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앞에서 노래하기 : 래퍼 테싸의 학교공포증 탈출기

벽앞에서 노래하기 : 래퍼 테싸의 학교공포증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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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벽 앞에서 노래하기』는 프랑스의 신예 래퍼, 힙합가수 테싸의 자기 고백적 에세이이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에서 태어난 테싸는 초등학생 때부터 인지기능장애가 있어, 독서, 운동, 계산 능력, 언어 능력등에 문제를 겪는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점점 더 친구들로부터 집단 따돌림, 괴롭힘, 성희롱을 당하는 횟수가 잦아진다. 이로인해 등교시 두통, 복통, 구토증, 불안등 강박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지고,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는 ‘학교공포증’을 겪으며 심리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친구들도 선생님도 부모님도 테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힘든 치료과정중 테싸의 유일한 즐거움은 음악을 하는 것이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학교 음악 동아리 활동을 통해 좋은 선생님과 친구를 만나고,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와 랩 가사 쓰기를 하면서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학교공포증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테싸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준 프로듀서를 통해 마침내 파리로 진출하고 유명한 래퍼들과 함께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한다.
세상에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가수로서 테싸의 고백은 쉽지않았다. 하지만 테싸의 용기있는 고백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에 충분한 힘이 될 것이다.

저자

테싸

2001년프랑스마르세이유에서출생.프랑스의신예래퍼,힙합싱어.싱어송라이터.감각적인사운드와힙합의절묘한조화,다양한메시지를탁월한음악으로담아낸‘Printemps봄’,‘Ete여름’,‘Saisons계절’등의앨범을잇달아발표.데뷔곡Bling은youtube조회수500만이상을기록하였다.

목차

2019년6월
1
2
3
4
5
6
7
8
9
10
11
12
2021년6월
감사의말
덧붙이는말
청소년을위한치료전문가의조언

출판사 서평

빛줄기하나들어오지않던시간에대해이야기한건내가그시기를지나왔고,이제는그런장소에서벗어날수있다는걸알고,도움을받을수있다고말하기위해서다.정신건강의문제가더이상다른사람들과나를가르는사회적잣대가되지않기를바라기때문이다.늘불안에떠는사람들,공포를느끼는사람들,소심한사람들,쉽게상처받는이들이더이상숨을필요가없게되기를바라기때문이다.
내가노래를하는한나는계속해서목소리를낼것이다.
-감사의말중에서(테싸)

테싸는중요한것을깨달았다.‘불안을표현하지않을때가가장위험하다’는.
주변으로부터감추고,묻어둘때가,그누구도그사실을의심하지못할때가가장위험하다.만약불안을느낀다면말로표현하고,나아지기위해두팔을벌려이를받아들이자.
혼자애쓰지말고도움을청하자.우리는함께일때더강하다.
-덧붙이는말중에서(라엘리아브누아,정신의학박사)

