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박스 (양장본 Hardcover)

베이비 박스 (양장본 Hardcover)

$29.80
Description
〈피부색깔=꿀색〉 감독 융 헤넨의 그래픽 노블
내 삶의 비어 있는 몇 페이지를 찾아서
아주 오래 전, 어린아이 하나가 복잡하고 떠들썩한 시장통에 버려진다. 유기된 아이는 전정식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벨기에 양부모에게 입양된 다음 ‘융Jung’이 된다. 한국인 입양아 융은 낯선 언어, 다른 외양을 지닌 가족들 사이에서 자라는 동안 자기 자신에 대한 강렬한 의문과 이질감과 싸워야 했다. 정체가 분명치 않은 그리움도 피할 수 없었다. 〈피부색깔=꿀색〉은 융 헤넨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인 입양아의 아픈 성장담을 들려준다. 꿀색 피부를 가진 이방인의 이야기는 2013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와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등에서 수상하고 관객들의 찬사를 듣는 등 적극적인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 국외 입양의 실상과 수많은 입양아의 인권 문제에 주목하게 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뿌리와 존재 이유를 탐색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입양아들이 괴로워하는 정체성의 문제는 결국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근원적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베이비박스』는 융 헤넨 감독의 그래픽노블로, 이번에도 역시 ‘버려진 아이’의 뿌리 찾기를 다룬다. 프랑스에 사는 한국계 주인공이 자신의 의문스러운 출생에 대해 탐색한다는 동일한 모티프에서 출발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인 부부에게 입양된 한국인 아이의 이야기다. 자신이 엄마 아빠의 친딸이라는 것을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던 주인공 클레르 김은 엄마가 죽고 난 뒤에야 자신의 비밀이 담긴 상자를 건네받는다. 그 안에 담긴 입양 서류와 입양 서류에 잔득 적힌 한국어. 클레르는 엄마 아빠의 친딸이 아니고, 엄마 아빠는 11개월 된 아기를 입양한 것이다. 언젠가 진실을 털어놓으려 한 것 같지만 엄마가 망설이는 사이 아기는 성인이 되었고 엄마는 그만 세상을 떠났다. 여기 묻혀 있는 비밀의 끝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검은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고 연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져볼까 고민하던 클레르가 그저 무난하고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민자의 2세로, 인종차별이 만연한 유럽에서 아시아 여자로 살아가는 데 고충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테니까. 클레르의 빨간 머리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일이나 동생 쥘리앵이 킬트 전사 복장을 하고 ‘스코틀랜드 중국인’이라고 놀림을 받는 상황은 이민 2세가 불분명한 정체성을 일부러 과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나쁜 일이라는 게 명명백백한 상황이라면 조금 불편하긴 해도 나름 돌파구나 해법을 찾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입양아였다고?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뿌리도 없이 살아왔으면서 정작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이것은 유럽에 사는 빨간 머리 아시안 여성이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무척이나 낯설고 무거운 질문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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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Jung
벨기에이름융헤넨,한국이름전정식.1965년한국서울에서태어나다섯살때벨기에가정에입양되었다.위마니떼클라식,브뤼셀생-뤽아틀리에를거쳐브뤼셀보자르아카데미에서공부했고,캉브르예술학교에서는애니메이션을공부했다.해외입양아로서의정체성과아시아에대한높은관심을지닌채애니메이션과그래픽노블작업을한다.자신의자전적이야기를다룬애니메이션《피부색깔=꿀색》으로2012년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관객상과유니세프상을수상하였으며,이작품은2013년PISAF에서개막작으로상영되었다.

목차

CHAPITRE1
말로표현할수없는무언가로인해
나는손꼽아기다려온이순간을
만끽할수없었다.

CHAPITRE2
갑자기날아든미사일에집이무너진것처럼,
순식간에나는전부잃었다.내가가진것,내삶의지표,
내가믿던것전부를.

CHAPITRE3
내삶은몇페이지가비어버린책과같다.

