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건, 말이었다

대단한 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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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참교육을 외치는 순정마초의 노래!

26년간 영축산 아래 보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살면서 맞이한
문학을 향한 간절한 발걸음, 그 첫 번째 소설집!
‘대단한 건, 말이었다’는 등단한지 불과 이년도 되지 않아 출간된 김호준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그렇기에 등단작 ‘차가운 방’ 외, ‘대단한 건, 말이었다’에 실린 6편의 단편소설에는 ‘작품이 곧 그 작가’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작가의 삶에서 나온 이야기가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며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차가운 방], [대단한 건, 말이었다], [나만의 축제], [병아리], [뿌리 없이 자라는 나무], [슬픈 가마우치], [화살이 사라진 자리에서]를 통해 이것이 우리의 교육 현장의 실체라는, 더 나아가 이것이 우리가 속해 있는 크고 작은 사회의 민낯이라는 경고장을 날리는 있는 것이다. 이는 말하지 않으면 거짓의, 부조리의 편이 됨을 알리는 ‘참교육’이며, 곧 문학이 할 일이기도 한 것이다.
저자

김호준

1969년경남고성에서태어났다.
2022년‘차가운방’으로《글로벌경제신문》신춘문예등단.
2022년시집‘시집에서시가흐르면’출간.
2020년교육에세이집‘울지않는아이’출간.
2017년장편소설‘디그요정’출간.
2015년《대한불교조계종》신행수기대상수상.
2013년《한국교육신문사》교단수기동상수상
현재,26년째보광고등학교에서국어교사로재직중이며,
양산문인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차가운방9
대단한건,말이었다35
나만의축제67
병아리97
뿌리없이자라는나무127
슬픈가마우지157

출판사 서평

참교육을외치는순정마초의노래

발문/이평재(소설가)

김호준작가를한마디로표현하라면주저없이이렇게크게외칠것이다.순정마초!그렇다,그는말그대로순정마초다.큰키에,성깔있어보이는눈매,각진말투가겉으로는거친느낌이지만그내면은누구보다순수하고애정이넘쳐순애보를바치는사람.그러니,그가오직국어교사로26년을살면서내내시를쓰고,내내소설을쓰고,내내학생들의글을모아책으로발간하는일을멈춤없이하고,결국2022년신춘문예를통해소설가로등단한것도그의내면에존재하는문학을향한우직한순애보의발로일것이다.

김호준작가는2022년6월에출간한자신의시집‘시집에서시가흐르면’에실린비망록의서두를다음과같이시작했다.역시순정마초이기에가능한내용이었다.스스로를그럼에도불구하고‘어느덧무사히완주한마라토너’로비유한부분이이를증명하고있는듯하다.
직장에서일이주어지면물러선적이없었다.게다가영리하지못해서그냥부딪치면서해결하는게적성에맞았다.당연히악역도담당하게되어대다수교사가피하는학생부장을3년이나했다.그뿐이아니었다.액셀프로그램을잘다루지못하면서도학교시간표를관리하는업무까지맡아심한스트레스에시달리기도했다.그런과정을거쳐인사위원회의추천으로고3부장이되었다.고3부장업무는학생들장래가달린일이라망설여졌지만이또한성격대로받아들었다.사람의일이니부딪치면서해결해보자고.그래도능력부족이면물러나면된다고.그렇게고3부장을3년이나하게되었다.그리고어느덧무사히완주한마라토너처럼고3부장자리를비워줄시간이었다._시집에서시가흐르면176p

등단한지불과이년도되지않아출간된이번소설집‘대단한건,말이었다’는김호준작가의첫번째소설집이다.그때문인지모든내용이상당부분위의비망록과맞닿아있다.등단작인‘차가운방’을제외하곤단편소설6편이모두‘순정마초’가아니면나올수없는내용으로채워져있는것이다.아니,존재감을잃고소외된‘나’가가족곁을떠나죽음보다더외로운삶을살다가끝내생명을놓아버리는암시로끝나는‘차가운방’조차그내용이어느일면으로는작가내면의순애보가역설적으로그려진경우라고봐도무방할것이다.또한‘차가운방’에는카프카의‘변신’과같은개념의실존주의적시선이녹아있는것이특징이다.먹이사냥을하다가상처를입어존재의가치를잃어버린암사자를소재로차용해나와치환시킨유기적직조가매력적이다.이는서사중심의스토리텔링이아닌,심리묘사를통해감성중심으로접근하는현대소설의미학을갖추고있다는의미이다.특히마지막장면의심리묘사가짠하게다가와마음에오래남는다.
좁은골목으로겨울바람이불어오는게느껴졌다.그바람소리가하이에나무리의울부짖는소리처럼사납게들렸다.텔레비전에서본암사자가떠올랐다.암사자는삶과죽음이함께하는초원에서무리와함께먹이를구하다다쳐버렸다.한가족이었던암사자들은다친암사자를두고떠났다.마치그것이자연의섭리처럼.(생략)곧주위로하이에나가한마리,두마리더해졌다.암사자는지친몸을일으켜하이에나를향해크으악거렸다.(생략)나는마지막장면을잘알고있었다.어둠이내린초원에서는하이에나의울음소리만길게남겨질거였다.(생략)문을닫고문손잡이의잠금장치를눌렀다.형광등만켜지않으면외출나간사람의방처럼보일수있었다.사회복지사와박여사가마음에걸렸다.두사람에게전화했다.“내일은설날이야.아들이날데리러왔어.한달뒤에돌아올거야.”하고말했다.통화를끝내고형광등을껐다.차가운방바닥에누웠다.겨울이라서참좋았다.사라진흔적이꽤오랫동안드러나지않을것같았다.결국방세가밀리면집주인은나를찾아올것이었다.깜빡깜빡눈을감았다뜰때마다좁은골목에부는겨울바람소리가하이에나무리의울부짖는소리로변해갔다.

