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힌 공감

얽힌 공감

$20.00
Description
동물원에서 또다시 동물이 탈출했다
무사히 살아서 동물원으로 돌아갔다면 해피엔딩일까
2026년 4월,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늑대 ‘늑구’가 탈출했다가 아흐레 만에 포획되었다. 동물원 동물의 탈출은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얼룩말 ‘세로’가 탈출했다가 포획되었고, 같은 해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서는 침팬지가 탈출했다가 포획 뒤 사망했다. 개인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는 사살당했다. 2018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 역시 4시간여 만에 사살되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탈출과 포획, 그리고 사살의 역사 속에서 늑구 사건은 여러 질문을 남겼다. 동물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원의 필요성을 재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늑대를 자연으로 돌려보내자는 ‘리와일딩’(Rewilding)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되었다.
미국의 철학자 로리 그루언은 이러한 목소리들이 바로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감’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부족하며, 동물과 인간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이해해야 하고, 나아가 ‘얽힌 공감’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공감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늑구에게 진정으로 공감했을까, 아니면 그저 자신의 감정을 투사했을 뿐일까. 다른 존재에게 공감을 느낀다는 것은 무엇이며, 그저 공감에서 그치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저자

로리그루언

LoriGruen
미국웨슬리언대학교철학과교수이자웨슬리언대학교동물연구센터소장.페미니즘·젠더·섹슈얼리티·환경학을가르치며,윤리및정치이론과실천의교차점에서오랜시간소외된존재들,특히여성·유색인종·수감자·비인간동물에초점을맞추어연구하고있다.
『에코페미니즘』,『동물윤리입문』EthicsandAnimals:AnIntroduction,『애니멀레이디스:젠더,동물,광기』Animaladies:Gender,Animals,andMadness등을쓰고엮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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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대안윤리를찾아서
전통적윤리이론의한계|전통적윤리이론과동물해방|동일성에집중할때의위험성|원칙중심의윤리를넘어|돌봄윤리|동물윤리의페미니즘돌봄전통
2장공감이란무엇인가?
동정과공감|공감의여러형태|윤리에서공감의역할은무엇일까|공감에대한흔한오해:투사
3장얽힘
관계적자아|얽힌공감|변화무쌍한얽힘|의도를지닌지구의타자들|인식의변화
4장공감능력기르기
부정확한공감|부적절한공감|겸손과희망
닫는글

감사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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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동정과는분명히다른,얽힌공감의힘”
-BostonReview

《주폴리스》를출간한프레스탁!이선보이는페미니스트동물윤리신간
공감을동정이나연민이아니라관계속책임으로다시정의하는책
인간-동물돌봄의논의를사유할언어제안

동물정치이론서《주폴리스》를국내에소개한프레스탁!이인간과비인간동물의관계를돌봄윤리의관점에서다시묻는책《얽힌공감》을출간한다.미국철학자로리그루언은공감을단순한동정이나연민이아니라,이미얽혀있는관계속에서타자의안녕에주의를기울이고책임있게응답하는윤리로제시한다.늑대‘늑구’의탈출과포획이후동물원전시,사살,리와일딩을둘러싼질문이다시떠오른지금,이책은“동물을불쌍히여기는마음만으로충분한가”라는물음을한국사회에던진다.


