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이스 닌: 거짓의 바다에서

아나이스 닌: 거짓의 바다에서

$25.30
Description
아나이스 닌은 소설가 헨리 밀러 부부와의 에로틱한 관계를 그린 책 『헨리와 준』으로 널리 알려진 ‘일기 작가’다. D. H. 로렌스 연구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고 여러 권의 소설도 남긴 닌에게 가장 중요한 작품은 역시 본인의 삶과 예술, 사랑을 진지하게 탐구한 일기라고 할 수 있다. 닌의 일기는 단순한 신변잡기와 개인적 기록에 머무르지 않으며 자신과 자신의 삶을 대상으로 예술가의 고뇌와 광기, 언어, 사랑 등에 대해 끊임없이 탐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레오니 비쇼프의 『아나이스 닌:거짓의 바다에서』는 『헨리와 준』을 기반으로 아나이스 닌이 가장 뜨겁게 살았던 한 해를 밀착해서 들여다보는 그래픽노블이다. 헨리 밀러 부부와의 광기 어린 관계가 중심에 놓이기는 하지만 남편 휴고 길러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사촌 에두아르도에 대한 연민 어린 사랑이 나란히 진행되며 그밖에 정신분석의나 댄스 교사 등 닌이 만나는 다양한 남성들과의 에로틱한 관계도 숨기지 않는다.
아나이스 닌은 자신의 삶을 화려한 거짓과 가면으로 치장하고, 보통 사람이라면 까무러칠 만한 짓도 서슴지 않는 등 사회의 질서나 도덕성의 경계를 거침없이 교란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이 아나이스 닌 자신의 본질에 가닿는 과정이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저자

레오니비쇼프

만화작가이자일러스트레이터.카스테르망출판사에서『후두달링』을출간하고,스웨덴작가카밀라레크베리의추리소설세편을올리비에보케와함께그래픽노블로각색했다.2020년에출간한그래픽노블『아나이스닌:거짓의바다에서』는2021년프랑스만화비평가·저널리스트협회그랑프리최종후보와2021년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황금야수상(최고작품상)최종후보에올라야수상(관객상)을수상했다.같은해,최고의여성만화가에게수여되는아르테미시아상최종후보에포함되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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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21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야수상수상작!
★빼앗기지않은여성예술가의영혼,아나이스닌의뜨거운생애를그린그래픽노블
★프랑스만화비평가/언론가협회(ACBD)2021그랑프리최종후보작!

도대체왜난한방향으로만나아갈수없을까?
나는검고높은의자에앉은채손댈수없는여자로남을것이다

아나이스닌은소설가헨리밀러부부와의에로틱한관계를그린책『헨리와준』으로널리알려진‘일기작가’다.D.H.로렌스연구로문학활동을시작했고여러권의소설도남긴닌에게가장중요한작품은역시본인의삶과예술,사랑을진지하게탐구한일기라고할수있다.어린시절부모의이혼으로어머니와함께살게된닌은14살부터일기를쓰기시작했는데사망이후150여권이넘는일기장을남길정도로평생혼신을기울여일기를썼다.닌의일기는단순한신변잡기와개인적기록에머무르지않으며자신과자신의삶을대상으로예술가의고뇌와광기,언어,사랑등에대해끊임없이탐색하는과정을보여준다는데의미가있다.『헨리와준』도닌이헨리밀러부부를만나본격적인관계를맺게되는1932년한해동안써낸일기를바탕으로한책이다.
아나이스닌은은행가의아내로안정적인삶을살고있던어느날『북회귀선』의헨리밀러를만남으로써예술과관능의상관관계에눈뜨며보다치열하게글쓰기에몰입한다.또한동시에헨리밀러의아내준에게매혹되면서자기안에잠재되어있던남성성과양성애적기질을깨닫기도하고,다양한성적모험을통해그간속박되어있던진짜자기를드러내는법을배워나간다.그모든과정을남김없이기록한일기는한젊은여성의혼란과불안이어떤과정을거쳐문학으로다듬어져가는가를보여주는한편,예술과정신분석에대한진지한관심,부르주아사교모임과예술가들의교류,자유분방한성적교류등1930년대파리의문화적풍경을내밀하게담고있다는점에서의미를갖는다.
레오니비쇼프의『아나이스닌:거짓의바다에서』는『헨리와준』을기반으로아나이스닌이가장뜨겁게살았던한해를밀착해서들여다보는그래픽노블이다.헨리밀러부부와의광기어린관계가중심에놓이기는하지만남편휴고길러에대한순수한사랑과사촌에두아르도에대한연민어린사랑이나란히진행되며그밖에정신분석의나댄스교사등닌이만나는다양한남성들과의에로틱한관계도숨기지않는다.아나이스닌은자신의삶을화려한거짓과가면으로치장하고,보통사람이라면까무러칠만한짓도서슴지않는등사회의질서나도덕성의경계를거침없이교란한다.그리고그모든일이아나이스닌자신의본질에가닿는과정이었다는사실만은분명해보인다.

