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스 - 페이지터너스 4

코미디언스 - 페이지터너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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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실패했습니다, 그뿐이에요.
우리는 형편없는 코미디언들입니다.
나쁜 인간이 아니라.”

영미문학의 거장 그레이엄 그린이
독재자의 나라, 아이티를 배경으로 그려낸 희비극
소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 세계가 냉전으로 얼어붙은 시절의 아이티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아이티의 대통령은 프랑수아 뒤발리에(일명 ‘파파 독’)로, 수많은 국민들을 학살하고 고문하는 인권 탄압으로 악명을 떨친 독재자였다. 오늘날 아이티를 최빈국으로 만든 원흉이라는 평가도 받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독재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비밀경찰 조직 ‘통통 마쿠트’가 있다. 이들은 험상궂은 얼굴에 선글라스를 끼고 지프차를 몰고 다니며, 수시로 국민들을 수색 검문하는 폭력배들이다.

저자

그레이엄그린

격변의20세기거의대부분을살면서소설가,극작가,평론가로시대와인간을기록했던영국의문인그레이엄그린은세계문학사에서20세기의가장중요하고복합적인인물로평가받는다.한때공산주의에공명하고,세계대전중에MI6(비밀정보부)에서첩보원으로활동했으며,국교회가지배적인나라에서가톨릭교로개종하는등독특한이력의소유자였던그는당대에폭발적인대중의인기와문단의찬사를동시에누린희귀한작가이다.그린은명망있는집안에서태어났으나학창시절괴롭힘과극심한우울증에시달리면서몇차례자살을기도했다.정신과의사에게치료의한방편으로권유받은글쓰기는그린에게있어절망에서벗어나려는자기구원의방식이자실존의문제가된다.〈더타임스〉에서편집기자로일하던1929년,그린은첫장편소설『내부의나』로호평받자신문사를사직하고창작에전념한다.그러나이어출간한작품들이좋은반응을얻지못하면서좌절에빠졌다가대중소설『스탐불특급열차』를발표하면서다시명성을얻는다.이후그린은‘스릴러적인요소가공존하는’순수문학과‘고도로윤리적이고심미적인’오락물등장르의경계를초월한다양한작품들을선보임으로써20세기스토리텔링의패러다임을바꾸어놓았다.

목차

1부
2부
3부
그레이엄그린의서한
해설및비평

출판사 서평

소설은2차세계대전이끝나고전세계가냉전으로얼어붙은시절의아이티를배경으로한다.당시아이티의대통령은프랑수아뒤발리에(일명‘파파독’)로,수많은국민들을학살하고고문하는인권탄압으로악명을떨친독재자였다.오늘날아이티를최빈국으로만든원흉이라는평가도받는인물이다.그리고이독재자의지시에따라움직이는비밀경찰조직‘통통마쿠트’가있다.이들은험상궂은얼굴에선글라스를끼고지프차를몰고다니며,수시로국민들을수색검문하는폭력배들이다.

독재자의치하아래반군이들끓는다.아이티는점점험악한나라가되어가고,관람객은발길을끊었으며,그나마남아있던아이티의지식인들마저아이티밖으로빠져나가고있다.황량해진아이티에서다쓰러져가는호텔을운영하는영국인,브라운은이곳에남아서무얼하고있는걸까?그와함께메데이아호를타고온이들─존스,스미스등─은아이티에무슨볼일이있는걸까?

“나를위해우연히선택된,무섭고황폐한이땅에더큰유대감이느껴졌다.”_본문에서

주인공브라운은어머니가유산으로남긴호텔트리아농을운영하고있다.파파독의독재가시작되고부터관광객이줄어들자브라운의호텔사업은망조에접어들었다.브라운은호텔을팔기로결심하고호텔을사줄구매자를찾으러미국으로떠났지만허탕을치고다시아이티로돌아오는길이다.아버지는얼굴을본기억도없고,어머니는살길을찾아일찌감치자신을버리고떠난탓에홀로먹고사는법을터득해야했던브라운은매사에냉소적이다.그런그의눈에는모든이가허영과가식으로둘러싸인코미디언처럼보인다.‘모든이’에는브라운자신도포함된다.메데이아호에동승한스미스씨는채식주의자대표로미국대선에출마했다가낙선한정치인이며,존스는세계대전때일본군을상대로큰전투를벌여전쟁영웅이된소령이다.이셋은기묘한한쌍을이루며아이티에당도한다.

