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오늘 : 김연수 시화집

소중한 오늘 : 김연수 시화집

$14.00
Description
가정주부에서 철학박사가 된 화가의 시적 화음(和音)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
평탄한 삶에 깃든 일상의 깊이와 아름다움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시적 깊이에 도달하는 건 아니다. 여기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다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그림 공부에 집중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인생 2모작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낸 시인이 있다. 화가 김연수는 이제 화가이자 시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의 희망을 말한다.
그가 건네주는 시어(詩語)들에는 눈부시지만 결코 사치스럽지 않은, 정갈함이 가득 묻어 있다. 『소중한 오늘』은 시인의 말대로, 그가 지나온 시간과 기억, 아뜩한 추억 속에 깃든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들어 있지만,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 그를 붙들어줬던 글과 그림의 화음(和音)이 원근 배경을 이룬다. 이런 그리움의 이중구조 때문에 김연수의 시는 허투루 낭비되지 않고, 하나둘 별처럼 반짝거리면서 독자들의 가슴을 두드리게 된다.
‘시화집’은 시와 그림이 함께하는 독특한 문화적 풍경이다. 활자가 주는 추상 세계가 그림이라는 구체를 통해 분명하게 손에 잡히는 것도 시화집의 매력이다. 스스로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자신을 낮추지만, 그의 시세계는 비루하지 않은 일상의 깊이와 아름다움이라는 단단한 언덕 위에 서 있다.
저자

김연수

1961년생으로경기도고양에서태어나자랐다.이십대때는출판사에서일하며방통대를다니며공부했다.결혼하고아이를키우며서예와그림을익혔다.아들이군대에갈무렵십여년익힌서예덕으로미술대학에장학생으로입학하여부지런히글과그림을그리고공부하며박사학위까지받게되었다.뒤늦게시작했지만,하루하루즐겁게배우고기쁘게그리며보내온시간이어느덧삼십여년이다.든든하게힘이되어준남편이곁에있어고맙다.그림이글이되고글이삶을풍성하게하는삶을보내려노력한다.
아호는화천(和泉),초향(草香)이다.동국대에서철학으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대한민국미술대전초대작가와통일·평화·한양예술대전초대작가를지냈다.개인전6회,부수개인전2회를개최했고,국제·국내단체전등에100여회참가했다.현재(사)한국미술협회이사로있다.

목차

시작하며-좋은인연들과평탄한삶에감사하며…

제1부가슴이시킨대로

정원
복수초
클로버
내사랑그곳
위대한탄생
가슴이시킨대로
여행중정거장
동굴
버섯
소나무꽃
나를이어주는끈
물같이
몰입
갈대순정
유홍초
도전은나의동력
한송이겨울장미
바다위에떠있는사자

제2부한그루지킴이

보리
한그루지킴이
만추
메밀묵찹쌀떡외침
장독대쌓인눈
마음의친구
사춘기마음
낚시꾼가족
고층아파트
소꿉친구
다이어트

커피맛모르는촌여인
교복
생일
국수
문방사우
욕심

제3부삶의정원

소중한오늘
한마리새
재스민
서울역미루나무
남이섬
아버지
은행잎
참새죽음
해외여행
삶의정원
못생긴메주
어머니손길
늦가을비
일편단심
눈꽃송이
인생은방향이다
집안의반딧불
엉겅퀴

제4부온인생하루

두마음
작약
인연
개나리꽃울타리
겨울저수지
눈꽃
북한산
구절초
꽃무릇
겨울바다
녹음의계절
행운꿀꿀이
똥고집
나만바라보고사는생명들
온인생하루
수국의향기
무지개

부록?갤러리
추천사①~⑤

출판사 서평

맑은수채화로써내려간,‘소중한오늘’

시와그림이만났을때

화가김연수의첫시집이세상에나왔다.정확하게는‘시화집’이다.모두4부로구성됐다.제1부‘가슴이시킨대로’,제2부‘한그루지킴이’,제3부‘삶의정원’,제4부‘온인생하루’로전체89편의시마다그림을곁들여독자들의마음과눈을사로잡는다.
시가점점대중에게서멀어지고,시를찾는독자들이줄어드는데는여러가지이유가있겠지만,대중과유리된깊은성채속의시적비의(秘意)와그것이불러오는난해성도한몫한다고볼수있다.이런점에서시화집은오히려시의매력을살리고,시적언어와구상을이미지로어루만질수있게함으로써,독자들과쉽게눈높이를맞출수있다는장점을지닌다.김연수의첫시집은이런점에서매력적인출발선에섰다.

