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내놓을지언정 붓을 꺾진 않으리 (조선의 기자 사관과 조선의 기사 사초)

목을 내놓을지언정 붓을 꺾진 않으리 (조선의 기자 사관과 조선의 기사 사초)

$24.00
Description
조선의 기자 史官과 조선의 기사 史草
‘우리 선조들에게 붓의 힘보다 더 두려운 존재는 없었다. 이러한 붓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재상은 사람을 수십 년 정도 올릴 수도 있고 아래로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사관은 사람을 천년 뒤에까지 내세울 수도 있고 아주 침몰시킬 수도 있다.

이수광 선생이 『지봉유설』에서 새긴 말이다. 『영조실록』을 읽다가 “전하께서 이미 신하들에게 하교하시었다면 그것을 기록하고 아니고는 오로지 사관에게 달려 있을 뿐이니, 전하께서 이래라저래라 명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 옛적에 사관이 된 자들은 ‘목이 달아나는 한이 있더라도 사필은 굽힐 수가 없다.[頭可斷 筆不可斷]’라는 말이 있었는데,”라는 대목에 꽂혀, 이를 책 제목으로 삼았다. 오늘날의 기자들도 그 정신을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저자

박홍갑

경북청도에서태어나,조선정치사회사를연구하여영남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국사편찬위원회에서줄곧곰팡이냄새나는고서고문서와씨름하다퇴직했으며,우리역사의뿌리와줄기를찾아학술논문으로발표한결과들을대학(중앙대경희대등)에서젊은학생들과공유해왔다.아울러상아탑에갇혀있는학술적성과를대중성있는글로바꾸어각종월간지나잡지에기고해왔으며,라디오나TV등의여러방송에도출연하여,우리역사문화를더널리알리려고노력해왔다.

〈주요저서〉
학술분야
《조선시대문음제도연구》(1995,탐구당)
《병재박하징연구》(2005,경인문화사)
《조선조사족사회의전개》(2012,일지사)
※2012년대한민국학술원우수학술도서
《한국중세사전개와고성이씨》(2020,경인문화사)
《임란공신박경신과창의일록》(2021,주류성)외공저다수

교양분야
《사관위에는하늘이있소이다》(1999,가람기획)
※1999년한국출판인회의이달의책
《양반나라조선나라》(2000,가람기획)
《승정원일기》(2010,산처럼)
※2010년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달의읽을만한책
※2010년문화체육관광부우수교양도서
《우리성씨와족보이야기》(2014,산처럼)
※2014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우수출판콘텐츠

목차

이야기를시작하며
저자의변 
적괴가편찬한실록과주묵사朱墨史정신 

제1편한자루붓으로천년을벼리다
1.사관제도,그시작과끝 
-사관제도의기원 
-우리사관제도도입과정 
-엎드려기록하고,앉아서기록하고 
-인사행정까지지켜본사관들 
-여사女史를둔까닭 
2.사관,그는누구이며,어떻게뽑을까? 
-한림팔원과52명의겸춘추들
-삼장三長갖춘지조있는선비를찾아라 
-적임자를찾으면향을피우고 
-신참신고식과「한림별곡」
3.사관,어떤일을하나? 
-붓을잡고현장속으로 
-임금과권력을감시하는자들 
-이일을사관이알지못하게하라 
-세종이즐기던독대를막아라 
-상번上番·하번下番의교대근무 
4.군왕과사관들의샅바싸움 
-죽음도불사한사관민인생 
-사관입시入侍를꺼렸던세종 
-권력에맞선역사바로세우기 
-시정기속에숨은양날의검 

제2편사초에담긴500년의진실
1.사초와시정기 
-사초란무엇인가? 
-사초제출은이렇게 
-사초실명제 
-시정기란? 
2.사초수정,사건과사고 
-황희정승을비난한사초와『세종실록』 
-김종서는왜사초수정을번복했을까? 
-재상들이볼까두렵소,민수의사초 
-수정한여섯군데의사초 
-세조와권람을까버린원숙강의사초 
3.비전秘傳된사초와불태워진사초 
-무덤까지갖고간정태제사초 
-당후일기와춘추관일기등여러사초들 
-불태워질상소문을구해낸직간 
-사초를불구덩이에던지고도망간사관들 
-역적이소장한사초를불태워라 
4.사초로인한필화사건 
-이성계는살인자다,이행의사초
-김일손과무오년의사화史禍 
-안명세의곧은붓놀림 

제3편검이된붓끝
1.사론史論이란? 
-사관들이세상을바라보는창窓 
-역사기록의속살과민낯-포론褒論과폄론貶論- 
-『조선왕조실록』최초의사론史論 
2.폭군과신하들 
-시인과폭군 
-여인과폭군 
-폭군의두스승 
-폐주를섬겼던신하들 
3.사관눈에비친다양한인물 
-세조측근신숙주와홍윤성 
-정여창과소격서 
-간신3대를배출한임사홍가문 
-천하를움켜쥔류자광 
-남곤의처세와김안로의말로 
4.사관들의세상만평 
-사치풍조 
-호화장례 
-노와공신怒臥功臣 
-암탉이울면집안이망한다 
-열녀와환향녀 

출판사 서평

직필(直筆)은무엇인가?사실을바르게기록한글이다.
그렇다면,곡필(曲筆)은무엇인가?
사실을굽혀바른대로쓰지아니한글이다.

