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마음 (야생의 식물에 눈길을 보내는 산책자의 일기)

야생초 마음 (야생의 식물에 눈길을 보내는 산책자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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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들풀과 흠뻑 살아가는 삶에 관하여

울컥울컥 초록을 쏟아내는 들풀을 바라보고
쉴 새 없이 명랑한 풀꽃에게서 지혜를 배우는 날들
땅에 뿌리박은 사람이자 자발적 불편을 실천하는 시인 고진하의 에세이. 고진하는 자신의 몸을 낮춰 땅 위의 들풀과 눈을 맞추고, 오늘도 명랑한 풀꽃의 마음을 읽어낸다. 야생초의 고요한 순례를 따라가며 얻은 참된 배움과 깨달음을 글로 엮고 그의 딸 고은비 그림작가의 야생초 세밀화를 한데 모았다. ‘잡초’라는 이름으로 폄하당하거나 척박한 환경에 처해도 굴하지 않고 강인하게 살아가는 야생초에게서 시인은 초록빛 지혜와 겸허한 태도를 얻고, 지구의 다른 생명을 위해 자기 존재를 아낌없이 내어놓는 들풀들의 공생에 애정 어린 눈길과 응원을 보낸다.
저자

고진하

강원도원주명봉산기슭에귀농귀촌한그는불편도불행도즐기자는뜻으로‘불편당(不便堂)’이라는당호를붙인낡은한옥에서살고있다.‘흔한것이귀하다’는삶의화두를말로만아니라몸으로실천하고,아무도거들떠보지않는야생초의소중함에눈떠새로운요리실험을즐기는아내와함께잡초를뜯어먹고살아간다.야생에서먹을수있는풀을찾아내는기쁨을누리며,거친야생의풀들과의깊은사귐을통해겸허와공생의지혜를배운다.낮에는낡은한옥을수리하고텃밭을가꾸며,밤에는책을읽고글을쓰는주경야독의생활을이어가고있다.
1987년〈세계의문학〉으로등단하여《지금남은자들의골짜기엔》《프란체스코의새들》《거룩한낭비》《명랑의둘레》《야생의위로》등의시집과《시읽어주는예수》《신들의나라,인간의땅》《잡초치유밥상》등의산문집을냈다.숭실대학교문예창작과겸임교수를지냈으며,영랑시문학상,김달진문학상,박인환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는말|내몸을낮춰야생의들풀을바라보다

쇠비름|사람을살리는힘을가진강건한식물
질경이|짓밟혀도굳세게살아가는푸른치유의식물
개망초|망국초를넘어서화해의꽃으로
꽃다지·광대나물|잔설속에서싹트는연둣빛봄의전령들
왕고들빼기|꽃뱀과도공생의순간을누리는들풀
씀바귀|어찌하여이렇게귀한나물인가
흙과지렁이|농사는자연이짓고나는그시중을든다
민들레|식물은서로다투지않는다
돌콩|좌절과절망없이고난을극복하는들풀
곰보배추|진정힘을가진쪽은인간이아니라식물이다
수영|언제까지나우리곁에있기를
별꽃|몸을낮춰야비로소보이는땅위의별
싸리꽃|영혼의가장맛있는부분을우리에게주는풀
괭이밥|오직아픈이를위해존재하는사랑초
환삼덩굴|존재영역을결코포기하지않는강한생명력
동물의지혜|식물의도움을회복의그늘로삼다
인동|추운겨울에도줄기가마르지않는나무
비단풀|흙바닥을비단처럼뒤덮은공생의풀
토종씨앗|인류의내일을책임지는소중한씨앗
엉겅퀴|자신을지키기위한가시몇개쯤은
메꽃|뿌리깊은식물이지구생명의희망을이어간다
우슬|밋밋한산자락에서발견한붉은줄기의식물
갈대·고마리·모시물통이|희망의푸른천으로짜여진습지의식물
토끼풀|진정한행복은시련속에서자란다

나오는말|흰종이위에초록을피워내며_고은비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식물의순례를따라,자연의성찬을즐기는날들

