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 : 시골버스 운전석에 앉아 적어 내려간 묵묵한 운행일지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 : 시골버스 운전석에 앉아 적어 내려간 묵묵한 운행일지

$17.00
Description
〈LA타임스〉가 소개한 화제의 인물
글쓰는 시골버스 기사가 건네는 따스한 위로와 삶의 재미
인생의 행로는 버스가 다니는 운행노선과 같습니다. 첫 노선은 미지의 세계로 가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교차하지만, 시간이 지나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의 삶을 지루하게 만들거나, 지치게 합니다.
그러나 내 마음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가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가 그려놓은 노선을 따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도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타고난 운명인지도 모릅니다. 내 자유의지대로 멈출 수가 없습니다. 내리는 승객이 있어야 버스는 멈춥니다.
_ 프롤로그 중에서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에세이는 뛰어난 문장력을 갖추거나 대단한 업적을 남긴, 성공한 사람들만 쓰는 글의 영역으로 알려져 왔다. 소설가의 에세이는 읽는 맛을 더하고, 성공한 이들의 에세이는 일상에서 건져 올린 본받을 만한 점들을 다양한 삶의 에피소드에서 그려낸다.

그런데 최근 에세이 저자들은 ‘나’의 일상에서 한번은 만나봤음직한 다양한 인간군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만큼 친밀한 보통의 삶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보다 ‘나’를 더욱 중요시 여기는 사회적 변화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의사가 아닌 간호사, 최고급 세단을 모는 성공한 CEO가 아닌 운전기사, 사회에 큰 필적을 남긴 유명인이 아닌 그들의 남겨진 삶을 정리하는 유품사 등등.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 저자는 심지어 서울이나 경기도도 아닌 지방 버스 기사이다. 그가 운전하는 버스는 하루에 몇 대 돌지 않는 노선일지라도 그 버스에 올라타는 이들은 이 버스가 없으면 일상을 영위할 수 없다.

이 책에 담긴 47개의 에피소드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생생한 시골버스 이야기 그 자체이다. 때로는 승객들과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승객들에게서 인생의 지혜를 듬뿍 깨닫게 되는 시골버스 기사의 인생 운행일지는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의미와 소소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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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귀영

인하대조선공학과졸업.2010년충북괴산으로귀농하여표고버섯을재배하는농부로변신하였다가2019년괴산군에있는유일한버스회사인아성교통에입사하여시골버스를몰고다닌다.사계절이바뀌는버스바깥풍경에감탄도하고,버스를타고다니는정겨운우리이웃들의이야기를글로옮기기도하며제잘난멋에웃고떠들면서살아가는괴산촌부.

목차

프롤로그

Ⅰ.나는괴산의시골버스기사입니다

Ⅱ.사랑하는나의가족
아내의얼굴에서는아무향기가없다
아들아!너는이런사람이되면좋겠다
익숙함과새삼스러움에대하여

Ⅲ.우리모두아래를보고살자
그렇게하는것이나의도리
“어르신,하나도안부끄러워하셔도돼요!”
조금이라도바람이덜불도록
깔딱고개같은삶
버스를타고다니는모든사람은버스기사앞에평등하다
억강부약
민원전화

Ⅳ.우리의정다운이웃들
데자뷔
그놈은꽃무늬사각팬티라서불가능하다
어이!커피한잔해!
개사료와시골버스기사의상관관계
헤어져야하남유?
신데렐라의틀니
그녀석
가고싶지않은노선
오창가는길
사람의향기1
사람의향기2
한개의하늘에두개의태양은없다
서울토박이의둘도없는친구영길씨
혹시내가정말일찍왔나?
복권이나한장사보슈!
묵묵히살아온한남자의인생서사

Ⅴ.자화상
나이듦에관하여
오늘하루도무사히
최고의카타르시스
잔액이부족합니다
정주지않으리라
LA타임스와의인터뷰

Ⅵ.여자!또하나의다른이름,어머니
사기결혼의피해자들
사기꾼할머니
치매
미안허유
효도전화
“어른하나,학생하나요!”
깻자루할머니
어머니는죄인이다

Ⅶ.분노유발자들
저를구원하소서
각서대신시말서
‘분명히저분이범인이야!’
눈을맞추세요
내적갈등
치매노인그리고치매경찰

출판사 서평

‘오늘도시시콜콜수다떠는승객들만나는재미로버스에오른다’

인생의행로는버스가다니는운행노선과같습니다.첫노선은미지의세계로가는호기심과두려움이교차하지만,시간이지나반복되는일상은우리의삶을지루하게만들거나,지치게합니다.그러나내마음대로새로운길을개척해서가기가어렵습니다.누군가가그려놓은노선을따라다람쥐쳇바퀴돌듯이도는것이,어쩌면우리가타고난운명인지도모릅니다.내자유의지대로멈출수가없습니다.내리는승객이있어야버스는멈춥니다.