브라운은한달만에호텔로돌아왔지만,그를반기는건성대한저녁식사도,충실한집사의마중도,정부情婦의무조건적인사랑도,우글거리는손님들도아니다.호텔수영장한구석에서싸늘하게식어있는시체한구였다.시체의정체는닥터필리포,아이티의사회복지부장관이었다.사회복지부장관은독재자의미움을사비밀경찰들에게쫓기던인물이었다.

그런데이때,호텔진입로에서인기척이느껴진다.시신을발견하고당혹감에휩싸인브라운이서둘러호텔입구로가자,스미스부부가모습을드러낸다.그들은메데이아호에서만난‘친구’브라운의호텔에머물기위해친히찾아온것이었다.브라운은그들이시신을눈치채지못하도록최선을다한다.하지만시신을언제까지고수영장에방치할수는없는일.대통령과관련된일에휘말리면누구든안전할수없는아이티에서브라운은어쩔수없이갑작스런죽음과음모에휘말리게된다.

“인생은내가각오하고있던비극이아니라희극이었으며……
우리모두어느권위있는짓궂은익살꾼에게놀아나
희극의극단으로내몰리는느낌이었다.”

울고웃는인간들
그이면에숨은진짜민낯

그레이엄그린은1954년에처음으로아이티를여행했다.그리고10여년후『코미디언스』가아이티의대통령‘파파독’의분노를사기전까지수없이그곳으로돌아갔다.그린은아이티에서벌어지는학대행위를개탄하면서,아이티에관한글을신문에기고할뿐만아니라보도문까지발표했다.분노한파파독은그린을비난하는팸플릿「그레이엄그린:드디어가면이벗겨지다」를발행하기까지한다.

찰리채플린의말마따나“인생은가까이서보면비극이지만멀리서보면희극이다.”그린은자신이익히경험한아이티의비극을저널리스트로서충실히보도했지만,소설가로서는그곳을멀찍이관조하며마냥웃을수만은없는기이한희극을창조해냈다.텅빈호텔들,과장된소문들,검문소를지키는폭력배들,모든게실패하다못해반란마저실패로돌아간상황,병정놀이하듯너무도쉽게죽고죽이는무의미한싸움들…….

“우리는비극이아닌희극의세계에속해있었다.”_본문에서

“『코미디언스』는불안정의소설이다.아이티에도,아이티인들에게도희망은없다.먹을것도없다.정부는기생충처럼국민을괴롭힌다.제대로돌아가는것은아무것도없다.이제어찌해야할까?흠,섹스(그건가능하다).신앙(부두교는나름의흥취를갖고있으며,가톨릭교의하느님은천국에서구원을약속한다).사랑(이곳에사랑은별로없다).코미디(이건꽤많다.사실,꼭필요하다).비극은희극에꽤가깝다고,그린은쓴바있다.다른모든것이실패로돌아갈때?이소설에서도다른모든것이실패로돌아간다?웃음만은항상존재한다.”_해설에서

이처럼소설속등장인물은각자위태롭게흔들리며앞으로나아간다.우스꽝스럽게넘어지고나서눈물을벅벅닦고바보같이웃어보이는광대처럼.소설속사건들은현실감이떨어질지몰라도,섬뜩한코미디가펼쳐지는그장소에대한그린의집착어린사랑은진짜처럼느껴진다.그린이『코미디언스』를집필함으로써비로소아이티는소설을,얼굴을갖게되었다.

비극을견디기위해코미디언이된자들을우리는비웃을수있을까.위기에직면할용기가없다고손가락질할수있을까.브라운,존스,스미스는그진부한이름들만큼이나시시한인간일지모르나,그들이소설속에서추구하는이상과삶의태도는결코시시하지않다.어쩌면우리모두는인생의한챕터를연기하고있는코미디언일지도모른다.

줄거리요약

필라델피아와뉴욕에서출발해카리브해중앙에위치한아이티로향하는선박,‘메데이아호’
주인공‘브라운’은이배를타고자신이운영하는호텔이있는아이티로돌아가는중이다.
그는어머니의유언을받들어,아이티의수도‘포르토프랭스’에서오랫동안호텔트리아농을운영하고있는백인남성이다.사실상호텔은그의전재산이다.한때는관광객들이자주찾으며돈을많이벌었지만,지금은아이티의얼어붙은정치상황이덮쳐관광객도뜸하고,호텔이제대로운영되지못하는형국이다.
그는매사에무심하고무감각해보인다.주변의변화에냉담하고,위급한상황에처해도그다지동요하는것같지가않다.일찍아버지를여의고,유년시절어머니의애정도그리듬뿍받지못한그는세계각지를돌아다니며사기와거짓말로먹고살았고,그러던중어머니의호텔을물려받게된것이었다.
사실이번에그가미국에갔던이유는아이티의호텔을사줄매입자를찾기위해서였다.하지만정치·경제적으로위태로운나라에있는망해가는호텔을사줄사람은아무도없었다.그는결국빈손으로다시아이티로돌아가는중이다.

