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에서 온 엽서 (박해영 시집)

명왕성에서 온 엽서 (박해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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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시는 상승의 이미지다. 이것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끓어올라야 하는 시간’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삶에서 가장 필요한 시기에 혼신의 힘을 다할 때 성공할 수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하더라도 밥이 될 수도 있고 죽이 될 수도 있다. 일상의 삶에서 ‘증기를 배출’하는 것과 같이 분노하는 날도 있으며, 인고의 날도 있다. 이러한 부침의 세월을 겪어야만 진정한 ‘밥이’ 된다는 것이다. 이 시에서 밥은 삶의 개인적 상징이다.
어느 누구든 평탄한 삶이 있으련마는 「전기밥솥」에서 보여주는 삶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부분이다. 다만 박해영 시인의 경험이 모티브가 되었을 뿐, 이것은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놓은 생활을 노래한 시다. 시상의 전개가 일상의 대화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읽어보면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적 삶을 미적 감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밖에도 「통화」는 전화로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친정어머니와 아내라는 두 자아가 드러내는 동일한 모정의 수평적 이미지를 노래한 시다. ‘엄마의 엄마’와 ‘엄마’는 세대 간의 차이를 보일 뿐, 진정 그들이 품고 있는 모정은 황금보다 더 귀하고 모루(anvil)보다 더 단단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또한 「통화」는 아내와 친정엄마 중에 누구는 높은 위치에 있고, 누구는 낮은 자리에 위치하지 않는다. 두 엄마는 등가의 개념으로 자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

박해영

·1990년《현대문학》등단
·시집『슈뢰딩거의고양이』,『명왕성에서온엽서』외
·광남고등학교교장역임
·교원문학회부회장역임
·계간지《시와함께》운영위원,현대시회,
한국현대시인협회회원
·현재경상남도함양에서농부수업중

목차

제1부

남향집

무단침입
개불알꽃
변신
복동이의봄날
앳동백
여름나기
비오는풍경
집으로가는길2

어떤생애
두여정
가을의선문답
산길을걷다가
배추의겨울

제2부

고추를따며
화림동계곡
겨울눈
시래기삶기
도마
전기밥솥
압력밥솥
통화
이사
숟가락사랑
거울
손전등
새바지
설거지신공
절3
발효
10센티

제3부

용접
왔다갔다
증언
사랑법

연꽃
등받이
소나무1
새드무비
물소리
대설주의보
안개그리고신작로
무덤
까치설날
돌발사태
아침의스크랩
야옹과멍멍
소나무2

제4부

마당
버무리다버무려지다
대금산조2
가을산
하늘
사과네집
전봇대
하모니카
명왕성에서온엽서
달밤
동행
가출
이별
신발
돌멩이
손주와운동장

해설
〈시인·문학평론가·가톨릭관동대학교수심은섭〉시해설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이어서

이시는상승의이미지다.이것은‘혼신의힘을다하여끓어올라야하는시간’에서그이유를찾는다.삶에서가장필요한시기에혼신의힘을다할때성공할수있다.혼신의힘을다한다하더라도밥이될수도있고죽이될수도있다.일상의삶에서‘증기를배출’하는것과같이분노하는날도있으며,인고의날도있다.이러한부침의세월을겪어야만진정한‘밥이’된다는것이다.이시에서밥은삶의개인적상징이다.
어느누구든평탄한삶이있으련마는「전기밥솥」에서보여주는삶은우리모두의공통된부분이다.다만박해영시인의경험이모티브가되었을뿐,이것은평범한서민들의일상적인삶을있는그대로그려놓은생활을노래한시다.시상의전개가일상의대화처럼느껴지지만막상읽어보면우리들의평범한일상적삶을미적감각으로형상화한것이다.
이밖에도「통화」는전화로일상의대화를나누는친정어머니와아내라는두자아가드러내는동일한모정의수평적이미지를노래한시다.‘엄마의엄마’와‘엄마’는세대간의차이를보일뿐,진정그들이품고있는모정은황금보다더귀하고모루(anvil)보다더단단한이미지로다가온다.또한「통화」는아내와친정엄마중에누구는높은위치에있고,누구는낮은자리에위치하지않는다.두엄마는등가의개념으로자리한다는것을보여준다.