줄거리

2019년6월
눈을감고길게숨을내쉰다.호흡에집중하며귓속에서윙윙거리는소리를무시하려애쓴다.“테싸,준비됐어요?5분남았어요.”스태프들이마지막으로내마이크가제대로작동하는지확인한다.사운드엔지니어,뮤지션,매니저,프로듀서……모두가사방으로분주히뛰어다닌다.그들은자신이여기있는이유와해야할일을정확히아는듯보인다.반면이곳에아는사람도거의없는나는모든게낯설기만하다.만열일곱살의내가그날밤,그장소에있게되리라고는상상도하지못했다.심지어생애첫페스티벌이아닌가.수많은사람들,엄청난소음,내게불안발작을일으킬만한무수한경우의수.이모든것들이나를공포에떨게했다.무대옆에서니온몸으로베이스소리를느낄수있다.소리의에너지가다리를관통하는가싶더니몸에힘이차오른다.이쪽에선내게는아무것도보이지않지만관중의함성은들린다.뱅센(파리외곽에위치한지역-옮긴이)에서열린‘위러브그린페스티벌’의메인스테이지에선부바(프랑스래퍼옮긴이)앞에수만명의사람들이모여있다.4만명이에요,하고누군가가알려주었다.부바의여느콘서트와마찬가지로중요한행사인이공연은밤11시30분에시작돼야했는데,그는관객을40분이상기다리게하고있었다.관중의야유가커진다.부바의공식라이벌카리스(프랑스래퍼-옮긴이)의이름을외치며그를자극하는가하면,아예자리를뜨는사람도나왔다.하지만래퍼가마침내무대에오르자분위기는급속도로달아올랐다.선선한6월밤,운집한수만명의팬들이그들의스타와함께한목소리로노래를부르기시작했다.그런데난도대체여기서뭘하고있는거지?어쩌다이무대에참여하게된거지?이시간이면마르세유우리집에있어야하는데.불안이나를옥죄어올때내가안전하다고느끼는유일한장소,지난3년동안가장많은시간을보냈고눈을감고도그려낼정도로속속들이아는내방이내가있을곳인데.사실그날나는책상앞에서바칼로레아(프랑스고등학교과정졸업및대학입학자격증으로,바칼로레아취득시험을바칼로레아로통칭한다-옮긴이)를준비하고있어야했다.고등학교졸업장을따야한다는생각으로견뎌왔지만,나는며칠전교과서를모두꺼내책장한쪽구석에깊숙이넣어버렸다.드디어모든게끝이라는엄청난안도감이몰려왔다.사실그렇게큰일도아니다.시험은내년에도볼수있으니까.하지만이무대에서노래할기회는아마내게다시는오지않을것이다.정해진틀에억지로나를끼워맞추려애썼으나,결코유익한경험이라부를수없는일이었다.

「Alafolie(열정적으로)」의마지막소절이울려퍼질때나는다시현실로돌아왔다.다음곡은「Arc-en-ciel(무지개)」.즉내가무대에오를차례라는뜻이다.사람들이미소로내게응원을보냈다.하지만나는온모공이발산하는공포심에휘감겼다.공연이시작되고무대뒤편에서느껴지는흥분과
관중의열기에나자신의불안에쏠려있던기분이옅어지는듯했지만,몇주전부터꿈꿔온순간이몇초뒤로성큼다가오자축축해진손이덜덜떨리면서마이크가미끄러져내렸고,최악을상정한온갖시나리오가다시머릿속에서맴돌기시작했다.내곡의첫소절을부르는순간혓바닥이부풀어올라숨이막히거나아무소리도나오지않을까봐겁이났다.무대에서굳어버린나머지한마디도못하고사람들의
야유속에무대를떠나게될까봐겁이났다.파리까지동행해준부모님은물론이고매니저소피앙,몇주전부터나와데뷔곡들을함께작업하고있는클레망까지,그날밤그곳에서줄곧나를믿어준사람들을실망시키게될까봐겁이났다.그러나이모든두려움을뛰어넘는,중학교때부터내게서떠나지않는가장큰두려움은바로사람들앞에서구토하는것이다.오늘밤4만명앞에서구토를하게된다면,
나는어째야하냐?과연수습할수있을까?내어깨를잡는손이느껴진다.매니저다.“자,테싸,이제
가야지.지금이야.”그가미소짓는다.나는눈을감고한차례크게숨을들이쉬고는몇초간숨을참았다.병원치료프로그램에서배운대로,빠르게뛰는심장박동을가라앉힐타이밍이다.나는아무것도보지않고듣지않는다.그저내안의흥분,결의,분노,두려움,최근몇년동안나를스쳐간불안의포효를느낄뿐이다.그리고어느순간이모든게사라져버렸다.한발한발앞으로나아갔다.나는어둠속에서
나와눈이멎을만큼밝은빛속으로들어갔다.생각했던것보다훨씬큰무대.그앞을채운인파의움직임.부바를올려다보자노래가흘러나왔다.내차례다.나는두손으로마이크를꼭쥐고관객쪽으로몸을돌렸다.머릿속에는더이상어떠한생각도떠오르지않았다.