그배에는저마다개성넘치는동승객들이있었다.

먼저스미스부부.스미스씨는1948년미국대통령후보로출마했던정치인으로,선거에서졌지만여전히정계에서명망있고진중한사람으로통한다.그와스미스부인은엄격한채식주의자다.이둘은아이티에채식주의센터를건립하겠다는포부를안고이배에올랐다.스미스씨는특별히아이티의사회복지부장관앞으로쓰인소개장을받아온터였다.스미스부인에게선스미스씨에게서보다도더상류층의우아함과품위가느껴진다.이둘은정의를추구하는이상주의자이며인종차별에반대하는백인들이다.승객들이다같이모여스테이크가포함된만찬을즐길때에도,꿋꿋이채식식품을나눠먹는다.항해내내다정하고금슬좋은노부부처럼보인다.

그리고존스소령.존스와주인공브라운의첫만남은다소민망했다.존스가브라운의방이탐나승무원에게브라운몰래방을맞바꿔달라고부탁하는찰나를브라운이목격했기때문이다.존스는특유의너스레를떨며민망함을모면했지만,어딘지허풍선이처럼보이는존스의거들먹거리는태도가브라운은영마뜩찮다.그는2차세계대전때혁혁한공을세운전쟁영웅이라고자기를소개하고,특히버마에서있었던일본과의전투를자랑스레떠벌린다.그런데항해가끝나갈무렵,브라운은선장에게서뜻밖의이야기를듣는다.존스소령이필라델피아의경찰로부터추적을당하고있다는것이다.

다음은선박사무장.그는술을좋아하는지저분하고대책없이쾌활한남자이다.자신이머무는방으로승객들을초대해술판을벌이기도한다.모든걸과장되게말하는버릇도있다.특히아이티에내리면시내깊숙이는들어가지말라며,밤중에총소리가자주들린다는말로승객들을겁주기도한다.그는항해가끝나기전선상음악회를주최한다.존스소령에게서빌린콘돔을풍선처럼불어음악회를장식하는그를브라운은한심하게바라본다.

마지막으로페르난데스씨.그는아이티바로옆에붙어있는나라도미니카공화국의수도인산토도밍고로향하는중이다.높다란흰옷깃에빳빳한소맷부리,금테안경으로말쑥한차림을한흑인남성이다.그는다른승객들과는거의어울리지않고,무슨질문에든“네”“아니오”로만대답하는무뚝뚝한사람이다.그의대답만으로는그가속으로진정긍정하고있는지부정하고있는지알수없다.하지만그는선상음악회에서한승객이낭송하는전쟁시를듣고는,갑자기눈물을흘린다.

어느덧공포와좌절의나라로돌아온브라운은야심한시각,자신의호텔로돌아온다.그런데그의눈에뭔가이상한것이보인다.바로호텔수영장한구석에서,무릎을턱까지끌어당긴채몸을말고누워있는시체였다.시체는깔끔한회색정장을차려입은중년의남성이었다.그는닥터필리포,아이티의사회복지부장관이었다.

하지만때마침호텔정문쪽에서인기척이들려온다.메데이아호에서만난스미스부부였다.브라운은당황한다.호텔수영장에시체가있다는사실이알려지면안그래도망해가는호텔은확인사살을당하고말것이다.게다가공포정치로얼어붙은아이티에서정치인의죽음과잘못엮이면,아무리그가결백하다고해도귀찮은일에휘말릴지도모른다.대체아이티의사회복지부장관이왜내호텔에서죽어있는가?살해당한것인가,아니면자살인가?그의시체를어떻게처리해야할까?누구에게도움을청해야하는가?우선브라운은스미스부부를가장좋은스위트룸으로안내한뒤,한숨을돌린다.

그때,스위트룸창밖으로몸을내민스미스부부가수영장구석에서이상한물체를발견한다.

