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류성훈 산문집)

사물들 (류성훈 산문집)

$14.80
Description
“후회하며 위로받은 책”
“맛있고 고마운 책”
어린 시절 천하의 앙숙이었던 오빠 시인과 천방지축이었던 여동생이 뒤늦게 마음을 합쳐 〈시인의 일요일〉이란 출판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인의 일요일은 앞으로 우리 문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시집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며, 출판사의 마중물로 류성훈 시인의 산문집 ?사물들 - 사물에 관한 산문?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하수상한 시절에 무슨 난데없는 일이냐며 부모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극구 만류하였지만, 혹시나 어린 시절의 앙숙이 이젠 철천지원수(?)가 될지도 모를 위험한 모험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평생처음으로 오누이가 목숨 걸고 한 번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시인과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일요일’이 되고 이 마음을 지켜가도록 하겠습니다. 어여쁘다, 기특하다, 봐주시고 눈길 한 번 더 주시면 오누이의 우애와 용기가 백배는 충전될 것 같습니다^^
기억해 주세요. ‘시인의 일요일’
저자

류성훈

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과및동대학원을졸업했다.2012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등단하였고시집『보이저1호에게』가있다.현재한양여대,숭의여대,가천대등에출강중이다.

목차

책머리에

01우산
정형외과/유실물보관소/호우주의보/기념품

02자전거
완벽한전진/구입가능한행복/도서관가는도서관

03등
낮의편린들/등화관제/그림자없는곳

04옷
텅빈매미/입는언어/배냇저고리들

05칼
맑고가는철/목숨의저울/대상화된‘사이’

06의자
버릴수없는/기다리는가구/고독의사물화

07공구
맥가이버/목적의주인/사물을위한사물/수리벽/드라이버처럼웃기

08노트
선물사용법/영혼의궤적/망각의능선/영매(靈媒)

09만년필
싱거운로망/호불호없는선물/자성의기호/
의미의곁에서

10도장
경첩속/어른의물건/로마인/책임의예술/
소망의물신

11악기
육화된존재성/플라스틱유기견/
청각의빈자리/추억의편에서/목소리의검(劍)

12다기

13식탁
기억의무게/블랙박스/사물의선물

14냉장고
바위계곡/빗살무늬토기

15카메라

16시계
시간이라는고향/공학적아름다움/비축가능한의미/시간의형상

17재봉틀
ZL-B950/모든성인들/역류

18이불
바둑이/라이너스/베이스캠프/따뜻한문

19신발
현관의방역차/버릴수없는/‘닭다’의기원/‘가다’의사물/여정의무덤에서

20상자
태반/님프(Nymph)/이사

출판사 서평

뼛속까지노곤해지는기묘한매력의사유

?사물들?은2012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등단한류성훈시인의첫산문집입니다.지난해시집?보이저1호에게?로문단의폭발적주목을받으며9쇄를돌파했던저자의이번산문집에는일상에서낯익게보아왔던사물과대상에대한거칠고낯선통찰,깊은사유가녹아있습니다.자기삶의한구석에서사물을소환하여,그것과의추억을반추하며,새롭게호명하고,거기에서비롯되는새로운가치와의미를살피는여정은기존의산문들과다른차원의재미와안식을전해줍니다.

편집자의양심에비춰솔직히말씀드리자면?사물들?의문장은거칩니다.어느문장은어절과어절사이가엉켜있어한번에읽히지않고,문장의호응관계가매끄럽지않아문장제일앞으로돌아가다시읽어야할때도종종있습니다.하지만그가지닌독특하고참신한사유의문장은간혹박상륭선생을떠올리게도하고,괴테의『데미안』을연상시키기도합니다.그래서교정교열과정에서차마문장을말쑥하게다듬지못했습니다.편집자로서거친원석과같은사유의진면목을고스란히보여드리고싶었기때문입니다.문장이온전히받아내지못한사유를그의짧은재주탓이라고타박할수는없었습니다.피로를풀기위해찾아간숯가마찜질방의열기가처음엔도저히참을수없을정도로뜨겁다가잠시참고버티면온몸이노곤해지면서피로가풀리는것처럼,산문집서너장을읽어내면뭉친근육의뼈마디를들락거리는열기처럼,그의문장이지닌기묘한매력과흡입력에빠져들기때문입니다.

