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 α

학자 α

$11.96
Type: 현대시
SKU: 9791197643057
Categories: ALL BOOKS
Description
세상에 없던 학자들을 불러내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의 시어들
김상조 시인의 시집 『학자 α』가 출간되었다. 2019년 《포엠포엠》으로 등단해 MZ세대의 감성과 철학적 통찰의 세계를 넘나들며 ‘낭만적 성찰’의 관점을 구축해온 시인은 첫 시집 『시의 나라 시민』(보민출판사)에서 정의한 시적 시민성, 『서로라는 이름은』(포엠포엠)에서 보여준 호명의 힘을 아우르는 ‘객관성으로서의 느낌’이라는 새로운 지점에 도달한다. 시인은 자신이 매일 만나는 사람들의 ‘현실’이라는 문을 열고 들어가 개인들의 고유한 주관성 앞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 사적인 언어들을 현실 바깥의 다양한 지식들을 동원해 정성스럽게 해석한다. 프리즘과도 같은 그의 시선들은 대상을 ‘신학’, ‘물리학’, ‘시학’이 파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비밀들로 파악하고, 마침내 그것들에 대한 이론을 통합해 세계에 대한 독자적인 이론을 가진 ‘학자 α’의 시선으로 완성해 나간다.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의 시어들을 통해 타인과 주체의 경계를 허무는 김상조의 『학자 α』는 ‘나’와 ‘우리’ 사이에 솟아올랐다 사라지는 비가시적 아름다움을 학자적인 체계성으로 기록한 시집이다.
저자

김상조

1993년해남출생.2019년상반기『포엠포엠』신인상당선,2020년시집『시의나라시민』를출간했다.

목차

시인의말·5
시작시·6

〈1부-신학자〉

현상학자·17
사회학자·24
법학자·30
미학자·36
신학자·45
아동학자·46
문헌학자·51
인류학자·55
경제학자·61
형이상학자·64

〈2부-물리학자〉

수학자·67
뇌과학자·70
생태학자·74
열역학자·80
천문학자·87
공학자·90
물리학자·95
통신학자·96
생물학자·102

〈3부-시학자〉

불안학자·111
요정학자·124
浪漫학자·131
순수학자·141
호감학자·147
시학자·151
공감학자·155

〈4부-학자α〉

일치성·167
절대성·172
구상성·179
가치성·186
자연성·194
성향성·202
환상성·210
거부성·222
순응성·226
조절성·231
순간성·261
인간성·266
학자α·273

해설|박성현(시인)
“‘세계의틀’에대한질문,혹은그‘아름다움’의비가시적스펙트럼에대하여”

출판사 서평

‘세계의틀’에대한질문
혹은그사이에서흘러나오는신비에대한정의

만일우리가‘학자’를규정하고자한다면,우리는우선그와대상을이어주는‘호기심’을떠올릴것이다.호기심은인간의선천적특성이며우리모두의깊숙한내면에자리잡은‘알고자하는충동’이기때문이다.이호기심만이우리를세계의비밀로남아있는‘타자’로향하게하고,그둘을이어주며하나의의미-공동체로엮어준다.그리고그호기심은‘질문’을통해가시화된다.그것은타자에대한주체의편협한해석을멈추게하는것이고,주체가전혀발견하지못했던그것의이면들을새롭게찾아내는것이기때문이다.이처럼호기심은‘나’의,‘나자신’에대한본질적인질문의첨예한연결고리가된다.이를테면,우리중한사람이“오늘도아주지루하고도반복적인광경”혹은“보기싫어도봐야하고눈감아도봐야하고볼수밖에없”(「광학자_미수록」)는‘광경’들에대해갑자기질문을시작한다면,지금껏볼수없었던현실뒤의무언가가급격히모습을드러낼수있다.우리는이풍경의출현을‘염증’으로혹은‘참을수없는가려움’이나‘타락한천사’로부를수도있다.
호기심이란무엇보다‘깊이’의문제다.따라서호기심이이끌어내는‘세계’는양가적구조,즉‘도대체알수없으면서도접근이가능한’구조와‘공포와익숙함이동시에포진하며,때에따라서는통제와해방이약속이나한듯서로를대칭하는기묘한’구조를동시에가진다.김상조시인이표현한것은이러한복잡한관점을가진‘학자들’이다.그러나그들은우리가익히아는학자들과는거리가멀다.그들은사전바깥의이론에더관심이많은,과도한호기심으로충만한학자들이기때문이다.김상조의시「현상학자」에서0과1의변증은‘신원불명의사람’에게포획되고,「사학자_미수록」에서오늘을기록하는자와미래의역사를기록하는자의대립은낯선목소리로정교하고섬세하게그려진다.특히“두의식이서로를향해/걸어가고있다”로시작하는「사회학자」에서는‘나’와‘타자’가각자의의식에투영된상대방을대칭하며그들이어떻게서로의정신을열고들어가침투하고잠식하며뒤섞이는지를보여준다.

