓으며,동시에이브생로랑이라는디자이너가패션사에끼친지대한영향을드러냄으로써그의동반자이자사업파트너로서의면모를적극적으로드러낸다.

패션의혁명가,이브생로랑

피에르베르제는한인터뷰에서“이책은나의방식으로쓴이브생로랑의전기다”라고말한바있다.그의말대로,이책을읽고있으면피에르베르제의눈으로바라본이브생로랑의모습이생생히그려진다.수줍고영리한소년이기도,때때로구제불능의알코올중독자이기도하지만,무엇보다중요하게다루어지는것은엄격한완벽주의자인동시에패션을미적영역에서사회적영역으로확장시킨혁신적인패션디자이너의모습이다.

네가기성복을발명했다는거잊지마.무엇도그와같은영원한영광을가져다주지는못할거야.너이전에는기성복이없었다니,믿기어려운일이지.그러나사실이야.너는현대여성의복식을창조했고,세계곳곳에서그영향력을발휘했지.바지를입은여성들은마치로마군단같았어.(109쪽)

이브생로랑은기성복을도입한최초의디자이너로알려져있다.계층이나성별에상관없이누구나자신의옷을입고즐기길바랐던이브생로랑의자유로운생각은당시부유층의전유물이었던패션계에큰반향을일으킨다.1966년에는남성의턱시도정장을여성복에도입하여최초의여성용바지정장을만드는등,여성복식사의큰획을긋기도한다.그저아름다운의복이라는한정된범주에서사회적맥락으로패션의의미를확장시킨이브생로랑의혁신성이구현되는것을,피에르베르제는가장가까이에서,가장적극적인방식으로지켜본다.

완결된생의의미

『나의이브생로랑에게』는피에르베르제가이브생로랑의장례식에서낭독한추도문으로시작된다.50년에걸친절절한사랑과존경을담은그의편지는6개월뒤크리스마스에지극히사적이고내밀한방식으로다시시작된다.1년여간이어진편지로그는50년동안늘함께해온자신들의삶을복기한다.이브생로랑과함께수집했으나이제는오롯이자신에게남겨진수많은예술작품과집을처분하는과정을통해그들이이룬것과실패한것을,사랑의눈부심과지난한고통의시기를담담히드러낸다.그과정을따라가다보면,마지막순간에는수많은사회적수식어를떼어낸,단지오랜연인을잃은뒤빈집에남은한남자를발견하게된다.
「옮긴이의말」중에서

누군가의연인으로,천재의조력자로평생을보낸남자가혼자남게된다면어떤모습일까.이브생로랑이죽은뒤,피에르베르제는평생을그래왔듯,음악을듣고책을읽으며더는곁에없는그에게말을건넨다.그곳엔연인의부재를매순간체감하는삶,일상의모든것들이그와의추억을상기시키고,더는미래의전망도,새로운도전도함께할수없음에쓸쓸해하는황혼의탄식이있다.화려하고굴곡진삶의여정너머에서고요히,스스로생이라는연극의막을내리고무대를정리하는한남자를통해,우리는완결되었으되완벽하지는않은사랑을마주할것이다.그리고그것이생의본질일지도모른다는생각에이르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