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선, 면 다음은 마음 : 사물에 깃든 당신에 관하여

점, 선, 면 다음은 마음 : 사물에 깃든 당신에 관하여

$14.00
Description
늘 마주치면서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너무 익숙해서 무심코 다루고, 너무 흔해서 그 소중함을 돌아보지 않는 사물들. 그런 사물에 깃든 마음을 살피는 이가 있다. 그의 시선을 통해서 바라본 사물들은 낯설다. 사물들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고, 추억을 간직하고 있으며, 아직 가시지 않은 그리움을 기르고 있다. 평소 무심히 대했던 것들에 다정한 눈길을 던지는 저자와 사물의 마주침. 그 만남이 시가 되고, 글이 되어, 『점, 선, 면 다음은 마음』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저자는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사물의 생김새와 쓰임새를 닮은 마음, 사물에 얽힌 인연, 사물에 남겨진 당신의 흔적 등을 살핀다. 마음이 없는 사물에서 마음의 일을 배우며,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소홀했던 것들의 의미를 되짚는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물들은 여느 집에나 있는 흔하디흔한 것이어서, 더욱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이 새삼스러움을 통해 우리의 삶도 새로워진다.
저자

이현호

1983년충남전의에서태어났다.2007년[현대시]를통해등단했으며,시집『라이터좀빌립시다』,『아름다웠던사람의이름은혼자』등을펴냈다.대부분의시간을방에서고양이두마리와지낸다.누가누가더오래누워있나내기라도하는듯이.

목차

들어가며

1부혼자먼저건네는인사같이

사물편지
기다림의무게
마음과태그
낡고해어지기를
반가운죽음
원래그래
시절인연
너의이름은
내것인줄알았으나내것이아니었던
보고싶은귀신
내가이렇게외면하고
말의힘

2부그리워할사람은아직도착하지않았지만

우리가어떻게만나서
고독의밝기
안녕,도깨비
가장순한네발짐승
겨울아침
착한사람
잘있거라,길고길었던밤들아
내가사랑한바보상자
그릇과그릇
아직도착하지않은그리움
점,선,면다음은마음

3부희미해지는것은깊어지는일

당신이바꾸어놓은세계
오해없이
희미해진다는것
하나의문으로열리는천개의방
따듯해서시원한
사랑을쓰기좋은곳
당신이바꾸어놓은세계
더는욕이아닌
끝과시작
충전이필요해
사물편지

4부아무것도아닌자의모든것

가만가만히섬기는
인연의끈
가장차가운울음
사물의편에서
당신이바꾸어놓은세계
모쪼록쓸모없기를
영원히새로쓰이는책
사물을보는56,728가지방법
낮은데로임하소서
사물되기
들고다니는작은집
사물편지

나가며

출판사 서평

『점,선,면다음은마음』은시집『라이터좀빌립시다』,『아름다웠던사람의이름은혼자』등을펴낸이현호시인의산문집이다.저자특유의섬세한언어감각과삶을관통하는문장이빛나는마흔여섯편의산문이실려있다.

이책에는“사물에깃든당신에관하여”라는부제가붙어있다.한편의글마다하나의사물을이야기하며,그사물에얽힌사연과생각을풀어놓는다.사물에남겨진흔적에서이제는만날수없는당신을향한그리움을발견하기도한다.저자가이야깃거리로삼은사물들은여느집에나있는흔하디흔한것이어서누구나쉽게그이야기에공감할수있다.

저자는흔하다는것은누구에게나없어서는안될만큼꼭필요하고,또중요하다는뜻이라고말한다.이는사물에만해당하지않는다.우리가자주겪는감정과가족처럼가까이있는사람도다르지않다.저자는평소무심코대했던집안물건들을새삼스러운눈길로바라보며,그속에서우리가잊고지냈던소중한가치를발견한다.사물에깃든‘당신’과‘마음’을돌아본다.

점과점이모이면선이되고,선과선이모이면면이된다.우리의삶도그렇다.모든사물과사람은하나의점처럼외따로존재하지만,끝내혼자는아니다.인연과기억과그리움이라는선으로이어져있기때문이다.그선이모여만드는면이바로우리가사는세상이다.저자는이러한점,선,면이모이고모여서만들어지는입체가바로우리의마음이라고말한다.

저자는무정물을유정물로,무심을유심으로,망각을기억으로,그리움을기다림으로,좌절을희망으로다시읽는다.그러다보면,그간집안을오고가며무심히지나쳤던사물들이새삼스럽게다가온다.어떤사물은잊고있던기억을다시불러오기도하고,또어떤사물은생각의길잡이가되어주기도한다.사물들이어떻게내게왔는지,내생활을어떻게달라지게했는지를되돌아보는것은삶을진정삶답게하는것이무엇인지를되묻는일이다.

저자의말을가슴에새긴다면,한권의책은하나의‘점’이다.이책이당신에게닿는인연의끈이‘선’이라면,‘면’은당신의손길이펼친페이지이자그것을읽으며스스로돌아보는내면일테다.그다음은물론마음이다.“사물에의지하지않고는생활할수없듯이삶도어떤마음에기대지않고는꾸려나가기힘들다.”라는구절이말하는,바로그마음이다.