‘차가운방’외‘대단한건,말이었다’에실린6편의단편소설역시‘작품이곧그작가’라는말이실감날정도로,작가의순애보가전체를관통하며빼곡히들어차있다.[차가운방],[대단한건,말이었다],[나만의축제],[병아리],[뿌리없이자라는나무],[슬픈가마우치],[화살이사라진자리에서].수록된이모든작품들이하나같이비루한삶에대한이야기를통해때론직설로,때론역설로‘그나마’하는한줄기희망에모든것을바치는갈등의서사구조를이루며그래도,하는작가의간절한마음을내비치고있다.

표제작‘대단한건,말이었다’는타이어만드는기업의환경부에입사했지만매번부장의‘축구하자!’한마디에부서전원이업무를중단하고운동장으로나가는행태로회사생활을하고있는남자의이야기이다.그것이못마땅한남자의현재와못마땅한것을참아내지못해사고를쳤던남자의과거사가유기적으로엮이면서진실한말보다거짓된말이유효한크고작은사회의불합리성을비판하고있는내용이다.작가는에피소드곳곳에관련된문장을넣어그것을피력하고있다.‘그러니까,녀석이돈을빌려달라는말은사전에나오는말과달랐다.그냥돈을빼앗는거였다.’‘녀석의싸우자,라는말은여럿이한명을폭행하는거였다.‘아침을먹으면서무엇보다사전에나온말그대로녀석의머리를의자로내려치자는다짐을잊지않았다.’‘그는말이어눌해도사전에나오는말그대로를보여주는사람이었다.’‘나는공이아니라부장의얼굴을향해머리를들이댔다.공을막기위해헤더를했을뿐이라고말하면되는거였다.늘말이대단한세상이니까.’등등.그리고이작품에는말은더듬지만진실한고대리와남자의위험한성격을다독여주는나이든경찰관이거짓과대비되는의미로등장하고있다.이는작품에한층입체감을주면서주제또한더욱확고하게구축해주는역할을하고있다.

군시절후임으로온학교폭력의가해자를만나면서그를응징하는‘나만의축제’는상당히과격한내용이다.손에해머를들고그에게다가가며암시로끝낸마지막장면이문학보다는복수가주제인영화라면더욱이해도가높을것같은느낌이크기에아쉬움이남는다.이분법적흑백논리가구태하다는것이다.그러나이세상에소설로쓰지못할이야기는없다는관점에서본다면소설의경계를넘었다고단정짓기도모호하다.그것이얼마만큼설득력을갖추며문학으로승화되느냐가관건이기에.그런점에서신문배달부로평생비루한삶을살다죽은그의아버지와유사한인생을산아버지가있는사람이라면,또한고등학교시절의그와유사한상처를받은사람들이라면이소설을읽고크게공감하며카타르시스를느낄것이다.실제로인간이란어느한계에몰려정신적으로함몰되면자신의삶을위로하기위한뭔가를찾기도하니까.또한그보다더나아가괴물이되기도하니까.

‘병아리’는작품속한문단으로갈음하는것이이작품을이해하는데가장도움이될듯싶다.이작품은오직경쟁사회의우위에서기위해좋은대학을가기위한것이전부인학교현장을리얼하게고발하고있다.전학생과,그전학생을대하는학생들의갈등을병아리라는소재에담아풀어낸작품이다.보기엔그저예쁘고사랑스런병아리의실제모습이인간의속성과맞닿으며충격적으로다가온다.
초등학교6학년봄,시골외가의닭장에서병아리가병아리를쪼아대는장면을봤었다.닭장에병아리가열마리정도있었다.병아리들은두발로닭장바닥을헤치고모이를먹었다.그런데한마리가모이를먹다가철망가시에꽁무니가찔렸다.상처가생겼고핏방울이맺혔다.꽁무니의솜털이붉게물들었다.그러자다른한마리가핏물에젖은녀석의솜털을쪼기시작했다.다른병아리도달려와쪼아댔다.바늘구멍만했던상처가좁쌀크기로커졌고,머지않아콩알만해졌다.병아리들은더욱녀석을쪼아댔다.상처는어느새포도알만해졌다.그리고상처에서창자가흘러나왔다.한마리가창자를물고달아났다.그러자녀석은결국바닥에쓰러졌다.병아리들이이번에는한꺼번에창자를물고달렸다.녀석은닭장바닥여기저기로끌려다녔다.어느새시체만남았다.병아리들은그제야다시모이통으로달려가모이를쪼았다.물통에서물한모금먹고하늘을쳐다보고작은날개를파닥거렸다.그때나는시체가된병아리도다른병아리의상처를보면역시쪼아댔을거라고생각했다.

