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샤

쇼샤

$16.50
Description
이 소설은 20세기 초 바르샤바의 유대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나치즘, 사회주의, 시온주의 등 온갖 위협과 이념이 떠도는 바르샤바에서 주인공 아론 그라이딩거는 작가로 살아간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작품을 쓰지 못한 채 근근이 삶을 이어가는 아론 그라이딩거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 바르샤바를 방문한 미국 백만장자 샘 드라이만으로부터 희곡 청탁을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상상도 못한 액수의 선불금을 받게 되고, 그와 더불어 일련의 성적 모험을 겪는다. 그 상대는 공산주의자 애인, 여배우, 하녀, 친구의 아내 등으로 다양하다. 어느 날 아론은 우연히 자신이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유년시절의 친구 쇼샤를 만난다. 쇼샤는 몸도 정신도 미성숙한, 소녀 같은 여자다. 그간 죽은 줄만 알았던 쇼샤를 재회한 아론은 지금껏 자신이 무엇을 그토록 찾아왔는지 한순간에 깨닫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순수, 바로 쇼샤이다.
작가 싱어는 반유대주의와 나치즘의 공포가 시시각각 바르샤바를 덮쳐오는 절체절명의 시기를 낭만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다룬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의 입을 빌려 인간, 종교, 역사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묵직하게 담아낸다. 죽음에 무심한 듯 말하는 이 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죽음의 위험이 상존한 공간에서야말로 인간은 삶을 또렷이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치의 존재는 많은 이를 공포에 떨게 했지만, 이들로부터 사랑을 빼앗지는 못했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삶을 바치는 인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쇼샤』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이작 싱어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그 까닭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아이작바셰비스싱어

1904년폴란드의바르샤바에서출생했다.랍비의아들로태어난그는바르샤바랍비신학교에서전통적인유대식교육을받았으나랍비보다는작가가되길원했다.“유대인의문화적전통을바탕으로인류의보편적상황을이야기하는감동적인문학”이라는평을받으며1978년노벨문학상을받았다.1967년『염소즐라테』로뉴베리아너상을수상한뒤바로이듬해인1968년,1969년에도『무시무시한여인숙』,『바르샤바로간슐레밀』로뉴베리아너상을수상했다.1970년엔아동문학부분에서『기쁨의날:바르샤바에서자란소년의이야기』로,1974년엔『깃털의왕관과다른이야기』로미국에서가장권위있는문학상중하나인내셔널북어워드를두차례수상했다.

싱어는랍비의아들로서모든유대기도문과히브리어를공부했으며토라와탈무드를배웠지만관습에는그다지얽매이지않았다.정통유대교출신인걸자각하면서도그는회의론자로남았다.유대교의신을믿었으나모든종류의유대교예배에참석하는것을거부한사실이이를잘보여준다.홀로코스트와세계대전으로인해친구와가족의죽음을경험한싱어는한작가와의인터뷰에서“나는내형제들에게일어난일때문에하느님께화가난다”라고말하기도했다.

이런모든복잡성에도불구하고그에게결국마음의고향은유대인공동체였다.그는영어,히브리어,폴란드어를유창하게구사했지만이디시어를자신의첫번째언어로삼았으며,미국이주후에도유대인공동체와의접점을계속이어갔다.1991년사망한그는전통적인유대장례절차에따라유대인공동묘지에묻힌다.

출판사 서평

쇼샤는참독특한소설이다.어떠한자극적인소재도,깜짝놀랄만한반전도없는데이상하게한번이야기에발을들여놓으면좀처럼책에서손을떼기힘들다.
별것없는일상이반복됨에도페이지를넘길수밖에없는까닭은다양한등장인물들에게서풍기는개성때문일것이다.아이작B.싱어는전혀다른인물들을창조해냈음에도인물한명,한명이가진입체성과깊이를아주훌륭히표현했다.나치가곧쳐들어와학살을자행할것이분명한바르샤바에서이다양한인물들이마주한것은죽음인동시에삶이다.즉죽음이목전에있기에삶을인식할수있는것이다.그들의대화는알고보면인간의삶을,혹은자신의삶을이해해보려는간절한독백이다.그런데문학이,문학하는인간이하는일이란게원래그런것아닌가?

우크라이나에서인간의생명이파리목숨취급당하고,우리의지정학적위기역시그못지않게고조되는가운데,죽음앞에선삶의민낯은어떠한지이소설을통해바라보는것도괜찮은경험일듯하다.

아래는중심인물들에대한간략한소개이다.책속등장인물은저마다다른태도로이파국을맞이하고,헤쳐나가고,때론굴복하며,몸소겪어낸다.각인물은다양한삶을대변한다.

끝없는갈망은곧스스로의숨통을옥죄는것,하지만그게삶이아니라면뭘까
베티슬로님

“죽음은한꺼번에받아들이기에는너무안타까워요.그것은천천히음미해야하는값비싼포도주와같아요.자살하는사람은한번에죽음으로부터영원히벗어나고자해요.하지만그렇게바보가아닌사람들은죽음의맛을즐기는법을배우죠.”
아름다운여성이자출중한능력이있는배우지만끝없는자기멸시와회한,그리고갈망으로스스로를병들게하는인물,베티슬로님.누구보다더적극적이고열정적이며돈과아름다움등모든것을갖춘데다미국시민권자라히틀러의위협으로부터안전한그녀지만어쩐일인지이모든인물들중죽음에가장가까운것만같다.

