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이야기(큰글자도서) (임경선 단편소설집)

호텔 이야기(큰글자도서) (임경선 단편소설집)

$29.00
Description
[가만히 부르는 이름][곁에 남아 있는 사람] 등, 동시대 사람들의 애틋한 이야기를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담아내는 작가 임경선이 소설집 [호텔 이야기]로 돌아왔다. 단편소설은 [곁에 남아 있는 사람] 이후 4년 만이다.

한 시절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소설

전 세계적인 감염병이 장기화되며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우리가 알던 그 시절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변함없이 고유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일은 존엄하고 소중하다. 소설의 배경인 ‘그라프 호텔’은 말하자면 그러한 장소였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과묵하게 존재하던. 하지만 끝내 그라프 호텔도, 한 시절의 눈부신 영광을 뒤로하고 문을 닫게 되고, 유서 깊은 호텔의 예고된 마지막처럼 이 소설은 각자의 인생에 찾아온 한 시절의 끝을 온몸과 마음으로 겪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뜻하지 않은 환경의 변화는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집착과 상실감, 분노와 무력감, 불안과 의연함 같은 다양한 감정 속에서 우리는 붕괴하거나 정면 돌파하거나, 견디거나 놔버린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그 모든 분투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이제 나는 안다.”/ ‘작가의 말’ 중
 
우리는 무엇을 부여잡고, 무엇을 놔줘야만 할까. 언제까지 저항하고 언제부터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지금 대체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변화의 기로에 선 주인공들은 자신에게 묻는다. 바로 이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처럼.
저자

임경선

12년간의직장생활후,2005년부터글을쓰기시작했다.소설『가만히부르는이름』『곁에남아있는사람』,『나의남자』,『기억해줘』,『어떤날그녀들이』, 산문『평범한결혼생활』,『여자로살아가는우리들에게』,『다정한구원』,『태도에관하여』,『교토에다녀왔습니다』,『자유로울것』,『어디까지나개인적인』,『나라는여자』,『엄마와연애할때』등을썼다. 

인스타그램@kyoungsun_lim

목차

1.호텔에서한달살기
2.프랑스소설처럼
3.하우스키핑
4.야간근무
5.초대받지못한사람

출판사 서평

어떻게‘나로살아갈것인가’를고민하는어른들의소설

인간본성의모호하고복잡한부분을섬세하게성찰해온작가임경선은변화와선택,발견의순간에맞닥뜨린2040세대인물들을소설속에서담담하게그려낸다. 
 
〈호텔에서한달살기〉
한달동안호텔에머물며원치않게다른사람이쓴각본을각색하게된영화감독두리는자신의전성기가지나가고있음을자각한다.초연해보려고애쓰지만종종‘나는지금여기서뭘하고있지’라며당혹해하는그는뜻밖의방문객을통해자신이진심으로원하는것이무엇인지를알게된다.

〈프랑스소설처럼〉
영업부진으로낮시간대실상품을내놓은호텔에‘여자’를만나러가는‘남자’는최선을다해사랑하는‘여자’를기쁘게해보려고노력하지만문득자신이안다고생각했던것들이실은허상일수도있음을깨닫는다.

〈하우스키핑〉
자발적선택으로메이드가된고학력자정현에게호텔이연말에문을닫는다는소식은그야말로청천벽력이다.정현은호텔이라는자기만의안전한세계를빼앗길것같은위기감속에뜻밖의인물에게도움을청한다.

〈야간근무〉
한여름밤의꿈같은사랑뒤이별의상처를삭이는호텔도어맨동주는알고지내던작가에게사랑이라는감정을증명하려고애쓴자신의무모한모험에대해들려준다.후회해도상관없다생각하고저지르고난자리에는무엇이남을까.

〈초대받지못한사람〉
그라프호텔의아름다운피아노바에서돈과인간관계의함수를알아가는개그맨상우는낯선세계를향한동경과익숙한인간관계의아늑함사이에서위태롭게흔들린다.겉으로보이는게다가아닌상황을겪으며그속에서어떻게‘나’로살아갈것인가를고민한다.
 
소중했던그무엇을잃어가면서,혹은변할수밖에없는무언가를목격하면서소설속주인공들은어떻게견디고살아냈을까.무심하고건조하지만,그아래로소용돌이치는마음의격정과아릿함은화가에드워드호퍼의고독하면서도여운짙은그림들을연상시킨다.
 
 
매혹의장소,호텔
 
작가임경선은어린시절부터외국생활을경험하면서자연스럽게‘호텔’이라는공간과친숙하게되었다.나무바닥이삐걱거리는유럽어느도시의남루한호스텔부터대도시의특급호텔,주인의개성이녹아있는베드앤브랙퍼스트(B&B)와게스트하우스,온천료칸에이르기까지다채로운숙박시설을경험한그는이를토대로좋아하는숙소의다양한특성들을집약한‘그라프호텔’을탄생시켰다.오랜시간의풍파를견디면서누적된역사가있고,고집스러운취향이있고,효율보다는멋과여유가있고,매뉴얼대로움직이기보다인간적인환대가있고,무엇보다도울창한나무그늘아래수영장이있는호텔.
 
