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품은 창 (김품창 에세이)

제주를 품은 창 (김품창 에세이)

$22.00
Description
제주를 품은 제주의 화가, 김품창의 첫 자전 에세이
2001년 7월 장맛비로 세상이 무겁게 젖은 날, 김품창 작가는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했다. 서른다섯의 젊은 화가가 자신만의 창작세계를 찾기 위해 서울의 삶의 터전을 모두 버리고 가족과 함께 제주로 이주한 것이다. 작가는 제주가 사람들의 숨은 감성을 일깨우는 곳이며 특히 예술가에게는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보물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외지인에게 배타적인 제주 땅은 아무나 살 수 있는 만만한 땅이 아니라고도 말한다. 제주 땅에서 어떤 사조에도 치우치지 않는 자신만의 화풍을 이룬 작가의 예술 세계, 제주 땅이 제주 사람들이 그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작가의 제주에 대한 진실한 사랑과 삶, 그곳에서 어울려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지금은 오롯이 제주 사람이 된 작가가 제주를 온몸으로 품어온 이야기를 40여 점의 작품과 함께 소박한 글로 담아냈다.
저자

김품창

1966년강원도영월에서태어나경북영주에서성장했다.추계예술대학교미술대학동양화과를졸업한후서울에서창작활동을하다가도심의생활에회의를느끼고2001년가족과함께제주로이주해서귀포에정착했다.한국미술대전,대한민국미술대전,중앙미술대전,동아미술제,MBC미술대전,구상전에서수상했다.KBS,SBS,MBC의뉴스및〈KBS문화산책〉,〈EBS한국기행〉등의방송프로그램과라디오,잡지등다수의매체에소개되었다.꾸준한창작활동을하며개인전을18회열었고국내외다수의초대전과단체전에도참가했다.2016년과2017년에는서울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대규모개인전도열었다.대한민국미술대전심사위원과제주특별자치도문화예술위원을역임했고,ADAGP와한국미술협회회원,동연회명예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주로뛰어들다
바다의가르침/새로만난친구들/우주를여행하는것처럼/몸은해안을뛰고머리는그림을그리고/죽은문어를주세요/마음속고래가그림이되다/고향사람들/지나간삶의흔적에서생명을만나다/가짜와진짜
작가노트
그림에인생을걸다/술은나를쉬게한다

제주의생활인으로녹아들다
우리같이달려요/낚싯바늘/찢어버린그림,꺾어버린붓/동화작가와일러스트레이터/가장좋아했던,가장싫어하는라면/곰팡이와의전쟁
작가노트
사람의두얼굴

제주와어울리는삶에눈뜨다
인생첫개인전/내그림과참잘어울리는사람/소리내어말하지않아도통하는사람/마흔세해만에찾은생애첫작업실/한글문자도

제주사람으로물들다
3천배를올리고/멋진공무원,열정적인공무원!/어른에게하는첫그림강의/열평작업실에서만들어낸제주환상/제주를훔치다/제주10주년전시가이어준특별한인연/나는생선장수/살아가는땅에대한예의/작가의퍼즐/가로수의비명/자투리종이의환생/인연인줄알았는데/굿모닝!설문대할망/제주동네친구/현무암에새긴제주
작가노트
마음의점/화가의기준/그림의가치/내가그린것은내것이아니다/작가의정신세계/같이사는세상을꿈꾸다

제주환상을완성하다
잠못드는아내/다음은서울,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이다/설문대할망의선물/우리들의집/
두번째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전시!/이중섭선생님의묘소에서/몸이보내는경고의신호/우리할망,설문대할망/누워서한생각,일하면서한생각/대선배님과의만남/미라벨제주펜션갤러리/생명에대한생각
작가노트
화가는이미정해진운명이었다/나의스승이중섭선생님/인간의오만함이남긴교훈/나무가족

