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앵무새를 찾습니다 - 시인의일요일시집 6

검은 앵무새를 찾습니다 - 시인의일요일시집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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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일상을 횡단하는 ‘시적인 풍경’
200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된 임경묵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검은 앵무새를 찾습니다』가 ‘시인의일요일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임경묵 시인은 수주문학상을 수상하고 대산창작기금을 수혜받을 만큼 이미 시적 능력을 검증받은 우리 시단의 숨은 보배이다. 쉰이 되는 해에 비로서 두 권의 시집을 갖게 된 시인인만큼 시를 바라보는 자세나 세계에 사사로움이 없고 진득하다.

시인은 첫 시집 『체 게바라 치킨 집』에서 ‘골목에 소속’된 자로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이름 없는 존재들을 사려깊게 바라보고 그들의 신음에 귀기울이며 골목의 풍경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번 시집에서는 그 시선을 더 깊고 넓게 밀착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은 일상의 서사를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시의 본원적인 것을 되새김하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작품 해설을 맡았던 고봉준 평론가는 “임경묵의 시는 ‘다른 방식’으로 본 일상의 풍경”이라고 규정한다. “모든 숭고한 것들은 언제나 실망스러울 정도로 평이한 말들로 설법되는 법이다.”라는 장 그리니에(Jean Grenier)의 말을 인용하면서 임경묵 시인이 발견하는 ‘시적인 것’의 의미를 재확인해준다.
시집 『검은 앵무새를 찾습니다』 는 요즘의 젊은 세대처럼 독자에게 놀랍고 기괴한 현대성의 충격을 안겨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적 대상과 현실 세계의 이면을 드러냄으로써 무뎌졌던 우리의 일상적 감각을 뒤흔들어 놓는다.
임경묵 시인에게 ‘일상’은 그저 우리에게 익숙한 차원의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한 삶의 변화라는 문제의식이 대면하지 않을 수 없는 세계라는 점에서 중요한 시적 대상이 된다. 그래서 시인에게 ‘일상’은 그 자체로 긍정되어야 할 세계가 아니라 ‘다른 방식’, 즉 시적 인식을 통해 횡단되어야 할 세계이다.
저자

임경묵

저자:임경묵

안양에서태어나천안에서성장했다.

2008년『문학사상』으로등단했다.

시집『체게바라치킨집』이있고

수주문학상수상,대산창작기금을수혜했다.

목차

1부
꽃피는스티로폼13
새들의나라15
죽은금붕어18
검은개의기분20
죽은두꺼비22
회전놀이기구24
해녀의노래26
콩나물의무자조금28
오늘의반찬30
동백젓32
검은앵무새34
그섬36
과(果)를새기다38
저녁의태도40
저백만개목련꽃눈좀봐요42

2부
고등어구이45
개그맨147
개그맨248
봄349
봄450
폐가의자세51
제비꽃과내그림자52
새들의경계55
도리뱅뱅56
두대의유모차58
균열60
어청도솔새사촌62
눈부시다는말64
평화통일기반구축법66
문신68

3부
선감학원73
버드나무정원75
천일의밤78
해시(海市)80
우두커니82
무지개양말84
돌부리86
솟대88
성(
聖)페트병89
임춘묵90
미싱링크92
커피의힘94
페르시안고양이96
해바라기광배98
가위100

4부
버드나무그늘에앉아105
립싱크107
푸드트럭108
주머니사용법110
구름찍는실버사진사112
상춘(賞春)114
은빛새우116
옥춘118
개똥과나비120
박쥐목격담121
개그의부활122
물여우124
버려진자전거126
코끼리쇼128
소금쟁이130

해설131
시선의윤리/고봉준(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도토리주우러뒷산에갔다가
폐광근처에서우람한떡갈나무를발견했다
떡메로나무허리를
떠엉―떠엉―치니까
도토리가후드득후드득쏟아졌다
거기서박쥐를보았다
처음엔빈벌집이떨어졌나했는데
나뭇가지를꼭붙들고거꾸로매달려있던그것……
죽은박쥐였다
...더보기
사내는꽤점잖은편이다
매직펜으로반듯하게쓴〈토스트+우유=2500원〉피켓을들고
트럭옆에서
지나는차들을향해공손하게서있다
머리에수건을두른여자가
트럭안에서식빵을굽는다
외곽에딸린변전소앞길은
공단가는지름길,
키다리송전탑들이고압적인자세로더보기
애인손은작은새였네
새로산내체크무늬잠바주머니에작은새를불러와
애인과나란히걷고싶었는데
새는멀리날아가고
나는저만치날아가는새를바라보며
주머니주름만만지작거렸네
물밖에나오면몸이버터처럼녹아버린다는
바이칼호수의어떤물고기처럼
주머니...더보기
교통사고로중환자실에계신아버지만나러
주말마다천안내려갈때
아산만방조제지나늘만나던버들집
도리뱅뱅을잘한다는그집
어탕국수가제법맛있다는그집
아버지퇴원하면단둘이한번와보려고꾹참고지나쳤던그
집을
아버지삼우제지내고들렀습니다
혼자도리뱅뱅을주문하고
혼자도리뱅뱅을먹었습니다
죽음의주모자를찾을수없게
입꼭다물고
사발통문처럼누워있는빙어들……
한마리한마리또옥또옥떼어먹었습니다
아버지퇴원하면
어스름저녁어깨동무하고비밀스럽게오려고했던버드나무
아래그집에서
젊은날아버지처럼
-「도리뱅뱅」부분

윤리적시선의연대그리고가족

시적대상을바라보는시인의시선은겸손하며이타적이다.자기중심적으로대상을주체화하거나자신의감정을대상에이입하려는태도를강요하지않는다.세계를제어하는자율적주체의모습도보이려하지않는다.인간이만든위계의질서를거부하고시적풍경이나대상과의심리적거리를좁히려는대신에연대의마음으로그것들을인정한다.무가치한것을무가치한상태로두지않고모종의의미를끄집어내는시적자세가임경묵시인의시적미학이다.
또한‘가족’은임경묵의시세계의중요한부분이다.현재의‘나’가포함된연재적가족보다는유년의‘나’를중심으로한원초적가족에더큰관심을갖는다.무엇으로도대체할수없는든든한보금자리로서의가족의본질과인간의성장이이안에녹아있다.
시인은무심히흘러가는세상의시간과어느날어느시간에멈추어더이상흐리지않는실존적시간의어긋남에개입하기보다는‘우리’의목소리에자신을내어줌으로써세상을기억한다.임경묵의이번시집은‘나’를둘러싸고있는‘가족’과‘일상’에서시작하여세상의주변과경계에놓인타인의삶과주목받지못하는사물에게로시선을확장하고있어그의미가더욱깊다.

편집자의PICK

삶에도윤리가있을까의심이들때
「꽃피는스티로폼」「박쥐목격담」「죽은금붕어」「죽은두꺼비」「해바라기광배」「죽은박쥐」

힘내라힘,힘내라힘,이렇게외쳐주고싶을때
「푸드트럭」「두대의유모차」「임춘묵」「커피의힘」「버드나무그늘에앉아」
「폐가의자세」

혼자사는세상이아니라고생각될때
「천일의밤」「새들의경계」「평화통일기반구축법」「버려진자전거」「저백만개목련꽃눈좀봐요」

문득가족이그리울때
「새들의나라」「오늘의반찬」「고등어구이」「해시」「우두커니」「버드나무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