사람이든사물이든,상대를외롭게하는존재는더욱외롭다.즉대상이란‘고독의형상’이다.의자는외롭게기다리는사람을오래그자리에있게한다.즉,인칭을사물화시킨다.설령어떤기다림이끝나도의자는사람을외로운객체그대로있게돕는다.그런면에서의자는사물과사람사이에있고어떤사물과사람보다외로움에더가까운사물이다.사람의외로움이실체화된다면의자의형상에가장가까울지도모른다.많은의자를놓은집에서,그수만큼연약한나는얼마나고독했고,또한많은사람을외롭게했을까생각한다.나는의자앞에서당신을기다리고,의자는내앞에서나를기다리고있다.나는당신과함께새롭게고독하기위해앉아있고,의자는오늘도그것을기록하고있다.
-「의자」부분

시적발상을통한사물의발견,그리고매혹

류성훈시인은굳이“사물에관한산문시”라는부제를붙이겠다고고집을부렸습니다.사실편집과정에서약간의말이나왔습니다.『류성훈산문집,사물들-사물에관한산문시』제목에‘사물’과‘산문’이란말이두번씩이나중복되어서제목으로서의가성비가떨어졌기때문입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저자는끝까지‘사물에관한산문시’라는부제를포기하지않았습니다.무슨똥고집인가싶은답답한마음도없지않았지만한달넘게원고를들여다보며,그가포기하지않은이유를짐작할수있었습니다.어떤시인이든,시인은자신만의시선으로세상을바라보는일로시의시작을삼습니다.시를쓰는일은모두가무심히지나쳐가버린것들에게자신의무릎을내어주고,눈을맞추며,그것들을다시금보듬는연민에서시작하기때문입니다.하지만여기에우리삶을관통하는사유,굳이철학이라고이름붙이지않더라도,사물과삶의본질에가닿는진실한마음과뜻과느낌과생각이보태지면서진정한시가됩니다.류성훈시인은비록시가아닌산문으로이러한체험의내용을써내고있지만,시를쓰는마음가짐을글의뿌리에놓고있기때문에굳이‘사물에관한산문시’라는부제를지울수없었던것같습니다.
그가사물을바라보는시선은참신함을넘어서아찔할때도많습니다.그것은사물을바라보는그의시선이경험의단순한감정에서비롯된것이아니기때문입니다.그의글을철저하게체험과깨달음에서비롯되고있습니다.저자와사물이경험의주체와경험대상으로서,어떠한간극도없이전면적이고도직접적인접촉을해나가면서주체로서의정신적,육체적전체역량을다받쳐서획득한경험이고,이러한경험을통해구축한깨달음이라면『사물들』은철저하게체험을바탕으로하고있다고할수있습니다.

선풍기바람곁에서묵은각질을잔뜩붙이고있던할머니의리넨을떠올리기도하고교통사고를당해몇달을누운채뜨거운죽을흘렸던누더기같은내대학병원수술바지를생각하기도한다.당신의옷이내게말해주는것,내옷이나에게말해주는것이있는방식으로,세상엔잊어야버틸수있는것과잊지말아야더해질수있는것이있다.사람에게가장오래,가장많이밀착된사물은옷일테고그옷이의미와언어의일부라면,지금이순간에도그것들은나를말하고있고내가허물을벗은한참후에도계속될것이다.
-「옷」부분

문학에대해끊임없이고민하고공부하는지금에도,내가나의이름에서자유로울수없을때진정한나의자유가완성된다는점은꽤무거운메시지로남아있다.그런사유를도장앞에서처음으로해보았다.아직까지서랍속에남아있던플라스틱막도장을바라보면서,나는내과거의이름과현재이름의질량에대해상상한다.고등학교때부터내게어른을미리준비시켰고,이름의무게에대해가르쳐주었던이딱딱하고작은사물은경첩속에서오늘도수많은이름과자유의중량을떠받치고있다.
-「도장」부분

이러한체험을통해획득된깨달음은주체의육체와영혼이합일된,깨인체험을통해얻어진합일된깨달음이며,지식보다높은차원의것으로여겨집니다.바로『사물들』의매력이이지점에놓여있다고할수있습니다.