1.
2021년5월
1년전모든게멈췄다.코로나가전세계로퍼지면서나는어쩔수없이다시내방으로돌아와,집에틀어박혀지냈다.최소한의연락만취했다.더는콘서트를보러가지않았고,같은학년친구들과도거의만나지않았다.사회적교류의단절,온라인비대면수업,바깥세상에대한두려움,외출에대한불안감,미래전망의부재.내고등학생시절생활리듬대로세상이돌아가기시작했다.드디어내삶을온전히
살아내기시작했다는생각이들던바로그때,나는다시시간을거슬러올라가끝이보이지않던학교생활이라는터널에갇히고말았다.
내게청소년기는절대로헤어날수없을것만같던시간이었다.벼랑끝에바짝붙어선채,여차하면균형을잃고떨어지는결말이기다리고있는.암흑속에서길을잃었고,언젠가여기서벗어나게되리라는확신도없었다.그리고2019년마침내악몽의끝을알리는종이울렸다.만으로열여덟성인이되고고등학교생활과수업,병원치료에마침표를찍었다.동시에어릴적부터꿈꿔온음악과무대와함께하는새로운삶이펼쳐졌다.모든일이매우빠르게잇따라벌어진탓에그때까지겪은것들을말로정리할시간이없었다.
드디어다나았다고,그시간들이내게어떠한흔적도남기지않았다고믿고싶었다.하지만격리에들어간뒤로침투적사고(달갑지않은비자발적인사고나인상,혹은강박이될수있는불쾌한생각-옮긴이)가일어나며스스로병을만들어냈고,나는몇시간이고인터넷에서이름도원인도모르는내가겪는증상들을검색하며하루를보냈다.다시나의몸과한공간에머무르며불안과여러공포증과마주하게된것이다.
이제는나와같은고통을겪는이들이많다는것을알기에,그사실을조금더일찍알았더라면,그래서누구든내게나을수있다고말해줬더라면하는아쉬움이있기에,모든게멈춰선바로지금이이이야기를다시끄집어내어내가겪은일들을털어놓아야할때라는생각이든다.절절한호소에귀기울이는사람이없는,호소를믿어주는이없는사람들,교실보다는공허함과양호실에익숙해진이들을위해내가목소리를낼수있겠다싶었다.침묵하고복종하고순응하려애쓰지만그렇게하기가쉽지않은,의자에앉아묵묵히수업을듣고,친구를사귀고,매시간교실을옮겨다니고,학생식당에서의점심,과제제출,시험전복습,진로고민에바칼로레아를치르는일상을도저히감당할수가없는이들을위해서말이다.

