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왈츠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마지막 왈츠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15.00
Description
영원한 문학청년 황광수와 정여울의 특별한 우정 이야기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의 문학과 인생

고인이 되어버린 황광수에게 보내는 정여울의 이별과 애도의 추도사
2021년 9월 29일 오전 9시 10분,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향년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암 투병 중이었다. 황광수의 오랜 절친 정여울 작가는 충격과 슬픔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간 정여울 작가는 문학평론가 황광수의 마지막 원고를 정리하고 있던 차였다. 단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했을 뿐이었다. 글을 다듬고 편집을 마무리하던 와중에 접한 부고. 문학평론가 황광수는 끝내 정여울 작가와 함께 쓴 《마지막 왈츠》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애도의 시간을 추스를 새도 없이, 정여울 작가는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남긴 미완의 글과 메모를 수습하여 《마지막 왈츠》를 새롭게 구성했다. 생전에 이 책을 마무리해 절친 황광수에게 힘이 되고팠던 정여울 작가는 그간 모은 원고에 〈황광수 선생님을 떠나보내며〉라는 글을 새로 더 써서 책을 마무리했다. 이 책 《마지막 왈츠》는 황광수와 정여울의 ‘우정의 향연’이자 정여울이 세상을 떠난 절친 황광수에게 보내는 이별과 애도의 추도사이기도 하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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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수

그는꽃과나무와별과강물과산책을사랑하듯이문학을사랑했다.술과커피와차를사랑하지만그런것들에구속되지않았다.가족과친구와제자들을사랑했지만그들에게집착하지않았다.“선생님,꽃사진을왜그렇게열심히찍으세요?”이렇게물으면그는대답했다.“응,꽃들은참이뻐.아내에게자랑하려고.”“선생님,후회되는건없으세요?”“삶이때로는견딜수없이고통스러웠지만,후회는없어.하지만우리아들들과좀더많은시간을보낼걸,그런안타까움은있지.둘다날닮아서안쓰럽고,둘다나보다훨씬나아서다행이기도해.”“선생님,이름모를들꽃들이름을어떻게그렇게하나하나다알고계세요?”“이름없는꽃들같지만,모두다이름이있어.의미없는존재는없거든.우리가모를뿐이야.관심을기울이지않아서그래.”
1944년전라남도완도에서태어났고,연세대학교철학과를졸업했다.민중서관,을유문화사,지식산업사,한길사등의출판사에서20년가까이편집일에몸담았고,국민대학교문예창작대학원겸임교수를역임했으며,월간《사회와사상》,계간《민족지평》,《내일을여는작가》,《실천문학》,《자음과모음》의주간및편집위원으로활동했다.1981년〈현실과관념의변증법-김광섭론金光燮論〉을발표하며비평에입문,30년남짓평론가로활동해왔다.평론집으로《삶과역사적진실》,《길찾기,길만들기》,《끝없이열리는문들》등이있고,저서로《셰익스피어》,《소설과진실》,편저로《땅과사람의역사》가있으며,역서로《왜곡되는미래》등이있다.2004년《길찾기,길만들기》로대산문학상(평론부문)을수상했다.암투병중에도《마지막왈츠》집필을위해애쓰다가2021년9월29일오전9시10분에세상을떠났다.

목차

책을시작하며
44년생완도남자와76년생서울여인,‘절친’이되다

프롤로그
일상속북클럽을꿈꾸는사람들에게,‘둘만의향연’을제안하다

1.편지
네가있어서,그시간을견딜수있었단다

2.인터뷰
우리사이엔‘문학’이있으니까

3.에세이
‘나’의고통한가운데,비로소‘우리’가있었다

에필로그
이별같은건,생각하지않습니다

황광수선생님을떠나보내며
여울의마지막편지

황광수선생님을추억하며
퉁방울눈의사내들이떠난유럽여행_이승원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32년나이차,그들은어떻게절친이되었을까
힘들때마다용기를주던친구의온기가지친하루를버텨내게해

삶의마지막순간이온다면우리는어떤친구를만나고싶을까?정여울작가는세상에서가장어려운일이진정한친구를사귀는일이라고말한다.진정한친구란무엇일까?내가슬플때,기쁠때편견없이감정을나눌수있는친구,무엇보다도세상사람들이거들떠보지않아도우리에게만은소중한무언가를간절히공유하는친구.친구란그런존재가아닐까.