출판사 서평

젊은예술가가만난보물섬
제주의바다와밤하늘과문어와고래,그리고전복껍데기

‘오름’이라는말조차제주에와서야처음알게된작가에게는눈앞에펼쳐진제주곳곳의낯설고도아름다운자연이그야말로예술적영감의원천이되었다.새로알게된세상의모습을화폭에담고싶은열망으로가득했지만그리고그려도그것들은작가의뜻대로살아움직이지않았다.언뜻보기에는그럴싸해도껍데기에불과했다.가슴속에서꿈틀대는대상을그리지못하는화가가과연화가라할수있을까!작가는그리고싶은것을바로그려내지못하는자신의정신세계가싫어괴로워했다.두문불출하며그림을그리다가저녁에는무거워진몸을이끌고나가해안을따라뛰었다.숨이차도록뛰면서도머릿속으로는온통그림생각뿐이었다.오랜진통끝에결국작가는제주가선사한주인공들을그려냈다.그의그림에는그가그토록그리고싶었던바다와밤하늘과문어와고래와오름과갯바위등제주에서만난보물들이생명력을반짝이며살고있다.하지만작가가제주에서찾은진정한보물은따로있다.자신만의창작세계를구축할수있는기반이었다.작가는자신이스스로바다물결이되어야바다물결을그릴수있다는것을문득깨달으며무엇을그린다는것의의미를새롭게다졌다.애지중지하던고둥을바다로돌려보내는경험은생명의소중함을머리가아닌가슴으로느끼게하며자연을보는눈을변화시켰다.또바다에서뛰노는고래를난생처음본이후로이전에는절대소재로삼지않았을대상을그림으로그리고싶은마음이요동치는것을자각하며그림의심오함에대한스스로의강박을깨버릴수있었다.젊은혈기가내면에서뜨겁게타오르던시절,이제여물기위해서사투를벌이는예술가를품어준것은그가간절한마음으로뛰어든제주였다.

변화무쌍한제주바다의모습은바다에대한생각을뒤집고나를뒤흔들었다.수많은얼굴을통해강렬한존재감을드러내는바다를볼때마다내안에서주체하기힘든충동이일었다.나는그런바다를그리고싶다!하지만새로알게된다양한바다의모습은그어떤것도제대로그릴수없었다.매일바닷가로나가하루종일바다를바라보았다.물결의끊임없는일렁거림은멀미와현기증만가져다주었다.물결은멈추는순간이없었다.자료를만들어연구하며수없이그렸지만바다물결은생각대로살아움직이지않았다.언뜻보기에는그럴싸해도바다물결의껍데기에불과했다.멈추지않고노력하던어느날문득깨달았다.내가바다물결이되어야바다물결을그릴수있다는사실을.나는무엇을그린다는것의의미를새롭게다졌다.어떤대상을그릴때눈으로만관찰하여형상을재현하는것은그저겉모습,껍데기만그리는행위라는것을새삼온마음으로깨달았다.-본문중에서

고둥을바다로돌려보내고나서는생명에대하여다시생각했다.문어를사다가삶아먹으면문어가죽을때의고통이떠올랐다.그래서문어를살때는죽은문어만달라고했다.해녀는살아있는게더맛있는데왜죽은문어를사냐고물었다.나는살아있는새끼문어가있으면같이사서돌아오는길에바다에놓아주었다.한동안해녀들에게싱싱한문어를참많이사먹었는데,문어한테참미안한마음이든다.이중섭선생님이게를많이그린이유도나와비슷한마음에서비롯된것이라고알고있다.내그림에도그래서문어가나온다.문어는자연스럽게내그림속주인공이되었다.-본문중에서

우리는밥먹던숟가락을내던지고바다로뛰어나가고래가가는방향을따라하루종일이리뛰고저리뛰고했다.고래들은해안가까이까지와서자기네모습을온전히보여주었다.집앞에서처음본이후로고래는가슴속깊숙이자리를잡았다.내안에서는늘고래가요동치며꿈틀댄다.몇번을그려볼까했지만용기가나지않았다.당시에는그림에대한나의생각이지금과는조금달랐다.사람들에게철학적심오함을느끼게해야한다는강박이있었다.그런데고래로그런느낌을전달할수있을까.이런저런의심에답을얻을수없어갑갑했다.하지만진실하지못한감정으로그림을포장했으면지금까지껍데기같은삶을살고그림을그렸을것같다.-본문중에서

