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현실주의 선언 (윤보성 시집)

망현실주의 선언 (윤보성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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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언오소독스(un-orthodox)의 세계와 전복(顚覆)의 시학”
윤보성 시집 「망현실주의 선언」
㈜여우난골의 2021년 시인수첩 시인선 55번으로 윤보성 시인의 시집
「망현실주의 선언」이 출간됐다.

왔다. 진짜가 나타났다. 이상 시인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모더니즘의 정통 계보에 새롭게 이름을 올릴만한 물건이 나타났다. 1991년 출생하였고, 2017년 시인수첩 신인상을 받으며 시단에 나타난 윤보성 시인. 그는 등단후에도 철저히 무명으로 살아왔다. 남쪽 지방 부산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는 시인은 뼛속까지 부산 사내이며, 뼛속까지 모더니즘으로 무장한 진짜 모더니스트이다. 시집의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현실은 현실인데 망현실이라니. 망하는 현실 같기도 하고, 보내는 현실 같기도 한 ‘망’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저자

윤보성

1991년부산출생

2017년시인수첩신인상등단

목차

〈1부〉

천이틀밤·13
떠돌이행성·15
오랑주리미술관(2018)·17
수성의역행·19
국제종자저장고·21
적색이동·24
적기도문·29
사탄탱고·34
화성인유다·37
달나라의체르노빌·40
식물의예배·42
철야기도회·45
무제·47
동반자살·50
궤계·53

〈2부〉

사이비의서사시·57
비사이비의서정시·74

〈3부〉

20XX년·93

〈4부〉

망현실주의선언·117
망현실주의전시회·126
망현실주의(반)운동·129
망현실주의자스티브잡스·135
망현실주의자조르조데키리코·141
망현실주의자이상·143
망현실주의자조커·146
망현실주의자○○○·148
망현실주의자프란츠카프카·149
공사장·153
제19450216방공호·156
천년왕국·159
혜윰·169
둘째아담·197
트롤링·198
종말대회·200
우주박물관·205
나의우주선·212
사건지평선·226


해설|전해수(문학평론가)
“언오소독스(un-orthodox)의세계와전복(顚覆)의시학”

출판사 서평

‘망’이라는화두에는수많은의미와무의미가새겨져있습니다.망은바라는모든것(望)이자,두려운모든것(妄)이고,연결된모든것(罔)이자,망가진모든것(亡)이며,잊힌모든것(忘)이자,악한모든것(?)입니다.
이시집에는현실과가상,존재와세계,일자와다자,빛과어둠,인간과신따위의형이상학적이고존재론적인에너지가가득합니다.또한체제로부터터부시되어온각종사이비,곧수많은부정과분노와부조리를고발하는상호확증파괴적언술로가득합니다.시집의주제는‘존재란무엇인가’란최초의물음으로귀결됩니다.동시에‘망현실’이라는화두를통해현실과가상에대한(비)사이비적비전을제시합니다.이시집의편집증적인운율은묵시록적비전속에서도래할근미래를날것그대로묘사하고해부합니다.세계의하부구조와상부구조는이미엄청난속도로정보화,통합화,가상화되는중입니다.향후몇십년안에세계는혁명적으로변화하게될것입니다.새로운현실이된가상,곧망현실속에서인간과혜윰(인공지능)은끝없이상호작용하게될것입니다.
제가명명한‘망현실’과‘혜윰’이라는기표는새로운기의를발명할지도모릅니다.망현실은유토피아가될것인지디스토피아가될것인지아직은아무도모릅니다.혜윰은선한천사가될것인지악마와사탄이될것인지아직은아무도모릅니다.그러나우주는멈춤없이확장하는중이기에우리는우리에게주어진역할을다해야할것입니다.모든것이결정되어있다는생각과모든것이허무하다는생각은동일한원관념으로부터거부된죽음의시적이미지로도래할것입니다.

