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월령가 (땅 없는 농부가 콩으로 메주를 쑤는 법)

메주월령가 (땅 없는 농부가 콩으로 메주를 쑤는 법)

$18.00
Description
“트랙터 모는 거야? 언니 이제 찐 농부 같아요!”
“오, 그래?”

도시인의 외로움 & 이별 극복 일지
영농으로!
연결된 느낌을 회복하다.
고독한 서울러의 심정적 농부 되기

가평 설곡리, 도시인이 몸으로 살아본 사계절
“공기처럼 익숙한 자유가 좋지만 어느 날 기체처럼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단단히 대지에 발 딛고 있는 느낌, 그걸 가질 수 있다면……”
스무 살 이후 서울 거주 21년, 생애 어느 때에도 농촌을 가까이 경험해본 적 없던 도시인이 매달 가평 설곡리의 농가를 방문해 콩 심기부터 메주 만들기까지 제 손으로 제가 먹을 된장을 직접 천천히 만들어보았다. 이 책은 그 작은 기록이다. 어설픈 노동으로 꾸준히 실수와 도전을 반복하며 제 먹이를 스스로 마련해본 이야기다.
2022-2023 설미재 아트팜 프로젝트 참여작. 사각 건물에 주로 갇혀 지내는 고독한 도시인에게, 농사라는 낯설고도 생생한 과정은 그가 모든 상념을 내려놓고 바람이 불고 햇볕이 내리쪼이는 지상에 발 디디게 했다. 계절의 아름다움과 보채지 않아도 도착하는 기다림의 힘, 문득 변하는 날씨처럼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어서 오히려 내일이 기대되는 삶의 경이로움은 그가 받은 선물이다.
집에는 달랑 전자레인지밖에 없던 1인 가구 서울 사람이 콩 농사 짓고, 메주 쑤고 된장을 만들며 몸으로 변화를 실감하는 과정을 통해 건강해지길 바랐고 다른 사람들도 그 변화를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는 이 글을 썼다.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 영광의 수제 된장 한 단지를 획득. 그걸로 된장찌개를 끓이면 맛있을까? 기대기대!
월령가(月令歌)는 달의 순서에 따라 한 해 동안의 의식을 읊은 고전 가사 형식이다. 매달 농가를 방문해 콩의 모든 시간을 몸으로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책 제목을 ‘메주월령가’라 했다.
저자

구민정

서울에혼자살고파주에서일한다.문학동네논픽션편집팀장.
일기를쓰고,아무것도아닌장소에가보기를좋아한다.일요일오후,햇빛이비스듬히들어오는수영장에서배영을한다.문득몸을돌려자유형으로어른거리는물그림자를천천히따라가는일도즐겁다.이동수단이자산책친구로서의따릉이도빼놓을수없다.와인얼룩이지워지지않은옷을몇벌가지고있다.
2022-2023설미재아트팜프로젝트에작가로참여했다.스무살이후서울거주21년,생애어느때에도농촌을가까이경험해본적없던도시인이매달가평농가를방문해콩심기부터메주만들기까지내손으로내가먹을된장을천천히만들어보았다.『메주월령가』는그작은기록이다.

목차

메주월령가
주요등장인물
머리말

여름2022
가을2022
겨울2022~2023
봄2023

맺음말
연결된느낌을회복하다
고독한서울러의심정적농부되기
Thanksto

출판사 서평

#Rural_Urbanites#시골형_도시인
콩농사를짓기로했다.귀농이아니다.농부의땅을빌리고,농부의노동을때때로함께하기로했다.모든것을빌리고공유하는시대.농경의시간을빌리자.
‘귀농’‘귀촌’‘한달살이’‘주말농장’에설레어본사람들이있겠지.생기없는날들,똑같이굴러가는하루하루에지쳐그런꿈을꿔봤다는사람들이야기를종종듣는다.그런데마음먹기가쉽지않다.실천하기는더어렵다.귀농하면생업은어쩌고?한달살이하려면일시적거처는어떻게마련한담?주말농장체험이라도해보고싶은데그거어떻게빌리는거야?그래서게으름뱅이구민정은공유경제(?)가아닌공유경험(!)을빌리기로했다.‘땅을가지지않은농부’,시골형도시인(ruralurbanite)이되자.