강원도원주의명봉산기슭에는‘불편당(不便當)’이라는당호의낡은한옥이있다.불편도,불행도즐기자는뜻의‘불편당’에서시인이자목회자인고진하는‘흔한것이귀하다’라는화두를몸소실천하며살아간다.그는십여년간직접땅을일구고토종씨앗을뿌려농작물을거두는농부이자,한옥의작은뒤란이나길가에자라난야생초와공생하며살아가는산책자이기도하다.
섬세한시선으로자연을살피고야생초의잎사귀하나도지나치지못하는그의사계절은,우리가도시에서겪는사계절과사뭇다르다.희끗희끗한잔설이녹을무렵잎을피우는광대나물과꽃샘바람속에서도노란꽃을피워내는꽃다지를보며그는가장먼저봄을맞이한다.불편당을뒤덮은여름풀사이에서가장왕성하게자라난왕고들빼기를뜯어새콤한겉절이를만들어먹거나,한여름활짝꽃피는메꽃으로밥을지어먹는다.벼잎이누렇게물드는때가오면길옆의돌콩꼬투리터지는소리를들으며가을을만끽하고,매서운삭풍이불어올때는여름에담근인동꽃술을마시며겨울의쓸쓸함을달랜다.자연의시간을따라식물을관찰하며,소박하지만풋풋한자연의성찬을즐기는날들이다.

강인한식물이고요히내어주는삶의지혜

시인이바라보는야생의식물은강인하다.옥토와박토를가리지않고싹을틔우고,꽃몽우리를열고씨앗으로여물기까지의수고로운과정을견딘다.이런들풀을알뜰살뜰하게살피는시인에게,식물들은지혜를선물로내어준다.가령,질경이는길바닥을서식처로삼아살아간다.얇고부드러운잎에다섯가닥의강한실을품고있어,밟혀도잎이잘찢기지않는다.다른식물과의경쟁에서는이기지못하지만,사람의발에밟히며종자를퍼뜨리는질경이는길바닥의단독자로살아남는다.돌콩같은덩굴성식물의생명력도놀랍다.돌콩은무척여린식물이지만,자기몸에무언가닿는순간그물체를휘감고올라가태양에너지를흡수한다.눈앞에닥친고난에절망하거나좌절하지않고,오히려위기를기회로삼는다.
동시에야생의식물은인간의삶을구하는치료제이기도하다.쇠비름,씀바귀,민들레,곰보배추…수많은식물은나름의약성과쓰임이있다.그약효를경험할때마다시인은체로키족인디언의이야기를늘떠올린다.“식물은오래전부터우리의스승이자치유사였다.”인간이식물을키우는것이아니다.식물이인간을자신의자손으로여기는것이다.“진정힘을가진쪽은우리인간이아니라식물”인것이다.

지구생명의희망은식물에있다

시인이또한가지힘을기울이는것은자연의‘지속가능성’이다.생태적위기에관심을둔시인은자연농법을선택해땅을일구고씨앗을뿌린다.쟁기를사용하지않는무경운을원칙으로삼고,오로지지렁이의쟁기질로농사를짓는다.또흙의미생물을해치지않기위해제초제와농약을사용하지않고,땅에떨어진열매가썩어대지를비옥하게만든다는유대인의지혜를따라매실나무와대추나무의열매도몇해동안수확하지않는다.작은텃밭에서는돈주고도살수없는토종씨앗을받으며,자연으로부터온생명을극진하게보듬는다.
그러나해마다심해지는기후변화와난개발은그의마음을무참하게한다.예상보다이른시기에만개한홍녹색수영꽃을보며시인은마냥기뻐하지못하고,굴삭기에찍혀사라지는인동군락지앞에서는한없이마음이아프다.매해조금씩사라지는식물의빈자리를바라보며,시인은아무도눈여겨보지않는야생초에다시금깊은관심을둘것을다짐한다.텃밭에서쑥쑥자라는푸른고집을바라보며지구생명의희망은“푸른천으로짜여진”식물에있음을기억할것이다.“그렇게흔들리는풋풋한것들을내몸에모시며나또한싱싱한초록으로지구위에나부끼나니.”

고은비그림작가의야생초세밀화,
흰종이위에광활한초록을피워내며

책에는고진하시인의딸이자조각을전공한그림작가고은비의야생초세밀화도함께담겨있다.고은비작가는인터넷에서쉽게볼수있는수백장의자료를뒤로하고,목이긴장화를신고직접야생초를찾기위해들로나간다.더예쁜수형을가진식물을찾기위해길가에서,수로나물가근처에서,작물주변에서야생초를찾고또찾았으나어쩌면조금씩상처난식물도그모습그대로아름다울수있음을알게된다.벌레가잎을좀뜯어먹어도,발에밟혀줄기가끊어져도,꽃잎한장이떨어져있어도,자연스럽고개성있는형태를지닌식물을보며,고은비작가는야생초와닮아있는아버지의삶을떠올리고자신이걸어가야할삶의방향또한깨우친다.각자의방식대로움트는식물을한동안바라보며차례차례그려낸고은비의그림에는야생초를직접만나교감했던푸른시간뿐아니라광활한초록이피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