하늘을배반한배덕자,또는하늘과마주한메시아
모리스파이텔존

“어쩌면혼돈이야말로목적인지도몰라.자네는카발라를봤을테고,아인소프가세상을창조한후처음으로불을밝히고공허를만들었다는것을알고있을거야.대창조가시작된것은이공허속에서였어.이신성한무가창조의본질자체야.”
“나는하느님을,목적도모른채만든자신의은하계와무수한법칙때문에오히려당황하고있는,심하게병든존재로생각하지.”
모리스파이텔존은석학,가난뱅이,합리주의자이면서도종교에대한관심을잃지못하는인물이다.다양한여성과연애를하고있지만누구에게도마음을주지는않는것처럼보인다.우주와인간이라는수수께끼에대해마르지않는호기심을갖고있다.그렇기때문일까.그자신역시가장수수께끼같은인물이다.

권태롭기때문에쾌락을탐하는가,탐하기에권태로운가
(셀리아첸트시너)

“어떤사람들이아무것도갖지못하는건그들에게손을뻗을용기가없기때문이라는생각이들때가있어요.나또한그런사람들중하나죠.”
단정하고보수적인옷차림에조심스러운몸짓을보이는기혼여성이지만,그녀의안에는문학과연극,음악심지어신문기사에서조차성적쾌락을느끼는관능성이숨어있다.고아태생이라는가혹한운명으로미숙한남자하이믈을남편으로맞아야했다.풍부한재능을가졌지만결국운명앞에체념해버리는그녀의모습은약하디약한우리인간의보편성을나타내는것만같아가슴찡하다.

살아있으니삶이있다
(하이믈첸트시너)

“나는당신이필요해요,모리스.그리고자네도,추칙.자비로운진리라는게없다면나는따스함과기쁨의순간을주는거짓을받아들이겠어요.”
“소유의시간은곧지나가고새로운본능을가진인간이출현할거야,나눔을실천하는.”

셀리아의남편으로어마어마한부자이지만,아이처럼할줄아는게거의없으며서투르다.하지만이왜소하고무능한남자에게비범한능력이있는데,그건바로삶을감각하는태도다.그는도덕과관습,의식따위를고찰할능력도없고그럴의지도없지만어떤삶이‘인간으로사는삶’인지감각할수있는능력만은탁월하다.

삶에어떤기대도없는0의인간.텅비었기에더욱투명하게꿰뚫어볼수있다
(주인공,아론그라이딩거,아렐레)

혼탁한세상에서의순수,그것은곧창조
(쇼샤슐디네르,쇼셸레)

도서관에갈때마다나는어쩌면그책들속에나와같은기질과세계관을가진사람이마음의평화를찾게해주는계시가있을지도모른다는희망을느끼곤했다.하지만나는그것을찾지못했다.……나는세상이항상지금과같았으며앞으로도그럴거라는것을알고있었다.도덕주의자들이악으로일컫는것은사실삶의질서였다.

“오,아렐레,너와함께있는건좋아.나치가쳐들어오면어떻게해야돼?”
“죽어야지.”
“함께?”
“그래,쇼셸레.”
“메시아는오지않아?”
“그렇게빨리오지는않을거야.”……그녀는내품으로파고들며말했다.“오,아렐레.우리가죽게된다하더라도네옆에눕는건좋아.”

주인공아론은소설가이고쇼샤는그의어릴적소꿉친구로몸과마음의성장이멈춘백치이다.아론은온갖여성과의만남을이어오던중우연히쇼샤를다시만나게된다.그순간아론은자신이지금껏찾아왔던것이쇼샤였음을깨닫게된다.명석한젊은이와어리숙한소녀가어떻게어울릴수있을까하는주변의우려에고개가끄덕여질만큼,둘의조합은불안정하다.하지만둘의만남에서누구도예상치못한(단한사람,모리스파이텔존은예외로)창조력이피어난다.

추천사

20대에처음『쇼샤』를접했을때,내내면에서여전히자라고있던소년의가슴은터질듯두근거렸다.
『쇼샤』는사랑이인간의눈을뜨게하는방식을,이기적인것처럼보이는사랑이지극히이타적이라는사실을보여준다.
-소설가성석제

이책을읽으며사랑은이해하는게아니라받아들이는것이라는사실을깨달았다.
그래서나는이책을사랑하게된나를그냥받아들이기로했다.
-작가금정연

쇼샤를만나고,질문이남았다.
우리는사랑이아닌걸사랑이라고부르며살아가고있는게아닐까.20세기초나치즘과반유대주의와이념의갈등으로혼란스럽던바르샤바유대인공동체를배경으로,인간개개인의고통과욕망을들뜨지않은시선으로들여다보며생과사를통찰한『쇼사』는아름다운사랑의서사다.
불가능한이사랑의서사가가능했던것은인간이상실했지만상실되지않은순수에대한아이작싱어의믿음때문일것이다.사랑은순수로의회귀-‘몸을돌리는순간끝나버리는’인생전체를온전히바쳐야하는기나긴여정인듯하다.
-소설가김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