Ⅲ.이동-서술적이미지

시기지향하는의미,즉시적대상을이미지로처리하게되면그표현은매우신선한느낌을주는장점이있다.따라서박해영시인은자신의시를통해모든생명체의시작과종말을이동의이미지라는수단으로신선하게강조한다.이동의이미지를보여주는대표적인작품은「두여정」,「집으로가는길2」,「개불알꽃」,「남향집」,「화림동계곡」,「통화」,「이사」,「소나무1」,「물소리」,「안개그리고신작로」,「대금산조2」,「가을산」,「하모니카」,「명왕성에서온엽서」,「달밤」,「동행」,「가출」등이다.이중에서이동의이미지를시적장치로서용한작품을예시로삼아살펴보면다음과같다.

짐승은죽으면
하늘로가지않고산이되어
산자락에사람들품고기르라는
특명을받나보다
온갖짐승들이지켜주는
산마을굽이굽이
같은버스를탄할매할배가정겹다
-「집으로가는길2」일부

앞의「집으로가는길2」에서‘죽음’,‘하늘’,‘산’,‘사람’,‘할매’,‘할배’등의시어가사용되었다.이런시어들은‘종착’의의미를지닌‘소멸’의상징이다.그러나박해영시인이사유하는‘소멸’은절대부정의뜻이아니라점이다.다시말해서‘소멸’을‘집으로가는길’로치환하는중의적인의미로독자들에게상상력을제공한다.외연적으로「집으로가는길2」를감상하면시골에사는노부부가버스를타고집으로가는단순한풍경을묘사한것에불과하다.하지만주지하다시피시는단순히눈앞에펼쳐진사실적광경내지풍경을서술적으로나타내는문학장르가아니다.현대가요구하는‘감추면서드러내고,드러내면서감추라’는시작법(詩作法)에따라‘소멸’의의미를「집으로가는길2」에서아름다운죽음의의미를시에육화(肉化)한것이다
위의「집으로가는길2」를사실적으로받아들인다면이시가추구하는진정한의미와가치를찾을수가없다.‘짐승은죽으면/하늘로가지않고산이되어’에서이표현은‘죽음’을부정하거나수용불가의의미가아니라불가(佛家)에서말하는윤회의의미다.불가에서말하는49제는망자가49일째가되는날,새로운(좋은)생명체로다시환생할것을바라는마음에서일주일단위로일곱번(7일×7회=49제)의제사를지내는기원제의일종이다.따라서박해영시인은이소멸을기쁘게받아들이는긍정적사유로말미암아‘산마을굽이굽이/같은버스를탄할매ㆍ할배가’집으로돌아가는일이마냥‘정겹다’고표현한것으로사료된다.이처럼박해영시인의시적사유가매우긍정적이고유월의신록같다는점을들어시집속시편들의정서가대부분밝은것은이런까닭에서기인한다.

등이기역자로굽은할매가
길을갑니다
인도도따로없는신작로를따라
네발보행기를밀며가는
어슴푸레한새벽길은길고멉니다
영감은저승길로가고
자식들은고속도로따라떠나고
할매는혼자밭으로나갑니다
꽃분이시절하품하며걷던길을
꼬부랑할매가되어서도걷고있습니다
밭에가면영감도있고
밭에가면새끼들도다거기있습니다
할매의전생애가다밭에있습니다
하여할매는오늘도밭으로나갑니다
찬밥한술뜨고
호미한자루굽은허리춤에차고
네발보행기를재촉하여새벽길나섭니다
안개가자욱합니다
-「안개그리고신작로」전문