CHAPITRE4
내오른편에베이비박스가있다.
하지만바라보거나열어볼엄두가나지않는다.
세상에,도대체뭘하러여기까지온걸까?

집에돌아가고싶다.
프랑스로.

CHAPITRE5
도망치고,
아무말도하지않고,모든걸잊고,
이상자를닫아버리고,
사라지고,
잠을자고,자고,또자고···
다시는깨어나지않고싶었다.

CHAPITRE6
그는내서류를마치어제일처럼기억한다.
그날밤일어난
예사롭지않은일이인상깊게남았기때문이다.

CHAPITRE7
어쩌면우리는언젠가
서로를다시만날
기회를얻을지도모른다.

출판사 서평

어린시절쪽지를넣은유리병을바다에던지곤했다

“날구하러와줘요,아름다운이방인이여.”

클레르는자신의삶이“몇페이지가비어버린책과같다”고느끼며비어있는챕터를채우기위해모국인한국으로날아간다.그리고비어있는몇페이지사이어디엔가‘베이비박스’가있었다는사실을알게된다.아기의체온을유지하고안전하게보호할수있도록만들어진,그러나어찌되었든아기를버릴수있도록만들어진박스.버려진아이의피난처이자작은우주.클레르는그대단한박스가어떻게생겼는지좀보려고,어떤인간의역사가시작된장소로는영이상하지만그저확인해야겠다는마음으로베이비박스를찾아간다.

참전군인출신의미국인목사가운영하는시설에는분유와기저귀가어마어마하게쌓여있고,아기를넣을수있는베이비박스는냉장실이나아파트쓰레기투입구,혹은감압실처럼생겼다.어쩌면다른세계로이동하는장소같기도하다.클레르는베이비박스를운영하는미국인목사를만나자신이버려졌던날에대해이야기를듣는한편,목사의양아들이자베이비박스일을돕고있는청년민기를만난다.민기는자신도베이비박스에버려진아이였으나다리에선천적장애가있어누구에게도입양되지못했다는이야기를들려준다.여전히이틀에한번꼴로베이비박스에는아기가들어온다는사실도.

〈베이비박스〉는검은색펜과연필,물감의질감이두드러지는흑백화를바탕으로하지만유일하게붉은별색을사용한다.클레르의염색한머리카락,남동생이입은킬트스커트의깅엄체크무늬,엄마가좋아하던개양귀비꽃,순희이모가차려준한국식식탁과아빠의요리는모두빨강으로존재감을드러낸다.빨강은클레르가가진유년의기억이기도하고혼란스러운정체성이기도하고한국인이라는확인이기도하다.뿐만아니다.성당에서기도하던엄마가꽉쥐고있던십자가도,칼로그어진상처에서흘러나오는피도붉은색이다.출산도,탄생도,간절한기도도핏빛을피할수없다.무엇보다도피처럼붉은색은못본척하거나흘려버리기힘들다.우리는누구나빨강색에놀라고들여다보고눈부셔한다.따라서마지막에클레르가빨간머리를다시검정으로물들일때거기에는여러가지의미가담기게된다.

입양아의뿌리찾기를다룬〈베이비박스〉는비교적단순한서사와익숙한질문을던져주지만거기에담긴여러겹의이야기는무한한상상력을자극한다.미국인목사는무엇을속죄하기위해버려진아기들을구하기시작했을까?볼품없는베이비박스에아기를버려두고자신의정체를지운사람들은대체얼마나슬픈사연을갖고있었을까?민기처럼오랫동안버려진채로지내던아이들은모두어디로갔을까?한국인입양아로서〈피부색깔=꿀색〉을만들었던융은이번에는모든입양아들의공통된질문앞에선다.너는어디에서왔는가.너의빈페이지에서무엇을읽어내고싶은가.클레르가미국인목사에게받은봉투에는이름도얼굴도모를,아마도평생죄책감을지고살아갈젊은엄마의짧은메시지가담겨있다.“나를용서해줘,아이야.”클레르는마침내비어버린챕터를채울수있었을까?그답은이아름다운그래픽노블을읽는우리모두가들려주어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