동물도고통을느낀다
그러나닭,침팬지,소,고양이가느끼는고통은전부다르다

로리그루언은윤리이론과실천의교차점위에서전통적윤리연구에서간과된페미니즘·젠더·유색인종·수감자·비인간동물을연구하는철학자이다.그는대학시절철학수업에서피터싱어의『동물해방』을읽고동물과의관계에대한인식의변화가시작되었다고말한다.곧채식주의자가되었고얼마지나지않아비건이되었으며,나아가동물해방운동에뛰어들었다.
동물해방운동의현장에서,실험실에서은퇴하고생추어리에머무는저마다의이름과고유성을가진침팬지들을만나면서그는이론이놓친구체적인삶을마주한다.동물이단순히‘고통을느끼는동물’이아니라,저마다이름과성격,기억과관계를지닌존재라는것을말이다.동물원에서지내는처지라해도늑대와얼룩말이처한상황은다르다.실험실동물이나공장식축산시스템속동물이겪는고통또한다르다.도심에서살아가는비둘기나고양이가맞닥뜨린위험도,비교적한적한동네에사는고양이와재개발현장에사는고양이의상황도다를것이다.분명한점은이모든비인간동물과인간이‘이미’관계를맺고있다는것이다.모두의안녕을위해서는우리가복잡하게얽힌현실에서관계맺고있음을인식하고,그관계들을급진적으로다시사유해야한다고그루언은말한다.이러한문제의식에서출발하여그가탐구하고발전시킨개념이‘얽힌공감’(entangledempathy)이다.

추상성이제거한맥락,‘잘려나간서사’를알아차리기
동물해방운동에서오랜시간의지해온전통적윤리이론은크게피터싱어의결과주의와톰레건의권리론으로나뉜다.싱어는동물은고통을느낄수있고고통받지않아야할이해관계를갖고있기에우리가이러한이해관계를침해해서는안된다고주장한다.레건은비인간동물도개별적인경험을하는삶의주체이기에그들과우리사이에도덕적으로중요한차이는없다고말한다.두사람모두‘삶의주체’,‘고통을느낀다는점’에근거하여인간과비인간동물의유사성에주목한다.유사성은인간과다른동물을분리하는장벽을허무는데도움이되지만한편으로는“인간적관심사를다른동물에게투사하며오만한인간중심주의”를강화할수있다.
또한기존의윤리이론은논증과정에서추상적원칙을적용하기위해맥락을제거한다.누군가가처한특수한상황을보는대신고통이라는측면에서만접근하면고통받는타자는그저도와야할대상이라는고정관념에갇힐수있다.추상적윤리이론은구체적인상황의세부를잘라내고규칙과논리만남긴다.그루언은이를에코페미니스트마티킬의표현을빌려‘잘려나간서사’라고부른다.
예컨대길에서개를데리고있는노숙인여성을만났다고가정해보자.싱어의논리를따르면그에게돈을주는것은옳은행동이다.그러나이방식은더큰질문을지워버린다.이여성과개가함께지낼수있는노숙인쉼터가있을까?애초에이여성과개는왜길에서생활할까?혹시쉼터에서개를받아주지않는걸까?이러한상황을만들어내는사회구조는무엇일까?이여성에게돈을주는건실제로도움이될까,아니면그저나를영웅이된기분에취하게할까?“잘려나간서사는희생자와영웅이라는이분법을발생시키고,그영웅이더큰문제의원인중일부일수있다는가능성을보이지않게만든다”.그리고특정요소에만집중하게함으로써우리자신을도덕적문제로부터소외시킨다고그루언은말한다.

페미니즘돌봄전통위에서차이에주의를기울이기
그루언의‘얽힌공감’은페미니즘돌봄전통위에서있다.전통적윤리이론이유사성에집중하는경향이있다면,페미니즘돌봄전통에서는차이에주의를기울이도록촉구한다.“모든‘여성’이똑같다거나같은방식으로세계를경험한다는생각은여성을백인,이성애자,시스젠더,비장애의신체속에동화시키며,지배의여러축이여성에게각기다른방식으로영향을주는실제현실을가려버린다.”이를동물윤리에적용한다면인간과동물이비슷한지능이나인지능력,감수성과정서반응을공유한다는동일성을강조할때“우리는타자의삶이지닌고유하고가치있는측면들을간과”하고,인간의시선으로그들을바라보게된다.페미니즘적돌봄전통에기반한동물윤리는동물을둘러싸고작동하는정치·경제·문화·젠더적기반과함께권력체계가작동하는구체적인맥락을분석한다는점에서전통적접근과구별된다.이때우리가잊지말아야할것이있다.