사회의신경증을잘라내며
아직한번도자신을내보이지못한
망각의방으로우린
희미한안내를받고있었다.

딱지에뒤집어진딱지

구슬에튕겨지는구슬

블록에쌓여가는블록

인간에형용하는인간

어느새틈새사이로
지평의빛이새어나오는
목적앞에서우린
타버린고목을들어올리며
떨고있는망각의신경에게물었다.
“깨물어줄까?”
-「사회학자」부분

‘학자’의호기심으로추동된질문의범위는상당히넓다.그리고이것이김상조시인의세번째시집,『학자α』의스펙트럼이다.그는세계의통상적이고자연스러운흐름에반기를들고,때로는역행함으로써이호기심과질문을완성한다.‘그것-의-있음’이라는형이상학은물론이고‘그것이어떻게있는가’라는분과학문에이르기까지거의모든영역의사유를포괄한다.
학자들이위치하는장소는아이러니하게도그들이‘학자들-로서’균열하는곳이다.시인이학자들에개입하는만큼학자들도회귀하면서끝없이시인을잠식하기때문에,이접속-지점이균열의좌표가된다.시인과학자들은이과정이존속하는한각각의페르소나로서작용하는데,이것은언제든지서로를단절시키고배제할수있음을상정한다.따라서시인과학자들은상대방의부재를통해서존재를확인하게된다.이로써우리는김상조시인이왜‘학자들’에집중했으며그들의목소리를시작(詩作)의방법으로삼았는지에대해짐작할수있게된다.

내가느끼고싶은것,믿고싶은것,하고싶은것,쓰고싶은것에대한깊이있는상상.당신이미약하게라도의식의끈을놓지않는다면그실현여부를구별하지않고호르몬은이를오랫동안기다리기라도한것처럼당신을위해알맞게작용하며삶의풍미를선사해줄것이다.
-「조절성」부분

시인이명명한‘학자’는현실의학자와는아무런연관이없다.그들에게‘사실’이란시인이포착한,사유하고내면화한세계속에서의시간의접점이기때문이다.이로써‘학자’는시적화자를지칭하는순수한명칭으로탈바꿈하고동시에세계의기저로향한무수한시선의하나로재정립된다.체계는논리적질서를따르지않으며오로지시인의치밀하고고유한‘느낌’에따라분절된다.
그래서이시집의학자들을‘분절된복수의자아’로볼수도있다.시인에게‘학자들’과그들의‘이념’과‘의지’는언제나복수로나타날수밖에없으므로,세계의기저는하나의의미로구조화되지않으며,사건은그진리를포획하는사람의수만큼확장되기때문이다.“나뭇잎이움직일때함께따라움직여요./나뭇잎이물들어갈때함께물들어가요./나뭇잎이꺾여갈때함께꺾여도약해봐요.”(「순간성」)라는문장은둘이상의존재들이펼치는교향악이며,“대상속에서실제로일어나고있는느낌과생각들/내순간적인부흥과한없이상호작용하고//우린서로가만날수있는/최단의교점을정밀히연산하기시작한다.//하늘의빈속내를우뚝세우는/나무의굵직한섬유줄기앞에서//이내내속내로들어오는/깊은하늘앞에서//난그가계속해서자라나는이유를/거의짐작할수있었다.//넌내가왜이렇게움직이고있는지/계산을거의끝마쳐가고있었다.”(「통신학자」)는문장은‘나’와‘그’가‘우리’에서만나는최단의교점을계산한다.“그러다가한지점에서아예/두가지명암의길로펼쳐지는공간”(「환상성」)이발생함을확증하게된다.