나는학교를좋아한적이없다.어렸을때부터내게있어수업을듣는다는것은다른누군가를위해하는일에불과했다.부모님께자랑스러운딸이되기위해,언니빅토리아처럼되기위해,사람들의기대에부응하기위해나는수업을들었다.원인은알수없지만학교라는환경은늘내게위협적이었고나를불안하게만들었다.
내몸이학교정문을통과하기를거부하기전까지단한번도교실을편안하게느껴본적이없었다.내가있을곳이아닌것같았고,늘놀림거리가될것같은,부끄러움으로몸이굳어버리는기분이었다.이런증상들이의학계에널리알려진‘학교공포증’에해당된다는사실을당시에는미처알지못했다.심지어병원에학교공포증을가진학생들을전담하는부서가마련돼있음에도,내가다닌학교의선생님들은학교공포증에대해들어본적도없는듯싶었다.그누구도내가겪는증상에대해아는바가없어보였고,관심이없거나이해하려는노력조차하지않았다.
나는고통받았음에도학교에서는나의결석을문제삼았다.수업을땡땡이치려고꾀병을부린다고,내게의지와끈기가부족하다고비난했다.그들은특히학생개개인을경우에따라달리대하기를거부했다.학생이기이전에우리가저마다의사연과개성을지닌존재라는사실을부정하는듯이,모두를똑같이대해야한다는의무라도있다는듯이.
학교는마치거푸집같다.정해진기준에부합하는학생이아니면,‘정상적’인아이가아니면,혹은그런척이라도하지못하는아이는내쳐버린다.다른아이들과다르다는사실이드러나면곧바로문제로간주된다.아이들이어떤고뇌에빠져있는지는중요하지않다.학생한명한명을살필만한인력과수단과시간이충분하지않기때문이다.이아이가자라훗날어른이되고시민이된다는사실을잊은듯이,아이의말에는가치가없다는듯행동한다.
아이의고뇌는진지하게다뤄야할대상이아니다.학교에서아이는그저규칙과지시사항을준수하고명령을이행해야하는존재다.복종해야한다.요구받은게아니라면입을다물어야하고,허락없이의견을내서는안된다.
유럽에서프랑스학생들의심리상태가가장불안하다는사실을알고나서도나는놀라지않았다.프랑스에서는학교라는테두리를벗어나기전까지본인의성격과개성을탐색해보라는격려를찾아볼수가없다.대신옆에있는친구와최대한비슷하게행동하기를주문받는다.아마도완전히혹은거의똑같은학생들을가르치는편이보다수월한까닭일것이다.분명훌륭한선생님도있으며,나역시이해심많고용기를북돋워주는선생님을만난경험이있다.하지만선생과학생이라는관계에서는인간적인측면을배제하거나최소한의감정만유지하는게최선이라는식의거리감에늘가로막히고는했다.
돌이켜생각해보면고1때찾아온우울증이나를살린셈이다.더어렸을때그리고중학교재학시절나는나라는존재를관찰자의눈으로바라봤다.나를향한외부의시선이라고는나자신밖에없다는듯,내가내몸의주인이아닌양나를관찰했다.내가느끼는바를이해할수없었던데다,이모든것에이름을붙인다는건더더욱어려운일이었다.해로운교우관계에빠져헤어나오지못했으며,내게불친절한사람들을가까이했고,건강한관계가무엇을의미하는지알지못했다.게다가내몸은그때까지내가속에묻어둔감정들의무지막지한위력을느끼기시작했다.
나는괴롭힘을당했고,범불안장애를앓았으며,틀어박혀지내기도했다.하지만이고통스러운시간이없었다면나자신을알아가는법을배우지못했을것이다.속이야기를털어놓는법도,내가좋아하는것과좋아하지않는것,나의기분을좋게만들어주는것과나를파괴하는것을알아가는법도절대배우지못했을것이다.나라는사람과다시연결될수있는기회를갖지못했을테고,끊임없이타인의시선을두려워한나머지나의가장깊은욕망들을지나쳐버리고말았을것이다.
학교생활,괴롭힘과우울증,또내가어떻게이런것들에서빠져나왔는지를이야기하고자하는건,생각보다많은사람들이이같은일을겪고있기때문이다.격리조치가이어지면서많은청년들이고립되고더욱절망에빠지기도했지만,적어도그들중일부는이를계기로자신의정신적연약함과마주했을것이다.이를통한깨달음이일시적인사건으로그치지않았으면한다.믿고싶지는않겠지만청년들의정신건강은새로운이슈가아니다.오히려너무오랫동안외면돼왔다.내가겪은일을공개적으로말하기시작했을때,나는수백명의사람들로부터그들의경험담을받게되었다.일일이답을할수는없었지만고통받는모두에게어떤어려움에직면하든우리는헤어나올수있으며다시일어설수있다는것을말하고싶었다.혹여다시추락한다해도그것이다시상황이나아질수없음을의미하지는않는다.정신적인문제를겪고있거나겪었다는사실만으로우리를판단할수는없다.질병하나만으로설명이되는사람은
없다.우리가각자재능을발휘하고새로운시도를하는데그런판단이끼어들자리는없다.

나의이야기가학생들의정신건강에대해터놓고이야기하는데도움이되기를바란다.괴롭힘,우울증,식이장애,학교공포증,범불안장애,이유가무엇이됐든많은아이들과청소년은돌봄과온정의손길을필요로한다.무엇보다그들의이야기를듣고믿어주는게중요하다.학생들은이를자유롭게이야기할수있는적당한공간을필요로한다.남과다르다는이유로낙인을찍는행위를멈추었으면한다.사회
와학교는불안에떠는학생,배움의속도가다소느리거나배움에어려움을겪는,또는장애를가진학생들역시성적이좋은학생에게하듯포용해야한다.어려움에처한모든청년이부끄러움을이겨내고침묵을깨기를바란다.나는이해한다고,혼자가아니라고,도움을줄수있는기관과전문가가있으며,성공의길이항상학교를통과해야하는건아니라고말해주고싶다.나의호소가학부모,선생님,교직원,
나아가모든어른에게닿기를바란다.사회는여전히나이를판단기준으로삼아아이는부족하다는,어른의말만큼아이의말을신뢰할수없다는생각에젖어있다.하지만사회구성원모두가그러하듯청년들역시진심어린대우를받을자격이있다.그들에게관심을보이는것에서부터모든변화가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