(일부발췌)
“브라운씨,수영장에서누가자고있소.”
브라운은대답한다.“아마거지일겁니다.”
스미스부인의목소리가들렸다.“어디,여보?”
“저밑에.”
“가여워라.저사람한테돈을좀줄까봐.”
“그러지마,여보.괜히저불쌍한친구를깨우기만할거야.”
“왜하필저런데를골랐을까몰라.”
“시원하니까그랬겠지.”

가까스로그밤을무사히보낸브라운은살길을찾기시작한다.

추천사

강력하고신선한작품.<코미디언스>는훌륭하고중요한소설이며,매우감동적이기까지하다.
-뉴욕리뷰오브북스

우리는탁월한활력과기술,우리를기쁘게하려는의지와능력이펼쳐지는그린랜드(GreeneLand)로짜릿한여행을떠나게된다.
-뉴욕타임즈리뷰<코미디언스>리뷰중

악에맞서는용기의필요성을말하는소설
-브리태니카백과사전

책속에서

“채식주의는그저음식의문제가아니라오,브라운씨.여러지점에서우리의삶과닿아있소.우리몸에서산성을없애면,격한감정도없앨수있을거요.”
“그럼세상이멈추겠죠.”
“난그감정이사랑이라고는말하지않았소”라며그가나를점잖게책망하자,나는기묘한수치심을느꼈다.냉소주의는어느모노프리매장에서든살수있는싸구려다.모든조악한상품에내장되어있으니까.
<28페이지>

그녀의차와나란히서게됐을때나는차창밖으로매정하게소리쳤다.
“잘가,프라우피네다.”
그때운전대위로몸을구부린채울고있는그녀가보였다.그녀에게작별인사를던진후에야나는그녀없이살수없다는사실을깨달았던것같다.
<133쪽>

대사가말했다.“어이,기운내요,우리모두코미디언이됩시다.내시가한대피워요.바에서실컷마시고요.내스카치맛이꽤좋답니다.어쩌면파파독마저코미디언일지도모르죠.”
“오,아닙니다.”필리포가말했다.“그놈은진짜예요.공포는항상진짜죠.”
<195페이지>

“어쩌면우린더이상코미디언이되지않아도괜찮을지몰라.”
“당신은코미디언이아니라며.”
“내말이좀심했지?하지만당신들대화가좀짜증이나야말이지.우리전부자기연민에빠진쓸모없는싸구려인간처럼보이잖아.그럴수도있지만,그런사실을즐길필요까진없어.적어도난행동해,안그래?그게설령나쁜일일지라도말이야.난당신을원하지않는척하지않았어.처음만난그날저녁당신을사랑하는척하지않았어.”
“나를사랑해?”
“난앙헬을사랑해.”
〈197페이지〉

‘어쩌면성생활은큰시험일지도몰라.사랑하는이들에대한관용과우리가배신했던이들에대한애정으로위기를잘넘길수있다면,우리안의선과악에대해크게걱정할필요는없어.하지만질투,불신,잔인함,복수,비난……여기에휘말리면우리는실패하고말거야.설령우리가사형집행자가아니라피해자라해도,그실패에잘못이있어.미덕을변명으로내세울순없어.’
<204페이지>

“탱탱,그사람이못되게굴진않았지?”
“아,네.마음에들었어요.아주많이.”
“뭐가그렇게좋았지?”
“날웃게해줬거든요.”이때뿐만아니라앞으로도여러번나를심란하게만들말이었다.나는지리멸렬한삶속에서이런저런요령을터득했지만,남을웃기는재주는익히지못했다.
<220페이지>

최초의빛깔들,진녹색에이어진홍색이정원을물들였고?덧없음이야말로나의피부색이었다?나의뿌리는내게집이나안정적인사랑을찾아줄만큼깊숙이뻗어내려가지않았다.
<324페이지>

“당신이인생에서바라는건뭡니까,브라운?당신어머니가했을법한답은알고있습니다만.”
“그게뭐죠?”
“그분은답을모르는나를비웃으셨을겁니다.그답은바로재미랍니다.하지만그분에게는거의모든것이‘재미’있었죠.심지어죽음까지.”
<340페이지>

그리고나보다두걸음앞에서있는마르타를보며이런의문이들었다.우리의어중간한애정이왜그리중요했을까?이젠그관계도포르토프랭스,어둠과무시무시한통금,먹통전화,검은안경을쓴통통마쿠트,폭력과불의와고문의세계에만속한일처럼느껴졌다.몇몇와인이그렇듯,우리의사랑은성숙하지도,힘든시간을버텨내지도못했다.
<413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