44년생완도출신문학평론가황광수와76년생서울출신작가정여울사이에는무려32년의나이차가존재한다.하지만정여울작가는주저없이문학평론가황광수를최고의절친으로꼽는다.친구라고해서배울것이없다면진정한친구가아니고,스승이라고해서어려움을털어놓지못한다면진정한스승이아니다.그런의미에서황광수와정여울은진정한사우師友의관계였다.사우란,스승이자벗이며벗이자스승을일컫는아름다운말이다.문학평론가황광수와정여울작가에게딱어울리는말이다.

문학평론가황광수는언제나빛나는가르침을주는스승이지만절대권위를내세우지않았다.젊은이들보다더젊게,또래친구보다더거리낌없이아픈마음을털어놓을수있는따스한친구,그가바로황광수다.

영원한두문학청년황광수와정여울의특별한문학의향연
마지막순간까지용기를잃지않는친구의눈빛이끝내나를일으켜세워

문학평론가라는직업은대중에게여전히낯설다.하지만문학청년황광수는평론이라는것이결코딱딱하고어렵기만한것이아님을보여주는글쓰기와강연을평생해왔다.이책은문학평론가황광수와작가정여울이나눈편지,인터뷰,그리고황광수의에세이로구성되어있다.황광수의편지4통과정여울의편지5통,인터뷰는계간《민주》2013년가을호에실린글을수정하고다듬었으며,그간틈틈이메모해둔황광수의에세이를추려40편으로엮었다.특히에세이는시적인울림이있는아름다운아포리즘으로가득해,평소시의형식으로에세이를쓰고싶다는고인의뜻을존중해원문그대로편집했다.

두사람은플라톤의‘향연’처럼밤새도록지속되는아름다운우정의대화를꿈꿨다.사랑하는스승소크라테스와함께밤새도록수다떨듯철학과인생,사랑을이야기하던당대의그리스사람들처럼.그런데위기가찾아왔다.황광수가전립선암판정을받고여러차례에걸친큰수술과항암치료를받게된것이다.두사람만으로도‘향연’은충분히가능하다고믿었지만,한사람이병원에누워있으니향연은자주멈출수밖에없었다.

이에황광수와정여울은새로운형태의향연을고안해냈다.편지의형식을빌려향연을다시시작한것이다.두사람은함께할수없지만따로또같이,그들이꿈꾸는새로운향연을이끌어갔다.그리고향연의중심에는언제나문학이있었다.두사람은여러통의편지를주고받으며끊어진향연을간절히이어나가고자했으나,2021년9월29일황광수가세상을떠나고말았다.또한번끊어진향연을다시이어보고자정여울작가는황광수의미완성원고와미발표메모를토대로새로운향연을시작했다.‘문학’으로친구가된두사람이함께시작한우정과지성의왈츠,그결과가바로이책,《마지막왈츠》다.

황광수는세상을떠났지만,그가가르쳐준우정의향연은정여울작가의가슴속에서또한번새롭게시작되었다.단지사랑하는친구의죽음을애도하는것에그치지않고,그와함께나눈문학의향기와여행의추억을독자들과함께나누는것이이책이꿈꾸는또다른향연이다.이책은결코슬프지만은않다.두사람의우정은단지둘만의인연으로끝나는것이아니라,더많은미래의우정,더욱새로운미래의인연들로연결되어있는것이기때문이다.

정여울작가는황광수와나눈수많은이야기를혼자만알고있기엔너무안타까울것같아이책을기획했다.더많은독자와또다른우정의왈츠를시작하고싶기에,이책의제목은《마지막왈츠》이지만사실은독자들과시작하는첫번째왈츠를꿈꾸는것이기도하다.이책에는뜻밖의유머로가득찬유럽여행기도등장하는데,바로정여울작가와황광수문학평론가,이승원작가가함께떠난유럽여행에대한아름다운에피소드다.이승원작가의유머넘치는‘우정출연’이두사람의왈츠를더욱따스한미소로빛나게한다.두사람의우정의왈츠가세사람의우정으로확장되었듯이,이책을읽은독자들과정여울작가의만남이또다른수많은왈츠의‘군무’로축제처럼이어지기를소망한다.