내거짓말과화려한옷은곧내자유다
예술가들은광기를깊이파고들어그안에서다른삶들을발견하지

레오니비쇼프는보색을과감하게겹쳐쓰는색연필화를통해아나이스닌의혼란스럽고침울한분위기를인상적으로표현하는한편,스페인춤을추는모습이나다양한자세와구도를드러내주는성애장면등역동적인움직임도자연스럽고아름답게그려보여준다.오뚝한코가강조된주인공은충분히만화적인이미지인데도실제아나이스닌의모습을정확하게포착해내고있어위화감없이실존인물의이야기에빠져들게만든다.파도처럼머리를풀어헤친판타지적인분신이닌의곁을맴도는것도그래픽노블만의매력이라고할수있다.아나이스닌의책들은지극히사적이고내밀한이야기를다루고있는만큼난해하고맥락을따라가기어려운것으로정평이나있다.그런의미에서『아나이스닌:거짓의바다에서』가그래픽노블이라는새로운형식을통해한여성예술가의삶에접근하는것은그자체로도전적인과제였다고할수있을것이다.그리고작가는그과업을무사히해낸다.
『아나이스닌:거짓의바다에서』는내면에뜨거운불꽃을담고있는젊은여성예술가가결혼과가족제도,모성신화,성적억압과가부장주의같은다양한속박에서벗어나는과정을다룬다.헨리밀러와의문학적교류와성애적관계가문제를해결해가는데결정적인계기가되기는하지만사실은오랜세월닌을사로잡고있던아버지의그늘을깨닫고벗어나는일이무엇보다도긴요하다.“무슨생각으로사람들앞에나선게냐?창녀도아니고.”어린시절떠난아버지를그리워하고기다리며성장하는동안아나이스닌의내면에는아버지의목소리가깊숙이뿌리박히고,이후닌은자연스럽게자신이만나는남자들의욕망과환상에부응하며살아간다.그러나당연하게도허락된삶속에서살아가는일은숨이막힐수밖에없다.따라서아나이스닌이구축한타락하고거짓된삶은그자신을지키는갑옷이나다름없다.‘남자들의욕망을비추는거울’이되고,기꺼이뮤즈가되어주겠지만그렇다고아무것도모른채이용당하지만은않겠다는다짐들.“내거짓말과화려한옷은곧내자유다”라는말에는남성중심적세계에서자신을지키며살아남은한여성의강인한선언이담겨있는셈이다.
오늘날우리는복잡한남성편력과거짓말,불륜과근친상간등상식과윤리에도전하는아나이스닌의삶을어떻게바라보아야할까.아나이스닌의실제이야기에는초현실주의예술가그룹이상주하던1930년대파리와아나이스닌의일기가출판되어센세이셔널한반응을불러일으키던1960년대뉴욕의풍경이겹쳐놓여있다(외설시비로오랜세월금서로지정되었던헨리밀러의『북회귀선』이미국에서정식출판된것도1960년대이다).무한한자유와해방,페미니즘과히피운동등보수적인사회질서에반기를내거는저항정신이단지한시대에만유용한것일리는없다.예술과문학이란본질적으로‘죽어라말을안듣는’청년정신을추구해야만하고,그래서언제나우리에게는진지하게쌓아올린현실의감옥을허물어뜨리는‘한방’의예술이필요하다.그러한예술이야말로,그런삶의태도야말로진실로우리를구원할테니까.이것이바로거짓의바다에서비로소자신의삶을구축해나간아나이스닌에게우리가배워야할점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