박해영시인의‘시작’과‘종착’의이동이미지는「안개그리고신작로」에서는극점을이룬다.예시의「안개그리고신작로」는총1연18행의구조를가진시이다.전형적인자유형식의시로서전체18행중에서물경11행이이동의이미지를나타낸다.2행의‘길을갑니다’,4행의‘가는’,6행의‘가고’,7행의‘떠나고’,8행의‘나갑니다’,9행과10행의‘걷던’,11행과12행의‘가면’,그리고14행의‘나갑니다’와17행의‘나섭니다’가해당된다.
특히이시에서두드러진이미지는수평적이미지로‘入’의의미가아니라‘出’의의미라는특징을보여준다.따라서「집으로가는길2」는‘出’의의미를가진시로이것은다시‘등이기역자로굽은할매가/길을’을가는것은‘밭에가면영감도있고/밭에가면새끼들도다거기있’는‘만남’의공간으로확장된다.이길을나서는대상이할매와할배가아니다.가령‘꽃분이시절하품하며걷던길을/꼬부랑할매가되어서도걷고있’는이길은인간이면누구나필연적으로걸어가야하는길이다.박해영시인이단순히한인간이살아가는삶의여정이아니라우리모두의여정을노래한것이다.

먼길을가고있다
귓전에느껴지는
서로의숨소리에
몸을맡기며
너도없고
나도없는
흙으로가는여정
낙엽더미가따뜻하다
-「동행」하반부

앞의「동행」에서도‘出’의이미지를드러낸다.「집으로가는길2」가‘나가면’누구라도만날수있는따스한이미지의시라면,「동행」은‘먼길을가고있다/귓전에느껴지는/서로의숨소리에/몸을맡기며/너도없고/나도없는/흙으로가는여정’으로매우서늘한이미지를연상하게하다가결론부분에서‘낙엽더미가따뜻하다’는표현으로불안한심리를상쇄하는극적(dramatic)인반전효과를보여준다.
시의이미지는시적장지중의하나다.표현된감각에의해감각적으로환기되는영상을말한다.첨언하면시적화자의마음속에그려지는시적대상에대한감각적영상을의미한다.그러므로시의이미지가마음속에생긴상(像)이라는뜻에서심상(心象)이라고하는까닭이다.그런데일반적으로이미지가형성되는방법은여러가지가있다.설명이나묘사에의해이미지를만드는방법,사물(시적대상)을있는그대로그려내거나감각적수식어를통해사물의영상을직접드러나게하는방법이있으며,직유법이나은유법,의인법등의비유를통해사물의영상이구체적으로드러나게하는방법,즉시적대상에대해비유를통한이미지를만들어가는방법도있다.또구체적인사물이다른사물,즉추상적이거나관념적인것을대신하는상징적표현에의해사물의영상이나타내게하는상징에의해이미지를만드는방법도있다.
박해영시인은설명이나묘사에의해대상을있는그대로그려내는방법을취한다.부연하면설명에의해대상을드러내거나의미를강조한다.즉서술적이미지를사용한다.심리적이미지,비유적이미지,상징적이미지가기존의어떤대상을표현하기위한수단으로서의이미지와모방적개념의이미지였다면,그것에반하여서술적이미지는‘이미지그자체를위한이미지’라는것이통설이다.이러하듯박해영시인은서술적이미지를사용함으로써시집『명왕성에서온엽서』에수록된대부분의시편들이대체적으로난해성을피해간다.이것은독자들과의충분한소통의원동력이되며,자신의시로용이하게접근할수있도록유도한다.따라서박해영시인은시의이미지는객관적대상의재현도아니며의미를전달하는기호도아니며실체그자체여야한다는뚜렷한자기이론을견지한다.

