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너머 지젤

프라하 너머 지젤

$22.00
저자

김효준

저자:김효준
1965년인천에서태어났으며,전후베이비붐세대에서이어지는전형을체험하며성장했다.연세대학교와동대학원에서수학하였고,USC연구교수와BINT시스템공학연구소소장을역임하는등다분야융합연구에관심을가지고있다.현재대학교수로재직중이며,주말에는코어에서한발짝벗어나느릿한라이딩애호가로자연에침잠하곤한다.또한LP와함께아날로그방식을즐기는소박한음악애호가로선율속에잠기기도하며,치열한전공저술을벗어나다양한읽기와질박한글쓰기도행복의단초가될수있음을깨달아이를이어가고있다.출간한에세이로는『골프다모레:그래서꿈길을걷다』가있다.

목차

1부
프라하너머지젤

2부
뉴욕,가스파르

1부와2부의각장은씨줄과날줄의구조로
서로교차하도록정렬되었습니다.(전체24장)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서로에게간단한인사를하며하선이시작되었다.
육지에발을내딛는순간,약간의어지럼증이밀려왔다.당황스러웠다.마치육지의멀미처럼무방비로다가왔다.
오랜시간흔들리는배위에있었던몸이단단한바닥위에서게되자,오히려혼란스러워했다.적응했던감각의부정이었다.
“이제또다른현실의시작이다.”
마치고치를뚫고나온성체처럼,결연한생각이들었다.그말은조금무거웠다.탈피의껍데기는배에남겨질것이다.그리고파삭하게말라사라질것이다.
---p.95-96

나는힘차게날갯짓을이어갔다.그리고하늘높이날아올랐다.드디어프라하의붉은지붕들이하나둘발밑으로펼쳐졌다.옛날둥지에서보았던지붕보다훨씬넓은세계였다.
나에게고소공포증은없었다.다행이었다.
눈아래어우러진모습은놀라웠다.새로운세상이었다.
태양이천천히가라앉고있었다.그리고노을이지면서도시를점차금빛으로물들여갔다.처음보는너무나도아름다운모습이었다.어떻게이런빛깔이나올수있을까?이곳의사람들은축복속에살고있구나.나도함께할수있다는사실에가슴이뜨거워졌다.
---p.103

책냄새와먼지가떠다니는축축한저녁.
나는이곳에서‘머물수있는곳’의기척을느꼈다.
그리고가슴깊이받아들이고있었다.
---p.123

은빛과먹빛이섞인거대한날개가내옆을스쳐날아가는것같더니,매의날카로운검은발톱이내바로뒤를아슬아슬하게지나쳤다.
공기가섬뜩하게찢어졌고,그순간도시의맥박도적막속으로모두사라졌다.
오직심장만이,내안에서쿵쾅거리며북처럼울리고있었다.아니터질것같았다.
---p.161

지젤자신도마찬가지였다.
그녀의우아한성품은물론,타고난것이었지만,그녀가가지지못한,온전하지못한다리,즉‘결여’가아니었다면,자칫오만함이중심을차지하고있었을지도몰랐다.그녀에게는이것이한없이겸손하게만드는‘야곱의어긋난환도뼈’인셈이었다.성숙의시간이더해지면서,그녀의불안정한걸음걸이를보며다가서는많은이들을,스스럼없이대할수있는아량의깊이도점차깊어져갔던것이다.
‘항상’이라고는말할수없더라도,대체로‘결핍’이‘과잉’보다는인생을더풍요롭게하는것아닐까?
역설적으로.
---p.283

아담한공간은묘하게따뜻했다.
스피커에선늘적당히낡은재즈가흘러나왔다.커피향은민트색벽을따라천천히스며들었다.로스팅되어갓쏟아져나온원두의향은매혹적이었다.주변의모든냄새를뒤덮어버리는강렬한향.그러나질리지않게하는미덕이있는향이었다.
그곳에서나는,책대신커피잔을잡았다.문장대신사람들의이름을불렀다.
---pp.307-308

내안에서차분히이웃과계절을받아들이며살아가는일.이삶속에혼돈이다시스며들지않으리라는보장은없다.
그러나지금나는,굳이기다리지도,다그치지도않는다.
무언가를입증하기위해초조해하며강박속에갇혔던과거는흘려보냈다.다녀간삶을잔잔하게남기는일에불과할것이란것을알기때문이다.
지금,이순간을정직하게살아가는것.그것이어쩌면내가써야할가장중요한이야기일지도모른다는것을조용히받아들이고있다.
---pp.314-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