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 (이광재 장편소설)

왜란 (이광재 장편소설)

$16.00
Description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가
이광재의 신작 장편 역사소설
아직 끝나지 않은 왜란의 근본을 따져 묻는다.
간결하고 당당한 문체로 내공을 발휘하는 작가의 시선은 조선에서의 모든 전쟁은 국제전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일본의 침략으로만 좁혀졌던 임진년, 정유년의 왜란이 조선과 일본, 명이 뒤엉킨 국제대전이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명의 멸망과 청나라 건국의 계기가 된 사르후 전투까지 조선이 관여된 동북아 국제대전의 본질을 따라간다.
작가의 이런 인식은 우리가 처한 현재상황을 관통한다.

고조부가 계유정란을 계기로 낙향한 이래 함평 이씨 가문에게 있어 권력은 환멸의 대상이었다. 조부가 무오사화가 일어나자 은거한 일이며 양부 억영이 사마시에 합격하고도 잠적한 일이 모두 증거였다. 이유(李瑜)를 비롯해 형제들이 출사의 뜻을 접고 향촌에 박힌 연유도 그런 가풍 때문이었다.

이유의 부인 부안 김씨가 시집올 때 데려온 몸종이 아이를 낳았는데, 이름이 거북손이었다. 눈치가 빠르고 영민한데다 몸놀림이 비범해 이유는 거북손이를 늘 곁에 두었다. 거북손이가 개암사 스님 월곡에게서 일 년 남짓 검술을 배우게 된 것도 이유의 배려 덕분이었다.

거북손이는 두 번의 검술 대결을 펼지는데 한 번은 간자로 붙잡힌 일본 검객 마사나리와의 그것이었고, 한 번은 아녀자들이 일하던 아중마을에서의 그것이었다. 마사나리와의 대결은 서로를 살리기 위해, 아중마을의 대결은 서로를 제압하기 위해 검들이 불을 뿜었다. 마사나리는 결국 항왜의 의지로 거북손이와 한 집에 머물게 되었다. 아중마을의 일본 장수는 거북손이의 환도에 목숨을 잃었다.

왜군이 부산포에 상륙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번에는 임진년 때 빠뜨렸던 전라도 쪽으로 군세를 몰아갈 예정이라는 소문도 뒤따랐다. 이유는 조운선을 마련해 쌀을 싣고 의주로 파천한 임금을 향해 떠난다. 의주에서 여진족이자 조선인인 사내를 만나 가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데, 사유와 의식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이유는 거북손이를 불러 노비문서를 직접 태우게 하고, 홍걸이라는 이름을 내린다. 노비가 아니라 아들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고, 거북손이는 선처에 오열한다. 이유의 이런 행동은 마치 자신의 운명을 아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침내 이유와 의병들은 호치에서 왜군에 맞설 준비를 서두른다. 호치에서 의병들은 대부분 절멸하고, 이유와 일행은 개암사 쪽으로 피신하는데 초입에서 왜군들과 맞닥뜨린다. 그곳에서 거북손이는 부상을 당하고 이유는 옆구리가 왜병의 창에 찔려 절명한다. 이후 거북손이, 아니 이홍걸은 사르후 전투에 조선군인으로 참전한다.
저자

이광재

전북군산에서출생했다.1989년『녹두꽃2』에단편「아버지와딸」을발표했다.이후20년간떠돌다전봉준평전『봉준이,온다』를썼고,장편소설『나라없는나라』로2015년제5회혼불문학상을받았다.장편소설『수요일에하자』,단편집『늑대가송곳니를꽂을때』가있다

목차

앞이야기
낙향落鄕7

간자間者21
몽진蒙塵의땅55
약무호남若無湖南107
별시別試159
재침再侵205
호치胡峙243

뒷이야기.
사르후薩爾滸281

작가의말292

출판사 서평

누가왜란이끝났다고말하는가.
언제나국제대전의배경이었던조선,대한민국에서
왜란은멈춘적이없었다.
침략하고,짓밟고,약탈하고,찬탈하고
교묘한말과행동으로얼굴을바꾸는일본.
그들이우리를존중한적이있는가.언제한번
우리를진심으로대한적이있는가.우리를이웃으로여겼는가.
작가는분명하게말한다.
왜란은절대로멈춘적이없다고.

중앙권력에환멸을느낀함평이씨가부안에터를잡은뒤,가문누구도이렇다할벼슬에나서지않았다.모두실력은출중했으나권력을멀리하는가문의심성때문이었다.이유(李瑜)도그러기는마찬가지였다.

소문으로만떠돌던왜란이발발했다.비록권력을멀리한다해도나라를위해서는앉아있을수만은없었다.이유는의병을모으는데힘을보태면서조운선을마련해임금이파천한의주로향한다.이유의그런정성은이후세자를만나는데좋은평판으로작용한다.

의주에서이유는여진족이자조선인을만나는데그때전쟁의본질,조선은언제나국제적으로싸움터였다는사실을깨닫고충격을받는다.지금까지의왜란배경작품들은명나라의지원에대해서만,그들의태만하고불충한모습만그려내기에급급했다.그러나이작품은왜란에서명나라와일본,그리고여진까지드러낸다.특히,누르하치의파병관련특사파견내용은놀라운시각의것이라하겠다.

그렇다면왜지금다시왜란을말하는가.작가의시선은분명하다.3개국이상의전쟁이멈추지않았던이땅.그때와형태는다르지만여전히전쟁중이라는것이답이다.국제전쟁에서항상앞장선것은일본이지않던가.임진년,정유년의전쟁을넘어합방에서해방에이르기까지,양국관계의역사를통틀어일본은단한번도우리를존중한적이없었다.반성과사과를한적도없다.그런데도이땅에선친일행각의인사들이오히려활개를치고있으니일본은내심기뻐하며그들의야욕을거두지않고있다.그래서왜란은여전히진행중이다.

우리는이작품에서당당하고강건한문체를통해이유장군을비롯한함평이씨들의성품을마주하게된다.무뚝뚝하게보이면서도노비문서를태우게하는뜨거운배려심과,권력이아니라나라를위해서기꺼이죽음과맞서는시대정신도만나게된다.작가가말하듯이전쟁이벌어지면비로소백성이나타난다는사실.그절절함이가득한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