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결혼생활(큰글자도서) (임경선 산문 | 양장본 Hardcover)

평범한 결혼생활(큰글자도서) (임경선 산문 | 양장본 Hardcover)

$26.00
Description
“결혼은 복잡하게 행복하고 복잡하게 불행하다.”
『가만히 부르는 이름』『태도에 관하여』『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등 소설과 산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꾸준히 작품을 선보인 임경선 작가가 이번에는 ‘결혼생활’을 주제로 산문을 펴냈다.

“어쨌든 20년씩이나 한 남자와 결혼생활을 했으니,
이제는 그에 대해 한두 마디쯤은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_본문 중에서

『평범한 결혼생활』의 출간 일인 2021년 3월 11일은 정확히 저자의 결혼 20주년 기념일. 온갖 기념일들을 챙기는 걸 평소 좋아하지 않던 저자는 지난해 겨울 초입에 불현듯 이듬해 결혼기념일이 20주년임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만난 지 3주 만의 급작스런 청혼, 고작 석 달 간의 짧은 연애 그리고 바로 이어진 20년간의 결혼생활. 20년 세월을 한 남자와 살아낸 현실을 스스로 신기해하며 저자는 자신이 몸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생활의 진실’에 대해 쓰기로 결심한다. 이것이야말로 결혼 2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온전한 방법이라 여기며-
저자

임경선

소설『가만히부르는이름』『곁에남아있는사람』,『나의남자』,『기억해줘』,『어떤날그녀들이』,산문『여자로살아가는우리들에』,『다정한구원』,『태도에관하여』,『교토에다녀왔습니다』,『자유로울것』,『어디까지나개인적인』,『나라는여자』,『엄마와연애할때』등을썼다.

목차

1~50

출판사 서평

결혼생활이란‘나와안맞는사람과사는일’

“결혼생활이란무엇인가’에대해생각해보았다.
나에게결혼생활이란무엇보다‘나와안맞는사람과사는일’이었다.생활패턴,식성,취미,습관과버릇,더위와추위에대한민감한정도,여행방식,하물며성적기호에이르기까지‘어쩌면이렇게나와다를수있지?’를발견하는나날이었다.”
_본문중에서

천생연분이나잉꼬부부같은단어는잊자.대개의평범한결혼생활은‘나와이토록다른사람’과하루하루를부대끼면서‘인격수양’을하는일이라고저자는말한다.서로의‘다름’에경악하지만이내초연하게받아들이고적당히‘아내’와‘남편’이라는역할을연기하다가폭발과수습을반복하는관계.하지만그‘안맞음’이야말로지극히‘평범’한것임을자각한다.

이런고난의여정이기다리는줄도모르고한창열애중에만든소책자청첩장은20년전당시의시대상을고스란히전달한다.남자는여자를처음만난정황에대해,여자는남자로부터청혼받은날에대해각각한편의글을썼다.시대착오적이고오글거리지만시대의변화를보여주기위해청첩장을그대로인쇄해넣었다.또한산문『태도에관하여』초판(2015)과개정판(2018)에실린〈현실생활에서의평등〉의계보를잇는저자의현재(2021)가사분담현황에대해서도면밀히보고한다.


애증과숨막힘사이의어떤애틋함

“나는갑작스럽게비행기추락사고로배우자를잃은충격에가슴이찢어질것만같은
고통과비애를느낀다.하지만벽에기대어헛구역질을반복하는와중,
미량의감미로움도놓치지않는다.
(..)아내들의이런작은살의가남편들의명을늘린다.”
_본문중에서

저자는남편이외국출장을갈때마다그비행기가추락사고를당하는비극을감미롭게상상하는가하면,우연히밖에서남편의모습을발견하고그가‘길거리에널리고널린아저씨’라는점을자각하고좌절한다.집안에서사시사철웃통을벗고지내는‘야생멧돼지’같은모습에한숨이나고,같이운동을나가면느릿느릿걷기만하는남편에게답답함을느끼고,새벽에술에취한남편을차로픽업하러나가면서짜증을내지만그모든낭패감의면면사이로애틋한순간들을놓치지않는다.

오랜결혼생활에는상처와후회도불가피하다.남편이사다준선물들이마음에들지않아했더니실망시키는일을피하기위해남편은그후모든선물을현금으로대체한다.저자는남편에게서아내의선물을챙겨야하는번잡함을빼앗아결과적으로‘그의관심을덜받는데에만’성공했음을깨닫는다.어느날밤은‘성적불일치’로야기된부부싸움의구슬픈일화를가감없이밝히며비통해하지만,어느한쪽이먼저세상을떠나고남겨진사람이살아가야만하는일상의풍경을상상하며아득해진다.


결혼이란오히려‘불안정’의상징

문제는집밖의사람에게설레게되는일이다.
대체누가결혼생활을‘안정’의상징처럼묘사하는가.
결혼이란오히려‘불안정’의상징이어야마땅하다.
_본문중에서

결혼은태생적으로불완전한인간이해볼수있는그나마완전에가까운애정표현이라써온저자는‘우리사랑영원히’라말을해도‘결혼하면3년안에열정이식는다’는사실도겸허히받아들인다.이는다시말해배우자에대한설렘이없어져도함께살아야함을의미하며‘당신과함께망하겠다’는다짐이기도하다.
하지만결혼생활의문제는집밖의사람에게설레고열정을느끼게되는일.저자는주변에서목격한결혼이후의열정의모습을살피면서,일부일처제의한계를극복하고자시도된다양한분투들-사르트르&보부아르의계약결혼,개방된다자간관계인폴리아모리,근본주의모르몬교도의일부다처제-등을짚어본다.


작가의남편으로사는일

“남편분은작가님책을읽고뭐라고…안하세요?”
이렇게질문하는이유는책에과거의연애에대해서도썼고,현재의(남자)친구들에대해서도썼고,결혼한여자가다른남자와사랑에빠지는내용의소설도썼기때문일것이다.
_본문중에서

사람들은연애소설을쓰는여자의남편을많이궁금해한다.거기에는‘그래도괜찮냐’는놀라움과걱정이뒤섞인다.하지만남편이읽든말든,저자는오히려그모든‘남편분이봐도되겠어요?’적인책과글들은애초에남편의존재가야기시킨것이라고못박는다.결혼당시저자는글한번써보지않은평범한직장인이었다.그랬던그가2005년에전업작가가되어16년간꾸준히글을써올수있었던것은아마도남편때문이라고짐작한다.작가인아내보다책을훨씬많이사보는‘덕후’애서가남편.언젠가직접책방을여는것이꿈인남편.하루는25년다니던신문사를그만두고‘진짜로’책방을열려고해서아내를식겁하게했으나아내의‘이한마디’로그는마음을바뀐다.

‘사적영역’이라할부부의이야기는겉에서는알수없는‘그들만의세계’이지만저자는최선의솔직함으로자신이결혼생활에서느낀바를써내려간다.그렇다고이책이결혼생활에관한어떤모범적인교훈과지침을줄거라고생각하지는않는다.다만결혼생활에관한50개의글을써나가는과정에서오히려저자자신이결혼에대한중요한한가지깨달음을얻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