조선왕조흥망성쇠의5백년이란긴역사를어떻게쓸것인가?혼탁한사회속에서도우리는믿으면서살아왔다.서릿발같았던사관(史官)들의붓끝과그들눈으로담아낸사초(史草)가있었다.

조선시대사관과사초는왕조를지켜낸감시망이자권력을견제하는도구였고,흐린물을걸러주는정화수였다.젊은신예들을사관으로임명한이유는간단하다.불의와타협할줄모르는혈기는용같은임금안전도두려워하지않을것이고,범같은원로대신들에게도주눅들지않으니,그런자들만이바른역사의붓을휘두를수있으리란믿음이있었다.
과거전통시대에는군주라도사초는말할것도없거니와선대실록조차보지못했다.사관들의붓자루에맡겨진역사기록이니,엄정하고도냉정한사필(史筆)을지켜주기위함이었다.역사는과거를돌아보는거울이요,미래를밝혀주는등불이다.따라서채찍으로서의역사요,길잡이로서의역사다.서거정이『동국통감』을지어올리면서“치흥(治興)과난망(亂亡)은이미지난것에서거울삼을것이니,거짓으로미화하지말고악한일을감추지도말아,있는그대로를보여줌이마땅하다.”라고밝혔듯이,이런생각은서거정혼자만가지는것은아니었다.

조선조역사를다루는양대기관은예문관과춘추관이었다.성리학적이념을받아들인조선에서매우소중하게여기던관청이아닐수없다.희대의폭군연산군도예문관과춘추관을폐지할수는없었다.다만기능을축소하고,기록을방해하는수단만동원했을뿐이다.사초작성을금지하는전대미문의반역사적행위로날씨가맑고흐린정도만기록했으니,역사말살기나다름없었다.이런무소불위의폭군연산군조차내가두려운것은사서(史書)뿐이라고백했듯이,우리선조들에게붓의힘보다더두려운존재는없었다.

그럼,사초란무엇인가?사초란사관들이기록해놓은역사편찬자료들이다.개인이그날의일들을매일기록하는일기류같은것이나,실록을편찬하는기초자료로쓰인다는것을전제로한다는점에서개인이쓰는일기와는상이한점이있다.예문관에8명의전임사관을두고있으니,봉교(7품),대교(8품),검열(9품)등이그들이며,이들이기록하여비밀리간직하는것을가장사초(家藏史草)라하는데,일반적으로사초라할때이를두고일컫는말이다.그외승정원주서(7품)가기록한당후일기(堂后日記)도사초범주에넣을수있다.
사초를기록하는사관은모름지기재·학·식의삼장을갖추어야한다고제창한바가있던당나라유지기(劉知幾)가재상이역사편찬을감수하는것은옳지못하다고논한바가있었다.직필을보장하지못한다는판단에서였다.그러나이러한제도는고쳐지지않은채우리나라에도그대로적용되고말았다
사관들이세상을바라보는창(窓)인사론(史論)에대해국어사전에서는“역사에관한주장이나이론”이라고간단하게풀이하고있다.이를좀더넓혀보면,사서편찬자들이특정인물이나사건에대한논평을말함이니,사서를통해드러내는사론은과거에대한논평이라할것이다.이에반해『조선왕조실록』에담아낸사론은그의미가다르다.국왕이승하하면보위를계승한왕이편찬한다는점에서당대사나다름없기에『조선왕조실록』의사론은당시대의논평이나마찬가지다.
사관들이재직중에일어난사건이나인물에대해평가했다가후일제출하게되는가장사초(家藏史草)를실록에그대로옮긴것이사론이다.따라서매우생생한당대의세평이라는점이특징이다.당대사관들이바라보고평가를내린생동감이나현장감을더해주는것이어서재미가있다.또하나다른역사서사론과상이한점은개인이남긴것이아니라,사관집단의현실인식과역사의식을담아낸논평이라는점이다.전자가주관적인면에치우친데비해후자는실록편찬과정에서오는집단성과객관성을유지하려는면이보인다는점이다르다.

『조선왕조실록』체제는편년체이며,본문,세주(細註),사론으로구성되어있다.세주는보충설명이필요한경우본문아래통상작은글씨로두줄씩조판하여본문내용의이해를돕게하려는것이다.이는간단한인명이나지명혹은사건소개등이많으나,수백자에달하는매우긴문장으로되어있는것도있다.실록의사론은통상‘사신왈(史臣曰)’로시작하여특정사안이나인물에대한논평을곁들인다.이러한사평(史評)은본문이나세주에서도가끔은보이는수도있는데,이것까지사론의범주에넣을수는있겠지만완전한형태를갖춘것은아니다.하여튼사론은사관이나실록편찬자들의주관적인인식과견해가담긴것이기때문에,실록편찬목적이군왕의언동과정사를기록함으로써시정을논하고풍속을가리어후세에거울이될만한것을전하는데있었다는점을고려한다면,실록의내용중에서가장중요한부분이라할것이다.

또한초기실록에서는사론이별로보이지않다가『세조실록』이후증가하는추세인데,이는사림정치발달과관련있을것으로보이니,사관들의현실의식을점차과감하게표현하는것이라는점에서주목되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