육지사람들을바다를참좋아한다.우리가족도육지에서왔기때문에바다를참좋아한다.바다를보고있으면끝없는수평선이답답한가습을확뚫는다.다양한바다생명이그곳에산다.살아있는생명만있는것은아니다.한때생명을지녔던흔적도볼수있다.이사온지몇년지난어느날수많은소라껍데기와고둥껍데기사이에서영롱한빛을내뿜는전복껍데기를주워서집으로가져왔다.볼수록아름다웠다.살아숨쉬던생명이지금은흔적만남아있다니.아름다운만큼쓸쓸한마음도들었다.감상에젖은나에게아내가말했다.‘전복껍데기가제주도와닮지않았어?숨구멍은화산폭발로생긴오름같아.
(…)
전복껍데기표면의진짜색을만날수있는데아름답기가말로형용할수없을정도다.인간이흉내낼수없는자연스러운아름다움,인간이만들수없는색채를가지고있다.전복껍데기표면에는수많은가로선이새겨져있다.마치제주지층의역사처럼누적된생명의시간이다.이처럼오랜세월동안자연이빚어낸오묘한색채를감히인간이흉내나낼수있을까?전복껍데기를앞에두고물감을섞다보면한없이겸허해진다.-본문중에서

세상이예술을속일지라도
가난한화가가그림을놓지않도록지탱해준그것은,명백히사랑

작가는어린시절을아름답게추억한다.아버지는작가가어릴때부터병을앓았고,그래서집안형편이좋지않았지만물질너머에소중한세계가있다는것에대한믿음,그마음의씨앗은이때심어졌다.아버지는병을앓으면서도어린작가가청자를만들겠다며찰흙으로그릇을빚어오면함께연탄불에구워주었다.화가가되겠다는결심을하게만든것은이런아버지의따뜻한격려가있었기때문이다.
그가화가를꿈꾸도록이끈것은아버지의애틋한사랑이지만,그꿈을놓지않도록묵묵히지킨것은그의아내다.아버지와함께부엌연탄불에다찰흙청자를굽던,하얀우유맛이궁금해서미술대회에나갔던,이듬해에는우유와빵을먹기위해대회에나간다는생각이싫어서열심히그림을그렸더니상을받게된소년은가난을이겨내며미술을전공하여마침내화가가된다.하지만사조나유행을넘어선독자적인창작세계를구축하기위해찾은제주에서도경제적궁핍은여전히그를따라붙었다.당장먹을쌀한줌이없었다는것도모른채그저그림만그렸던사실을뒤늦게알게된작가는가장으로서가족에게미안한마음에가슴깊이뜨거운눈물을흘린다.생계를위해여러차례붓을꺾어도매번다시잡게되는것은그의곁을지키는사람들이있기때문이다.작가의그림은그들의사랑으로완성된다.

나는집안이어떻게돌아가는지도모르고그림에미쳐서하루종일그림만그렸다.어느날아침,식탁에라면이올라왔다.나는아내에게‘아침부터웬라면이야?’약간투정섞인목소리로말했다.아내는대뜸‘당신라면좋아하잖아.’라고퉁명스럽게대꾸한다.그러려니하며라면으로아침을때웠다.이후제주에서부부작가로살아가는것에대한내용으로KBS〈사람인제주〉에게스트로출연했다.인터뷰중아내에게서라면이야기가나왔다.그날아침,집에는등교해야하는초등학교1학년인큰딸이먹을정도만쌀이겨우남아있었던것이다.그사실을몰랐던나는가슴이미어지는듯하고아내에게너무나미안했다.그런데방송이나온다음날아침,현관을나서니상추며호박이며고추며문앞에한가득놓여있었다.동네사람들은우리가그렇게힘들게사는줄몰랐다며안쓰러워했다.서울에서돈많은사람들이내려와그림그리고글쓰며사는줄알았다고했다.-본문중에서

시간이지날수록이러다가진짜그림을포기하고주저앉을것만같았다.마흔이가까워질수록불안감은더욱더커졌고어떻게든빨리개인전을해야겠다는생각이들었다.틈틈이개인전을위해모아두었던돈으로서울인사동의작은갤러리에서첫개인전을열었다.아내에게많이미안하고많이고마웠다.형편은어려운데전시회경비로돈이너무많이들어갔기때문이다.개인전을위해매년조금씩모아두었지만일주일남짓되는기간동안돈은순식간에사라졌다.-본문중에서


아버지의진폐증을치료하기위해공기좋고물좋은어머니의친정으로이사한것이다.오랫동안병석에계셨던아버지는내가고등학교2학년이되던해에돌아가셨다.아버지는내가그림을그리면칭찬을많이해주셨다.초등학교3학년때찰흙으로고려청자를만들겠다고하자빙그레웃으시며“가마에고려청자를구워야지.”하고부엌연탄불에찰흙청자를올려놓게했다.잠시후꺼내면토기처럼찰흙청자가구워져막대기로때리면청명한소리가났다.무척신기해그기억이가슴깊이자리잡았다.-본문중에서

