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꾸는 자들의 긴 그림자 (어둠을 재현하는 어느 만화가의 세계)

나는 꿈꾸는 자들의 긴 그림자 (어둠을 재현하는 어느 만화가의 세계)

$15.00
Description
아트 슈피겔만, 조 사코, 마르얀 사트라피 그리고 박건웅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 국민보도연맹사건,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제주 4·3 사건, 고 김근태 의원 고문 사건……. 역사 속 아픈 기억을 진하게 응축하여 만화로 기록하는 작가가 대한민국에도 있다. 만화가 박건웅. 그의 첫 에세이 『나는 꿈꾸는 자들의 긴 그림자』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소년이 현대사의 어둠을 재현하는 만화가가 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담은 책이다.

박건웅은 언제나 가장 고통받는 이들의 입장에서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하며 잊혀선 안 될 일들을 기억하고자 펜을 들었다. 그리고 “투쟁하는 휴머니스트”로, “한국 현대사의 놀라운 기록자”로 평가받으면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 왔다. 역사의 아픈 상처, 불편한 진실을 기록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언제,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쉼 없이 장편 만화를 이끌어온 만화가로서 그를 추동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꿈꾸는 자들의 긴 그림자』에는 독자들이 그간 접할 수 없었던 박건웅의 만화 밖 이야기가 다채롭게 담겼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작품의 뒷이야기와 작업 일지를 펼쳐 보일 뿐 아니라,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창작자의 마음과 일명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로서의 고민까지 진솔하게 고백한다. 때로는 폭격과 총탄이 난무하는 피투성이 현장으로 들어가 투쟁하는 마음으로, 때로는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염하는 마음으로 만화를 그려온 작가 박건웅의 발자취를 여러분께 소개한다.
저자

박건웅

저자:박건웅
우리현대사의비극과마주하는작가.이땅에서희생된모든이들이오래기억되길바라는마음으로만화를그리고있다.20여년간수많은작품을통해전쟁과국가권력의폭력앞에쓰러진이들을호명해왔으며,침묵과방관의위험성을경고하고잊혀선안될역사속인물들을조명하는데힘써왔다.수십여종의어린이·청소년책을작업한그림작가이기도하다.2002년대한민국출판만화대상신인상,2011년오늘의우리만화상,2014년부천만화대상대상,2024년대한민국그림책상특별상을받았다.

목차


추천의글빚과빛

작가의말
꿈꾸는사람
나는왜그리는가
1991년그거리에서는
길을찾아서
만남
쌍굴다리
기억투쟁
헬리콥터소리
오래된기억과낯선대화
불온도서
돼지
누가짐승인가
빈자리
가리어진죽음
검정의의미
거룩한몸짓
파묻힌것들
세상에서가장긴무덤
고백
또다시,마침내‘사람’
그리움에대한이야기

얼굴
괴물의모습
어떤육아일기
벽돌
아리랑고개로넘어간다
노래
무채색섬
모르는사람들
이제,빛이다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이번엔그가그려낸칸이아닌
그의칸안으로의초대다

박건웅이처음부터우리현대사속사건을소재로그림을그리는만화가가되려한것은아니었다.심지어그는만화를그리며놀던어린시절까지만해도만화를다소낮잡아보았다고솔직하게고백한다.그런그가본격적으로만화를그리게된것은아트슈피겔만의세계적인작품『쥐』와의만남이후였다.만화가가지고있는진짜힘을알게된그는그간목격한우리사회의폭력과부조리를만화로담기시작했고,이후로20여년간전쟁과국가권력의폭력앞에쓰러진이들을끊임없이호명하며자신만의넓고깊은만화세계를구축해왔다.

『나는꿈꾸는자들의긴그림자』에는그림그리기를좋아하던소년이현대사의어둠을재현하는만화가가되기까지의긴여정이담겨있다.역사적사건을시각예술로나타내는지난한과정과창작자로서의고민그리고시대적성찰까지,만화가박건웅은처음으로독자들앞에진솔한고백을내놓는다.사회적문제나역사적사건에대해목소리를내는것이점점어려워지는오늘날,이책은사회참여적인작업을하고자하는예술가들에게실천적영감과동기를부여하고,자신의뜻을세워의미있는일을하고자하는이들에게는자극과용기를줄것이다.

