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바다로 간 우체부, 사냥꾼을 피해 한밤중에 숨 쉬러 나온 고래
둘 사이의 우연한 충돌은 어떤 이야기로 나아갈까?
둘 사이의 우연한 충돌은 어떤 이야기로 나아갈까?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정보 그리고 이야기. 정보는 과학과 객관성의 영역에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것은 하늘이다, 바다는 지구에서 육지를 제외한 짠물이 괴어 있는 넓고 큰 부분이다, 지시하고 정의 내리고 설명을 한다. 하지만 정보는 과연 믿을 만한가? 지구가 둥글다거나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위험한 거짓 정보로 여겨진 적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해한 세계를 공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다. 시와 이야기, 픽션, 혹은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다. 세상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우리가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대로 존재한다.
그래픽노블 『고래도서관』은 커다란 고래 배 속에 엄청난 양의 책들이 가득 꽂혀 있다는 아름다운 판타지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바다는 너무 넓고 깊어서 심해는 여전히 알 수 없고 비밀로 가득하다. 바닷속에는 인어와 게 인간이 있고, 끝도 없이 자라나는 전설의 나무가 있고, “사라진 이들의 유령이 머물고 있는 침몰한 도시”가 있다. 당연히 도서관을 배 속에 품고 있는 고래도 있을 것이다! 일찍이 고래 배 속은 심해만큼이나 신비로운 장소이기도 했다. 구약성경의 요나는 고래 배 속에서 사흘을 살다 나왔고, 나무 인형 피노키오도 커다란 물고기에게 삼켜졌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제페토 할아버지를 만났다. 고래에게 삼켜졌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요나와 피노키오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는 건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고래도서관』에서 고래를 만난 사람은 바다의 우체부다. 방수를 위해 바다표범 가죽 가방에다 편지를 가득 채우고 바다 한가운데를 노 저어가는 우체부. 너무나 위험하고 얼마간 황당한 직업이지만 먼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와 홀로 어둠을 밝히는 등대지기, 몇 년 전 주문한 꽃무늬 바지를 기다리는 조난자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다. 그래서 우체부는 만삭의 아내가 말리는데도 바다로 나간다. 아마도 깜깜한 밤에 숨을 쉬러 올라온 고래와 부딪히는 사고만 아니었다면 무사히 편지를 전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처럼 충돌 사고가 나 배가 뒤집히고 고래는 진심으로 미안해한다. “우린 밤이 되어야 바다 위로 올라와 숨을 쉴 수 있거든. 고래 사냥꾼들 때문에……. 이해하지?” 물론 이해한다. 바다에 관한 한 인간들은 언제나 손님이거나 침략자거나 영영 닿을 수 없는 연인일 테니까.
그래픽노블만이 닿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세계
바로 여기, 이야기가 있고 예술이 있고 삶이 있다
그래픽노블 『고래도서관』은 소설과 그래픽이 결합한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아주아주 깊은 바다에 커다란 고래가 있고, 고래 배 속에는 책들이 잔뜩 꽂혀 있는 도서관이 있고, 바다우체부가 고래를 만나 아름다운 이야기책을 빌려온다니, 이런 이야기를 어떤 장르가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고래가 빌려준 책에는 해적을 사랑하는 인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육지의 이야기와 달리 인어는 두 다리를 얻어 사람이 되는 대신 해적처럼 검은색 안대를 하고, 애꾸눈 해적 ‘붉은 수염’은 천둥 같은 인어의 사랑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고래는 슬프게 끝나는 이야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만, 고래는 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늘을 나는 기계와 화산, 태양에 대해 고래가 쏟아놓는 질문은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이고 우체부로서는 한번도 떠올린 적 없는 궁금증이다. 세상은 얼마나 많은 질문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일까? 알고 보면,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이야기다.
『고래도서관』의 이야기는 신화나 전설을 닮았고, 문장은 시처럼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고, 유디트 바니스텐달의 신비로운 그림이 글자와 글자 사이의 여백을 파도처럼 드나들며 철썩인다. 그래픽노블이 아니라면 표현할 수 없는 세계가 여기 있다. 작고 반짝이고 알록달록한 생명들로 가득한 바닷속, 고래 배 속에서 나온 우체부가 맞는 희부연한 아침, 고래가 마침내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할 때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고래의 심장, 고래 도서관에서 쏟아져나온 책들이 당도한 바닷가에서 이야기에 몰입한 사람들의 어깨 위로 내리는 별빛들. 우체부가 가져다준 낙엽에서 사랑과 죽음과 슬픔을 읽어낼 줄 알던 고래는 낙엽을 수집하고 싶어 했지만 무방비하게 우체부를 기다리다가 죽음을 맞았다. 아이가 태어나는 통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우체부는 고래사냥꾼 대신 죄책감과 슬픔을 느낀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을 망치는 인간과 잘못을 통감하는 인간은 일치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슬픈 이야기를 싫어하는 고래를 위해 우리는 언제까지고 파도에 밀려온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소금 맛이 나는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고래도서관』에는 도서관답게 온갖 이야기가 층층이 쌓여 있고 갖가지 이야기를 넘나든다. 고래와 우체부가 검은 밤바다에서 자신이 사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그것은 “서로를 알아가는 여정”이 된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교환하는 일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체부가 고래에게서 빌려온 책을 만삭의 아내에게 읽어주고, 이야기 속에서 인어는 해적에게 입을 맞춘다. 도서관을 지닌 고래와 만삭의 아내는 똑같이 이야기를 품은 존재들이고, 인어공주와 푸른수염의 이야기는 바다로 가서 해피엔딩이 되었다. 이야기는 만나고 부딪히고 섞이고 다시 흩어지면서 구석구석 세계를 담아낸다. 그러니 끊임없이 파도가 치고 들썩이는 바다는 이야기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 사랑을 확인하고 죽음을 이해하고 슬픔을 달랜다. 이야기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고래도서관』은 시와 이야기와 픽션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좀더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그래픽노블의 존재 의미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도 물론.