“현실적으로모두농부가되긴어렵다.그렇다면'농경의시간'을빌리자.도시에살더라도농부의마음을마음한곳에키워나가자.중요한것은사각의건물을뛰쳐나와계절을느끼고,먹이를직접재배하는과정을통해세상과연결되느낌을회복하고,자연의순환을따르는생활을체감하는것이다.”-본문10쪽

해보니좋았다.생각보다더욱좋았다!1년짜리프로젝트가끝날때쯤엔아쉬워오히려이런생각을하기에이르렀다.“템플스테이로힐링이유행이라던데,그럼‘팜스테이’도가능하지않을까?뭐라도만들어봐?”최근퇴사마렵다며힐링하고싶다는젠지(Gen-Z)가뜻밖의고백을하며따라나섰다.“언니,저깡시골에서두더지랑싸우면서열흘동안농활한사람이에요.다음엔저도따라가게해주세요.제발요.”
매달두번농가를방문해농부와콩농사를함께하고된장·김치장인인그의모친과직접장을담갔다.어떤날은반나절짬을내어후딱다녀오기도하고,어떤때는종일일했다.살며처음해본일이많은한해였다.도리깨질,메주밟기,마지막엔트랙터몰기까지!다양한일을했지만늘똑같았던것하나.하루도배고픈날은없었다.김치명인이내주는김치맛이꿀맛이었다.돼지고기김치찜,현미설기떡,깡보리밥,콩잎장아찌……침이고인다.어머니는그를배고픈채로돌려보내는법이없었다.

고독한서울러의심정적농부되기
‘콩농사×메주만들기’로연결된느낌을회복하다
갑자기왜가평에가고,메주를만들었나?
진짜솔직하게말해보자.그는외로웠다.남자친구와갓헤어진참이었다.미술관프로젝트에참여하겠다고선선히나선것도그이유였다.마음돌릴데가필요했다.몸을써야할것같았다.주기적으로몸을서울에서다른어디로억지로라도옮겨놓아야할것같았다.
이난데없는농활을핑계로그는매달삼촌같은농부모모와함께경작을하고그의어머니와메주를만들며서서히농가와농촌의삶에스며들어갔다.
책에는농사얘기,메주얘기만있지않다.도시에서보낸시간,때때로찾아오는외로움과그럼에도도시의생기를사랑하는마음,생계를스스로책임지는1인생활자의허우적거림도다담았다.

외로움은현대인공통의신종질병
우리이제연약한면을보여주기로해요
그는외로움이란감정을몹시진지하게대한다.경멸하거나숨기거나부끄러워하지않고외로움을정직하게마주본다.그런태도로외로움을대하는것이,현대인의신종질병이자아무도나서서말하지않는‘사회적외로움’을우리가함께치유해나갈수있는첫걸음이라믿기때문이다.언제든누구와도연결될수있지만간단히‘손절’해버릴수도있는관계의얕음은팬데믹시기에간혹진공같은고독으로다가와그를숨막히게했다.나만이래?아닐텐데.그러나어째서이감정은그토록숨겨야하는못난감정으로취급받을까?
그는더깊이연결되기위해외로움을말하고,연약함을드러내기로했다.서울에서그는매주토요일마다수영친구들과수영을하고밥을함께먹었다.약하던고리가점점든든하게그를지탱해주었다.
마음이통하는사람과사랑하고,어쩌면반려자를만나고,심지어가족을형성하는일이마음대로되는일은아니잖아.그러나당장의견고한울타리가없다해도소속감과연결된느낌은시급하게우리모두에게지금당장매일필요하다.그런우리를서로지탱해주자.가족이아니어도보살펴주고지지해주고소속감을선사해줄사람들은필요해.먼저외로움을말하고마음을열었을때다가와준친구들과나눈소중한우정도이책에담겨있다.
어쩌면시간의힘과천천히하는일의정직함을믿게해준농촌에서의깨달음이도시의삶에도어떤영향을미친걸까?혹은농가에서먹은맛있는밥덕분일지도!
마지막날직접쑨메주로만든된장을이케아유리단지에소중하게받아든날,그는무언가가회복되었다는느낌을받았다.마음어딘가에단단히뿌리내린부분이생긴것같기도하다.
인생은앞으로도쉽지않을거야.하지만그래,해보자!여전히겁이나기도하고두렵지않기도하다.다만한가지,“이제나는내가괜찮을거란걸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