서울남산자락에서40년역사(1983년개관)를뒤로하고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이올해12월31일을마지막으로영업을마치고김종성건축가가혼신을다해설계한호텔건물이철거된다는안타까운소식도이번신작단편소설집을집필하는데중요한동기가되었다.작가의이십대부터사십대에이르기까지소중한추억을보낸장소를영영떠나보내는것이기때문이다.2019년아버지와단둘이마지막어버이날식사를함께한장소도국내호텔최초의이탈리안레스토랑이었던이곳의〈일폰테〉였다.

한편,웨스틴조선호텔홍보실에서첫직장생활을시작한것도호텔을그에게특별한장소로만들었다.24시간365일생생하게움직이고있는곳,다양한사람들이드나드는곳,모든부서직원들이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는곳,편안함과설렘을동시에안겨주는비일상적인곳-호텔은먼훗날노스탤지어로남을이야기를만들어내는장소이다.

각단편소설내용요약(결말포함)

〈호텔에서한달살기〉
뜻하지않은생리불순으로고생하는영화감독두리는시나리오를써서제작사에제출하지만담당프로듀서는그것을검토하는대신다른히트작감독의신작드라마각본각색을맡기며그라프호텔에서한달머물면서작업하게한다.처음엔마뜩지않아했던두리는독특한분위기의그라프호텔을점점마음에들어하며그곳에서의일상에적응해나간다.그럼에도종종자신의한물감을냉정하게진단하거나‘지금나는여기에서뭘하고있나’아득해지며혼란스럽다.그러던어느날자신이데뷔시킨배우수호의급작스러운호텔방문으로스스로를속이고있던자신이진심으로원하는것이무엇인지를깨닫는다.

〈프랑스소설처럼〉
‘남자’는어느무더운여름날대낮에외근을빙자하여그라프호텔505호에‘여자’를만나러온다.영업부진탓에생긴특급호텔의‘대실’상품을이용하러.오후의정사중,‘여자’는간통죄가폐지되기직전에자발적으로죗값을치르기를선택한P과장님의불가사의한이야기를‘남자’에게들려준다.낮대실시간이끝나갈무렵‘남자’가먼저호텔을나와다시회사로돌아가려고준비하는데‘여자’는의미심장한말을남기며퇴근길‘남자’의마음을흔들어놓는다.(스포일러:‘남자’와‘여자’는부부이고‘여자’는생일선물로자신이좋아하는프랑스소설에서읽은대낮의정사장면을재현해보고싶다고‘남자’에게요청한것)그프랑스소설은바로2022노벨문학상아니에르노의‘단순한열정’이다.

〈하우스키핑〉
그라프호텔의하우스키핑메이드일을천직처럼생각하는정현은오늘도정해진순서대로꼿꼿하게자신이맡은일을해나가던중,우연히손님으로투숙한대학동기상원을만난다.상원은과동기단톡방으로정현을초대하고,정현은잊고싶었던과거가(정현은성인ADHD진단을받고힘겹게사회생활을이어나가고있었다)차례차례다시소환되어괴로워하지만유일한취미인작가덕질로도피한다.휴일이지나출근하니그라프호텔이연말부로문을닫는다는청천벽력같은소식을듣고패닉상태에빠진다.자기만의안전한세계를빼앗길위험에놓인정현은심리적도피처가되어주는작가한테SNS로도움을요청하지만위로는커녕차단을당한다.

〈야간근무〉
작가인‘나’는출장온친구를만나러그라프호텔에갔다가도어맨으로일하는20대청년‘동주’를우연히오랜만에만난다.‘동주’는‘나’에게그간에있었던자신의이야기를들려준다.미술관에서안내원아르바이트를하며만난장애를가진30대기혼여성‘상아’와나눈서툰사랑과서툰진심에대해.사랑이라는감정을증명하려고애쓴그들의무모한모험이야기가펼쳐지고깊은밤야간근무중호텔반대편의울창한숲에서불어오는바람을맞으며열병의상흔을삭이는‘동주’의안녕을‘나’는기원한다.

〈초대받지못한사람〉
개그맨선배‘영일’의기업회장들접대술자리에급작스레불려나간개그맨‘상우’는그곳에서차분하고세련된투자자문회사대표‘이준’을알게된다.이준은따로상우를그라프호텔의피아노바에초대하며편안하게만나는데,회를거듭할수록상우는자신과는다른‘지성’의세계에사는이준을동경하게된다.한편,상우는기업인-연예인간의계산적인관계에대해알게되며그에비하면고향친구들과의이해타산없는오랜우정의순수함을소중하게느낀다.하지만어느날,고향친구정환이느닷없이돈을빌려달라고해서마음이어지러운가운데영일에게불려간다른술자리에서이준이기업회장들의비자금을탈취해서사라졌다는소식을듣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