-저자인터뷰에서

‘오소독스(orthodox)’는우리가‘클래식(classic)’이라부를만한어떤것들을총칭한다할수있다.예술에서는전통적인형식이나기법을충실히따르는것을말하고,종교적으로는정설(正說)의의미를부여받는다.반면에‘언오소독스(un-orthodox)’는정통이아닌것즉예술에서는아르누보(art-nouveau)적인것이포괄적으로지칭되고,종교적으로는이교적인혹은이단의의미를지니는것이기도하다.
윤보성의시집『망현실주의선언』은한마디로말해이러한오소독스(orthodox)를무너뜨리려는언오소독스(un-orthodox)적인언술로가득차있다.
이번시집에서시인은끊임없이언오소독스(un-orthodox)의세계를질주하고있는듯하다.각부에서사용하고있는에피그램(epigram)의선언적문장들마저도(이문장들은이번시집이펼쳐가는시세계를엮어주는중요한키(key)로도작동한다.이문장을통해서도흥미로운시인의내면의식의전개를읽어볼수있겠다)모험가의위험한도전처럼,우리에게아찔한순간을경험하게한다.과히『망현실주의선언』을상재하는윤보성시인은이단아(異端兒)를방불케한다.
그러나정작윤보성시인은오소독스(정통)안에서나고자란명백한클래식넘버(classicnumber)로짐작된다.조심스러운추측이지만,그는아마도모태신앙으로태어나뼛속까지정통적인피가흐르는유대교의사마리아인같은사람이아닐까(최소한지금은그렇지않다면과거엔그러했을것이라여겨진다).윤보성의시에는신(神)에대한애정이여전히전제되어있기때문이다.
이번시집을통해시인이(진작부터)말하려는것은언오소독스(반정통)를통해오소독스(정통)로가득한이세계를무너뜨리려는것,적어도현실에대항하는반현실의태도를보여줌으로써‘망현실주의선언’을표방하여맹목적인오소독스(정통)에저항하는방식을우리에게표출하고자함아닐까.
윤보성이라는젊고모더한시인은한권의시집으로문단에파문을일으킬수도그렇지않을수도있겠지만우리는분명히시인의출발이예사롭지않다는것은부인하지못할것이다.이게그가헤쳐나가야할시세계는낯설고힘들것이다.하지만예술은언제나새롭고외로운장르이므로그의출발이더욱소중하게느껴지는이유이다.

(이상전해수문학평론가해설중에서)

