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해설]
60년대전위시집
『연기演技및일기日記』
51년만에쓰는‘자작시해설’/무목적시와순서정
강희근
1.
들머리
나는1971년등단6년차되던해에발간했던시집『연기및일기』(현대시학제작)를도서출판《실천》의기획시선으로재출간하게된다.누구에게나첫시집은시인에게는비교할수없이소중한기념시집인것이사실이다.이첫시집속에는1965년서울신문신춘문예시부문당선작〈산에가서〉와1966년제5회공보부신인예술상특상수상작「연기演技및일기日記」가포함되어있는것만으로도나로서는문학인생의주요거점이라할수있다.
나는1965년과1966년은아직대학재학중이었고,그두작품의간격은1년이었지만작품의특질은극에서극이었다.전자는정통서정시이고후자는슈르나다다에가까운전위시성격이었다.나로서는1966년신인예술상응모작으로쓸때반서정,반전통에기반한실험시지향으로하는데다초점을잡고작품을썼는데놀랍게도두개의관문을차례로통과했다.장르별심사에서수석상을받고전장르통합심사에서수석을차지하여〈특상〉이된것이다.후일담인데심사를한김현승시인은“「산에가서」를쓴시인이「연기및일기」를썼다니믿을수가없는일이다.「산에가서」자체도여늬서정시와는다른완결성이있었는데이「연기및일기」의자유자재한이미지와심층심리의표현적진가는절대예사롭지않은것이다.”라고극찬을아끼지않았다.그후부터발표작들은자동기슬이거나잠재의식길어올리기에재미를붙인것들이었다.
「연기및일기」를전후한시편들을두고볼때동국대학교학내지근거리에있던시인은송혁(동국대신문주간),문정희,정의홍,송유하,선원빈등이었고작품으로눈여겨봐준평론가와시인은서정주,김상옥,전봉건,김춘수,김장호,김현,이동주,강민,이승훈,김영태,이근배,이성부,조태일,강태열,이상범,박이도,장윤우,문효치(군입대),홍신선,호영송,박제천홍희표,하덕조,양왕용,손진은,정해문,배달순,강동주,조정남등이었고마음에받아들이지않은눈치를보인사람들이더러있었으나이들은비교적사조에어둡고시적시야가열리지않았던것으로볼수있다.
어언첫시집을낸지51년이지났다.그사이대학원에서시문학사의60년대강의를할때더러는학생들이「연기및일기」를가지고분석한자료를내놓기도했고,더러는세미나때한국시6.70년대에이르면이시집을가려내는순발력있는제자들도있었다.그러는가운데나는첫시집이시일생의거점이라는막연한생각에젖게되었지만정작그시집에실린시편들을정색으로읽어보는기회를갖지못했다.
지난해경남문학관특별전시에〈내가읽은시한편〉이라는프로그램이있었는데박우담시인이시집에실린「모래」(현대문학게재)를적어내었다.
긴강이내의를들고
간다이행동.
내나라의여름이들끓고
기다리고사라져가고
조금씩빠지는살이단단하게
여문다기러기의배뒤집으며
철근의긴건축의
도보,오도보는허탈하게
시작된다너와나와너와나와
경제의풀잎에이슬을
따며나의머슴,
저들끓는힘을켜는불아
_「모래」부분
이시를전시한뒤의후일담이들리지않는다.모래를씹는것같다거나어째이런시가전시대상인가?하는질문이있었다거나하는코멘트가없는,메아리없는시지나가기일뿐이었다.이후주변에는『연기演技및일기日記』를재발간해보는것이어떨까,하는분위기가잡히기시작했다.1971년간행했던시집을반세기를지나‘다시읽기’자리에놓아보자는것이다.계간《시와편견》발행인이어산시인이그중심에서서내게첫시집작품들을컴퓨터에올리는일부터시작해달라는주문을했다.생각해보니시사적측면에서도그렇고50년이쪽저쪽의시편들을비교독해하는텍스트로도유용하다는판단을했다는것이다.
