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 : 제주의 동네 의사가 들려주는 아픔 너머의 이야기

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 : 제주의 동네 의사가 들려주는 아픔 너머의 이야기

$12.00
Description
“함께하는 세상을 위해 부치는 ‘공존’과 ‘공감’의 이야기”
『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은 제주의 작은 의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사 전영웅의 에세이다. 그의 진료실에는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여성, 생계를 잃은 노동자, 자해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경제적 약자……. 저마다 다른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에게서 저자는 아픔 너머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공통적으로 발견한다. 다름 아닌 우리 사회의 ‘소외’이다.

저자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몸의 아픔 너머에서 마주한 이야기를 뜨거운 감정으로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픔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 되는가.’ 이 질문은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은 없는지 혹은 애써 외면하고 있던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결국 ‘공존’과 ‘공감’의 이야기이자, 저자 전영웅이 제주의 작은 동네 의원에서 독자들에게 부치는 성찰의 편지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이 부디 이 책을 통해 주변을 돌아보고 소외된 이들을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

저자

전영웅

바다와한라산이보이는동네의원에서환자를돌보면서,환자의모습에비친우리사회의병폐를기록하고있다.서울에서전공의,전임의시절을보내고제주에내려와봉직생활을하다가제주에빠져그대로눌러앉았다.검도와자전거타기를좋아하고,작은텃밭을가꾸며블로그와브런치에글을연재하고있다.

목차

여는글 005

2023년,맞고사는여성들 013
길잃은페미니즘 023
주제넘은참견 029
구조된자의불안 034
바람냄새가밴사람들 042
중립이필요한공간 048
범죄,질병,성적지향 054
팔에나타난마음의상처 062
먹고사는일 069
코로나19시대동네의사의소고1 075
동네의원의사의고민 083
답답하고난감한 091
들불축제에가야했던남자 100
상처에담긴세상 109
코로나19시대동네의사의소고2 117
죽음에의지분 123
길에서마주한죽음 128
허망하게무너진기대 133
‘그들’을마주할때 144
차갑고딱딱한동의서 150
코로나19시대동네의사의소고3 156
작은화장지가건넨이야기 165
원치않는짜증 171
신뢰와책임 177

닫는글 188

출판사 서평

우리를진짜아프게하는것,
아픔‘너머’를보다

갈비뼈가골절된한환자는증상이호전되어가고있음에도심한우울증세를보이며퇴원을자꾸만뒤로미루었다.항문에무언가났다며찾아온어떤환자는진찰대에올라가는것을꺼리며과도하게불안에떨었다.알수없는이유로오른팔전체가퉁퉁부은환자는호전기미가보이지않아안심할수없는상황임에도입원치료를강하게거부했다.그들은무엇때문에우울해했고불안해했으며,치료를거부하기까지한것일까.

갈비뼈골절환자는세월호참사생존자였다.그는생계수단인대형화물차를세월호에싣고제주에오다그만잃고말았는데,아무런보상을못받게될처지에놓여있었다.항문에콘딜로마가난환자는성소수자였다.그는무엇보다병원기록에자신이동성애자임이기록되는것을두려워하고있었다.오른팔을다친환자가입원치료를거부한까닭은양파를심어야했기때문이었다.팔을치료할목적으로입원을하게되면1년농사를망칠수밖에없는상황이었다.

환자들을정말힘들게하고있는것은몸의통증이아니었다.그들의삶에서발견할수있는진짜고통은,먹고사는일그리고사회적고립에대한두려움에서기인하고있었다.그렇다면그들의불안과고통은어떻게해소될수있을까.누군가가족의병간호로일자리를잃는사이누군가는입원으로마음편히힐링의시간을갖고있는우리사회에서,저자는복지정책과사회보장제도에소외된이들은없는지돌아볼필요가있음을독자들에게간접적으로전달한다.독자들은저자가만났던환자들의이야기를통해우리사회의숨은부조리를느끼게될것이며,아픔의책임이누구에게있는지생각해보는시간을갖게될것이다.

‘바람냄새가밴사람들’에대하여

이책에서주목하고있는‘바람냄새가밴사람들’은어떤존재인가.그것을이해하기위해선먼저‘바람’이지닌의미부터살펴볼필요가있다.저자는책에서다음과같이말한다.

그들에게선한기를품은바닷바람냄새가났다.병원에오기전에배위에서입던작업복을벗고몸을씻어냄새를지웠겠지만,몸에밴바람냄새는쉬이없어지지않았다.그리고거기에한가닥가느다란비린내도서려있었다.(43쪽)

여기서‘그들’은뱃사람들을이른다.그러므로처음에‘바람’은,뱃일을하는이들의고된육체노동혹은그들의삶자체가된다.그런데‘바람’이지닌의미는여기에서그치지않고점차확장된다.

작업은고되고환경은열악하다.그러나그들이배위에서의존할수있는것은먹거나바르는약밖에없다.스트레스가극에달할수밖에없는환경.…그렇게몸이망가져간다.몸이망가지며생겨난틈새에짠내가득한바닷바람이들어와배어든다.지병이있어도제대로관리하지못하며,몸에문제가생기면쉬이낫지않는다.(44쪽)

제주의상징이라고도할수있는‘바람’은결국몸이망가진틈새로배어드는모든것을의미하는단어가되고,‘바람냄새가밴사람들’은아픔을지닌채로먹고살기위해애쓰는,이사회의구성원으로다른사람들과더불어살아가려노력하는모든이들을이르는말이된다.

천혜의자연과함께여러아픔을간직한땅제주에서저자는‘바람냄새’가밴이들을마주했고,그들이진료실로이고온이야기를조심스레풀어독자들앞에내려놓았다.독자들은이책과함께우리몸어딘가에배어있을지모르는‘바람냄새’를발견하고타인의고통에공감하게될것이다.저자는그것이더불어살아가는사회로의작은한걸음이될것임을믿어의심치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