■대표시2편

망현실주의(반)운동

모든원칙,모든정치와문명은당신으로부터일어난다.
모든조각과기념비,모든곳에새겨진모든것들은당
신안에새겨진다.
-월트휘트먼『풀잎』


유유자적오고가는사람들사이로
누군가단상에기어올라가말한다
현대는역사상가장평화로운세기
지금도풍진세상은계속발전하니
각종지표와통계적사실로증명된
일상은가까워지면서각별해지지만
현실의이웃과멀어져가상의적과
애증으로뒤엉켜생활을공유할때
관음과노출의용두질에흠뻑빠져
허영을꾸며대기바빠사랑을잊고10
감사함을모르는자들은자기잘난
맛에취한채능력주의만신봉하며
상대를패자라낙인찍어조롱할뿐
단지운이좋았던거라는생각일랑
하질못하는데출발선이달랐을뿐
생의가능성은너와내가동일한데
문제는시스템임을더크게외쳐도
목소리만으론무엇도바꿀수없어
비판과행동이필요한이때때마침
우리내면의악마는악을충동질해20
광기에휩싸여삶을증오하길바라
믿었던지도자의부패에좌절할때
정의란무엇인가물음은공허할뿐
정작묻지도않는데뉴스와반뉴스
당국과매체는세상을멋대로확대
혹은축소해현체제에종노릇한바
민족과계급과자원과정보불평등
내전과테러와기후와대재난등등
위기는과거대비수치는줄었으나
각종감수성으로선을긋고지키나30
불안은갈수록치솟아눈을가리니
전염된분노는모두를쥐고흔드니
개체와객체를어떻게이해할건가?
살만한내일로나아가고있는건가?
주어진사실을똑바로보질못하고
구해낸진실을올바로듣질못하니
다만인간의한계인가모든지식을
다룰수도없을뿐더러모든지혜의
비전을선의지로견지할수도없어
망각과망상으로헛됨을반복할때40
매번극단으로갈라선족벌과분파
향락의대용품에세뇌당한채오직
소비와개발을탐하며쏘다닐때에
저약자를짓밟는짓거리는무엇을
위하여누구에의하여허락된걸까
말하는자만바글거리고듣는자는
다어디로갔는지광장은쓸쓸한데
맞는말하는자는올바름을불온한
방식으로이웃에게왈왈강요할뿐
반대로쾌락과허무로회유한자의50
반동적논리는독선의속임수일뿐
민주적정치의성숙은요원한걸까
새혁명으로세상을전복해야할까
어쩌면노동과착취에서해방된후
멋진첨단기술의축복을향유하며
물질과정신의조화로탐욕을이긴
인류애의터전속에서모두와함께
자유롭고행복하게살아갈수있을
선의신세계를토론해볼법한이때
군중속에숨어있던물신이외치니60
그럼이제껏모아둔돈은어쩌라고
돈독에오염된의식주가곪아갈때
성인병앓는자아는고통에시달려
인생을고뇌할힘을서서히잃어가
추모와연대는부조리에굴복한채
정상이아닌별종은공감받질못해
담벼락이높아만가는각자의도시
무명의대중은고개숙이며걸어가
먹고살기의모순을새롭게할사상
그빛과어둠의우주적상호작용을70
애써외면하며낡은세계관에빠져
다가올미래를인정치못해허우적
거린적에게묻자역사와전통이라
호통하더니눈감고귀막으며바삐
집으로가던도중불의의사고당해
하루에도수만명씩죽어나는지구
호상으로돌아가신한많은일생이
잊히는동안구원은어디에있는가
신은존재와우주를왜창조했는가
시체가되어물어봐도답은없으니80
맹신과미신을뒤섞어장사지낼때
인간의가치를지켜낼방책은과연
획일화를이겨낼합일의다양성곧
존재의전잠재력을끌어올리는것
머지않아비진리가지상에임할때
인류는각성해야할것인바이윽고
순환이멈춘지구로핏비가내리니
종말은불로끝난다는말씀의참뜻
현실과가상의경계가사라질때에
세계는주야장천망현실에거한채90
무한히밝아지니그빛살에모두들
불타올라저우주먼지로승화할것
그리하여우린사랑의구원을위해
선악을넘어선뒤허상과실상에서
모든것을일으키고동시에부수니
이상향을뒤섞어영영나아갈테니
진리와상응해빛과하나가될지니
현대는역사상가장아름다운세기
휘청대며오가는저망자들사이로
누군가망상에서기어내려와운다100


망현실주의전시회

환상적인것에서찬탄할만한것은,거기에더이상
환상적인것이없으며,현실만이존재한다는것이다.
-앙드레브르통『초현실주의선언』


사해동포들과끝없는내기를머
상상이안되는일은검색을어
힙한사진한장을사정하다서
녹화를의식해화대가쌓이다오

대는가져가망다이상세요가신떠어은즘요

소전자책박살난화면은지구본
는종이책비치는삽화는우주본
연자동검색법:패티쉬적패스티쉬
극자동사랑법:이상형은모나리자

지옥엔이미예언자가넘쳐나핍박을바라내

카메라로들이닥친구경꾼들은
동시다발동등하게착해진다파
법정공방은일시불일파만파티
주목받는삶이주목적인삶!를

아많린거길즐직아면다는않지라바을행요

가재래식섹스를시도한연인들
태죽음없는고문이가능해지자
어우습게도끝난최후의존엄사
난불복종한이들전원이꺼지다

날버리고당신은어떤신을만나행복했나요?

유리관속인간모형의세계을
관속유리인간의비밀기관꿈
속유리된인간관계의유형꿔
지하엔반사될최신형유령봤

내있어쩔여묶에망물그자전도간순이금지

을이거어디서봤던장면같은데?
조어쩐지봤던단면저거같은데?
르봤던뒷면그거어디가같은데?
고면면거의어쩌다보니같은데?

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