버스기사라는직업은피곤한직업입니다.정신적,육체적모두….가끔방전된에너지를충전하고자,한노선이끝나고살짝끼어든시간적틈을이용해운전석에앉은채로눈을붙입니다.그짧은시각에도꿈을꿉니다.아내와의만남,학창시절,도시에서의생활등.천연색의화려한꿈을꿉니다.잠에서깨어나운전석에앉아있는저자신을발견하고는현재의직업에새삼스러움을느낍니다.벌써,시골버스기사생활이4년차가다되어가지만,어디까지가꿈이고현실인지분간을못할때도있습니다.

이책에실린글들은버스좌석에쪼그리고앉아잠자면서꾸었던꿈속이야기들입니다.우리이웃의이야기도,저의과거와가족이야기도있습니다.시골버스는이땅에서살아가는,힘없고가진것없는소시민들의생활공간입니다.그분들의이야기를통하여,이책을읽는독자들이그분들보다상대적으로얼마나많은것을소유하며,누리고살아왔는지되돌아보는계기가되었으면좋겠습니다.

책속에서

내가사는마을앞승강장에서낯이많이익은학생이버스에올랐다.자세히보니우리아들놈이다.코로나때문에마스크로얼굴반을가렸으니,‘저놈이내아들인지,이놈이내아들인지’헷갈릴때가있다.아들놈이버스에오르자마자단말기에카드를척갖다대었다.“안녕하세요.”단말기에서기계음이흘러나왔다.(일반은‘감사합니다’,청소년은‘안녕하세요’,어린이는‘반갑습니다’이다.그래서소리만들어도누가버스에승차했는지대충알수있다)“아들아!아빠가운전하는버스인데요금을꼭내야겠니?”“이버스가아빠것은아니잖아!남들과똑같이대해줘!”
---p.27

“개를멕이질말던지.”청천터미널에서버스에오르시는할머니의푸념이다.그것도시골버스기사가잘듣게큰소리로.앉아계시던승강장벤치옆에는큼지막한개사료한포대가기대어있었다.아마버스가도착하기전,사료를파는가게사장님이먼저옮겨놓은모양이었다.힘없는노인이20여킬로그램이되는개사료포대를옮기려하니엄두가나지않아입에서자동으로나오는푸념이었다.당신한몸도가누기힘든노인이거대한개사료포대를들고버스에오르기란애초에불가능한일이었다.
---p.80

충돌사고가날경우운전기사는무의식적으로자신의생명을보존키위하여핸들을좌측으로꺾는다고하여버스에서가장위험한좌석은버스기사의우측좌석,즉조수석이고안전한좌석은버스기사바로뒷좌석이라고이야기들을한다.그러나이이야기가통계적으로검증되었거나학자의연구로보고되었다는이야기는아직듣지못했다.시중에떠도는썰정도가되지않을까생각한다.
---p.111

버스기사들은아침,점심,저녁을거의회사구내식당에서해결한다.그런데회사구내식당의메뉴는특별한날을제외하고항상그날이그날이다.단조로운메뉴에싫증을내는버스기사도간혹있지만매일먹어도배탈한번난적이없고집밥같아서편안하고좋다.배차된버스가하루종일터미널에들어올일이없는노선인경우외부식당에서밥을사먹는경우가있다.
---p.148

여름을부르는봄비가촉촉이내린다.이런날이면남한강줄기두물머리근처고급스러운카페의넓은유리창을흘러내리는빗물을보면서사랑하는그녀와향기로운커피를한잔마시면좋겠다.나는특별히카푸치노를좋아하는데이커피는테이크아웃해서빨대로빨아먹으면절대안된다.빨대로흡입하면층층이쌓인거품과시나몬가루를동시에먹을수없기때문이다.무늬가없는백색의커다란잔에입을대고달콤하고향기나는시나몬가루와부드러운거품,그리고진한커피를동시에쭉들이킬때진정한카푸치노를느낄수있기때문이다.커피를마실때입술에묻은부드러운거품은상대방의키스를부르는입술로변한다.(그냥그렇다는말이다!확대해석은하시지말기를.)
---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