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지나간 자리

눈이 지나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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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설은 우리 삶을 비추는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그 삶을 오래 바라보고 붙들어 온 작가의 내면적 여정이기도 하다. 『눈이 지나간 자리』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은 강원도, 서울, 대구 등 여러 지역과 소녀에서 할머니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삶은 모두 작가가 응시해 온 인간과 삶과 세계의 여러 모습이기도 하다.
여덟 편의 단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남은 자들’이다. 그들은 익숙한 지형지물 혹은 가까운 이를 잃었다. 「물거울」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거나 지워지는 장소와 삶들을 소환한다. 또한 「그곳에 도착했나요」와「남은 자들」은 죽음을 둘러싼 제도의 언어와 남은 자들의 감각을 교차시킨다. 그리고 남은 자가 어떻게 부재를 견디고 극복하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한편, 1990년대 중반 두 차례의 신춘문예 당선작이었던 〈열대어〉와 〈천사들의 진공관〉은 각각 ‘성장’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게 그리며 소설의 미학적 매력을 유감없이 발하고 있다. 또한 〈그때 그 저수지〉 〈독자〉 〈눈이 지나간 자리〉 등에서 시, 음악, 회화, 문학 등 다양한 예술작품과의 대화도 두드러진다. 특히 표제작 〈눈이 지나간 자리〉는 로베르트 발저의 삶과 예술을 소환해 “아름다움이 삶을 지탱하는 힘”임을 역설한다.
작가는 전반적으로 작품에 깔린 부재와 상실을 애도하고 견디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 서로를 돌보며 연결하는 삶의 과제까지 담담히 제시한다. 소설에서 우리가 어떻게 타인의 빈자리를 감각하고 서로를 지속시킬지 생각하게 한다. 속도나 도식화 혹은 가성비가 중요해진 이 시대에『눈이 지나간 자리』는 요란하지 않지만 오래 지속될 여운을 준다.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_김미정(평론가)
저자

김한숙

저자김한숙은경북안동에서출생했다.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1995년대구일보대구문예단편소설〈둥지와날개〉,1996년영남일보신춘문예〈열대어〉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3년초중등공부책〈4312〉를출간했다.

목차

1.물거울
2.눈이지나간자리
3.그곳에도착했나요
4.독자
5.그때그저수지
6.남은자들
7.열대어
8.천사들의진공관

해설김미정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김한숙작가는책속에책,중첩의이미지,중첩의감정,삶의중첩된언어를파헤쳤다.우리삶은아이러니의역사다.어쩔수없이웃어야하고어쩔수없이울기도하고어쩔수없이죽기도하는세상의아이러니를삶의부조리에대입하여아이러니의언어로탄생시켰다.세상은온통부조리이고아이러니만혼재해있는것은아니지만,어쨌든부조리와아이러니하게살아가야하는세상에남은자들의비인칭명제라는거울을통해우리의삶을조명했다.그리고안과밖의세상과열림과닫힘의공간,소괄호중괄호대괄호에서무한대까지수학공식처럼여덟편의작품에적용했다.숨이막힐정도로소설기법을공부하는치열한시간을공유하게한다.이책이내게로왔을때비로소소설에숨겨진수수께끼같은미학의극치를맛보았다.작가가로베르트발저의책으로사고하는『눈이지나간자리』는눈처럼생성되고물처럼사라지는문장으로독자의기억에지울수없는흔적을남긴다.
_편집자이은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