[책속으로이어서]
44년생황광수와76년생정여울은어떻게이토록절친한벗이되었을까요.우리사이엔아무런실용적목적이없었기때문이었지요.우리의우정에는아무런목적이없었으니까요.그저함께있기만해도좋았으니까.그저선생님을멀리서그리워하기만해도미소가몽글몽글피어올랐으니까요./여울의편지1

요즘나는노년에이르러자연친화적으로되어가는것은그자체가‘자연의생리’아닐까,하는생각이들어.그러니까자연에대한나의느낌에저항하거나그것을굳이부정할필요는없다고생각해.
요즘엔모든피조물이슬프게보일때가많아./광수의편지1

살아갈날이상대적으로적을수밖에없는사람이라면,오히려더치열하게살아야할텐데,심신이괴로우니고통이없는시공간을상상하게되나봐./광수의편지2

돌을손에쥐면,때론그게지구의뼛조각처럼느껴지기도해.무엇보다지구와직접접촉하고있는듯한이느낌이좋아./광수의편지3

다시한번선생님의단호한일갈을,마치제우스의번개처럼제머리위로강력하게내리꽂히던그서릿발같은통쾌한충고를,간절히,너무나간절히,듣고싶어요.사람들은충고나조언을싫어하는시대라고하지만,충고나조언을잘못했다가는‘꼰대’소리듣기딱좋다고들걱정하지만,저는여전히지혜로운충고나따스한조언을절실하게필요로해요.저는아무리성장해도한참모자란존재임을너무잘알기때문입니다./여울의편지4

햇살이눈부시다.우주복을연상시키는커다란후드달린등산복과무겁고투박한등산화를신고집을나선다.지구라는행성을처음탐사하는우주인처럼무겁고느리게뒷동산을걸어볼참이다./광수의편지4

나는이론이아니라,작품과역사적현실을연관지어서텍스트를읽는데집중하고싶었어.역사란그시대를사는사람들의몸과마음에새겨지는어떤것이겠지.그역사와의연관성을서술하는것이비평이어야하지않을까./인터뷰_황광수

민주주의는현실자체라기보다는끊임없이우리가포기하지않고지향해야할이상이라는생각이듭니다.비록현실에서는존재하지않더라도그민주주의라는이상이없다면우리는더불행해지지않을까싶어요./인터뷰_정여울

삶의의미를찾을수있는무언가가하나라도있다면그걸위해삶을걸수있는용기가필요하지않을까.작가들이해야할일도바로그거라고생각해요.삶의의미를찾을수있는새로운길을찾아주는것이지./인터뷰_황광수

사람들은지혜로운노년을말하는데,
나는왜,그토록많은것을온축한노년이어야마땅한시기에
빗나간욕망,헐벗은습관에외곬으로빠져드는것일까?/에세이

나이탓으로돌릴수는없다!까마득히창공으로치솟아오를때의아슬아슬한느낌,파도타는자의아슬아슬한느낌을음악처럼즐겨야한다.파도를타며하늘로솟아오르는서퍼들처럼,중심은단단하되가볍게날아오르는글을쓰고싶다./에세이

“선생님,혹시백년전한국사람들이미국에가려면어떻게갔을까요?시간은얼마나걸렸을까요?힘들기는하지만우리는가두리양식장같은비행기에갇혀열시간정도만버티면유럽에도착하는데,백년전사람들은어떻게미국에갔을까요?”
“글쎄다,넌알아?”
또내가잘난척을마음껏할수있는기회였다.
“선생님,그게요,일단기차를타야해요.남대문역에서기차를타고부산으로가는거죠.거기서배를타고일본오사카로가요.그다음에오사카에서요코하마로가는거죠.여기서미국태평양회사의증기선을타고미국샌프란시스코로가요.요코하마에서샌프란시스코로가는데약삼주일정도시간이걸려요.정말힘들게가죠?”
“승원이넌그걸어떻게알아?”
“선생님,제가문학박사잖아요.하하하.이인직의신소설《혈의누》에서주인공옥련이가미국에갈때그렇게가요.그소설에보면요코하마에서샌프란시스코까지약삼주일걸린다는내용도나오고요.”
“맞아,우리승원이가문학박사였지.하하하.”
선생님과나의대화는언제나이런식이었다.선생님과정작가는문학과인생에대한진지한이야기를나누기일쑤였고,나는언제나문학의본질이아닌문학의‘언저리’만을이야기했다.언제가술자리에서선생님과정작가는내가지은필명을듣고크게웃었다.문학을전공했지만매번문학의언저리만이야기해서제필명을‘언저Lee’로짓겠다고./황광수선생님을추억하며

