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시, 말임씨

포도시, 말임씨

$12.00
Description
‘포도시’(가까스로) 살아온 40년생 말임씨 이야기
큰아들을 먼저 보내고 슬픔을 떨치지 못하는 엄마의 아픔과 서러움을 덜어주고 싶은 지은이가 엄마와 그날그날 두서없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엄마가 살아온 날 중에 너무 아리고 아파서 또는 너무 기뻐서 더 기억에 남아 있는 이야기들을 추려 엮었다.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엄마의 전라도 방언을 그대로 적고 거기에 지은이의 생각과 설명을 덧붙였다.

가난한 살림을 꾸리면서도 다섯 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낸 자랑스러운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노고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40년생 엄마의 생생한 개인사를 통해 질곡으로 이어진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부끄러울 수 있는 집안일에 대해서도 윤색하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

서명순

농부의둘째딸로태어나가난한시골살림에도불구하고부모님의든든한지원덕분에사범대학영어교육과를졸업했다.잘가르치려는교사가되려고노력하다보니수석교사가되었고,어떻게하면학생들이잘배우도록가르칠까고민하고연구했다.3년전남동생을하늘로떠나보낸후더욱소중하고가치있는일을하고싶어30여년의보람찬교직생활을마쳤다.그리고팔순이넘어해가다르게노쇠해가는엄마와더많은시간을보내고있다.글이나사진으로무엇이든지기록하는것을좋아한다.베란다정원에서꽃을가꾸며세상도꽃처럼아름답기를바라는마음으로살고있다.

목차

들어가는말

I.엄마는지금까지산것이아슴찮여
넘의삭신이라누가아무도몰라
아무것도꼼작거리기싫어
영봉이는나이먹음서잘허고살은게
윤희는긋시말을안혀
승범이가짝은잘만났는디
승범이생각에날마다운다
성용이는순허게만컸어

II.막내딸이라끝님이로지었디야
태봉국민핵교댕깄어
밤이면정각산빨치산들이내려와
열여섯에어머니가돌아가싰어
오라부덕시집살이가매웠단게
4에치클럽도허고미싱도배웠지
초산날이면떡을허잖어

III.시집와서귀둥떡으로알탕갈탕살아냈지
얼굴은봤는디말은못걸어봤어
그렇게놀랜가슴이시방도있어
어영니떡네아랫방으서도살었지
느아버지연구참많이힜어
큰오메잔소리를세번이나들었어
농사짓던전답문서를넘기고오는디
내동고생많이허다돌아가싰지
죽어들어갈자리있은게맘편허지

IV.못다한이야기
살다보니좋은일도있었지
나같이호강시런할매없을것이여
나가는말
부록

출판사 서평

40년생말임씨가말하고둘째딸이글을덧붙인자전적에세이

역사가‘히’스토리인이세상에서,1940년에태어나84년을살아낸여성의입으로듣는인생이야기는그자체로소중하다.어린나이에부모님을잃고올케에게시집살이를당한이야기,얼굴도모르는가난한농사꾼에게시집와별의별농사를지어다섯명이나되는자식들을키워낸이야기,그렇게하루하루살아내느라이제는어느하루어디한군데안아픈날이없이‘간신히’살아가는이야기.그럼에도타고난총명함으로손주들과카카오톡을주고받고,“내가유튜브에서봤는데~”라며말을시작해빵터지게하는2023년에살고있는말임씨의이야기이다.

“그논넘겨주고모고지서걸어서온일을생각허먼내가기가맥혀.눈이와가꼬땅에이렇게쌓였는디걸어서집에온게어떻게느아버지가미워야지.그런것은남자가댕김서처리해야지내기다맽기놓고내가이눈길을걸어댕기는가싶은게.긍게느아버지한테와서대성통곡을힜지.”

삶의무게가유난히무겁게느껴지고나만왜이렇게힘들까라는생각이드는데SNS에서는눈만돌리면나보다잘난사람,잘사는사람이천지인것같다.그런당신에게‘포도시’84년을살아온말임씨이야기는이세상에이런삶도있다고,이렇게살아낸인생도있다고당신에게위로를건네며한발내딛을힘을줄것이라생각한다.

마치시골할머니의목소리가음성지원되는것같은생생한전라도사투리는읽다보면저절로입으로따라읽게된다.전라도사투리를모르는사람들에게는잘안읽힐수도있다.하지만질곡의시간을견디어온말임씨의눅진한이야기를넘어동시대의어머니와자녀들에게도공감할만한다양한경험들이사투리를통해그대로녹아있다.그자체로보존할가치가있는유산이될수있다.

1장에서는말임씨가딸만조르르셋을낳고아들둘을낳아키우며가난하고힘든시절을지나오늘까지살아온이야기를들려준다.큰아들을먼저보내고날마다눈물로보내야했던이야기에가슴이저린다.

2장에서는말임씨가초등학교다니던이야기부터시작해한국전쟁전후혼란스러웠던기억들을떠올리며처녀시절4H활동을한이야기까지근대사가오롯이담겨있다.

3장은시집와서아버지와농사지으며살아온아련한이야기들로이루어졌다.

4장은살다보니좋은날도있었고,다정하고듬직한손주들덕분에지금은“나같이호강시런할매없을것이여”라며오늘을살아가는말임씨의못다한이야기를담았다.

실명이마구공개되는솔직하고사적인글은우리집에서나옆집에서도있을법한이야기들이다.말임씨의이야기를읽다보면어느새우리엄마나할머니의삶이저절로떠오를것이고가슴이저려올수도있다.그러나이내따뜻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