책속에서

방에숱한사물이있듯이우리안에도각양각색의마음이산다.어떤마음은손톱을깎듯이자주잘라주어야하고,어떤마음은잊지않도록소중히돌보아야한다.이를악물고끊어내야만하는마음도있다.마음이없는사물들이알려준마음의일이다.
---「들어가며」중에서

우리가함께찍은사진은이제없다.당신을기억하고싶지않았기때문이다.그래도불쑥불쑥솟아나는그리움은여전하다.사진으로남기는것이기억하고싶은순간이라면,그리움으로남는것은기억할수없게된미래였다.과거도될수없는미래였다.
---「반가운죽음」중에서

지루한일이지만,우리삶을지탱하는중요한일들이대부분그렇다.설거지하지않으면밥을놓을데가없고,빨래하지않으면입을옷이없다.집안일은며칠만미뤄도금방티가나고,일상에지장이생긴다.하루가여느때와같이흘러간다는것,집안이늘한결같다는것은누군가저지루한반복을묵묵히견디고있다는뜻이다.지구를공전하는달처럼말없이곁에머물며보살펴주는이가있다는것이다.물론혼자인사람은자전하며스스로돌봐야한다.
---「원래그래」중에서

나는눈을감고그일들을생각했다.싫고,서운하고,끔찍했던기억위에싫고,서운하고,끔찍했다고썼다.아름답지만,당신의빈자리를느끼고싶지않아서돌아보지않았던기억에는밑줄을쳤다.그렇게새로쓴기억앞에간단한인사말을적고,그아래시원시원하게사인도흘려썼다.따끈따끈한이추억을당신의우편함에꽂고돌아오는상상을했다.이제야오롯이내것이되었지만,당신에게주고돌아서는마음이하나도아깝지않았다.
---「내것인줄알았으나내것이아니었던」중에서

한권의책을만나는일은확률적으로사람간의인연보다귀하다.이가볍지않은인연을생각하며,비좁은책장에빼곡히모여사는책들을다시본다.대부분상태가양호하지만,어떤것들은유난히표지가해지고,손때를많이탔다.그만큼자주들추어보아서다.곁에두고그이야기를듣는데마음을다했기때문이다.
---「우리가어떻게만나서」중에서

아까운시간을그냥버리고있다고생각하면서도,침대에서몸을일으키기란쉽지않다.한없이늘어지고,평화롭고,적요한시간.이때침대는나를싣고한가로이시간의강물을떠도는뗏목이다.밤사이에는잠든내머릿속을날아다니는꿈들의활주로다.침대는내가숱한공상을부리는하역장이자그리운얼굴들이오가는대합실이기도하다.
---「겨울아침」중에서

두손을모아물을떠서세수할때그것은손바닥그릇이며,당신을향한그리움을품고있는마음도깨지지않는그릇이다.80억명가까이되는인간을담고있는지구는세상에서가장큰그릇일테다.밥그릇에올망졸망담긴밥알처럼우리는그렇게한그릇에모여산다.
---「그릇과그릇」중에서

손끝으로툭툭자판을치듯이자꾸마음을두드리는사람이있다.다행한점은손이닿을수록자판에새겨진문자는흐릿해지고,스프링의탄력도점점약해지지만,사람과사람사이는그렇지않다는것이다.오히려내가희미할수록우리는서로에게더잘스며들수있다.누군가의앞에서약해진다는것은그만큼그사람을사랑한다는뜻이다.희미해지고약해지는것은깊어지는일과같다.
---「희미해진다는것」중에서

사물에닿은손길은거기에흔적을남긴다.우리가사물을떠나도,사물은그흔적으로써여전히우리를기억한다.그리고흔적이깃든사물은또다시그것을바라보는마음에흔적을새긴다.당신이지금여기에없어도,흔적들이당신을이곳으로불러온다.
---「당신이바꾸어놓은세계」중에서

우리는인생의아름다운순간을꽃으로기념한다.이는그순간이활짝핀꽃과같음을알아서가아닐까.곧시들어버릴아름다움이라서오히려더욱소중하다고,그러니지금을만끽하라고,넌지시알려주는것은아닐까.그렇다면마음을전할때가장먼저꽃을찾는것은왜일까.그것은꽃이쓸데없어서가아닐까.쓸모나효용따위가없으므로,그빈자리에내마음을실컷담을수있으니까.
---「모쪼록쓸모없기를」중에서

집안에있는우산은아무런의미가없다.우산은집밖에서비를만나야만제존재가치를드러낼수있다.어떤마음도그렇다.꼭꼭숨기고감추어서는소용없는마음이있다.가슴속에서꺼내어활짝폈을때,누군가의우중충한마음위에씌워줬을때라야숨쉬는마음이있다.우산이없어서옴짝달싹못하는이에게돌려받을생각없이선뜻건네는우산같은마음이있다.백개의우산도마다하고,오직당신과함께쓰고걸어갈하나의우산만있으면되는마음도있다.
---「들고다니는작은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