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성은주 시집)

창 (성은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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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불안이 피어 올린 꽃, 이미지로 빛났다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성은주 시인의 첫 시집 『창』이 ‘시인의일요일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문정희, 최승호 시인은 “이견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든든한 문학적 역량이 느껴졌고 신뢰가 깊이 갔던 작품이다.…… 진심이 묻어있는 어눌하면서도 차분한 어조, 공포를 잠시 해소시키는 짧은 농담, 살얼음처럼 떨리는 섬세한 문체로, 불안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능숙하게 다루는 솜씨는 주목할 만한 것이었고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었다”고 평가하였다.

신춘문예 당선작 「폴터가이스트」을 포함하고 있는 이 시집은 등단 이후 12년 동안 거쳤던 시적 노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등단작에서도 이미 드러났지만 성은주 시인은 불안을 자기 존재의 근본적 양식으로 갖는다. 시집 해설을 맡은 류신 교수 역시 “성은주의 첫 시집을 읽어 가면서 생각나는 시인이 있었다. 우리의 삶이 필연적으로 겪는 좌절과 방황, 고통과 불안을 조용하고 꾸밈없는 언어로 섬세하게 묘사한 고독과 방랑의 시인 헤르만 헤세”가 떠올랐다고 고백했다.
그의 불안은 신체적 위협이나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 존재적 모멸감, 혹은 트라우마와 같은 과거의 불행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다. 그의 불안은 일종의 유령이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 불분명하고 불확정적이어서 포착할 수 없는 대상으로서의 불안은, 도저히 극복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것이 시인에게 전면적 삶의 방식이고 불가피한 존재 조건이다.
「다이빙」이나 「포르트-다」 「창」 「타임아웃」 「심야극장」 등의 시편에서 보여주는 불안은 낭만적 방랑이나 편력이 아니라 기존 세계와 맞부딪치면서 발생하는 마찰음과 같다. 그래서 이 불안에는 실존적 공허함과 자기 존재의 모든 것이 빠져나간 뒤 몰려오는 상실감, 우울함이 녹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를 걱정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류신 교수의 변론처럼 “성은주 시인은 불안의 소행을 품어 안는 따듯한 마음을 지녔고, 일상 속 불안을 고도의 시적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능숙한 솜씨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시인이 예민하게 감지하는 불안을 내재화하여 창의적인 시적 상상력의 자양분으로 삼는 희귀한 능력도 겸비했기 때문이다.”
저자

성은주

공주에서태어나
한남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
2010년《조선일보》신춘문예시가당선되었다.
현재한남대학교강의전담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1부여전히난질수밖에없다
창13
거짓말이력서14
쉬쉬17
타임아웃18
술래의집20
심야극장21
바레카이24
거울,불면증26
이름을기억하는방식들28
방32
나의바깥34
펭귄36
케렌시아38
라넌큘러스40
소금호수42
백합44
새창을달다46

2부당신은내가살고싶은나라
빙고51
회회아53
숲의아이54
왼손잡이56
백색소음58
폴터가이스트60
금호선인장62
오늘의맛64
사과66
담요67
나비잠70
첫맛과끝맛73
아버지,피고지고76
피카소다방78
포르트-다80
지진처럼꽃피다사라진81
서서갈비84
파랑과파란86
다이빙88
백탕90
파양92
수국94
쉼표의감정95
회전목마96

3부우린앵무새를키우고싶었다
착시101
물의방102
둥근창문104
안부총량의법칙106
다다르다108
관람객110
오후3시,기타줄이흐르는소리112
구구콘116
돌의미학118
크래커121
모리타니아소녀122
가족관계증명서125
우리집에왜왔나요128
시의집131
봄은부재중이야132
맹그로브숲에서우리는134
물이라는시간136
흙의말138
낮달140

해설141
불안의꽃/류신(문학평론가,중앙대교수)

출판사 서평

낯설고사소한어른의서정을순례하는동반자

성숙한어른에게는기존의세계를해석하고이해할넉넉한자아가있다.해석과이해의능력은그가관장하는시세계의밑거름이된다.하지만자신의힘이미치지못하는것은그의세계에서누락된다.거기에서생성되고발견되는의미와대상은시인의세계에서타자가된다.시는기본적으로동일성의시학을기초로하고있지만,성은주시인은이러한동일성의세계가갖는권위를의심하고그차이를스스로만들어낸다.

그래서성은주의시는논리적이성으로풀어내기보다는이미지를통한감각의사유에기대고있다.선명한메시지보다는그것들을치밀하게압축하는이미지의몽타주가더돋보인다.안정하지않는동일성의세계,어른의세계에서포획해내는시적풍경들은세상과자아가만들어내는균열이며,이것을어른의서정이라고할수있다.
견고한어른의세계에서자아는굳건한형태로유지되는데,이때사소함을말함으로써자아의불안한감정들,휘발되는감정들이조명을받게된다.성은주시인은이런이미지를포획하는데능숙하다.

사소한풍경으로,스스로의사소함에서벗어나는시인의제스처는자신과같은불안과고통을겪는이가있다는사실을환기해주는위로가되기도한다.성은주시인은독자들에게낯설고사소한어른의세계의순례자이자동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