선생님,그곳은많이춥지않으신가요.선생님은추위를많이타시는데,그차가운관안에선생님을홀로내버려두고돌아서는것이너무가슴아파서,돌아오는전철안에서마스크를쓴제양볼안쪽으로자꾸만눈물이흘러내렸습니다.
이상실은,이결핍은결코무엇으로도채우지못하겠지요.선생님이한없이낯선존재인저를아무조건없이사랑해주셨듯이,제가먼저사람들을이해하고,돌보고,보살피겠습니다.그들이저를꼰대라놀려댈지라도,그들이저를재미없다고면박을줄지라도,제가먼저사랑하고,제가먼저다가가고,제가먼저보듬어안을게요.
선생님,이제고통없는곳에서,굶주림도슬픔도원한도없는곳에서,부디향기로운꿈을꾸며저를기다려주세요.제몫의사랑과배움과노동을다마치고,저도언젠가그곳에가겠습니다.환하게웃으며,제지친어깨를꼭안아주실선생님을생각하며,오늘의이슬픔을,오늘의이고통을꿋꿋하게견뎌낼게요./여울의마지막편지

그리하여나는이제이별을생각하지않는다.이별따위,작별이나놓아버림같은,그런무정한것들은아예생각하지않는다.우리사이에가능한그어떤이별도생각하지않는다.선생님의그그렁그렁한눈빛.첼로처럼낮지도않고바이올린처럼높지도않은,딱비올라처럼미묘하게적당한높낮이로오르내리는감미로운목소리.심각한이야기를할때는일단눈썹을먼저양손가락으로싹쓸어올리고양팔의소매를매만진다음,술상을한번꼭붙드는,그익살스러운몸짓.
내가신문에글을쓸때마다,아침일곱시쯤에디지털도아닌종이신문으로한글자도빠짐없이다읽어내신다음,부리나케아름다운감상평을쓰셔서긴문자데이터메시지로보내주시는그정성스러움.내가아마존킨들로전자책사보는법을가르쳐드렸더니,한달만에영어로된전자책을수백권구입해버리신,그무시무시한학구열.“이제돈도데이터도남아있질않네.”너털웃음을지으시던그푸근함.한국에번역되지않은영어소설이나독어책을늘끼고다니시며내게그아름다운문장을직접번역하셔서들려주시던경이로운문장력과놀라운외국어실력.“선생님,전불어못하잖아요,이걸어떻게읽을까요.”엉엉우는소리를하는나에게,《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불어판을선물해주시며,언젠간꼭읽을거야,믿어의심치않는눈빛을쏴주시는그잔뜩기대감부푼얼굴.이승원선생님과함께우리세사람이무려두달간이나취재차유럽여행을떠났을때음식이입에맞지않아무려사킬로그램이나빠지셨으면서도단하루도흐트러지거나힘겨운모습을보여준적이없었던그초인적인꼿꼿함.
그모든찬란한황광수특집퍼레이드를이세상에서다시볼수없는그끔찍한날이오더라도,우리사이에는‘이토록영원히무지한사랑’이눈부시게가로놓여있다.내사랑은무지하다.그래서비로소완전하다.내사랑은계산도분석도예측도불가능하기때문이다.나의이토록덜떨어진사랑과선생님의그토록완전한사랑은놀랍게도완벽한조합을이루어,이토록눈부신‘마지막왈츠’를추고있으니까.선생님과함께마지막왈츠를추며,나는이제야비로소깨닫는다.절대로화내지않는사랑,결코서운하게만들지않는사랑,단한번도배신하지않는사랑의힘을./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