이제그1단계작업이이루어졌고다시시집의체재를검토하게되었다.1970년전후편집이세로판짜기인데이를가로판짜기로바꾸고한자도많이들어가있어서당시의감성을살리기위해그때의한문을병기倂記하였다.이만큼50여년의세월에서시집체재가사뭇달라져있다는것을알게되었다.
이어산시인의발간기획에감사하다는표현도생략한채로나는첫시집에서들어있지않은비평을‘자작시해설’로써서독자와의거리감을좁혀볼까생각한것이다.나는이런생각으로기다리는첫시집속으로들어가20대의청춘시에몰입했다.아직답사하지못한미개지를개척하는심정으로감성,리듬,감각어등과이미지군에빠져들었다.입가에는빙그레미소가드리워졌다.알겠다,그런상황이었지하며안풀리는수학문제를풀어내듯이희희낙락하였다.시전체44편중에서6편이서정시이고,38편이나로서는새롭게시도한것인데이38편중심으로이야기를풀어갈까한다.
2.
나의시는‘무목적시無目的詩’다.
목적이없는시라는것인데여기서는기존시의형식이나관념을깬다는것,해제해버린다는것이다.이른바정해진‘룰’을거부하는시를말하는것이므로‘비대상’이나‘무의미’를포괄하는개념으로보면된다.목적에반한다는개념에서보면순수시의미와도같이간다.기존의‘룰’에는어떤비정형의형식이나주제도포함하지만,리듬이나불연속적이미지는살려놓고있다.
정든님아
질근질근한님아이빨에
고약이붙는다
웃지마라귀머거리뒤에
장님이거듭지난다대패는
도보로꼿꼿이지나며
웃지않아님아
수풀이꼿꼿이서게
껍데기를지난다시무룩히
시무룩히님아
입술에고약이지나한빔
고약을빨아송충이도한
켠에서고약을빨아
정든님아너의머리
위에소리가지난다
고웁게저대패의자리
자리마다소리가지나며
보라님아
움퍽한눈을파버린다파버린다
_「고약」전문
따옴시의제목‘고약’은무목적의제목이다.어떤뜻이담겨있지않다.시에서드러나는의미의맥이잡히지않는다.“정든님아,님아”라고부르지만무슨말을하려고부르는지애매하고불확실하다.“이빨에고약이붙는다”나갑자기대패가나온다거나수풀이나온다거나송충이가나오는것이각기필연성이없다.다만고약이붙어야한다는것,대패가지날때소리가난다는것은실제상황의어떤근거가되지만맥으로이어지는데는역부족이다.그럼이시는무엇인가?정든님앞에서님을부르고있지만,상황은안개와같이오리무중이다.엉뚱한것끼리의결합에서오는당돌함같은이미지,불연속의이미지가스치고있을뿐이다.
깊은오뇌가뽑은
대롱
한번죽었다가떠오는대롱
나도피리
멈춘손마디에있다잠수부에게
물먹은잠수부에게들어낸피리
구멍은갈기갈기물
먹히고갈대꼿꼿이송장이다
꽃이다닮아있는물밑
살이뽑은고래
오뛰어가대밭에서논다
대밭에서죽은나도고래일뿐
물밑은기침이다자라나는
대밭이다오구멍이난
대롱이떠오는
_「수면하의피리」전문
이시의‘수면하’는물밑이다.수면水面아래下는무의식이다.수면위는의식의세계이다.이시는화자의무의식에떠도는피리를대상으로하고있다.첫연에서‘깊은오뇌’‘한번죽었다가’는무의식이다.거기대롱이떠오르는데대롱은피리이다.어느새“나도피리”라하고나또한‘잠수부’가된다.그속에는고래가있는데‘살이뽑은고래’이다.‘살’은물살로읽힌다.그속도로대밭으로가서논다는것이다.‘피리-대롱-대밭‘은같은계열이미지이다.또한그속에서는나도고래가된다는것이다.물밑은하찮은기침이고대밭이고구멍이난대롱이다.인간은무의식에서피리로소리를내는구멍이다.고래이다.이미지는이리저리산만하게놓이고물밑은혼돈이다.