익숙하지만,깊고깊은

철학박사라고하지만그의시어는결코낯설거나어렵지않다.그것은우리주변에서,바로눈앞에서만나고,어루만지고,생각하고,더듬고,다시떠올릴수있는것들이다.그것들은가볍고,익숙하고,조금오래된표정에가깝기도하지만,그속에는시인을만들어낸세계가응축돼있다.
클로버,정거장,동굴,버섯,소나무꽃,갈대,유홍초,겨울장미,보리,메밀묵과찹쌀떡,장독대에쌓인눈,고층아파트,소꿉친구,책…나열하자면끝이없을이명사들은시의제목으로소환된우리주변의익숙한것들이다.시인은이익숙한것들이‘오늘’과함께가는것임을경험세계임을환기하고,이속에서자기만의길을뚫어간다.
김수영이후한국시는일상어와더욱친숙해졌다.생활속에서,나날의삶에서시가뿜어져나온것은환영할일이다.문제는일상어의외피를했지만,문법과의미가달나라에가있는‘의미를종잡을수없는’시들이마치좋은시처럼인식됐다는것이다.시가의미의2차,3차연쇄를낳으며‘낯설게’함으로써인식의지평을확장하고사물의경계를재구성하게한다고하지만,자기만의세계속으로역행했을때,독자들은발길을멈추게된다.
김연수의시어들은평이하다.친숙하고익숙한것들이며,손때도제법묻어있는것들이다.그런데이것들은시인의마음과정신,육체와인생의방향까지도빚어낸것들이란점에서결코가볍게볼수없다.

하얀파도거품속에
호소하듯고개들고
구원하는돌사자

차가운바다에서
힘들다고소리치지만
누구도무관심

나만이사자얼굴보이지만
구할길없네

―「바다위에떠있는사자」전문

누구나쉽게지나쳤을바닷가의작은바위.이것은암초일수도있겠지만시인의눈에는‘돌사자’로보인다.그런데아무도이작은바위를‘사자’로인식하지않는다.억겁의시간을작은바위혹은암초로바다위에내던져졌던그를‘돌사자’로불러주는순간,그는김춘수의‘꽃’처럼,우리에게다가와사자가된다.그사자는시인의마음속에살고있는거대한야생이기도하다.
이돌연한은유적접근은곳곳에서나타난다.인사동국밥집앞에서있는나무한그루도시인에게만은‘지킴이’로호명되며(「한그루지킴이」),시내를지나고서울역을지날때눈에들어오는미루나무는어린시절집에서가까운냇가둑의미루나무그늘을소환하면서추억을만들기도한다(「서울역미루나무」).시인은이렇듯늘자신의주변에서자기를만든존재와소통하면서구체성을확보한다.

톡톡튀는표현과함께

김연수의첫시집은그의살아온이력이묻어난다.가정주부에서공부의길을확장한그이기에시적이미지의돌발도흥미롭지만,시를빚어내는시적언어의처리도독특하다.얼핏보면‘딜레탕티즘(dilettantisme)’의기척을드러내기도하지만,이는생활인으로서의시인의삶이만들어낸어투라고하는게정확할것같다.

만추를더욱돋보이게하는
황금빛
솔솔부는바람에
살랑살랑내려
소복이쌓이면

노란주단을
깔아놓은듯
살포시주려밟고
가노라면
황제되어
상승한기분

―「은행잎」전문

이시에서보듯,명사와부사의활용,조사의과감한생략이교직하면서시적대상자체가가을날노랗게물든은행잎들이매달린광경을시각적이미지로눈앞에데리고온다.A는B다와같은직설적인은유인것같지만,거기엔환유적인요소가적절하게스며들어있다.김연수의시들을읽을때,손에잡힌것같으면서도바람처럼손바닥을빠져나간당돌함이발생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
시가환대받는시절이있었다.과거형이기만할까?시의시대는끝났을까?평범한이들이자신의삶에서시의그물을내려‘오늘’을사는의미와희망을만들어낸다면,그것이야말로시의시대로귀환한것은아닐까?우리가김연수의시화집을읽으면서뭔가손끝에서가슴으로,눈에서뇌리로공감이확장돼따스함을느낀다면,우리는여전히시의시대를살고있는건아닐까?
그래서그의시는마치“밤을지새우며피어난/하얀꽃송이//앙상한가지에피어난/순결한사랑//모든이를사랑으로/감싸주는축복의꽃”(「눈꽃」일부)으로우리마음을설레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