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덜컥 일요일

내일은 덜컥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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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욕망과 좌절을 가장 아름답게 가리는 은폐술사
2007년 《월간문학》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최은묵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내일은 덜컥 일요일』이 ‘시인의일요일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최은묵 시인은 그동안 수주문학상, 천강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2015년 당시 심사를 맡았던 정호승, 나희덕 시인은 "우리 시대의 음화(陰?)를 그려내고 있다. …… 고도의 암시성은 시에 있어서 결함보다는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죽음의 사건들을 환기하면서 그것을 상징화된 제의로 감싸안는다. 나머지 시들에서도 어딘가 깨지고 부서지고 불구화되고 불모화된 존재들이 그려내는 고통과 폐허의 풍경은 하나의 세계를 이루었다고 할 만하다."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칠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이 평가는 유효하다.
이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시행들과 유니크한 발상, 시적 대상의 기미를 섬세하게 알아차리고 그것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시적 능력이 여전하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처음 등단을 하고 다시 칠년여의 수련을 보태어 재등단을 한 풍부한 습작의 내공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집 『내일은 덜컥 일요일』은 시인이 경험한 욕망과 좌절의 기록이다. 대부분의 문학적 글쓰기가 본질적으로 욕망과 좌절의 담론이긴 하지만 최은묵의 이번 시집은 주체의 욕망과 좌절에 절대적인 헌신을 하고 있다. 시인은 우리 삶이 감추고 있는 욕망의 조건과 역학 관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가장 아름답게 은폐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행간에서 보여주는 존재론적 욕망과 좌절은 그의 시적 세계에 대응하는 미학적 변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목격한 죽음들과 그 죽음에 필적하는 삶의 고통을 견디고 성찰하며 면역력을 키우는 일로 시행을 채우고 있다. 두려움 없이 죽음과 삶의 진정한 주체이기를 욕망하지만 한낱 무력한 대상임을 깨닫고 좌절하는 일이 최은묵 시의 역설적 동력인 것이다.
저자

최은묵

대전에서태어나2007년《월간문학》,2015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었다.

시집『괜찮아』『키워드』가있다.

수주문학상,천강문학상,제주4·3평화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주술적인봄13
다녀오겠습니다14
시에스타16
마틸다에게묻다18
자정20
부고는광고보다작다22
가면놀이24
없다26
48시간4분3초28
옆으로걷자30
출석을부르겠습니다32
정치34

2부
낙서는어른이되면서자라지않고37
악필38
리플리증후군40
프로파일러C42
일수찍는달팽이44
애인45
똑똑,46
안교리다방은쉬워48
옆집을업데이트하겠습니까?50
아웃사이더52
다팔린쇼펜하우어53
철사가자라는병실54
불쑥,그런56
가족사진58

3부
첫61
안부를묻습니다62
일기예보Ver.대체로맑음64
찢어진청바지66
패턴을잘못입력했습니다-희준68
모로누워디셈버70
꼼짝말고아리바다72
보디페인팅74
그러니까안단티노76
Ctrl-C,Ctrl-V78
빈,80
보라82
DearX84

4부
유스티치아89
풍경90
일기예보Ver.가뭄92
이스트리버651호94
마리오네트96
마트료시카98
그럼에도불구하고100
리드보컬102
메리크리스마스104
천국게임106
바리케이드108
체포110

소풍
마틸다와기타/임재정(시인)112
등대도둑/이정훈(시인)118
다녀오겠습니다/리호(시인)124
단무지몇개/김백형(시인)130

출판사 서평

마음과생각을넘치게흘리고선
이것들을다시뭉쳐단단한시로빚는응시와공감의자세

이시집은시집의통상적관례를벗어난몇가지지점을가지고있다.시집해설부분을'소풍'이라는짧은에세이로대신하거나시인의친필을그림파일로그대로옮긴「낙서는어른이되면서자라지않고」라는시들이그지점이다.최은묵시인의곁을오랫동안지켰던문우로서네명의시인이쓴글에는그와의사사로운인연과그의인간적면모뿐만이아니라오래된지인만이가질수있는개성적관점에서그의시를예리하게재단하고있다.

특히리호시인은최은묵시인의첫시집에서부터이번시집의성격을명료하게정리하고있다.그는"시집『괜찮아』가위로의말을건네는서간록이라면,두번째시집『키워드』는인간을대변하여신과나누는대화록일지도모른다.신이한말을받아적거나신을들이받거나신과딜을한무용담이적혀있다.이번시집『내일은덜컥일요일』은과격하지만그펜끝은따뜻하고,부드럽지만눈은날카롭고,먹먹하지만희망을쓴잠언서다."라고평가한다.최은묵시에관심을가져온독자라면수긍하지않을수없을정도로단호하다.

'소풍'에참가한이정훈시인은최은묵시인이자신에시에녹여낸그의죄목들을정리하였다."여우불을함부로삼킨죄,자전거뒤에등대를싣고내뺀죄,겨울의뼈를말려첼로를만든죄,가족을지우고생일을백지로둔죄,실밥터진바지뒷주머니에아버지를구겨넣은죄"이러한좌절의목록들이시인을죽음과삶에대한내성의수련으로이끌어낸것이다.타자의고통에대한응시와공감을바탕으로한내성기르기는상황을간결하면서도함축적인언어로묘사하며,가장아름답게은폐시킨다.

이러한은폐의바탕에는불가능한일을가능의세계로끌어오는시인의상상력이전제되어있다.그러나시인은감정의충만을회피하고최대한냉정함을유지하고,침묵하며,참아낸다.돌이킬수없다면,가질수없다면그저견디고침묵해야한다는생각을가지고있다.그러면서마음과생각을넘치게흘려보내고이것들을단단하게뭉쳐낸다.최은묵시인은이러한시적재주가탁월하다.시인은여기에새로이이름을붙이고포장지를씌워리본까지달아독자앞에내놓는다.이것이우리가그에게매혹을느끼는가장큰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