제주에온지1년6개월정도지나제주생활이익숙해져갈때쯤서서히경제적압박이오기시작했다.속이점점타들어갔지만곧좋은일이생기겠지하며스스로를달래곤했다.그러나그것도잠시,도저히안되겠다싶어일자리를찾아나섰다.서울에서아동미술과외를했던나는초등학교방과후미술강사를하려고이력서를내기도하고노동현장을알아보기도했다.연락도오지않고받아주는곳도없다.그러던어느날막대기로장롱밑동전을끄집어내는내모습에순간‘이건아니다!’라는생각과극심한자괴감이밀려왔다.새붓을모두부러뜨리고그림을찢어버렸다.그림을그만두어야겠다고마음먹었다.그날밤나는아내와쓰디쓴눈물을흘렸다.-본문중에서

그림은내가되고나는그림이되어
화가는멈추지않고깊어진다,‘어울림의공간’‘제주환상’그곳에서

작가의숨어있던감성을일깨운제주의다양한생명체들은‘생명’에대한새로운관점을가져다주고꿈꾸던예술의길을열어주었다.작가는자연과생명,그리고자연과생명의소중함그자체를그린다.작가가그리고싶은것은형상이아니라본질이다.원하는대상,다가온그것의느낌을그리기까지는수년이걸리지만그저대상과일체가되어본질을그릴수있기만을바라왔다.어느덧제주에서지낸지20년이훌쩍넘으니,작가는제주가설문대할망의가족이고자신역시설문대할망의자식이라여기게되었다.그러한안정적일체감속에서내면의대상이잘숙성되기를오랜기간기꺼이기다리며,마침내대상과일체가된순간춤을추듯그림을그리게되었다.자연과내가,그림과내가하나가되는것이김품창작가의창작세계다.일체감,‘어울려하나가된다는것’은예술가로서만이아니라제주땅에살아가는한사람으로서도중히여기는가치다.온마음을다해제주를사랑하는그의진심을알아보고제주땅이제주사람들이먼저그를제주사람으로받아들였기에,김품창작가는자신을제주의화가라말한다.


제주의바닷가에는크든작든갯바위가자기모습을뽐내는듯즐비하게서있다.시간이흐르면서구멍투성이제주바위,특히갯바위가또다른형태의커다란집이라는것을알게되었다.조금더가까이들여다보면그곳에는사람이아닌,다른존재를위한세상이있다는것을알수있다.제주어디에나있는갯바위는제주의생명체,그들의집이었다.그들처럼나에게도제주는나만의세상,나의집이되어갔다.-본문중에서

당시에나무가잘린현장에대한아픈기억은뇌리에서지워지지않는다.만약전기톱을들고쫒아오면사람들은경악을금치못하고비명을지르며도망칠것이다.나무라는이유로그자리에서비명한번못지르고잘려야만했던사실이너무가슴아프다.그사건이후로그림에나무도사람과같이눈을그리기시작했다.돌에도숲에도눈을그려넣었다.-본문중에서

우리가제주에서오래살았다는것은우리를제주땅이받아들였기때문이고제주사람들이받아들였기때문이라고생각한다.누군가제주를배타적지역이라고느끼는것은제주사람들의마음속에경계가아직남아있다는뜻이다.함께하는긴시간과올바름만이그경계의벽을넘어서는방법이라고생각한다.-본문중에서

한겨울태양빛에반사되어반짝이는바다를통해찬란한은빛보석세계로끌려가기도하고한여름에메랄드빛바다에손을담그면내손이보석으로변한것같은착각도든다.태풍이불면성난용이온몸을사납게꿈틀거리듯바다도거칠게다가오고제주의숲에들어가면동화속요정이나올것같이신비스럽다.은빛가루가뿌려진밤하늘은별빛속끝없는우주공간으로나를빨아들이는것만같다.
제주의자연은사람의몸과영혼을환상세계로끌어들인다.나는그림을통해천혜의자연,제주의바다와숲그리고하늘에내재된환상세계를보여주고자한다.그림에서만큼은현실을떠나인간과자연의여러생명체가같이사랑하고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