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와 일벌의 금혼식

베짱이와 일벌의 금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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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보통 40대는 성숙을 말한다. 쉽게 세상일에 홀리지 않고 또렷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성숙함이다. 40대가 성숙이라면 7~80대는 해탈이지 싶다. 해탈(解脫)의 사전적 의미는 ‘번뇌의 얽매임에서 풀리고 미혹의 괴로움에서 벗어남’이다. 해탈은 열반과 같이 불교의 궁극적인 실천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해탈은 ’얽매임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모든 구속에서 완전하게 해방된 것이니 깃털처럼 가벼운 영육이다. 이러한 영육 상태에서 수필을 쓴다면, 안정혜 선생님의 이번 수필집 [베짱이와 일벌의 금혼식]에 실린 작품들과 같을 것이다. 이 수필집을 읽다 보면 진정한 수필은 불혹의 문학이 아닌, 종심이나 산수 문학이라 해야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40대 성숙을 초월한 감성과 지성이 수필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안정혜

1966년강원대학교농화학과졸업후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연구사로근무.인생전반부는공과대학엔지니어출신의남편과도시에서후반은농과대학출신본인덕에제주에서,논산에서그린피아로현재에이름.

ㆍ2007년에세이스트14호로등단
ㆍ2008년에세이스트올해의작품상
ㆍ2018년예총회장상

저서:『꽃짐을진당나귀』(제주문화예술재단지원금수혜)『제5계절』(충남문화예술재단지원금수혜)『베짱이와일벌의금혼식』

목차

프롤로그4
에필로그276

1부나1

Whoareyou?14
안영악과뚝바우,그리고사임당20
착각한사발25
손30
삶의향기36
그리운것에대하여241
참좋은나이47

2부그대

리모컨53
남편의뜰58
베짱이의변신65
금혼식71
그대있음에76
사려니숲에서83

3부아름다운사람들

성모마리아92
취하는것이술뿐이랴97
아름다운밤을위하여2102
사랑그리고마무리이후107
시(詩)로물든황금빛인생114
꽃무릇119
인생노트123

4부시역피야

어여쁜소녀와붕새132
역설적인삶138
자아실현144
정답없다150
말의온도156
침묵의세계162

5부나2

제5계절에세(貰)들다170
네잎클로버175
인생무상180
대변185
숨을곳이없었다192
회귀(回歸)199

6부여인삼대

별을진당나귀207
노인과아이212
세살배기219
다시태어난다면2225
며느리삼대229
서울이여안녕236

7부내사랑봉동리

신의암호를풀어라244
감자꽃필무렵250
인삼밭에서벼가자라기까지255
진화와퇴화261
마을자랑265
우리는나그네271

출판사 서평

해탈의영육이그려내는수필

보통40대는성숙을말한다.쉽게세상일에홀리지않고또렷한판단을할수있는성숙함이다.40대가성숙이라면7~80대는해탈이지싶다.해탈(解脫)의사전적의미는‘번뇌의얽매임에서풀리고미혹의괴로움에서벗어남’이다.해탈은열반과같이불교의궁극적인실천목적이다.일반적으로해탈은’얽매임에서벗어남‘을뜻한다.모든구속에서완전하게해방된것이니깃털처럼가벼운영육이다.이러한영육상태에서수필을쓴다면,안정혜선생님의이번수필집[베짱이와일벌의금혼식]에실린작품들과같을것이다.이수필집을읽다보면진정한수필은불혹의문학이아닌,종심이나산수문학이라해야제격이라는생각이든다.40대성숙을초월한감성과지성이수필이무엇인가를제대로보여주고있기때문이다.한두번읽고나서이수필집을다읽었다고하기에는아쉬움이남을것이다.
저자는[베짱이와일벌의금혼식]을에필로그로마무리하였다.이에필로그가[베짱이와일벌의금혼식]을더욱빛나게한다.


