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소설은 우리 삶을 비추는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그 삶을 오래 바라보고 붙들어 온 작가의 내면적 여정이기도 하다. 『눈이 지나간 자리』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은 강원도, 서울, 대구 등 여러 지역과 소녀에서 할머니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삶은 모두 작가가 응시해 온 인간과 삶과 세계의 여러 모습이기도 하다.
여덟 편의 단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남은 자들’이다. 그들은 익숙한 지형지물 혹은 가까운 이를 잃었다. 「물거울」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거나 지워지는 장소와 삶들을 소환한다. 또한 「그곳에 도착했나요」와「남은 자들」은 죽음을 둘러싼 제도의 언어와 남은 자들의 감각을 교차시킨다. 그리고 남은 자가 어떻게 부재를 견디고 극복하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한편, 1990년대 중반 두 차례의 신춘문예 당선작이었던 〈열대어〉와 〈천사들의 진공관〉은 각각 ‘성장’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게 그리며 소설의 미학적 매력을 유감없이 발하고 있다. 또한 〈그때 그 저수지〉 〈독자〉 〈눈이 지나간 자리〉 등에서 시, 음악, 회화, 문학 등 다양한 예술작품과의 대화도 두드러진다. 특히 표제작 〈눈이 지나간 자리〉는 로베르트 발저의 삶과 예술을 소환해 “아름다움이 삶을 지탱하는 힘”임을 역설한다.
작가는 전반적으로 작품에 깔린 부재와 상실을 애도하고 견디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 서로를 돌보며 연결하는 삶의 과제까지 담담히 제시한다. 소설에서 우리가 어떻게 타인의 빈자리를 감각하고 서로를 지속시킬지 생각하게 한다. 속도나 도식화 혹은 가성비가 중요해진 이 시대에『눈이 지나간 자리』는 요란하지 않지만 오래 지속될 여운을 준다.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_김미정(평론가)
여덟 편의 단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남은 자들’이다. 그들은 익숙한 지형지물 혹은 가까운 이를 잃었다. 「물거울」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거나 지워지는 장소와 삶들을 소환한다. 또한 「그곳에 도착했나요」와「남은 자들」은 죽음을 둘러싼 제도의 언어와 남은 자들의 감각을 교차시킨다. 그리고 남은 자가 어떻게 부재를 견디고 극복하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한편, 1990년대 중반 두 차례의 신춘문예 당선작이었던 〈열대어〉와 〈천사들의 진공관〉은 각각 ‘성장’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게 그리며 소설의 미학적 매력을 유감없이 발하고 있다. 또한 〈그때 그 저수지〉 〈독자〉 〈눈이 지나간 자리〉 등에서 시, 음악, 회화, 문학 등 다양한 예술작품과의 대화도 두드러진다. 특히 표제작 〈눈이 지나간 자리〉는 로베르트 발저의 삶과 예술을 소환해 “아름다움이 삶을 지탱하는 힘”임을 역설한다.
작가는 전반적으로 작품에 깔린 부재와 상실을 애도하고 견디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 서로를 돌보며 연결하는 삶의 과제까지 담담히 제시한다. 소설에서 우리가 어떻게 타인의 빈자리를 감각하고 서로를 지속시킬지 생각하게 한다. 속도나 도식화 혹은 가성비가 중요해진 이 시대에『눈이 지나간 자리』는 요란하지 않지만 오래 지속될 여운을 준다.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_김미정(평론가)
눈이 지나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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