사물을여행하는히치하이커

『사물들』은요즘의산문처럼말랑말랑하지않습니다.한여름의아이스크림같은잠깐의위안이나미감을전해주지않습니다.시인에게오늘의삶은거칠고의혹투성이이기때문입니다.저자는자신의온힘으로삶의의혹,질문들과맞섭니다.이때그에게는두가지힘밖에는없어보입니다.시인으로서생각하는힘과글로남기는힘말입니다.사소한관습과소문,편견에서벗어나사물에대한지혜에가닿습니다.그리고사물이지닌진리와가치를재해석하며자기삶이놓여있는지점을살핍니다.

이책은사물이라는타자와의마주침입니다.사물이지닌생각과의미가나의삶과마주치면서올바른사유의세계로이끌어줍니다.세상이강요하는아집과편집에서벗어나사물에직접개입하는경험을통해,삶안에서전진하는경로들을추적합니다.우산이나옷,의자,만년필,도장,식탁,냉장고,카메라,시계등지극히사소한일상의사물들이우리삶의국면과어떻게맞물려있는지를살피는그의모습에서우리는과학자혹은탐험가의면모를느낄수있습니다.이책의부제로‘사물을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제안했다가단박에거절당하기도했지만,저자가보여주는심오한관찰능력과집중적인지능력,그리고공상의능력은그가어쩔수없는시인임을다시한번알려줍니다.사물에대한자극과관찰,경험의새로운연관관계를구성하여자기삶의인식으로발전시키는모습은그저시인의것이아니라우리모두의일상의깨우는매혹적일침이라고할수있습니다.

누가뭐래도등불을밝히는건인간과문명의상징그자체에가까운것,불을밝힌다는것은밤에대한우리의오랜극복이며낮의일부를남겨두고또한방안으로가지고들어가는것,또한그것을꺼뜨리지않고대대손손밝혀온우리의어떤‘바라봄’이다.빛이있어야볼수있고만질수있고행할수있으니까.우리가행복해지려고일을멈추지않듯이,내영혼을누군가에게인상깊게읽히고싶어글을쓰듯이,그럴수없는것을최대한그렇게되도록노력하는것이삶이가진불가역적특징이라고해본다면,등불은참인간적인낮일것이다.
-「등(lamp)」부분

일반적으로오토매틱시계라고하면무브먼트안에실린더역할을하는부채꼴의로터가들어있어사람이착용하고활동할때의모든움직임을이용해실시간자동으로태엽을감는구조로되어있는것을말한다.즉사람의일상적움직임,다시말해‘삶’을동력원으로움직인다.어떤인위도없이사람이차고만있어도그생활의힘으로작동하는것이다.시계를벗어놓고일정기간이지나면작동이멈추는데,그때까지걸리는시간을‘타임리저브’라부른다.직역하면시간을‘예약한다’,‘비축한다’정도가된다.일상과생활을통해우리는시간을강제로‘소비’하면서살지만동시에시간에대한‘개념’이나‘인식’은예약할수도비축할수도있는것이라는인문적인식을이작고복잡하고아름다운기계가알려주는것이다.그러므로시계는시간을보여주는도구라기보다는시간에대한인식을알려주는도구에더가깝다.
-「시계」부분

류성훈시인의『사물들』에대해마무리정리해보겠습니다^^
이책은우리주변의낯익은사물들에대한관심과의혹속에서세심하게쓰인글입니다.저자자신만의독창적이고전방위적인관점에서,사물에대한자신의감정과생각을진실하고솔직하게표현하였습니다.그리고사물에대한기존의편견이나빤한은유에얽매이거나구속당하지않고자유롭고활달하게써냈으며자신의온몸으로,자신의삶과사유를온전히담아내글이라고하겠습니다.

편집자로서다시한번솔직히말씀드리자면,이책은이제시집한권을출간한등단10년차시인의첫산문집입니다.다만진심으로이책의앞부분‘책머리에’를한번읽어보시길부탁드립니다.젊은시인의뜨거운열정과순수함에숙연해지실수도있다고감히생각합니다.기특하다등한번토닥여주신다생각하시고,작은관심이라도꼭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