F보다높아지는감각의차원들
나는내가점점드넓어져내입김에
저하늘의흐릿한달덩이마저
푸름으로완전히뒤덮일것같은데

E보다고차원의추상으로
나는점점쏟아져나오고

누군가의물리적펀치한번에
내가상은완전히무너질테지만

다시감당하기어려울정도로살아나고살아나
꽉쥔손을부드럽게펼쳐보이는순간에
-「구상성」부분

시인은‘학자’로서스스로를확장하는가운데,아주우연한기회에어떤목소리와냄새에닿게된다.“한생명이한장소에/고스란히자리잡는것”만으로도충분하게진행되는생활들이다.완급을조절하며세계속으로고양되는데,그것은‘공기와물’혹은‘소리와냄새’들로서생명의빈속내로서서히몰려드는것이다.어느날에는질식할정도로생명의공간들이교차하며,또어느날에는존재의도관이열려더할나위없이풍부해질때도있다.
때문에‘생명’에대해서우리는,그것이그렇게되어야하는존재의자연스러운생장(生長)이자주사위놀이같은예측하기힘든형식이고부조리와그잉여마저수렴하는가장적극적인‘예외상태’라말하는것이다.시인이“내주변의감당못할결들”로부르는,이‘생명’들의뚜렷한자취를마주하면서우리는그약동하는철저한무질서에놀라워할때가있다.그것은방향만있고구체적인도정(道程)이생략된지도와같다.사태가이와같으니,매순간‘생명’은“내가응시하는방향에따라/형성을향한울렁임으로출렁거”릴수밖에.
하지만이와같은과도한집중은실제로“보다높아지는감각의차원들”을유도해낸다는점에서문제적이다.“나는내가점점드넓어져내입김에/저하늘의흐릿한달덩이마저/푸름으로완전히뒤덮”을수있으며,또한“보다고차원의추상으로/나는점점쏟아져나오”게될수있다.
비록“누군가의물리적펀치한번에/내가상은완전히무너”지게되겠지만,이것은무한이현실에서잠시모습을드러내는유한의농밀한형태이다.‘나’는“다시감당하기어려울정도로살아나고살아나”서는어느순간이고살과뼈와피를가진존재로거듭나“꽉쥔손을부드럽게펼쳐보”일것이니,우리는존재하기를주저해서는안된다.
이시대의‘생존법칙’에대해
새로운세계의‘학자’들이던지는질문들

지금대한민국이라는사회의개인들에게‘생존’은제1의명제다.학생부터성인에이르기까지,누구도현실이제시하는이생존이라는시험지의출제의도를묻지않고문제를풀어나간다.질문하는순간그는사회라는공간에서‘퇴실’해야하기때문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김상조의시적페르소나인‘학자들’은질문한다.그들은이미이비좁은공간의바깥으로부터흘러나오는비밀에이끌리고,그로인해그들앞에놓인생존법칙들의편협함에대한참을수없는‘가려움’을느끼게되었기때문이다.거기서그들은‘안’과‘밖’을뒤집는다.
김상조는시가자아내는느낌의문을열고그속으로들어가기를계속시도하는시인이다.그는시가주관적인감정과생각의응축이라는단계를넘어서면우리개개의삶을관통하는하나의객관으로나타날수있다고이야기한다.그래서그는눈앞의‘바깥’에생각과감정을투여하고그과정에서나타나는인식을통해그것을조심스럽게벗겨낼수있는‘시적성찰’에이른다고덧붙인다.이순간이바로그가‘학자’로서근본적인풍요와충만에이르는시간이다.시인은이순간에대한체험을‘낭만’으로명명한다.그러므로그의시적인감각이나감정은언뜻평면적으로보이지만그안에무한한우주의법칙을숨겨놓은밤하늘의별자리를떠올리게한다.김상조의시집『학자α』는독자들에게이신비로운감각을전함으로써‘세계의틀’이지워버린우리의‘살아있음’의감각으로서의‘낭만’을우리가스스로복원할수있게만든다.그의시어들속에서독자들은삶에대한각자의이론을가진학자들이될수있으며,이를통해그동안죽어있던자신의삶을새롭게정립할이론을되찾을수있다.짐자무시감독의영화〈오직사랑하는이들만이살아남는다OnlyLoversLeftAlive〉(2013)처럼,팬데믹과같은‘답이없는’시험지앞에서오직질문하는이들만이살아남을것이다.김상조의‘학자’들은독자들에게그런질문을던질수있는낭만과용기를가르치는선생님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