어느날,어릴적별명이‘똥차’인시청주민생활지원팀장앞에그의고등학교동기가부시장으로오면서전개되는‘뿌리없이자라는나무’는머리가빠져정수리가훤한중년남성의열등감이그야말로웃기고도슬픈모습으로리얼하게그려져있다.그의별명이똥차인것은그의아버지가똥차를끌고다니면서배설물을처리하는사람이었기때문이다.게다가그의아버지는동네에대소사가있을때돼지를잡아주고돼지의쓸개를얻어먹는사람이었다.그랬기에오랜세월이지났음에도“야,똥차,맞네.”하고바로알아본부시장이그에게모교방문의날행사숙소관련일을맡기면서뜻하지않은이야기가전개되는것이다.그가아무리고개를돌리고아닌척해도어릴적동기들은하나같이멀리서도그를알아본다.영락없이똥차!하고불러댄다.결국온갖해프닝끝에똥차!소리를피해언덕을내달리는그의모습이짠하게다가오며읽는이로하여금씁쓸한미소를짓게한다.

‘슬픈가마우지’는서른이훨씬넘도록임용고시1차합격도못하던청년이학원강사로뛰던중한학교의기간제교사로출근을하는과정에서드러나는부조리를다룬이야기이다.재단의행태가가마우지를이용한민물낚시에고스란히담기며설득력을확보한다.재단의갑질에속수무책당하는사람들의모습이슬픈가마우지인것이다.
그런데가마우지는어부의손아귀를벗어날수없었다.어부는가마우지가잠수해서잡은물고기를삼키지못하게,호흡만가능할정도로목을실로묶었다.야행성가마우지를배에묶고물고기들이모이는곳으로배를저어간뒤등불을밝혔다.물고기가등불로모여들면긴장대로강물을후려쳐물고기를몰았다.그러면가마우지는물속으로잠수해들어가커다란물고기를잡아삼켜목안에넣은채어부에게돌아왔다.어부는가마우지가잡아삼킨물고기를입에서토하게했다.어부가다시가마우지를배에태우고강으로나가놓아주면가마우지는또다시물속으로잠수해들어가서물고기를잡아왔다.

‘화살이사라진자리에서’는교육현장에있는교사들의모습이가감없이담겨있다.지난해부터양궁부가있는학교의기간제교사로근무하면서억지로양궁장청소지도를떠맡게된나,그리고이제는교사회의를할때마다못마땅한교사의등에화살을쏘아대는,꿈에서본그장면을떠올리며회의에대한거부감을해소하고있는나.그이유는나의눈에비친교사들의모습이결코바람직하지않기때문이다.교사들은업무상문제가생겼을때만정의와공정을들먹였고,자기와직접관련된이익이없으면그조차하지않고가만히있었다.그랬기에오늘도기간제교사인나는회의를주도한최교사의교묘한의도대로,또한모든교사들의‘나만아니면된다.’는이기심에의해학교의최고문제학생을떠맡게된다.그럼에도제기랄!하고혼잣말을중얼거릴뿐인게현실이다.

위와같이‘대단한건,말이었다’에실린작품들의면면을살펴보면작가의경험에서나오는교육현장의이야기가가장많이담겨있고,대부분의인물들은깊은피해의식에시달리고있다.그리고두가지방향으로마무리를짓고있다.무엇인가에게호되게당해상처를입고분노를하지만결국제자리로돌아가주저앉고마는,혹은분노를날것그대로폭발시키는마는.작가는마치의도적으로이것이우리교육현장이라는것을고발하고있는것같다.더나아가이것이우리가속해있는크고작은사회의민낯이라고우리의코앞에바짝들이밀어경고장을날리는것같다.그렇기에어찌보면인간사의참담한현실적분노에너무치우쳐있는게아닌가싶은생각도든다.그러나이것도문학이할일인것이다.말하지않으면거짓의,부조리의편이되기에.그나마한줄기라고구원의빛이흐르기를바라는간절한날갯짓!이것이야말로순정마초인김호준작가이기에절로표출되는순애보의발로인것이다.

예술이란,문학이란,소설작품이란나에게서시작해너에게닿고결국우리를이야기함으로써세계관과우주관을확보하는작업이라고볼수있겠다.김호준작가의성정상당연히두번째소설집이이어질것이다.그때는즉물적느낌이강한순정마초에서한걸음더나아가객관적시선으로너를향하고,우리를향해심도있게거듭나며,보다새로운형태의미학으로작가의순애보가표출되기를기대하고,또그러리라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