Ⅳ.화해와접촉이미지

박해영시인이주로사용하는서술적이미지는어떤관념을표출하기위한도구로서사용되는이미지가아니다.본래적이미지그자체를위해동원되는이미지이다.마치영화의한장면한장면을단면으로보는것과같이이미지는이미지를보이는것으로끝날뿐이라는것으로다른사물을설명하지않는다.따라서박해영시인의서술적이미지는그시특유의분위기를조성한다.그러한가운데에서접촉의이미지를통해독자들에게들려줄의미를서술적으로그려낸다.이같은방법에의해시쓰기가이루어진시들이「여름나기」,「접촉」,「산길을걷다가」,「손전등」,「새바지」,「10센티」,「용접」,「왔다갔다」,「사랑법」,「연꽃」,「등받이」,「신발」등이다.

입맞춤하니
땅이열렸고
땅위로움이돋았고
땡볕속에서
죽을동살동
시퍼렇게
견뎌내고있다
입맞춤한번에
-「여름나기」전문

박해영시인은‘접촉’을통해새로운시세계를확장시킨다.새로운세상을만드는요소는‘입맞춤’이다.굳이비유하거나상징으로표현하려고하지않는다.예문의‘입맞춤하니/땅이열렸고/땅위로움이돋았’다.이처럼박해영시인은대상을서술적으로그려낸다.그러면서‘입맞춤’이라는접촉을통해새로운시세계를발전된다.「여름나기」의‘입맞춤’은햇살이될수있으며,사람과사람의만남을의미하기도하고,새로운,그리고환희의세상이열리려면누구가의손길이필요하며,그런입맞춤이절대적인것이다.꽃이피려면빗방울을만나야하고,피겨스케이트선수가아름다운율동을보이려면빙판이라는장소와접촉하여야만예술적가치를현현시킬수있는것과같은이치이다.
또박해영시인은시적대상을자신의내부로끌어들여그것을다시내적으로인격화하는동화(同化)의방법이나시적화자자신을상상적으로대상(세계)에투사(投射)하여자아와세계가하나로일체감을이루도록하는투사(投射)의방법을시도한다.이를테면박해영시인은‘시퍼렇게/견뎌내고있다/입맞춤한번에’라는표현처럼외부세계의충격에대해자신이의도한대로치환하여자아와세계가동일성을갖게하는능동적인반응을나타낸다.
이처럼박해영시인이적용하는서술적이미지는시인이무엇을표현해야한다는강박관념을갖지말아야한다는자기검열에서출발한다.목적을가지고시를쓰면그로인해자유스럽지못하기때문이다.그에게부자유스럽다는것은곧자신의구속이며,그구속이경직성을낳고그경직성이고착화될때대상을왜곡할수있다는자각에서서술적이미지를사용한것으로추측된다.
소위현대의서술형의시는시어를선택의원리보다배열의원리를추구하며쓰는행위가다수를이룬다.그러므로문맥은언어선택의원리라고말할수있으며,문맥을형성하는것은언어배열로이루어진다.따라서박해영시인이취하는시작(詩作)의기본원리중에하나가시는낱말들이유기적관계로짜인구조이므로문맥에따라시어가선택된다는것을시작(詩作)의기본으로삼는다.
박해영시인은세계와자아가접촉을통하여동일화(同一化)를이루어화해의길을모색하는시세계로종결짓고있다.이렇게시를쓰는일련의과정을살펴보면단순하면서도높은발상의차원을드러낸다.다음의작품에서도박해영시인이모색하는접촉의의미를서술적이미지로시의구조를짜는것을볼수있다.

썩은나무등걸을만났다
허리가부러져물위에드리운채
늙고삭아가는제모습을
꼼짝없이지켜봐야하는
팔자사나운고목을만났다
...?중략〉...
가지가내려앉는바람에
박새들놀라날아가고
속없는풀씨들이날아와
썩은등걸에푸른잎을피웠다
-「산길을걷다가」일부

접촉의이미지는서정시특성의원리중에동화나투사와밀접한관련성을가진다고앞서언급한바있다.박해영시인은「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