“이책에는역사를직면하고자하는작가박건웅의예술윤리적분투의기록이담겨있습니다.사건을아무리충실히재현한다하더라도작품이사건자체가될수는없으며,작품과사건사이에는영원히좁혀질수없는간극이존재합니다.그러므로작가는사건으로의도달불가능성을겸허히받아들이면서도한편으로는그간극을조금이라도좁히기위해애쓰며피흘리는노력을기울입니다.이것이예술윤리이지요.그러므로이책은오래된기억에끊임없이말을거는마음이기도합니다.저의세상은그런마음에분명히빚을지고있습니다.”-만화평론가박근형

찢기고다친역사를하나하나기워만화칸속에담아온어느만화가의세계로독자여러분을초대한다.

책속에서

17~18쪽정말두려운것은의지가무너지는것이었다.진짜위협은외부의검열보다내부의검열이었다.‘이건그리면안되겠지’‘이러면큰일날거야’하면서끊임없이스스로사전검열을하는것.자기검열은더는창작할수없는상태의예술가로만든다.당시정부가노린것이바로이것이었던것같다.창작자들의순응과인공적으로만들어낸아름다운위선……._「꿈꾸는사람」중에서

53쪽굴안과철길사진을찍고주변을돌아보면서사건의순서를파악하다보니어느덧어둑어둑한밤이되었다.낮과는다르게밤에바라본굴안은정말소름끼쳤다.그옛날노근리마을사람들이방치되어있던시신들을수습한이후에도한쪽에사람비녀가꽂힌머리카락뭉치가보였다는일도있어서공연히가슴을쓸어내렸다.“안녕하세요”라고말하니굴안에서메아리가울렸다.마치나에게말을건네는것만같았다.그래서나도모르게한마디말을남기고왔다._「쌍굴다리」중에서

73쪽선생님은젊었을적사진을가지고있지않다고하셨다.가족들이신상이알려지는것을두려워해그와관련된것을전부불태워없애버렸기때문이었다.그를기억하는것은이세상에없었다.눈에보이는것들은전부사라지고없었다.그럼무엇이남아있던것일까.오로지기억이었다.그기억들이이야기로하나하나공기중에흩어지면,나는그흩어진조각들을잡아흰종이에담아냈다.매우흥미로운작업이었다.그렇게생명을얻은기억은우리가알지못했던또하나의역사가되어새롭게다가왔다._「오래된기억과낯선대화」중에서

110쪽『그해봄』이라는인혁당사건사형수여덟명의이야기를그리면서초점을맞춘것은‘가족’이었다.그들의가족이그리워하고기억하는모습을그려내고싶었고,이작업을통해누군가에의해왜곡되고날조된간첩의모습이아닌그들의일상적인모습을그대로복원하고싶었다.동시에그들이우리와같은,우리주변의누군가였음을표현하고싶었다.하여작품에서여덟명의사형수와그가족들의얼굴을비워두었다.그빈자리를독자들이직접채워넣고그기억을오래오래간직해주길바라며._「빈자리」중에서

121쪽다양한색이섞여검은색이되듯,검정안에는여러감정이담겨있다.그리고그것을읽고해석하는것은창작자가아닌독자의몫.독자들은규정되지않은색,흑과백안에서자유롭게상상할것이다._「검정의의미」중에서

153쪽지워지지않은상처를남긴채그리고의문을남긴채한세대가사라지고있다.원인도모르고흔적도없이사라지는사람들.그통한의세월을무엇으로보상할수있단말인가.이동중에산을바라보았다.겹겹이쌓인산은사람이엎드려있는듯한인상을주었다.그위로철탑이하나씩박혀있는데,그것이꼭그넋들을묶어둔것만같았다._「고백」중에서

226~227쪽세월이흘러금정굴안은비게되었다.그러나자꾸만난여전히굴안에서억울하게희생된사람들이자신의이름을찾고있다는상상을하게된다.그이름을찾아주고싶다.그들이고향땅으로다시돌아오려면대체얼마의시간이더필요할까.그런데요즈음‘야만’이라는괴물이되살아나‘망각’이라는틈을통해우리세계로돌아오고있음을느낀다.‘자유’라는호사스러운단어로치장한채말이다._「모르는사람들」중에서

230쪽만화를시작하면서기존의만화연출법을따르려했던것은아니었다.그저그림과그림의연속을통해메시지를담고이야기를구현하는데집중했다.그렇게작업을하다보니그림과그림사이의세계가보였다.전문용어로‘홈통’이라불리는칸과칸의사이.그공간은독자의상상력을자극하고,연상작용을일으킨다고한다.그런면에서만화가꼭하늘의별을보는일과닮았다는생각을한다.칸과칸사이에도광대한시공간의우주가담겨있다는생각.우리가보는역사적장면과장면사이에무궁무진한이야기가숨어있는것처럼._「이제,빛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