‘이미’관계맺고있음을알아차리기
우리는얽혀있고연루되어있다
차이에주의를기울이기위해자아와타자를구별하는것은윤리적인관계맺기에서꼭필요한일이다.이때경계해야하는것이있다면자연/문화,여성/남성,동물/인간,흑인/백인같은둘중하나를우위에두는가치이원론이다.일부환경철학자들은이러한구분을폐기해야한다거나,자아와타자를구분하지않는확장된생태적자아를만들어야한다고주장한다.그루언은자아를해체해야한다거나이러한영향에서벗어날수있다는환상을품지않는다.자아를흐릿하게만드는것은역사적으로지배의논리로작동해왔으며,주체성이나행위자성을부정당해온이들에게자아정체성은하나의성취이기때문이다.공감은그성취를지우는대신명확한자기인식속에서타자와연결되는방식으로이루어져야한다.
중요한것은“우리가이미관계속에있다는사실”이다.관계속에있다는것은그저함께있다는것이아니라관계에의해구성된다는뜻이다.자아와타자는각기존재한다음관계를맺는것이아니라,철학자캐런바라드의표현을빌리자면관계의‘내부-작용’속에서공동으로구성된다.우리는이미복잡하게얽혀있으며,그얽힘속에서나와타자의자리가생겨난다.중요한것은이복잡한얽힘을이해하는것,얽힌관계안에서서로에대한의존성과각자가지닌특권을알아차리고성찰하는것이다.이를위한실천이바로‘얽힌공감’이다.그루언은얽힌공감을다음과같이정의한다.

다른존재의안녕경험에주의를기울이는,돌봄에바탕을둔지각방식.우리가타자와의관계속에놓여있음을자각하고,타자의필요,이해관계,욕구,취약성,희망,감수성에주의를기울임으로써이러한관계안에서응답하고책임을다하도록요청받는감정과인지가뒤섞인경험적과정.

공감은자주어그러지고실패한다
필요한건일인칭과삼인칭시점을오가기
공감은흔히상대의신발을신어보는일에비유된다.그루언은이말의한계를날카롭게짚는다.“동물은신발을신지않는다!”이표현은인간중심적일뿐아니라,결국상대의자리에서도‘나’를기준점으로삼게만든다.상대의입장에완전히녹아드는것은공감이아니라투사일수있다.
그루언은인간의개입이동물에게해롭다는신념으로침팬지에게풍부화(enrichment)를제공하지않은동물보호단체의사례를소개한다.추상적원칙은선했지만,침팬지들이실제로필요로하는돌봄은보지못했다.동물의안녕이아니라,동물의안녕에대한인간의바람으로채워진공감은해로울수있다.
공감하지않는것도문제다.마취가뇌에영향을줄수있다는이유로마취없이고양이의뇌를적출한연구자는고양이가고통을느낀다는사실을알았지만공감하지않았다.반대로공감이지나쳐현장의고통에압도되고마음을닫아버리는경우도있다.그래서그루언은일인칭과삼인칭시점을오가며,타자의삶을더많이알려는노력과자기돌봄을함께요구한다.

아는존재와알지못하는존재에게
가까이,또멀리향하는얽힌공감
얽힌공감은가까운존재에게만머물지않는다.그루언은침팬지생추어리침프헤이븐에서어린침팬지‘에마’를만나면서,아는침팬지와알지못하는침팬지,실험실의동물과야생의동물모두와의관계를다시사유하게되었다고말한다.
비건가공식품에쓰이는팜유플랜테이션개발이오랑우탄서식지를파괴한다는사실역시우리의실천과소비가먼곳의숲,그곳의오랑우탄과호랑이,코끼리의삶과연결되어있음을보여준다.우리가맺는관계는가까운곳에서먼곳으로이어진다.
반려동물과함께살면서인식의변화가시작된사람도많을것이다.한발짝내디디면마주치는비인간존재들을보며우리는매일조금씩바뀔수있다.그들에게주의를기울이고,잘려나간서사를메우고,내가지닌특권과관계망을이해하는것.『얽힌공감』은그첫걸음을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