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그리도 푸른 바다가 있을 줄이야 (박찬호 시집)

그곳에 그리도 푸른 바다가 있을 줄이야 (박찬호 시집)

$12.00
Description
박찬호 시인의 3집. 도로변의 잡초들, 근사한 풍경도 아니고 딱히 신경 쓰이는 존재도 아닌 것에 대해 시인은 노래한다. 분명 그들도 생명이지만 그들은 그저 거기서 자신의 생이 다할 때까지 쓰러지고 꺾이고 잘리기도 하면서 그들만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연민하기에는 생명이 너무 강인하고 무시하기에는 엄연히 그렇게 존재하고 있기에, 그것은 어쩜 눈물 나는 신비로움이다. 신비가 어디 대단한 현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주변 때로는 눈길이 가지 않는 곳에서 신비는 도처에 널려 있다. 시인이 아니면 누가 그들을 대신해 노래할까. 아니 느낀다 하더라도 여기 이렇게 우리 앞에 그들을 불러 줄까.
저자

박찬호

중앙대학교문예창작과졸업.
LG애드PR/SP부문근무.
현재광고마케팅프로모션회사운영.
2020년계간‘미래시학’시부문신인문학상당선.
2020년‘월간시’제29회추천시인상수상.
2021년과2023년에발간된두권의시집,『꼭온다고했던그날』과『지금이바로문득당신이그리운때』를출간했다.첫번째시집은2021년으로코로나가한창이던시점이고개인적으론암이라는병마로고통받던시기였다.2023년두번째시집이나올때도시인의병마는지속되었다.병원치료를받으면서광고회사를꾸려가는일은이중의무게가되어시인을짓눌렀고,역설적으로시는그시기에집중적으로씌어졌다.거의하루에한편꼴로쓰여진시는그의강력한자기위안이자치유역할도했다.시를쓰며자신의내면을들여다보며고통과직면하고,그결과하고싶은말을하지않을수없는그과정은,의도하지않았더라도그어떤치료보다강력한치유효과를지녔다.시인은이시기자신의끝을예감하면서쓴절박한시들을계속분출해냈다.비감하고비장한가운데정신의줄을놓지않고,동시에가족을포함한주변을챙기려는노력은사투에가까우면서숭고하기까지했다.
리얼리티와인본주의,이는그가펴낸두권의시집과이번의시집에서도여실히확인할수있다,앞으로그가쓰고자하는시들또한더깊어지기는할지언정그두주제에서벗어나지않을것으로보인다.그건그것들이그의인생주제이자필사적인질문이기때문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문득생각나는것들·버릴수없음의시편들

7대불가사의/13
긴머리소년1/14
긴머리소년2/16
긴머리소년3/18
난봄을보고넌봄을맡고/20
고담시티GothamCity/22
너는봄과같고/23
다양한조작가능성/24
동물은사람과같고때론사람은동물과같다/26
딸에게/27
말달리자/28
명품/29
문득생각나는것들/30

2부
하현의밤·부딪힘의시편들

밥짓기/35
반기지않는,반갑지않은,누구도바라지않는/36
불면증1/38
불면증2/40
사소한몇가지/42
슬픈일/43
악인전/44
어느아침/46
어려운세상1/47
어려운세상2/48
대부TheGodfather/50
이상한일/52
이프if/54
저녁준비/55
조국/56
좌익/58
직관적혹은감각적/59
진술/60

3부
스콜squall·다가가고픔의시편들

가끔은원한다고생각하는/65
참으로가까운인천시립승화원/66
가만히조용히눈여겨보고귀기울여보고/68
겨울이야기/69
개똥철학/70
귀소본능/72
그곳에그리도푸른바다가있을줄이야/74
다지났다고생각하고어쨌든이겨냈다고생각하고/75
달이바뀌면/76
당신/77
불행하진않았지만슬펐던그때이야기/78
서울역/81
스콜squall/82
오월이오기전에/83
한정식집경복궁/84
현실/86
우체국/87

4부
명현瞑眩·가득함의시편들

맑은몸자연치유연구원/91
성덕이형/94
왜관읍이기혁1/96
왜관읍이기혁2/98
이상한이상적인뉴스/100
참다랑어전문점에서의어느날저녁식사/102
우리들의우상재언이형/104
4021년극동아시아고고학탐사발표회/107
진료/110
초기치매는옛것만기억한다/112
풍경2020/114
꼰대연대기1/118
꼰대연대기2/123
명현현상瞑眩現像/127

