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득치에 가면 (김교서 시집)

비득치에 가면 (김교서 시집)

$12.00
Description
내변산에서 내달아 온
죽비의 서늘함
긴 뚝방길 한달음에 내달리나니
폭 익은 두 눈 부릅뜬
가슴 없거들랑
세 치 혀 말뽄새 꿰매어 두어라
비득치에 가면

- 〈비득치에 가면〉 中
저자

김교서

1954년전북부안출생.
1968년동진초등학교졸업.
1984~1986중·고등검정고시합격.
제일,씨앗(상록)독서회활동.
1984년실천문학사에서펴낸14인신인작품집『시여무기여』에「가난을위하여」외4편을발표하며시단에나옴.

목차

제1부늙은노동자의노래

늙은노동자의노래
밥·1
멸치,날개를달다
누이동생
눈썹달
계단을타다
계단을오르며
강남신세계백화점에서
이태원에서
강남을누비다
하루
달력에동그라미가없다
이천칠년섣달열아흐렛날
소지의넋
가을볕
몸살
바닷가야생화
세한도
꽃샘추위가는길
눈오는밤

제2부부치지못하는편지
비득치에가면
소풍
조개잡이
세밑겨울
부치지못하는편지
어머니,그리고들꽃
사랑은
벌초
내력

꽃자리·1
낮달
서정이꽃피는나무
꽃섬가는길
쪼잔한詩
시인의집

사랑의힘
비오는밤의독서
반골의서(書)

제3부촛불,그이름으로
대화
가락동도축장에서
빈수레
명동성당가는길
강정토방에서밥을먹다
산본역에서
촛불,그이름으로
단풍꽃
여린꽃에게
대금산조
겨울달
유채꽃
낙엽의무덤
春雪
지하철역의詩
냉이꽃
으아리꽃
찔레꽃

낮술
직관

제4부목숨
목숨
노동의이름으로
기륭노동자를생각하며
구로동114번종점을지나며
주름의결기
가리봉오거리에서
장마와겨울작업복
노동일기
꽃한송이
한파주의보
흰말채나무꽃
고마리꽃
구럼비에가면
돌멩이하나
투계(鬪鷄)
김개남
청보리
소박한꿈
잎싹에게-『마당을나온암탉』을읽고
겨울이봄에게
무정부주의자의꿈

출판사 서평

김교서시인은,문단에서는잘알려지지않은‘원석’이다.등단40년이다돼서이제야첫시집을내며그모습을드러낸다.그는너무오랫동안낡은먼지속에묻혀있었다.시대는너무빨리변하고그의걸음은너무느렸던탓일까?시를발표하는것도뜸하고,시인들의자리에도그는잘끼지못하였다.그러니시대와쉽게동화하지못한그의시는아주고전적이다.그런의미에서‘원석’에가깝다.그러나그와함께얼굴을내민시인들의면모와오래된시인들의기억한편에는아슴프레새겨있으리라.이미명망을얻은고재종시인과김해화시인등이그가시단에얼굴을내밀던시대의동기생들이었으니.
그는부안바닷가에서태어나초등학교만졸업하고서울로와서생존의몸부림속에서도검정고시를통과하고독서회활동을하며젊은꿈을키웠다.그러나만만한세상은아니었을터.한때그는〈품바〉공연단의일원으로전국을떠돌기도했다.그실력은가끔술이거나해지면슬슬구슬려듣고보는‘일품’안주이기도하다.그자리에선모두한덩어리로들썩거리지않으면안된다.
배운것없이그가머물러야할곳은언제나뜨내기장사꾼아니면막노동판이었다.힘든노동과굶주림속에서그시절을보낸것이원인일까모르겠으나그의몸은아직도왜소하다.‘천근’이나‘만근’쯤되는삶의짐을지고살아왔으니오죽할까.하여튼그에게도독재시대와민주화시대를거쳐오는우리나라의여러상황은비껴갈수가없었으니,자연스레눈을뜬그의의식은시(詩)로동(動)하였다.
시집의표제작인「비득치에가면」이실린,1984년실천문학사에서펴낸14인신인작품집『시여무기여』에는고재종,권만기,김갑수,김명환,김석현,김종우,김해화,박광배,박광수,신연주,엄귀섭,서소로,이석영외에김교서시인도한자리를차지하고있다.허나애석하게도오랫동안그는시단의말석에서조차사라진채삶이라는전쟁터에서고군분투하며이를갈았다.
그러다보니그가부르는노래는어딘지푸석하기도하고개펄같기도하다.오래막노동을하다보니,온몸에묻은시멘트가루처럼푸석거리는노래에고향으로향하는눈에서눈물한방울이떨어지면금세‘진흙창’개펄이되어펼쳐진다.그가조개를잡던그개펄은지금새만금방조제로막혀황폐한채버려져있다.새시대는그가살아온모든것을덮어버렸으나척박하지만아름다웠던그시절을기억하는그의몸만이‘증거물’처럼남아있을뿐이다.