깔끔하게꽃잎을떨어내는꽃들이무대배경

내무대배경이바뀌었습니다.
귤나무와삼나무그리고동백나무에서꽃양귀비가가득핀무대로제법화려합니다.꽃술이검정인진빨강의꽃잎과흰색사이의진분홍,연분홍,연연분홍,꽃술이노랑인주홍꽃잎과흰색사이의주황과보카시된색색의꽃양귀비로가득합니다.
그꽃을좋아하는이유는우선색상이다양우아하고꽃모양이하늘하늘참예쁩니다.꽃봉오리는더귀엽고요.이꽃은질때질질끌지않습니다.이틀정도피었다가네꽃잎이마를사이없이확떨어져버리니깔끔합니다.그것이참마음에듭니다.
이꽃들이내무대배경이되었다는소식을듣고에세이스트의김종완선생님은믿기어려워했습니다.내이미지와혼동이된다는뜻이지요.차라리매화나수선화라면수긍하셨을테지요.사실,이꽃은내안에내재된숨은색깔일지모릅니다.
이무대에꽃양귀비만피었다면사치스러울수있습니다.그러나거기에흰데이지가무리지어함께피니화려함은화사로바뀝니다.거기에색색의수레국화가같이핍니다.화사함의극치를이룹니다.벌이란벌들이다모입니다.전생(前生)이있다면나는꿀벌이었을지도모릅니다.꿀벌이나만큼이꽃들을좋아하거든요.
이들의꽃말이위로와위안그리고행복이고인내와평화와희망이랍니다.인생희수(喜壽)를지낸노년이이들꽃말덕에화사한한폭의수채화가되었으면좋겠습니다.

세번째수필집「베짱이와일벌의금혼식」의표지는이꽃양귀비꽃들로장식하고싶었습니다.내가스마트폰으로우리집꽃들을찍고또찍었습니다.
이번글은‘나’속의‘나’가주류를이룹니다.
제주의자연속의나를쓴첫번째수필집『꽃짐을진당나귀』의표지화는원로수필가이며문인화가이신손광성선생님이‘매화를하나가득실은당나귀’로그려주셨습니다.
사람들속의나를쓴두번째수필집『제5계절』의표지화는최종태교수님의‘축복’이란그림으로마리아가장미바구니를머리에이고있는그림입니다.
사실내인생이란글에표지화를붙인다면밀레의‘만종’으로하고싶습니다.그리고happyending으로끝나는수필속신심깊은주인공이었으면좋겠다는생각을해봅니다.


정그리고금혼식

과연WhoamI?
나는얼마나나를알까,거울속의나는진면(眞面)일까,사진속의나는누구일까.

깊이생각해보지않아도나의자화상은한개로다표현될수없는일,수개의페르소나를가지고있지않을까.수십개를지닌사람도있을것,반코호도서른장의자화상을그렸다한다.나는철면피까지쓴일은없었을까.분명있다.때때로타인의부정적행동을보면서그래,바로저게내모습일수있을거로생각해본다.상대가보여주는부정적요소를나도다지니고있기때문이다.진실을숨기고감추며살다보니때때로속으로깨질수밖에없는것이다.
(‘whoareyou?’중에서)

때론나도나를알수없다고말할수있습니다.그러나내가쓴수필전부를짜맞추면내가될수있을겁니다.그들이나의자화상일것입니다.수필속자신의성격이며격조며과거와현재의사는모습과억눌렸던아픔도양심과라이프스타일,이모두가합해진결정체가‘안정혜’일것입니다.아무리글이미화(포토샵)되었다해도추억도나다운것일테고생각과유추나상상도나만의모양새를지니고있기때문일것입니다.타인의눈으로보는나는그저일이(一二)차원의단면일수있습니다.그러나모두를합한글은이미삼차원을넘어사차원이되었을테니까요.
(whoareyou?)

동반자와엮어가는나의삶,주인공과많고많은조연과얽히고설켜서걸어가는길,꽃길일줄만알았습니다.환상이었습니다.신발이달듯사랑과신뢰는세월과더불어닳아버렸습니다.차차무미한듯무심하게흐려갔습니다.참묘합니다.무언지모르는물질이사랑도미움도밀어내면서덤덤해졌습니다.미적지근하고투명하나끈끈한물질이두사람안에차오르게된거지요.정(情)이랍니다.그럴무렵금혼식을맞았습니다.

부부란산과강물
산은물을품어생명을잉태하고물역시산을품어물길을불립니다.
산은물이없으면사막이요,물은산이없으면스밀곳이없습니다.하나
산은강물을넘지못하고강물역시산을넘지못합니다.
부부,산과강이만드는오아시스
꽃이피고사랑이영그니아름답지아니한가.
(‘베짱이와일벌의금혼식’끝부분)

남편을보내고참척의슬픔에버금가는피눈물을흘리는친구가있습니다.