해설
고통을통과해가는시/133

출판사 서평

네게기대어울고싶지만이미몸이굳어그리할수없는것,결정적으로너를진심으로따뜻하게안아줄수없는것,내가시를못쓰는사소한,아주사소한이유.
병마의고통과삶의온갖실의,좌절을딛고일어선투혼의시인박찬호가세번째시집『그곳에그리도푸른바다가있을줄이야』를출간했다.리얼리티와인본주의이를떠받치는소박한심상들,그러나무엇보다다소둔탁한듯깊은울림을주는올곧음과진심,읽고또읽게되는시집이다.
시집은모두4부,63편의시를싣고있다.
1부〈문득생각나는것들〉은‘버릴수없음의시편들’로이상과순수,진실에대해형상화한다.
‘휴대폰에는긴머리라저장되어있다/다들그를긴머리소년이라불렀다/곧육십줄에들어서지만아직도청춘인/
찰랑찰랑긴머리중늙은이소년/아직도정신을못차리고있다고도하고/영원한리버럴리스트라고하기도하고/
삼손힘의원천같은그의아이덴티티찰랑거리는긴머리’(「긴머리소년1」)
쓰러져있다고다친것은아니며,꺾여져있다고목전에죽음을둔것도아니고,잘려없어졌다고해서영원히죽은것은더더욱아니다.살아있는것에대한,살아숨쉬는모든생명에대한,연민과고민그리고욕망과쾌락그사이어디쯤에서,때론이리로가끔은또저리로,어찌보면신(神)보다나은생각들을하며,인간존재본연에대한성찰과깨달음을고통스러울정도로정직하게풀어놓는다.
‘목련이지면/벚꽃이피고/벚꽃이지면/진달래피고/진달래지면/개나리피고/개나리지면/제비꽃피고/아이고/그렇게/내가지는만큼/네가피고’(「딸에게」)
2부〈하현의밤〉은‘부딪힘의시편들’로내면과시대의부조리,모순속에서겪어야만하는소외와갈등을그린다.
‘달이밝아밤이되어도/부끄러움을감춰줄어둠이없어서라고는/생각하지못했다/은은한달빛뒤에숨은/오늘하루의부끄러움때문인줄몰랐다/정말쓰디쓴커피때문일거라믿었다/고민과반성이있었던밤은유난히힘들었으므로/회한이많은하현의밤은또그렇게불안했으므로/그런밤들의선명함을/애써불면증이라생각하지않았다’(「불면증2」)
시인은내면의부조리를직시하고겪어내는용기와함께,시대적모순을관통하며그앞에서움츠리지않는투사적면모도지닌다.
‘만약/그게그것이라면/난이성긴우익의나라에서/기꺼이나쁜좌익으로살련다/빨갛다못해검게붉어진/그런좌익으로살련다/통일의좌익으로/노동자의좌익으로/아픔의좌익이되어/슬픔의좌익이되어/고통의좌익으로살련다/가난하고약한것이좌익이고/힘없는것에분노하고/좌절하며/절규하는것이좌익이라면/난이제껏그리고앞으로도/영원히좌익이다/아니,그냥좌익으로살련다/그끝도없는아픔과슬픔으로살련다’(「좌익」)
아울러서민민초들의삶의모습,이험한사회를,엄혹한시국을살아가고자하는자세,생각해보면정말눈물이나기도하고대견하기도한우리들의삶에대한태도를형상화한다.이는곧나자신의이야기이기도하고우리아들,딸들의이야기이기도한그런모습이다.
‘통칭으로기타의생명들로불리워도괜찮은것들/죽음이두렵지도않고부활이시골아낙아이낳기보다수월한/여건과조건이필요치않은삶의강인함/살기위해주위의나약함따위는배려의여지가없는/그래서생의경이로움따위는잊힌지오래인/누구는타고난천성이라하고또어떤이는생명에의/집착이만들어온진화의과정이라고도하고’(「반기지않는,반갑지않은,누구도바라지않는」)
3부〈스콜squall〉은‘다가가고픔의시편들’로소박한사랑과우수,그리움을노래한다.