“먼놈의잠이이렇게/안온다냐/온삭신은쑤시고저리는디/여그저그빛갚으라/쫄리게하는사람은줄섰는디/들어올돈구녁은뺀허고/워째살아야한다냐/징그럽게일을혀도/이눔의살림/깨진독물붓기여/천불나는가슴의피/죽으믄나슬랑가/근디징그런놈의잠/워째이리안온다야/내일일맞춰놨는디/안죽고살라믄하루라도/더혀야는디/가신엄니/해설핀신작로가아스라이/허리휜몸으로걸어오신다/허튼안개내리는밤”-「내력」전문

환갑을넘기고칠순을바라보는그의내력한조각은이러하다.힘든육신을끌고살아가지만결코이정부를인정할수없는그시절을거닐며그는무정부주의자의꿈을꾸면서“울화통이머리에서발끝까지차올라/너희가희희낙락사람들가슴에/거품들게허는꼬락서니/눈뜨고는못보는것인게(「겨울이봄에게」)”,‘숨거둔물줄기살아서오’는청보리가되기도한다.

“빙하기들어선모지리/넌더리들판/사람의숲걸어나오면/죽은도시의회색빛창/바람의넋을안고/검붉은피를토한다/발가벗기운/노동의호흡하나/온몸으로진저리친다/폭익은마음밭열면/버려진목숨들바삭거림/가슴으로찾아든다/응달의고요를버무려/티끌도없는허공/쓰라린깃발의아름다움하나없는/치명의봄꽃/화엄의강으로/붙들어둔다”-「무정부주의자의꿈」전문

지난시절,효순이미선이가미군장갑차에치인참사와광우병소수입반대,4대강사업반대,박근혜탄핵촛불집회등전정부의비민주적인정책과미군의악행에대항하는시위와집회에거리낌없이한촉의촛불이되어걸걸한목청을터뜨리던그날,분노와한탄을쏟으며술잔을기울이던그날.어찌보면그가원하는것은오래전‘비득치’처럼모든생명이살아숨쉬고대동세상을이루는,한없이갸륵하고소박한꿈이전부일지도모른다.그의작은몸피는이제여리여리하다.다만정신과목소리만살아소리칠뿐이다.아직도잃지않은고향말로걸쭉한노래한자락깔뿐이다.

등단후첫시집이된이번시집은,그래서시의연대도들쭉날쭉하다.시도좀촌스럽고구닥다리스럽다.그러나하나만은올곧다.그의올곧음은시인의정신과등뼈를훤히볼수있을정도로푸석거리는시어사이에드러나있다.이시집은우리가흔히말하는‘솔직히’,그렇게솔직하게부안촌사람이서울에서어떻게망가진삶을거치면서살아남았는지를보여줄뿐이다.

■주변에서본김교서시인

1984년이었다.겁나게추운겨울이었다.서울이었다.
시를무기로세상과맞서기로한14인의시인들이춥고캄캄한12월서울밤거리에나타났다.14인의무사도아니고14인의총잡이도아니고14인의신인들이었다.김교서시인은그때그실천문학의시집제1권『시여무기여』를통해세상에나온14인중한명이다.그겨울뿔뿔이흩어져서40년이다되어간다.그러니까이시집이김교서시인이햇수로39년만에펴내는첫시집이다.시를보니김교서시인도나도그때나지금이나변한게없다.그래서하는말인데,형고마워요.
-김해화(시인,통일문학연대)

김교서시인의시(詩)는머리와기교와얄팍한손끝으로쓴시와단연차별된다.그는가냘픈육신과살과뼛가루와‘녹슨비명’을압축,추출하여이세상을살아간다는것의엄숙함,생존의진정성을보여주고있다.
“가난의들판에서태어나/혀가빠지도록/낮은곳진흙창가시밭길”속에서헤매어본자의아우성이시집전편에녹아있고,“누군가를위하여/처절하게/스스로끓는물되어본적있는”자의외침을뛰어넘어,“허기진창시움켜쥐고되돌아”가는뼈저린삶이천지간에진동하고있다.
아,그런데도김교서시인은“덜여문눈썹달/배시시웃는”걸바라볼줄안다.이시집은진정한의미의‘민중시의출현’이며,‘늙은노동자의노래’가우리네가슴을서럽게격동(激動)시킨다.아,김교서형님이여!
-이승철(시인,한국문학사연구가)

망연자실(茫然自失),갯바위에서하염없이밀물을기다리는따개비신세인가.엄니와누이동생이생각나는비득치,그뻘밭이거나도시의진흙창,어디에도없던노동자시인의자존(自存),아니한인간의존재.고향은고약한인간들야망의흙더미에덮이고,천근만근등을짓누르기만하던노동판에도기댈곳은없었다.이제그는노동의현장에서밀려나아프게건너온그곳을뒤돌아본다.이시집은편향된사회에대한그의편향된분노이자,음습하게가려진그곳을되비추는거울이다.
-김이하(시인)

햇살뜨거운여름에도,눈보라치는한겨울에도,효순이미선이사건에서박근혜탄핵까지…….노동을마친축늘어진몸뚱이를끌고,작업복그대로늘광장에촛불을들고서있던시집없던시인교서형.이젠‘시집있는시인’이된다고…….멋쩍은표정으로눈도못마주치고고마워했던교서형…….좋겠수!이젠‘시집있는시인’형님.
-이오하(제보자X)

김교서형님의천근만근간난한평생이드디어시집으로묶였다.
여느노동자의쉽지않은삶이그렇듯이한구절한구절이팍팍한삶속에서살아내기위해용을쓰며힘겹게버텨온김교서시인의발자국은단순한시집이아닌한늙은노동자의일생을그린자서전이아닐까싶다.
김교서형님의첫시집발간을진심으로축하드립니다.
-육윤수(촛불집회에서술벗이된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