이시를통해시인은무의식세계에대한시적접근을보인것이다.어쩌면시론적시로읽을수있겠다.
3.
시는리듬과비유적이미지가뼈대이다.
시「굴뚝」을자세히읽어보기로한다.시가갖는최소한의무장은리듬과비유적이미지인자이다.
은은히내손톱들
거느리고피는
모락모락마른다저어둠의
장고를메고도깨비두서너
마리
비틀대며우쭐대며내
살안으로들어선다저어둠의
눈살에독오르는마을의
옹기종기앞뒷집의
굴뚝이부쩍늘어나고부쩍
용감히긴시간을찌른다저어둠의
뱃집에사는긴요충의
연설
은은히또요란히구멍마다
부딪친다저꿈틀한어둠의
모음이여
내손톱의깡마른힘을
끓인다피를끓인다삼천리
구멍안에서
_「굴뚝」전문
이시가가지는창조적리듬은매행이3음보이거나4음보기본이다.거기다문장이끝나지않았으면서행갈이를서슴없이감행하는것이전에보이지않는문장조이기기법이다.이시를천천히읽어내리면어느자리에서든머뭇거려지거나쓸데없이리듬을헝클리는낱말이없다.매끈하게흐르는남자바지의주름을볼수있다.끝나지않은자리에서연의다음으로연결되는것은이시기법의특장이다.앞연끝과다음연시작부분을발췌해본다.
어둠의
장고를메고
어둠의//
눈살에
어둠의//
모음이여
연과연사이의끊어서이어지는것은시적긴장의한측면이다.그리고비유적이미지의개별단위를눈여겨볼필요가있다.
“어둠의장고를메고”“어둠의뱃집에사는”“꿈틀한어둠의모음이여”“손톱의깡마른힘을끓인다.”“삼천리구멍”등이그것으로이들은하나의맥락에서작용하는구절이아니다.이런점에서도‘무목적시’다.
4.
띄어쓰기무시와지동기술
무목적시로서기존관념과일정형식의파괴를보이는시는〈그림자〉이다.
나는오갈피주(酒)의꿇는물에접(接)붙인
다리를뽑아서두개
나는반평(半坪)뜰에탐해보라탐해보라
하며길어난나비나래에서삐져낸침침한
두개의눈
다리와눈다리와눈따라보따리
이고간다오오넌출이되고넘치어흐르는
모란꽃만한분열의물에빠져
끝을따라끝을끌고유영(遊泳)의밤이되는
나는아득하다그리고분명하다한없는불이되어
분명하다반사(反射)의방울벙그는반평
기력대로담아이끌고빙그르르돌아온다
나는선대(先代)나는광명(光明)의오래비가되어
접(接)붙인다리삐져낸눈으로살아있다아느냐
이모란꽃만한온몸을
-〈그림자〉전문
따옴시는시상이자동기술로나아간다.스스로의시를정신분석적인접근을시도한다는것은부끄럽다.마침온양의김대규시인이‘강희근시선산에가서’(신라출판사)해설에서시도해보인바있어서이를요약해본다.
“그림자는존재가확인이되면서실체를잡을수없는무의식이다.따라서이시는자의식의심층에서돌출하고있는컴프렉스의군무(群舞)다.
〈나〉는〈술-물-다리-뜰-나비-나래-눈-보따리-넌출-모란꽃-물-불-오래비-다리-눈-모란꽃-온몸〉의변신을거친다.이변신의기제(機制)는확실히초현실의메카니즘에의거하고있다.그리고그것은〈물〉과〈불〉,〈나비나래〉와〈모란꽃〉,〈다리〉와〈눈〉,〈나〉와〈오래비〉의상대적관계를점층적으로유지하고있다.
정신분석학은신화비평의원형분석에서와마찬가지로〈물〉은‘죽음,재생,출산’의모성(母性)을,〈불〉은‘욕망,충동,성(性)’의부성(父性을상징하고있으며〈다리를뽑아서〉나〈삐져낸눈〉과같이육신의일부분을상해하거나절단해내는행위를성적죄책감에서오는자기처벌의상징이다.”
김시인은이로써시를오이디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