백일이다가도록친구의목에선피맺힌애달픈소리만새어나올뿐이다.그래도난알아들었다.마지막인사후남편이섬망에들어갔음에도그밤그녀는같은서울하늘아래사는외아들을부르지않았다.이천금같은시간을어떤누구와함께하기도,빼앗기고싶지도않았다.그녀가남편의입을벌리고적포도주한모금을입에서입으로넣었다.연속,네번을넣어드렸다.희미하게넘어가는소리까지들렸다.
(‘사랑그리고마무리이후’본문중에서)

나는그친구가남편따라죽을까봐마음졸이며이년을함께했습니다.우리의은사였던그녀의남편과그녀는여중일학년에만나여고졸업반때사랑이싹텄나봅니다.그분이서울로전근가시고그녀가대학에들어가면서본격적으로만나적지않은나이차이와여러장애를극복하고결혼했습니다.은사님은아흔여섯에한보름드러누워계시다아내품에서돌아가셨으니행복한분입니다.친구는이년이넘도록무슨추억거리만보면웁니다.그런날은그녀의전화목소리로‘무슨일이있었구나.’직감합니다.그녀의아픔은살아생전그좋은말,‘당신멋져!고마워!’란말을못한것까지포함됩니다.남편이죽고나서백가지,만가지를후회하며애통해합니다.
50여년을같이살고도지난날못다한사랑때문에우는것입니다.이것이부부의애틋한정인가봅니다.
나는친구를지켜보면서아,그렇구나,둘이살아있음이진짜행복이구나,마음깊이느끼며‘그대있음에’를썼습니다.

인생길굽이굽이산마루
팔십고개다다르니
노을이집니다
젊어서보지못했던것
이제보입니다

그대있음에
햇살이빛나고
달빛도그윽
별빛은영롱
내인생도화~안합니다

같이
밥을먹을수있음이
이야기를나눌수있음이
의지할수있음이축복이란걸
예전엔미처몰랐습니다

우리는
科學徒
당신은공과대학
나는농과대학
인생전반은엔지니어로
후반은그린피아로

인생은순식간
젊음도명예도성공도
인생무상인데
그대있음에
의미가다릅니다
(‘그대있음에’본문중에서)


시역피야(是亦彼也),피역시야(彼亦是也)

삶의지침을위해오랜세월성서를파고들었고현자(賢者)들의지혜를배우고자장자(莊子)내편을파고들었지만,분위기만파악했을뿐,무엇을알아챘을까?메타포와패러독스가마음에와닿았습니다.
예수는마음이가난한사람이행복하다고,우는사람이행복하다고역설하십니다.예수는당시에무식하며가난했던하층계급의어부들을제자로삼았습니다.장자는예수보다삼백여년전에중국전국시대를살다간지자(智者)였지만시대를넘어두분은일맥상통하는역설을주장하고있습니다.
장자가진인(眞人)이라말하는사람들은겉모습이어눌하고절름발이이거나혹이달린조롱감인불구자로상상초월의인간상들입니다.사실그진인들은사람의모습을한신인(神人)이었겠지만전능한신이아니라아무것도잘하는게없습니다.그럼에도믿음이가고덕이충만한자들이었습니다.그들은장자속의장자자신이었을것입니다.
현자인장자는옻나무를관리하는하급관리였습니다.하나자유를누리고자소요유(逍遙遊)를지향하며유유자적하고자했습니다.당연히가난했습니다.식구들을굶기기일쑤,누렇게뜬얼굴에누더기를걸치고우거에서살지언정초나라대부가찾아와재상이되어주기를간청했으나거절했습니다.한치앞을볼수없는난세에귀재인그가그자리를허락할리없었던것.그는비단옷을입은거북이가묘당(廟堂)에갇혀사는것보다진흙속에서꼬리치며사는게낫다고했습니다.
장자‘덕충부’의상상초월의인물들에빠져「역설적인삶」을썼고그의소요유편에반해서메타포적「아름다운소녀와붕새와청문회」를썼습니다.

인생길엔두갈래세갈래길이나타나헤매기일쑤입니다.살아보니어느길이정답인지헷갈립니다.로마로가는길이어디한길뿐인가요.시역피야(是亦彼也),피역시야(彼亦是也:장자내편제물이론에서)로이것역시저것이요,저것역시이것이란뜻입니다.다상대적입니다.실상안방에가면시어머니말이옳고부엌에오면며느리말도옳습니다.아는것이힘이라면때론모르는것이약이될수도있습니다.

성공에도정답이없고인생에는더더구나정답이없습니다.뒤집으면정답일수있습니다.성서는그저바르게살라,바르게살라하니그야말로그이상의정답은없습니다.천사는바르게사는사람과함께하고사탄은재미에빠져취해보라꼬시니지극히어려운문제입니다.
(‘정답없다’본문중에서)

세권의수필집을내며나는나목이되었습니다.그렇듯빈마음으로다시,감자고구마와땅콩을심고고추며마늘양파와김장거리와콩,팥,옥수수를심으며갖은채소와블루베리와복숭아와매실과사과와대추의수확을기다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