달이차고지기를몇번/그리고/두자리숫자의달이오면/이불장속깊이넣어두었던/당신의따뜻한이불을꺼낸다/곱게접어두었던/그대를향한마음과같은/그따뜻한겹이불을편다/다시달은휘영청차오르고/바람도차고/또이불밖웃풍은/당신의마음처럼냉랭하고/그래도/나는/이제곧들이닥칠/추운바람속/눈쌓인따뜻한겨울을/
당신에게보낸다’(「달이바뀌면」)
가을아침눈부신햇살,곱게접은손편지,멀리서날부르는그이.시인은병마와싸우면서오는,눈물나게신비로운정서적변화,그리고가족에대한사랑을애틋한필치로그려낸다.
‘베고니아화분은놓이지않았다는/그우체국으로간다......그렇게꼭가야만할것같은/그가을우체국에간다/따뜻한아침해를기다리며/곱게접은손편지가되어/멀리,아주멀리서날부르는/그이에게간다/내깊은한숨과/구름끝먼눈길이향하는/가을햇살눈부신/그곳으로간다’(「우체국」)
그러나시인에게는‘죽음이하루하루가까이오는듯해큰일이지만/특히/이힘들게느껴지는세상을/조금더살고싶어지는’(「어려운세상2」)마음이생기는것이정말더큰일이다.
4부‘명현瞑眩’은‘가득함의시편들’로산문적일상,복잡다단한현실에대한끈질긴응시와유대를다룬다.
내친김에뜬금없이담배도끊었다/어느날갑자기,이유없이,조건없이/몸은확실히더좋아진듯했다/혈압도떨어지고당뇨도없어지고혈색도좋아지고/보이는모든것은좋아졌다/그때쯤부터/이상스레가끔가슴이저려오기도하고/환절기독감을앓듯머리가아파오는날이잦았다/명현현상瞑眩現像일거로생각했다
(「명현현상瞑眩現像」)
시인은주변에대한깊은관심과예의,고민까지기꺼이짊어진다.실천하는지성으로서사회적공동선추구또한뿌리칠수없는소명이리.
‘아무도모른다/아무도관심없다/무엇을먹고어떻게사는지에대한관심은/이미식상한지오래/관심이깊으면깊을수록/애정이쌓이면쌓일수록/감당해야할번민과수고로움은많아진다’(「왜관읍이기혁1」)
시집을꿰뚫고있는인식은시인자신이코비드시대에암을앓으면서끌어낸시적발상이다.때로는정서를죽이고,서사도없이,쉼표를누락시키고단속적으로연계되는모순율의문장들사이로‘탈인격화된존재와저버려진사물들’,‘망각되었던기억의상흔들’이죽음같은병환을직시하는울증의증후속에서알레고리로재현되어,불의한시대의현실을묵시적으로고발한다.그러면서이고통스러운시편들은또다른방향으로움직인다.곧‘강바람에조용히몸을눕히는이름모를잡초들’,‘누구에게도주목받지못하는소외된사물들’,‘양가적혹은모순된존재의비극적양태들’,‘가치전도된개념과부조리한삶의현상’들이병치되어몽타주를형성하고있는알레고리의파노라마속에서,서서히나타나는변증법적구성의이미지로인간연대의소통과교감을통한가치를추구한다.
한편,시집속시편들은읽히는데큰막힘이없다.하고자하는말을분명하게발설하고,리듬과같은내재율로단어와단어,문장과문장을유기적으로연결하고있다.시인자신의생각의흐름과감정의분출이우리가갖고있는기본적이고평이한정서에맞닿아있기때문이다.평탄한언어로시적정서를환기시키고가슴에어떤파문을일으키는것,그건그리간단한일이아니다.드러나지않는물밑에서의긴밀한연계와긴장으로시어들을단단히엮어매며.마침내절창을빚어내는저작업과가치야말로...
‘그11월의일기(日氣)는그녀의울음과같았다//그오후의슬픈소나기/오래지않고/가늘지않은/짧고굵은눈물들//당신과나의불안한미래였고/그해겨울을시작하는어두운우울이었다/가지마라가지마라붙잡았던/그해가을의끝이었다//늦은오후그뜬금없는소나기//난이착잡한빗방울사이/그대의큰눈동자를바라보고/서서히잊히는그대의뒷모습을애써잡으며/아/이소나기는또오려나’(「스콜(squall)」)