그래픽노블 『고래도서관』은 커다란 고래 배 속에 엄청난 양의 책들이 가득 꽂혀 있다는 아름다운 판타지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바다는 너무 넓고 깊어서 심해는 여전히 알 수 없고 비밀로 가득하다. 바닷속에는 인어와 게 인간이 있고, 끝도 없이 자라나는 전설의 나무가 있고, “사라진 이들의 유령이 머물고 있는 침몰한 도시”가 있다. 당연히 도서관을 배 속에 품고 있는 고래도 있을 것이다! 일찍이 고래 배 속은 심해만큼이나 신비로운 장소이기도 했다. 구약성경의 요나는 고래 배 속에서 사흘을 살다 나왔고, 나무 인형 피노키오도 커다란 물고기에게 삼켜졌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제페토 할아버지를 만났다. 고래에게 삼켜졌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요나와 피노키오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는 건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고래도서관』에서 고래를 만난 사람은 바다의 우체부다. 방수를 위해 바다표범 가죽 가방에다 편지를 가득 채우고 바다 한가운데를 노 저어가는 우체부. 너무나 위험하고 얼마간 황당한 직업이지만 먼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와 홀로 어둠을 밝히는 등대지기, 몇 년 전 주문한 꽃무늬 바지를 기다리는 조난자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다. 그래서 우체부는 만삭의 아내가 말리는데도 바다로 나간다. 아마도 깜깜한 밤에 숨을 쉬러 올라온 고래와 부딪히는 사고만 아니었다면 무사히 편지를 전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처럼 충돌 사고가 나 배가 뒤집히고 고래는 진심으로 미안해한다. “우린 밤이 되어야 바다 위로 올라와 숨을 쉴 수 있거든. 고래 사냥꾼들 때문에……. 이해하지?” 물론 이해한다. 바다에 관한 한 인간들은 언제나 손님이거나 침략자거나 영영 닿을 수 없는 연인일 테니까.
그래픽노블만이 닿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세계
바로 여기, 이야기가 있고 예술이 있고 삶이 있다
그래픽노블 『고래도서관』은 소설과 그래픽이 결합한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아주아주 깊은 바다에 커다란 고래가 있고, 고래 배 속에는 책들이 잔뜩 꽂혀 있는 도서관이 있고, 바다우체부가 고래를 만나 아름다운 이야기책을 빌려온다니, 이런 이야기를 어떤 장르가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고래가 빌려준 책에는 해적을 사랑하는 인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육지의 이야기와 달리 인어는 두 다리를 얻어 사람이 되는 대신 해적처럼 검은색 안대를 하고, 애꾸눈 해적 ‘붉은 수염’은 천둥 같은 인어의 사랑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고래는 슬프게 끝나는 이야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만, 고래는 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늘을 나는 기계와 화산, 태양에 대해 고래가 쏟아놓는 질문은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이고 우체부로서는 한번도 떠올린 적 없는 궁금증이다. 세상은 얼마나 많은 질문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일까? 알고 보면,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이야기다.
『고래도서관』의 이야기는 신화나 전설을 닮았고, 문장은 시처럼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고, 유디트 바니스텐달의 신비로운 그림이 글자와 글자 사이의 여백을 파도처럼 드나들며 철썩인다. 그래픽노블이 아니라면 표현할 수 없는 세계가 여기 있다. 작고 반짝이고 알록달록한 생명들로 가득한 바닷속, 고래 배 속에서 나온 우체부가 맞는 희부연한 아침, 고래가 마침내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할 때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고래의 심장, 고래 도서관에서 쏟아져나온 책들이 당도한 바닷가에서 이야기에 몰입한 사람들의 어깨 위로 내리는 별빛들. 우체부가 가져다준 낙엽에서 사랑과 죽음과 슬픔을 읽어낼 줄 알던 고래는 낙엽을 수집하고 싶어 했지만 무방비하게 우체부를 기다리다가 죽음을 맞았다. 아이가 태어나는 통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우체부는 고래사냥꾼 대신 죄책감과 슬픔을 느낀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을 망치는 인간과 잘못을 통감하는 인간은 일치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슬픈 이야기를 싫어하는 고래를 위해 우리는 언제까지고 파도에 밀려온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소금 맛이 나는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고래도서관』에는 도서관답게 온갖 이야기가 층층이 쌓여 있고 갖가지 이야기를 넘나든다. 고래와 우체부가 검은 밤바다에서 자신이 사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그것은 “서로를 알아가는 여정”이 된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교환하는 일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체부가 고래에게서 빌려온 책을 만삭의 아내에게 읽어주고, 이야기 속에서 인어는 해적에게 입을 맞춘다. 도서관을 지닌 고래와 만삭의 아내는 똑같이 이야기를 품은 존재들이고, 인어공주와 푸른수염의 이야기는 바다로 가서 해피엔딩이 되었다. 이야기는 만나고 부딪히고 섞이고 다시 흩어지면서 구석구석 세계를 담아낸다. 그러니 끊임없이 파도가 치고 들썩이는 바다는 이야기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 사랑을 확인하고 죽음을 이해하고 슬픔을 달랜다. 이야기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고래도서관』은 시와 이야기와 픽션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좀더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그래픽노블의 존재 의미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도 물론.
고래 도서관 (양장)
$2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