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라지는 속도

당신이 사라지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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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신이 사라지는 속도〉는 작가가 시적 상상력으로 쓴 에세이다. 어릴 적 시골집에 대한 정취, 성장 과정의 추억, 회사 생활에서도 잃지 않았던 마음의 여유가 차분한 문장으로 녹아나 있다. 작가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왔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자식을 키우던 마음과 겹쳐 본다.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기억은 조금씩 사라졌지만, 그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옛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문장 구석구석에 묻어나 있다.

1960년 생 저자는 전형적인 베이비부머 세대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성인 이후는 대도시라는 경쟁사회에서 각박한 삶을 살았다. 성장 일변도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산업 역군으로 살아왔던 저자가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에세이집을 냈다.

지금 세대는 경험할 수 없는 추억들이 가득 담겼다. 저자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무엇일까? 선대의 할머니와 부모님이 자신에게 주었던 사랑을 자식들에게도 연결하는 그는 좋았던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을 조심스럽게 펼친다.

사람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들어나 있다. 사는 데 바빠서 돌아보지 못했던 시골 어른들에 대한 회한과 대자연과 함께 뒹굴며 놀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아 떠난다. 저자가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왔던 자신의 삶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글에 담았다.
저자

김태익

저자:김태익
1960년전북완주에서태어났다.
전북대,한양대에서토목을전공하고,서울에서일과삶을나란히걷고있다.

목차

들어가며7
1어떤하늘11
2뒷집13
3책갈피속의절15
4목련은훈련중19
5해는지고말았다23
6봄비도그쳤습니다27
7여적모르셨슈?30
8옴팡집32
9눈먼년의미나리36
10나는떠납니다39
11凹凸요철주의41
12소새끼의빈자리47
13숨겨놓은동굴52
14기우56
15바늘귀가도망갔다58
16종호네60
17나이샷!62
18십원만66
19갓빠스시70
20환한달73
21짐을진사람들77
22말대답79
23단어로오르는산85
24벨일없죠?88
25카네이션이지면91
26깊은,답답한그러나즐거운94
27톨레도엔바람이분다98
28공짜는없다100
29훈장혹은이정표103
30푸른집할머니106
31수면을날다111
32멀리새벽송이들려온다114
33붉은열매들의합창116
34따그닥,따그닥121
35닭발124
36방물장수보따리127
37따다닥,따다닥,쿵쿵130
38부딪히는소주잔들132
39열번째후회135
40을영비(乙瑛碑)138
41깁스감옥140
42누구였더라?143
43기우뚱,가을이넘어지면146
44높은하늘,깊은침대149
45갈때의인사155
46안티푸라민158
47다자란웃음161
48아무것도묻지않았다164
49국방색등167
50딱한병모셔놨다170
51할머니의가뭄172
52가시로남아176
53만경갱변,파란불179
54앉으나서나당신생각182
55돌고돌아내리는186

출판사 서평

김태익작가의글에서잊고있던고향을다시보게된다.가족·친구들의얼굴과별명이떠올라,참멀리왔구나,이생각저생각에잠을설친다.이처럼『당신이사라지는속도』에는사라진것을환생시키는마술이감춰져있다.도시불빛에가렸던별들이다시반짝이기시작하고,쫓겨났던개구리가돌아와합창을한다.져버린꽃들도앞다투어꽃송이를벌린다.

그렇게이책을통해이야기의꽃밭이이루어진다.작가는앞서간발자국을잊지않는다.그것을자신의궤적으로만들면서,또다른길을낸다.그과정이이책에오롯이기록되어있다.때로실수로길을벗어나넘어지기도하지만,그상황에서도바로일어나새로운삶을일군다.그건그가선대와후대를잇는역할에충실하기때문이다.

이책에는진지함과유머감이공존한다.페이지를넘기며읽다보면어느부분에서는박장대소를,어떤부분에서는하염없는눈물을경험하게될것이다.그래서맑아진나의마음과마주하게된다.

『당신이사라지는속도』속의길을같이걸어보자.세상살아갈힘을얻을수있을것이다.
-길상호(시인)

책속에서

P.18
세월이흘러,극락전처마밑까지승용차가질주할수있는절이되었다.언제부턴가,그렇게하나둘씩세상에들키고,편리해지고,그만큼마음의자리에서멀어져가고.

P.26
해는저물어가고있었다.그속도만큼이나,어머니의얼굴도빠르게어두워졌다.

p.44
산사에며칠머물며,살아온삶의때를단번에벗겨내려했던시도가잘못됐다는걸깨달았다.사람은부딪치며살아가게마련이라는사실을이제는인정하고받아들이기로했다.그렇게마음을내려놓자조금씩진정되는기운이느껴졌다.

P.87
글쓰기란,어쩌면그런것이다.숨이턱끝까지차오를만큼힘겨운길이지만,그럼에도아름다운.오늘도나는그산을오른다.단어하나,문장하나에마음을실으며,뚜벅뚜벅걸음을옮긴다.

P.99
시간을잊은듯한중세의거리,그낯선골목을함께걷다보면,저물어가는인생의그림자마저잠시잊을수있으리라.

P.118
동쪽인봉산너머로붉은기운이어둠을몰아내며기지개를켜기시작했다.자연은언제나그렇듯,우리의조바심따윈아랑곳없이제길을간다.

P.129
이쯤되면내삶은방물장수의보따리같다.이것저것다담고싶어하다보니정작제대로꺼내보인건하나도없다.그래도욕심이많아,어느것하나버릴수가없다.

P.133
나무는늙어도재목으로쓰이지만,사람은늙으면쓸모가없다고하는말을들은적이있다.처음엔너무가혹하게느껴졌지만,세월이지나며문득그말속에숨은씁쓸한진실을마주하게된다.나이든다는건,단순히나이만먹는일이아니다.고집은세지고,마음은닫히고,변화엔둔감해지고,남의말은귀에들어오지않는다.그렇게어느날,‘꼰대’라는말앞에자
신이서있다.

P.144
수영장에선남녀를불문하고처음보는사람들끼리거의나체로마주한다.허릿살이엉덩이보다더도드라진중년의아주머니,아랫배가불룩하게튀어나온아저씨.다들평소엔옷속에감춰두었던모습을,이곳에선아무렇지도않게드러낸다.평상시엔알수없던굴곡과세월의흔적이적나라하게드러나지만,이상하도민망함보다는묘한편안함이있다.

P.147
어디선가익숙한듯퀴퀴한노인냄새가스친다.예전엔그런기미를누구보다빨리눈치채던나였지만,이제는문득,그냄새가내게서나는건아닐까싶다.쓸쓸함과함께,피할수없는체념이스며든다.‘이제는나도늙었구나.’젊은이들사이에있을땐말끝마다존댓말을얹고,조심스레행동하게된다.

P.152
이제는당신가신길을제가따라갈차례입니다.당신이남긴사랑의깊이를,제가아들딸에게얼마나전했는지감히말할수없습니다.다만그사랑의절반만이라도세상에나누고갈수있다면,그보다더큰바람은없습니다.

P.171
그건술이아니라,기다림이었다.
갓난아이가자라서제삶을꾸리는날,내가아꼈던그맛을기꺼이나누고싶었다.그날이오면,병뚜껑이아닌,잔에가득담아함께마시고싶었다.

P.175
물빠진저수지계곡여기저기에흩어진돌무더기들이,예전할머니고향집담장의흔적이었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수몰된지30여년,물속에잠들어있던마을이오랜만에고개를내민것이다.그날의풍경은쉽게잊히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